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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8 09:40:51

연회장 마지막 곡이 잦아들자, 시종들이 천천히 촛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황족과 귀족들이 하나둘씩 퇴장하는 소란 속에서, 벨라리스는 홀로 걸음을 멈췄다.

‘하아, 다들 너무 평화로워. 뭐가 그렇게 좋은 거지?’

비단 치맛자락을 정리하며 내쉰 숨에는 향수와 술 냄새 외에 싸늘한 짜증이 섞여 있었다.

방금 전까지 이어졌던 춤과 웃음은 이미 잔향처럼 희미해졌고, 연회장은 금빛 파편만 남긴 채 고요해지고 있었다.

과일과 향신료가 뒤섞인 공기를 뚫고 나오자, 머릿속이 선명해졌다.

‘좀 이르긴 하지만 역시, 드라켄쪽을 건드려보는 게 좋겠어. 지난 전쟁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아쉬울 테니까.’

드라켄과 동북제국의 전쟁.

바다를 사이에 둔 만큼 모두가 장기전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탄식 가운데 남몰래 미소짓는 이들이 있었다.

전쟁은 곧 거래였고, 거래는 곧 이윤이었으니까.

그리고 벨라리스 가도 그중 하나였다.

군량, 무기, 말과 마차, 치료용 약초와 붕대, 부러진 칼을 대신할 새 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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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대체 정체가 뭡니까.”그녀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어떻게 저들에게 여왕의 이야기를 한 거죠? 블랑 백작님께서는 분명히… 당신이 이곳에 무사히 도착하고 나면, 그때 당신과 백성들에게 당신의 진짜 정체를 밝히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에다의 날 선 추궁에도 카일은 덤덤했다. 그는 거대한 어깨를 무심하게 으쓱해 보였다.“그 여자가 황후인지 백작인지는 내 알 바 아니지. 하지만 그 여자가 내게 직접 자신의 나라를 세우겠다고 말했으니, 당연히 여왕이 아닌가?”“……예?”“난 저들에게 로제라는 이름이나, 황후라는 칭호 따위는 단 한 번도 입에 담은 적이 없다. 단지 우리의 여왕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했을 뿐.”카일의 덤덤한 대답에 에다는 말문이 막혔다.그러고 보니 방금 전 그 여인의 말도 그랬다. [우리의 여왕께서 오실 거라고 하셨다]고. 카일은 로제 황후의 진짜 정체를 알아서가 아니라, 그저 블랑이 내뿜던 패도를 보고 그녀를 스스로 여왕이라 칭했을 뿐이었다.자신의 오해를 깨달은 에다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사과드리겠습니다. 일이 일이니만큼 제가 너무 예민해져 있었군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에다는 피가 묻은 카일의 몸을 보며 안타까운 얼굴로 덧붙였다.“어서 치료소로 가시지요. 그 몸으로 여기까지 오신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 당장 상처를 꿰매지 않으면…….”“아니.”카일이 말라서 갈라진 입술을 열어 그녀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나는 다시 돌아가야 한다.”“예? 돌아가다니요! 그 몸을 하고 대체 어디로……!”“오면서 드라켄 제국군의 퇴각 나팔 소리를 들었다.”카일의 금빛 눈동자가 어두운 밤바다 건너편을 향해 번뜩였다.“다 이긴 전쟁을 코앞에 두고 황제가 군대를 물렸다. 그 여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겠지.”그 말을 끝으로 카일은 조금 전 자신이 걸어왔던 칠흑 같은 안개 낀 부두를 향해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카일님……!”에다는 차마 그를 붙잡지 못한 채,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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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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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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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1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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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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