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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Autor: 양순이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5-16 09:57:15

다음 날 아침. 황궁은 이른 시각부터 소란스러웠다.

“세상에, 들었어? 어젯밤 폐하께서 뒷방에 온갖 최고급품을 다 들이부으셨대!”

“맞아. 게다가 시중들러 들어갔던 애들 말로는, 그 여자 어깨에 폐하께서 남기신 키스 자국이 선명했다던데? 당장이라도 잡아먹으려는 걸 겨우 참고 나오신 얼굴이었대!”

시녀들의 수군거림이 복도를 타고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소문은 가장 먼저, 아이린이 머무는 페온 공작가의 저택에 닿았다.

.

.

[페온 공작저의 집무실]

집사의 예상과 달리, 아이린은 보고를 받고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우아하게 찻잔을 내려놓고, 눈앞에 펼쳐진 두꺼운 가죽 장부를 한 장 넘겼다.

[사각.]

종이 넘기는 소리가 숨 막히는 정적을 갈랐다.

“……황실 내탕고를 열어, 그 천한 것에게 최고급 드레스와 보석을 바쳤다고?”

그녀의 목소리는 소름 끼치도록 차분했다.

보고를 올린 전령이 오히려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예, 예…. 게다가 폐하께서 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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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79화

    귀부인들이 도망치듯 물러가고 나서야, 별궁은 다시 제 기능을 잃은 새장처럼 고요해졌다.카시안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블랑의 허리를 으스러져라 감아 안아 들었을 뿐이다. “…….” 블랑은 그의 단단한 어깨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뺨이 욱신거렸지만, 내색하지 않았다.“팔이랑 다리는 멀쩡해요. 걸을 수 있는데….”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걸음은 빠르고, 위협적이었다. 분노가 정리되지 않은 사람의 위태로운 움직임이었다.[쾅-!]안쪽 침실 문이 부서질 듯 닫히고, 카시안은 침대 위에 블랑을 거칠게 내던졌다.푹신한 시트 위로 몸이 파묻히기도 전에, 거대한 사내의 그림자가 그녀의 위로 무겁게 덮쳐왔다.“제 선물은 마음에 드셨나요?”블랑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녀는 피 묻은 뺨을 하고서도, 승리한 장군처럼 웃었다.“페온 가문이 황권을 위협한다는 증언을 수십 명 앞에서 얻어냈어요. 이제 의회에서 채굴권 회수를 논할 명분은 충분히 생겼을 거예요.”그녀는 제 위에서 있는 카시안의 굳은 얼굴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덧붙였다.“그 정도면… 이 화려한 별궁 값은 하는 거죠?”카시안의 미간이 흉폭하게 좁혀졌다.그는 대답 대신, 커다란 손으로 블랑의 턱을 틀어쥐었다. 엄지에 묻어난 그녀의 핏자국이 아직 따뜻했다.“…얼굴이.”낮고, 거친 숨이 섞인 목소리가 짓씹듯 흘러나왔다.“그 얼굴에 흠집이 나면, 네가 쥐고 있는 카드가 전부 찢겨 나갈 거란 생각은 안 했어?”“어차피 미끼로 던진 몸이에요. 이깟 상처쯤은… 아읏!”블랑의 말이 멎었다.카시안이 불쑥 고개를 숙이더니, 상처가 난 그녀의 뺨을 뜨거운 혀로 핥아 올린 것이다. 축축하고 야만적인 점막이 핏방울을 삼키고 여린 살갗을 자비 없이 문질렀다. 마치 피 맛을 본 짐승의 애무 같았다.“다음에.”입가에 붉은 피를 묻힌 적안이 그녀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 내려다보았다.“또 이딴 식으로 네 몸뚱이를 함부로 굴리면… 그땐 정말로 사지를 분질러서라도 내 침대에만 묶어둘 테다.”“……폐하.”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78화

    길게 기른 손톱이 블랑의 하얀 뺨을 자비 없이 긁고 지나갔다.[짝-!]하는 날카로운 마찰음 뒤로, 하얀 턱선을 타고 붉은 핏방울이 툭 떨어졌다.“어머!”“세, 세상에…!”블랑은 살짝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피가 배어 나오는 뺨을 감싸 쥐며, 그녀는 비명 대신 속으로 서늘하게 웃었다.‘완벽하게 걸려들었어.’아이린은 단순히 기분 나쁜 여자의 뺨을 때린 게 아니다.명백히, 황제가 총애를 내린 여인에게 피를 본 것이다.놀란 한 귀부인이 사색이 되어 아이린을 말리려 손을 뻗었지만, 이성을 잃은 공녀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그 요망한 혀를 당장 뽑아버리겠어!”아이린이 다시금 독기 어린 손을 쳐드는 순간이었다.“……뭣들 하는 거지.”마치 지옥 밑바닥에서 긁어 올린 듯한, 저음.굳게 닫혀 있던 응접실 문이 거칠게 열려 있었고, 그 너머에 검은 제복 차림의 카시안이 서 있었다.그의 붉은 눈동자가 블랑의 뺨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에 닿은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숨통을 조일 듯 무겁게 얼어붙었다.“……폐하.” 황제의 서슬 퍼런 등장에 귀부인들은 사색이 되어 고개를 숙였지만, 아이린만은 달랐다.그녀는 순간 움찔했으나 이내 꼿꼿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페온 공작가의 여식이 고작 하룻밤 노리개의 뺨을 친 일로 황제에게 기죽을 이유는 없었다.카시안은 얼어붙은 귀부인들 사이를 성큼성큼 가로질러 블랑의 앞을 막아섰다. 커다란 손이 블랑의 턱을 조심스럽게 쥐어 올렸다.엄지손가락으로 뺨의 핏방울을 스윽 훔쳐낸 그의 입매가, 잔인할 정도로 서늘하게 비틀렸다.“……감히.”그의 적안이 아이린을 향해 내리꽂혔다.“허락 없이, 내 것에 손을 대?”그 살벌한 경고에도 아이린은 당당하게 마주 섰다. 오히려 카시안이 자신보다 저 천한 여자를 감싸고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듯 쏘아붙였다.“폐하, 고작 하룻밤 품으신 계집입니다. 저 천한 것이 감히 우리 페온가를 모욕하고 반역 운운하는 망발을 지껄이지 않습니까.”아이린은 핏자국이 남은 자신의 손톱을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77화

    온 종일 황궁 곳곳을 쏘다닌 에다가 은밀히 침실로 들어왔다. 그녀의 품에는 무겁게 챙겨갔던 금화 주머니 대신, 꼬깃꼬깃한 메모장이 들려 있었다.“백작님… 말씀하신 대로 알아왔습니다.”“수고했어. 쓸 만한 게 있던가?”에다는 마른침을 삼키며 주변을 살폈다.“그게… 레녹 후작이 현재 의회에서 페온 공작가의 철광석 채굴권을 황실 소유로 강제 귀속시키려는 법안을 은밀히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 문제로 공작과 멱살잡이 직전까지 갔다고….”블랑의 은회색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그래서였군.’어제 그가 굳이 페온 가문을 상징하는 에메랄드 브로치를 남기고 간 이유.내게 뒷배가 되어주겠다는 달콤한 말 이면에는, 나를 황제의 방패막이 겸 페온가의 채굴권을 터뜨리기 위한 가장 자극적인 폭탄으로 던져 넣을 심산이었던 거다.‘명목상으로는 황실 귀속이겠지만, 실질적인 관리와 예산 집행은 의회가 하겠지. 결국 황제의 눈을 가리고 그 막대한 돈줄을 제 주머니에 넣겠다는 소리군. 과연, 의회를 장악한 머리에서 나올 법한 발상이야.’블랑은 서랍 깊숙이 넣어두었던 보석함을 다시 꺼내 열었다.“독이 든 미끼라면… 기꺼이 삼켜주지. 판을 내 쪽으로 엎어버리면 그만이니까.”“백작님…?”“초대장을 써야겠어. 지금 당장.”블랑이 건넨, 아직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초대장들을 받아 든 에다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것들을 봉투에 넣으며 조심스럽게 입술을 달싹였다.“백작님…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소문이… 너무 안 좋아요.”레녹 후작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은밀히 돌아다니던 에다의 귓가에는 지독한 조롱들이 끈적하게 들러붙어 있었다.[들었어? 하루 만에 폐하의 침소에서 쫓겨났다며. 꼴좋지.][근본도 없는 계집이 폐하를 만족시킬 수 있을 리가 있나.][나는 저 백작이 3일 안에 별궁에서 쫓겨난다에 10골드를 걸지. 킬킬.]구석에 모인 시녀들의 비웃음과, 호사 취미를 가진 귀족들의 저급한 내기판. 궁 안에는 이미 블랑이 소박을 맞았다는 확신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그런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76화

    레녹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선을 넘지 않던 그가, 어느새 블랑의 숨결이 닿을 만큼 지척까지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얇은 레이스 실내복 위로, 그의 나른하면서도 짙은 시선이 적나라하게 내려앉았다.“질투는 가장 확실한 정치적 도구입니다.”레녹이 긴 손가락을 뻗어, 블랑의 쇄골에 남은 카시안의 붉은 잇자국을 허공에서 스치듯 가리켰다. 직접 닿지는 않았으나, 소름이 돋을 만큼 농밀하고 아찔한 간격이었다.“그 미친 황제께서, 당신을 다른 사내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게 만드는 겁니다. 그 순간 아이린 공녀도, 페온가도, 그 어떤 귀족도 감히 당신에게 이빨을 드러내지 못할 테니까.”“……질투라.”블랑이 헛웃음을 삼키며 되물었다.“그래서 폐하의 마음을 쥐고 흔들어라… 후작님의 입지를 위해서? 하지만 제가 얻는 건 뭐죠?”그녀는 팔짱을 끼며 레녹을 똑바로 응시했다.“폐하의 총애는 뜬구름 같은 겁니다. 제가 후작님을 위해 춤을 추다가, 폐하가 질려서 저를 버리시면요? 그때는 후작님도 저를 버리시겠죠.”“바로 그 지점입니다.”레녹이 기다렸다는 듯 한 걸음 더 다가왔습니다.안경 너머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총애는 짧고, 권력은 깁니다. 백작님은 지금 뿌리 없는 꽃입니다. 황제의 변덕이 끝나면 시들어 죽을 운명이죠.”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75화

    서쪽 별궁.황제가 블랑에게 하사한 거처는 지나치게 화려해서 오히려 서늘했다.높은 천장에는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었고, 바닥은 걸을 때마다 차가운 냉기가 올라오는 최고급 대리석이었다.역대 황비들이 별채로 썼던, 그러나 지금은 주인을 잃고 비어있던 거대한 새장.그 적막을 깨는 것은 옷감이 스치락거리는 소리뿐이었다.“……저기, 백작님.”에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녀는 카시안이 보낸 시녀들이 가져온 짐을 정리하다 말고, 힐끗 블랑의 눈치를 살폈다.“찻물을 좀… 올릴까요? 안색이 창백하셔서….”그것은 단순한 시중이 아니었다.어떻게든 말을 붙여보려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담은 물음이었다.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제발 나를 알아봐 달라고. 우리가 아르센에서 나눴던 그 온기를 기억해 달라고.하지만 블랑은 창밖을 향해 있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필요 없어.”돌아온 대답은 칼로 자른 듯 차가웠다.“짐 정리가 끝났으면 나가 봐. 피곤하니까.”블랑은 에다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냉정함.그것은 블랑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배려였다.‘단 한 명, 아니 쥐새끼라도 눈치채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야.’계획대로 움직이려면 철저히 남이 되어야 했다.“아…… 네…….”에다의 어깨가 힘없이 축 늘어졌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짐을 정리했다.짐짓 분주하게 손을 놀렸지만, 시선은 자꾸만 창가에 선 블랑의 옆모습에 머물렀다.‘정말…… 너무 닮으셨어.’아르센의 붉은 장미 같았던 나의 황후님.자신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드라켄으로 빼돌려 주셨던 그 고귀한 분.하지만.에다의 시선이 블랑의 옷차림에 닿았다.속살이 훤히 비치는 얇은 레이스 실내복, 목덜미와 쇄골에 붉게 남은 정사의 흔적들.그리고 무엇보다 저 서릿발 같은 눈빛.‘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에다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스스로를 타일렀다.‘황후 폐하께서는 저런… 천박한 옷을 입으실 분이 아니야.’고귀하고 긍지 높던 나의 주인님이다.황제

  •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74화

    새벽 회의가 끝나고, 레녹은 서류를 정리하며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황궁은 아직 차갑고 고요했다. 새벽 안개가 걷히기도 전에 들리는 하녀들의 분주한 속삭임만이 이른 아침을 채우고 있었다.그는 늘 그렇듯 나른하게 벽에 기대어 귀를 기울였다. 이 하찮은 소음 속엔 언제나 금이 될 만한 정보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들었어? 뒷방 아니, 그 백작님 말이야….”“어젯밤에 황제 폐하의 침실에서… 쫓겨났대.”“진짜? 작위까지 받았는데 무슨 일이지?”“아무튼, 아침도 밝기 전에 시녀 둘이 데리고 나가는 걸 봤다더라. 폐하께서 엄청나게 화를 내셨나 봐.”‘쫓겨났다?’레녹의 창백한 얼굴 위로, 서늘한 눈동자가 느리게 가라앉았다.웃지도 않았고, 놀라지도 않았다.그저 완벽해야 할 수학 공식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한 학자처럼 미묘한 표정일 뿐이었다.“하루 만에?”그가 긴 손가락으로 은테 안경을 천천히 밀어 올리며 낮게 중얼거렸다.백작위 서임, 북부의 노른자위 로트 영지 하사.전례 없는 파격으로 권력을 쥐여주고는, 다음 날 새벽에 안지도 않고 내쫓았다?논리가 맞지 않았다.그가 아는 황제 카시안은 감정에 휘둘리거나 변덕을 부리는 인간이 아니다. 전리품을 취하는 데 거칠 것이 없는 짐승이다.입력값은 최고의 대우인데, 결과값은 축출이다.이 방정식에는 명백한 모순이 있다.‘단순한 변심이 아니야.’레녹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그의 비상한 머릿속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다.황제가 사냥감을 눈앞에 두고 물어뜯지 않은 이유.과거, 카시안의 이성이 흔들렸던 유일한 예외는 딱 한 번 있었다.지금은 국경 너머로 사라져버린, 그의 첫사랑.“……그 폭군이, 스스로 이성을 쥐어짜 내서 참았다는 소리군.”레녹의 얇은 입술이 매끄러운 호선을 그리며 휘어졌다.소문처럼 블랑이 황제에게 버림받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황제가 제 욕정조차 통제하지 못할까 봐 스스로를 격리한 것이다.“과연.”레녹은 창밖, 블랑이 머물고 있을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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