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후회합니까?"
어스름한 침실의 공기를 가르는 시혁의 낮고 차분한 질문.
예원은 그 서늘하고도 묵직한 물음표 앞에서도 오래 망설이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뜨겁게 얽혀들었던 숨결이 아직 피부 곳곳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흐트러진 호흡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감각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할 정도로 또렷하고 투명했다.
질문이 떨어지고 다음 숨을 내어쉬기까지의 아주 짧은 찰나, 예원은 흔들림 없이 그와 시선을 맞추며 입술을 열었다.
"후회하지 않아요."
변명이나 부연 설명이 덧붙지 않은 짧고 단단한 대답이었다.
시혁은 그 말에 크게 동요하며 안도하거나, 달콤한 밀어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지 않았다.
그저 예원의 뺨을 감싸고 있던 커다란 손이 아주 느릿하게 움직여 땀에 젖은 머리칼을 한 번 더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었을 뿐이
커튼 틈으로 비스듬히 쏟아진 옅은 아침 햇살이 눈가에 닿았을 때, 예원은 천천히 눈을 떴다.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아득하고 깊은 수면이었다.천장에 닿은 낯선 조명과 공기 속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다른 사람의 체취.여기가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예원은 이불을 끌어당기거나 황급히 몸을 일으키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누운 채 눈을 깜빡였다.어젯밤의 선명한 열기와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예원의 머릿속은 예상과 다르게 이상할 만큼 서늘하고 맑았다.눈을 뜨면 무언가 잘못했다는 끔찍한 압박감이 밀려오거나, 남편에게 들킬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초조함이 덮쳐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예상했던 그 어떤 낡은 무게도 예원의 아침을 짓누르지 않았다.도망치듯 자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도, 간밤의 일들을 충동적인 실수로 치부하며 후회하는 마음도 찾아오지 않았다.예원은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시혁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단정한 이마와 고르게 오르내리는 숨결.예원은 그 익숙하고도 낯선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분명 같은 공간에 머물던 남자였지만, 밤을 지나온 지금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더 이상 단순히 ‘만나고 싶은 남자’라는 막연한 이끌림이 아니었다.오직 자신만이 아는 내밀한 욕망을 가장 적나라하게 내비치고, 그 선택을 고스란히 공유한 사람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시혁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지더니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했던 눈동자가 이내 초점을 찾고 예원에게 닿았다.예전 같았다면 당황해 시선을 피하거나 몸을 굳혔겠지만, 이번
"후회합니까?"어스름한 침실의 공기를 가르는 시혁의 낮고 차분한 질문.예원은 그 서늘하고도 묵직한 물음표 앞에서도 오래 망설이거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방금 전까지 뜨겁게 얽혀들었던 숨결이 아직 피부 곳곳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흐트러진 호흡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하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감각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할 정도로 또렷하고 투명했다.질문이 떨어지고 다음 숨을 내어쉬기까지의 아주 짧은 찰나, 예원은 흔들림 없이 그와 시선을 맞추며 입술을 열었다."후회하지 않아요."변명이나 부연 설명이 덧붙지 않은 짧고 단단한 대답이었다.시혁은 그 말에 크게 동요하며 안도하거나, 달콤한 밀어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지 않았다.그저 예원의 뺨을 감싸고 있던 커다란 손이 아주 느릿하게 움직여 땀에 젖은 머리칼을 한 번 더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었을 뿐이었다.굳어 있던 그의 턱 끝이 미세하게 풀렸고, 예원을 담아내는 짙은 눈동자의 온도가 조금 더 깊어졌다.그는 구태여 예원의 마음을 재차 확인하려 들지 않았다.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꾸며낸 대답이 아니었다.예원은 방금 자신이 내뱉은 그 문장의 무게를 스스로에게 확인하듯 다시 한번 속으로 되뇌었다.오늘 밤, 거실에서 이 침실로 걸어 들어오는 동안 그 어떤 순간도 자신이 원하지 않은 채 억지로 끌려온 적은 없었다.분위기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것도 아니었고, 차재헌이 던진 오만에 상처받아 홧김에 저지른 맹목적인 복수도 아니었다.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문예원 자신이 스스로 원해서 내린 온전한 선택이었다.오히려 입 밖으로 그 대답을 꺼내고 나니, 자신의 몸을 감싸고 도는 호흡과 체온이 한층 더 낯설고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예원이 먼저 시혁의 셔츠 깃을 강하게 움켜쥐며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직후였다.그 단호하고 명백한 요구에, 무섭게 요동치던 시혁의 절제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그가 다시 한번 예원의 입술을 깊숙이 머금었다.조금 전까지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텐션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두 사람의 숨결이 걷잡을 수 없이 얽혀 들었다.거실의 밝은 조명에서 시작된 짧고 거친 이동은 어느새 더 짙고 고요한 어둠이 내려앉은 침실의 경계를 넘어섰다.하지만 시혁은 본능에만 내맡긴 채 무작정 속도를 높이거나 예원을 몰아붙이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욕망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예원의 호흡을 살폈다.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시혁의 시선이 예원의 얼굴에 머물렀다.예원의 호흡이 조금만 달라져도 그의 움직임 역시 곧바로 느려졌다.예원은 그런 시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냈다.거칠게 몰아쉬던 호흡이 잠시 잦아들었을 때, 예원은 침대 위에서 시혁의 어깨를 가볍게 밀어냈다.시혁은 예원의 손길에 아주 미세한 힘만 들어갔을 뿐인데도, 조건 반사처럼 즉시 움직임을 멈췄다.왜 멈춰야 하느냐고 채근하거나 이유를 묻는 기색 따위는 없었다.그저 예원의 다음 행동을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예원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혁을 향해 옅은 숨을 내뱉으며 작게 속삭였다."조금만, 천천히요."어색하거나 머뭇거리는 투가 아니었다.불편한 것을 숨기고 상대의 분위기에 억지로 맞추려는 수동적인 태도와는 거리가 멀었다.오직 지금 자신이 원하는 속도와 감각을 스스로 조정하고 표현하는 목소리였다.그 짧은 요구가 떨어지기 무섭게, 시혁의 움직임이 곧바로 느려졌다.그는 이유를 묻지도, 다시 재촉하지도 않았다.예원은 자신의 말 한마디
"시혁 씨."그 짧고 사적인 이름이 복도의 공기를 가르는 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정적이 무언가 끊어지듯 소리 없이 부서졌다.언제나처럼 깊고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던 시혁의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굳게 다물려 있던 턱 근육이 긴장으로 일그러졌고, 완벽하게 단정했던 그의 호흡이 처음으로 깊게 흐트러지며 무너지는 소리가 예원의 귓가에까지 고스란히 닿았다.시혁은 천천히 거리를 좁히다가 다시 멈췄다.한 걸음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서로의 숨결이 피부에 닿을 만큼 가까워졌는데도 마지막 한 뼘은 건너지 않았다.짙고 서늘한 그의 시선만이 예원의 눈을 파고들 듯 얽혀들었다.평소의 완벽했던 이성과 통제가 흔들리고 있는 징후가 그의 눈빛과 거친 호흡 속에 낱낱이 드러나고 있었다.예원은 그 익숙한 멈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이 마지막 경계선 앞에서도 자신이 먼저 움직이지 않는 한, 시혁 역시 움직이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하지만 이번에는 예원도 그 여백 속에서 더 이상 얌전히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이번엔, 멈추지 말아요."조금의 떨림도 없는 단단한 목소리.지난번 어두운 복도에서 힘겹게 멈춰 섰던 그를 향한, 그리고 지금 다시 흔들리는 통제력으로 버티고 있는 그를 향한 명백한 욕망의 표현이자 요구였다.말을 내뱉고도 예원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이번에는 시혁이 먼저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않았다.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했고, 그 말이 어떤 다음 장면을 불러올지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심장은 귓가에 울릴 만큼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뒤로 물러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어둠 뒤에 숨거나 취기를 빌려 책임을 회피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오히려 직접 목소리를 내어 말하고 나니, 막연하게
"불은 끄지 말아요."조명 스위치를 향해 천천히 올라가던 시혁의 커다란 손이 허공에서 그대로 멈춰 섰다.예원의 또렷한 목소리가 복도의 적막을 깬 직후였다.아주 잠시 팽팽한 정적이 흘렀고, 이내 스위치에 닿기 직전이던 그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그는 어째서 불을 켜두고 싶어 하는지, 어둠 뒤에 숨지 않겠다는 결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태여 따져 묻지 않았다.그저 예원의 단호한 말 한마디에 자신이 내리려던 어둠을 조용히 거두었을 뿐이었다.시혁이 예원을 향해 몸을 돌렸다.둘 사이에는 이제 한 걸음 남짓한 거리만 남아 있었다.밝은 조명 아래 씻겨진 민낯 같은 정적 속에서, 예원은 오롯이 자신을 담아내는 시혁의 짙은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며 서 있었다.그 노골적인 시선 아래 놓이자, 자신이 직접 내뱉은 두 마디의 무게가 뒤늦게 감각을 파고들며 뺨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안 갈래요. 불은 끄지 말아요.그 문장들이 내포하고 있는 선명하고 투명한 욕망은, 어떤 변명으로도 덮을 수 없을 만큼 적나라했다.막상 입 밖에 내고 나니 스스로가 내린 결정의 농도가 새삼스럽게 실감 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하지만 이 낯선 부끄러움은 자신이 나쁜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죄책감이나, 섣부른 선택에 대한 자기혐오와는 거리가 멀었다.그저 타인의 시선이나 분위기에 떠밀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깊고 내밀한 욕망을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내뱉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순수한 신체적 반응에 가까웠다.예원의 뺨 위로 옅은 붉은 기가 번져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시혁이 먼저 침묵을 깼다."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으면 말해요."강압이나 유혹의 색채가 완전히 배제된, 서늘할 만큼 차분한 목소리였다.그 말은 예원을 재촉하지 않았다.
오늘 돌아갈 겁니까?"고요한 거실의 공기를 가르는 낮고 차분한 질문.시혁의 목소리는 어떤 강요나 유혹의 색채도 띠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 단 한 줄의 질문 뒤에도 예원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흔들리거나 망설이는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현관문을 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이 등 뒤에 열려 있었고, 그 사실을 두 사람 모두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반지가 빠져나간 예원의 텅 빈 약지 위로 시혁의 짙은 시선이 한 번 닿았다가 다시 예원의 눈동자로 올곧게 얽혀들었다.그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예원은 똑바로 그를 마주 본 채 아주 짧은 호흡을 뱉었다."안 갈래요."어떠한 핑계나 변명도 덧붙이지 않은, 단호하고 선명한 대답이었다.시간이 너무 늦어서, 피곤해서, 혹은 분위기에 떠밀려서라는 식의 얄팍하고 기만적인 이유는 필요 없었다. 지금 예원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할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취기가 올라 판단력이 흐려진 것도 아니었고, 남편이 던진 오만에 화가 나 저지르는 맹목적인 충동이나 복수심도 아니었다.그저 지금 이 순간, 권시혁이라는 남자의 곁에 남고 싶다는 것.오롯이 맨정신으로 내린 자발적이고 분명한 선택이었다.누구의 강요도 없었고, 이 선을 넘은 뒤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할 생각도 없었다.예원의 대답이 허공에 흩어졌지만, 시혁은 즉시 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그는 거칠게 허리를 끌어당기지도 않았고, 거리를 좁혀 숨을 삼키며 입을 맞추지도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조금 더 머문 채, 예원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를 무겁고 짙은 시선으로 옭아맬 뿐이었다.그 찰나의 멈춤이 오히려 예원의 선택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시혁은 다가오지 않았다. 재촉하지도 않았다.예원이 방금 내놓은 대답을 다시 거둘 수도 있을 만큼의 거리를 그대로 남겨두고 있었다.예원은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의 대답이 가진 무게를 다시 한번 느꼈다.그래도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예원의 시선이 소파 한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