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화

Author: 스프링 가든
지금 그와 신나경의 사진이 공개되자 신나경은 자연스레 진짜 여자 친구인 서유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 양주원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고 즉시 해명하라고 요구했을 테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울거나 화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양주원이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대로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나서서 해명할 것인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서유정은 계속 일을 했다.

하루 종일 집중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 일에 대해 별 신경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미리 앞당겨 할 일을 끝마쳤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서유정은 SNS를 열었다.

오전의 검색어는 이미 완전히 사라졌고 양주원의 SNS나 에어 테크의 공식 계정에도 관련 해명은 전혀 없었다.

해명하지 않는 건 곧 인정한다는 의미임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게다가 그녀와 양주원이 만난다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지금 해명하지 않는 것은 그의 회사에 시한폭탄을 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폭탄이 터지면 그의 회사 이미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한데도 그는 신나경을 위해 곧 닥칠 나쁜 결과조차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유정은 딱히 그런 행동이 놀랍지도 않았고 오히려 예상했던 대로였다.

꼭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처럼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마침내 받아들였다. 자신이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 언제든지 지워버릴 수 있다는 것을.

심지어 여자 친구인 신분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끈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양주원이 신나경을 말디부로 데려가기 전의 생활로 돌아갔지만 서유정은 다시는 그 앞에서 결혼에 관한 얘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서유정이 말하지 않으니 양주원도 더더욱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넘겼다.

인터넷엔 양주원이 신나경에게 죽을 먹이는 사진 외에 별다른 소식이 없었지만 자신이 에어 테크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누군가 남몰래 양주원이 신나경을 무척 아끼며 매일 그녀의 출퇴근을 함께하고 자주 명품도 선물한다는 소문을 흘렸다.

이것만으로 네티즌의 상상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서유정은 두 건의 사건을 맡아 바쁘게 지내느라 그 사진으로 인한 소동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로펌의 다른 동료들은 이를 보고도 감히 서유정 앞에서 말하지 못했다.

금요일 저녁, 서유정은 오후 6시 넘어서까지 일에 매달리며 재판에 쓸 자료를 정리했다.

그녀가 기지개를 켜며 퇴근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가 양주원임을 확인한 그녀의 눈동자가 번뜩이다가 한참 후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이미 짜증이 잔뜩 난 양주원의 목소리가 깊게 잠긴 채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어머니가 저녁 먹으러 오래. 지금 네 회사 아래에 있어.”

서유정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꽉 쥐며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알겠어.”

10분 후, 서유정은 양주원의 차에 올랐다.

표정이 싸늘한 걸 봐선 기분이 매우 나쁜 모양이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한 서유정은 매우 피곤해서 그가 왜 기분이 나쁜지 물어볼 여유도 없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곧 잠들었다.

옅게 잠이 든 탓에 양주원의 차가 한진숙의 집 아래에 멈췄을 때쯤 이미 눈을 떴다.

“가서 과일 사 올 테니까 먼저 올라가.”

양주원은 말이 없었고 서유정도 그의 대답 따위 기다리지 않은 채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한진숙이 사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과일 가게가 있었는데 서유정은 한진숙이 좋아하는 과일을 몇 가지 골라 계산을 한 뒤 그대로 들고 돌아갔다.

양주원은 올라가지 않고 차 옆 운전석 문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희미하게 번뜩이는 불빛 아래 그의 이목구비도 흐릿하게 보였다.

서유정은 발걸음을 멈추고 평온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발걸음 소리를 들은 양주원은 담배를 끄고 시선을 들어 서유정을 한 번 쳐다본 후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내 침묵하며 한진숙의 집 문 앞까지 걸어간 뒤 문을 두드리기 전에 양주원은 그녀를 돌아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라온 나랑 나경이 사진을 봤어. 이따가 물어보면 가짜라고 해.”

“지금 널 도와 어머님께 거짓말하라고 날 부른 거야?”

양주원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말하며 그는 갑자기 조롱 가득한 표정으로 서유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서유정, 아직도 나한테 쓸데없는 기대를 품고 있는 거야?”

서유정이 양손을 말아쥐자 비닐봉지의 손잡이가 손가락을 아프게 조였다. 그 아픔이 손가락에서 심장까지 전해지며 가슴에도 따끔한 통증이 일었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순간 양주원 뒤에 있던 문이 갑자기 열리며 한진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으면서 왜 문을 안 두드려? 빨리 들어와. 음식 다 준비됐어.”

양주원이 먼저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가고 서유정은 입술을 깨물며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한진숙은 서유정의 손에서 과일을 받아서 들며 웃었다.

“이제 곧 한 가족이 될 텐데 밥 먹으러 오면서 뭘 이런 걸 사 왔어.”

신발을 바꿔 신던 서유정이 멈칫했다. 그들의 결혼식을 미룬 것에 대해 양주원이 아직 한진숙에게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한진숙을 올려다보며 웃었다.

“그냥 과일 좀 사 왔어요. 어머님.”

“그래, 다음엔 뭐 사 들고 오지 마. 얼른 손 씻고 밥 먹자.”

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앞으로 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식사 중 한진숙은 계속 서유정과 양주원의 결혼식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도와줄 건 없는지 물었고 짜증이 난 양주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니, 이건 저와 유정이 일이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오늘 아들과 여비서의 사진을 본 이후로 한진숙은 내내 화를 참고 있다가 짜증 가득한 그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그녀는 바로 젓가락을 탁자에 내리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 결혼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한번 말해봐. 그 여비서랑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곧 결혼할 애가 여비서랑 그런 스캔들에나 휘말리고 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부엌은 조용해졌고 서유정은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을 뿐 양주원을 변호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애초에 그가 바람을 피운 거니까 대신 숨겨줄 의무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양주원은 서유정을 한 번 쳐다보더니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한 그녀의 표정에 차갑게 웃었다.

“보신 그대로예요. 마음에 드시면 제가 다음에 데리고 와서 인사드릴게요.”

한진숙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물들더니 곧장 고개를 들고 그의 뺨을 내리쳤다.

“양주원,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너 창업 초기에 가난하고 아무것도 없을 때 유정이는 싫은 내색 한번 안 하고 너랑 같이 반지하에 살면서 창업 도왔어. 이제 그깟 돈 좀 벌었다고 네가 대단한 것 같아? 그 여비서가 왜 너랑 만나겠어? 다 네 돈 때문이잖아. 네가 예전처럼 가난뱅이였으면 걔가 널 거들떠보기나 했겠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7화

    “지금 퇴근 시간이라 길이 막힐까 봐 30분 일찍 출발했어요.”“맞아요. 우리도 아까 십몇 분 일찍 출발했는데도 좀 막혔어요.”서유정이 박수환 곁으로 걸어가 앉으며 웨이터를 불러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일행이 주문을 마친 뒤 서유정이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문이 닫히기 무섭게 박현우가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작은아버지, 유정 누나와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네요.”서유정을 누나라고 부르는 소리에 박수환은 눈살을 찌푸렸다.“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박현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박수환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도 용기를 내어 박수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작은아버지, 나도 유정 누나를 좋아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각자 열심히 해보죠.”천희의 일자리도 포기하고 서유정 곁으로 온 이유는 서유정과 함께 로펌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였다.상대가 자기 작은아버지라 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박수환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이렇게까지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박현우는 물러서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선전포고했다.“너와 유정 씨는 어울리지 않아.”“그럼 작은아버지는 어울려요? 작은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미 결혼 상대 알아보고 있다는 거 알잖아요.”말이 끝나자마자 룸 안의 분위기가 순간 얼어붙었다.“내 결혼은 그분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야.”“너무 자신만만하네요.”그들이 박수환을 아끼는 만큼 서유정이 박수환의 아내가 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다.박수환의 아내를 고르는 조건은 전에도 봤지만 가혹하다는 표현으로 부족했다.한성 사람이어야 한다는 첫 번째 조건만 봐도 서유정은 탈락이었다.“넌 내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어. 유정 씨 곁에서 보조 역할이나 잘해. 다른 마음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야.”박현우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작은아버지, 저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유정 누나가 꼭 작은아버지를 좋아할 거라는 생각도 안 해요.”박수환이 눈썹을 치켜올리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6화

    “그래요.”전화를 끊은 뒤 서유정은 식당을 예약하고 주소와 시간을 박수환에게 보냈다.저녁 무렵, 박현우는 서유정의 차를 타고 식당으로 향했다.식당으로 가는 길에 서유정은 그에게 저녁에 친구 한 명과 함께 식사한다고 말했다.“유정 누나, 어떤 친구예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지난번에 우리 같이 밥 먹다가 만난 그 옛 동창이에요?”박현우의 말에 서유정은 잠시 기억을 떠올리다가 그가 성우현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아니요. 또 다른 친구인데 남자고 현우 씨는 본 적이 없어요.”“남자요?”박현우는 무심코 목소리를 높이며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오늘은 그가 입사한 기념으로 서유정이 밥을 사주는 건데 여자라면 모를까, 남자가 오는 건 대체 무슨 일일까.그의 격한 반응에 서유정이 입을 열었다.“요즘 내가 일 때문에 바빠서 거의 매일 저녁 그 사람 집에서 밥을 먹었어요. 오늘 저녁에 같이 밥이나 사주려고요.”그 말을 듣고 박현우는 마음속에 위기감이 밀려왔다. 예전에 서유정이 천희에 있을 때 그들은 매일 같이 일했어도 남자가 저녁을 해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고작 한 달 만에 서유정 곁에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놀랐다.“그 사람 참 착하네요. 그러면 앞으로 내 저녁도 같이 해달라고 해야겠네.”질투심에 박현우의 말투가 다소 시큰둥했다.서유정은 웃음을 머금은 채 그를 돌아보았다.“요리사도 아니고 매일 밥 얻어먹는 것도 미안한데 현우 씨까지 오면 난 내일 먹을 밥이 없어요.”“알겠어요.”보아하니 시간을 내서 요리 배우러 가야 할 것 같았다.절대 다른 남자에게 빈틈을 줘서는 안 된다.박현우는 투지를 불태우며 오늘 저녁 반드시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해 상대가 알아서 물러서도록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그 생각은 룸 문이 열리며 안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본 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안에 있는 남자를 본 박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환각을 본 건 아닌지 의심했다. 내디뎠던 발은 저절로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5화

    거절당하고 싶지 않았다.서유정이 로펌을 떠난 후 박현우는 당시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서유정이 가장 어려울 때 그녀를 도와주도록 자기 부모님께 연락하지 않은 것도 후회했다.그동안 일 때문에 바빠서 정신이 없었지만 항상 서유정이 떠올랐다.그녀를 잊으려 애써봐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서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다가 곧이어 입을 열었다.“현우 씨, 내 생각엔 천희에 남는 게 내 보조로 오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요. 천희는 종합적인 역량이 강하고 발전 가능성도 좋은 로펌인데 내 로펌은 막 등록한 지 얼마 안 돼서 언제 망할지 모르잖아요. 현우 씨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박현우는 서유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유정 누나, 나는 누나를 믿어요. 누나의 로펌은 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그의 진지한 눈빛을 보자 서유정은 입술을 꽉 다물며 속으로는 감동이 밀려왔다.자신조차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 박현우는 이렇게나 그녀를 믿어주고 있었다.“내 로펌에 오면 천희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 거예요. 잡다한 일도 많이 해야 하고 야근도 자주 할 텐데 내가 현우 씨라면 천희에 계속 있을 거예요.”대형 로펌에 있는 게 막 설립되어 앞날이 불투명한 개인 로펌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유정 누나, 날 계속 보조로 쓸 건지 그것만 말해줘요. 다른 건 내가 다 생각해 봤어요. 제대로 생각 안 했으면 오늘 찾아오지도 않았을 거예요.”이 말을 듣고 서유정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박현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로펌에 온 걸 환영해요.”고개를 숙여 서유정의 하얀 손을 본 박현우도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유정 누나, 나를 보조로 삼은 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박현우가 오면서 서유정은 보조를 따로 뽑을 필요가 없어졌고 당분간은 회계 담당자와 청소 담당자 한 명만 더 채용하면 됐다.오후, 박현우는 천희로 돌아가 퇴사 절차를 밟았다.서유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진태현에게 전화를 걸어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4화

    신나경은 급히 손을 뻗어 문을 잡으며 당황한 표정으로 양주원을 바라보았다.“주원 씨, 나... 나 임신했어...”...서씨 가문.서민아는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다가 메일 한 통을 받았다.메일을 열어 첨부 파일을 다운로드해 보니 몇 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바로 밤에 박수환과 서유정이 마트를 돌아다니는 장면이었다.몰래 찍은 사진이라 정면은 거의 없고 대부분 옆모습이나 뒷모습이었다.서민아는 박수환의 옆얼굴을 응시하며 미간을 찌푸렸다.지난번 화원에서 박수환을 봤을 때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 사진을 보니 그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분명 어디선가 이 남자를 본 적이 있었다.한참 동안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자 서민아는 바로 답장을 보내 상대에게 박수환을 조사해 보라고 했다.휴대폰을 끄며 서민아는 입가에 냉소를 띠었다.서유정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다. 서유정은 영원히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다음 날 아침, 서유정이 막 일어나자마자 송지민의 전화가 걸려 왔다.“유정아, 방금 오빠가 알려준 건데 양주원 그 쓰레기가 신나경 데리고 그 병원 산부인과로 갔대. 빌어먹을 자식이 어젯밤엔 인스타로 애절한 척하다가 다음날 바로 내연녀 데리고 산부인과로 가네. 재수 없는 것들!”그 말을 듣고 서유정은 눈을 내리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양주원 일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관심도 없고.”“8년이나 만나고 이제 겨우 행복을 누리나 싶었는데 그걸 홀라당 뺏겼잖아. 화가 나서 미치겠어!”“애초에 빼앗겼다는 건 내 것이 아니란 소리야. 신나경이 아니라 다른 여자라도 나는 더 이상 신경 안 써.”헛된 미련 때문에 이미 양주원에게 3년의 세월을 허비했다.이제 서유정은 오로지 열심히 노력해 예전에 못다 한 꿈을 이루고 싶었다.“어휴... 맞는 말이야. 결국은 양주원 그 쓰레기 잘못이지.”“됐어, 너도 이젠 관심 꺼. 그럴 가치도 없잖아. 난 면접이 있어서 이만 끊을게. 안녕.”전화를 끊고 서유정은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일어나서 씻은 다음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3화

    박수환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요즘 대학원 준비랑 로펌 설립 준비하느라 바쁘지 않아요? 감당할 수 있겠어요?”“로펌에 최근 지원한 사람들이 다 적절하지 않아서 채용 요건과 급여를 조정해 볼 생각이에요. 대학원 준비는 좀 미뤄도 돼요.”어차피 내년에 지원할 계획이라 시간이 좀 여유로웠다.박수환은 잠시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생각해 보니 저녁에 시간을 내어 요리까지 하기엔 유정 씨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밥 얻어먹는 게 미안하면 이따가 나랑 같이 장 보러 마트 가요. 그쪽이 재룟값 내고 내가 요리하는 것 어때요?”서유정은 다소 마음이 동했지만 그래도 박수환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근데 그러면 수환 씨 시간도 많이 낭비할 것 같은데요.”“괜찮아요. 요즘 일도 없어서 집에서 쉬는데 1인분과 2인분 하는 게 별 차이도 없어요.”“그래요. 그럼 앞으로 한동안 계속 신세 질게요. 일자리 찾으면 그땐 나도 요리할게요.”“좋아요.”두 사람은 밥을 먹고 정리를 마친 후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갔다.그들이 사는 건물 근처에 대형 체인 마트가 하나 있어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마트에 들어서자 박수환은 익숙한 듯 왼편에서 카트를 밀고 서유정과 함께 안쪽으로 걸어갔다.“요즘 먹고 싶은 음식 있어요?”서유정은 고개를 저었다.“뭐든 괜찮아요. 난 가리는 것 없어요.”“그럼 먼저 채소 코너부터 보러 갈까요?”“네.”두 사람은 채소 코너로 들어가 각자 채소 한 가지를 고른 뒤 수산물과 육류 코너로 향했다.누구도 뒤에서 휴대폰으로 그들이 함께 장 보는 모습을 찍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장을 다 본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다.서유정은 저녁에 처리할 일이 조금 남아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했다.한편, 연화 어느 별장 구역 퍼스트 빌리지 안.양주원은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손에 쥔 채 무표정한 얼굴로 과거 서유정과 열애하던 시절에 찍은 영상을 보고 있었다.영상 속 두 사람은 10년 후의 미래를 이야

  • 내 결혼의 불청객   제192화

    양주원이 한 말 때문에 서유정은 다소 기분이 좋지 않았다.집에 돌아와 신발을 갈아신은 뒤 소파에 앉아 잠시 쉬려던 참에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박수환이 보낸 메시지였다.[집에 왔어요? 밥해놨으니까 와서 먹어요.]서유정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박수환이 일부러 그녀의 밥까지 했다는 생각이 들자 가지 않으면 그의 성의를 저버리는 것 같았다.[알겠어요.]박수환에게 답장을 보낸 서유정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일어나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바로 맞은편에 다가가 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문이 안쪽에서 열렸다.“들어와요. 오늘 어차피 바닥 청소할 거라 신발은 바꿔 신지 않아도 돼요.”“네.”박수환이 그녀를 바라보며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오늘 무슨 일 있었어요?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서유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아니에요... 조금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서유정은 시선을 내린 채 더 이상 박수환과 두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오기 전에 일부러 마음을 다잡았는데 이렇게 쉽게 박수환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박수환도 더 묻지 않고 몸을 돌려 안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오늘 두부 파무침을 했는데 맛있는지 먹어봐요.”“네.”밥을 먹던 중 서유정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발신자가 송지민이라는 걸 확인한 서유정은 휴대폰을 들고 박수환을 보며 말했다.“잠깐 전화 받고 올게요.”“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지민아, 무슨 일이야?”“유정아, 양주원 그 쓰레기 인스타 봤어?”서유정은 휴대전화를 쥔 손가락에 살짝 힘이 들어가며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아니, 헤어지고 나서 차단했어.”“아, 네가 차단한 거 깜빡했네...”“왜?”“별일 아니야. 그 쓰레기 같은 놈이 인스타에 어떤 별장 사진 몇 장을 올리면서 너에게 집을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약속을 못 지켰다고 하더라... 미친놈, 헤어지고 나서야 갑자기 애틋한 척하네. 신나경 그년을 별장에 데리고 가서 몇 번이나 뒹굴었는지 누가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