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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스프링 가든
지금 그와 신나경의 사진이 공개되자 신나경은 자연스레 진짜 여자 친구인 서유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 양주원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고 즉시 해명하라고 요구했을 테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울거나 화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양주원이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보고 싶었다.

그대로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나서서 해명할 것인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서유정은 계속 일을 했다.

하루 종일 집중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 일에 대해 별 신경 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미리 앞당겨 할 일을 끝마쳤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서유정은 SNS를 열었다.

오전의 검색어는 이미 완전히 사라졌고 양주원의 SNS나 에어 테크의 공식 계정에도 관련 해명은 전혀 없었다.

해명하지 않는 건 곧 인정한다는 의미임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게다가 그녀와 양주원이 만난다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지금 해명하지 않는 것은 그의 회사에 시한폭탄을 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폭탄이 터지면 그의 회사 이미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한데도 그는 신나경을 위해 곧 닥칠 나쁜 결과조차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유정은 딱히 그런 행동이 놀랍지도 않았고 오히려 예상했던 대로였다.

꼭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처럼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마침내 받아들였다. 자신이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어 언제든지 지워버릴 수 있다는 것을.

심지어 여자 친구인 신분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컴퓨터를 끈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양주원이 신나경을 말디부로 데려가기 전의 생활로 돌아갔지만 서유정은 다시는 그 앞에서 결혼에 관한 얘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서유정이 말하지 않으니 양주원도 더더욱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넘겼다.

인터넷엔 양주원이 신나경에게 죽을 먹이는 사진 외에 별다른 소식이 없었지만 자신이 에어 테크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누군가 남몰래 양주원이 신나경을 무척 아끼며 매일 그녀의 출퇴근을 함께하고 자주 명품도 선물한다는 소문을 흘렸다.

이것만으로 네티즌의 상상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서유정은 두 건의 사건을 맡아 바쁘게 지내느라 그 사진으로 인한 소동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로펌의 다른 동료들은 이를 보고도 감히 서유정 앞에서 말하지 못했다.

금요일 저녁, 서유정은 오후 6시 넘어서까지 일에 매달리며 재판에 쓸 자료를 정리했다.

그녀가 기지개를 켜며 퇴근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가 양주원임을 확인한 그녀의 눈동자가 번뜩이다가 한참 후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이미 짜증이 잔뜩 난 양주원의 목소리가 깊게 잠긴 채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어머니가 저녁 먹으러 오래. 지금 네 회사 아래에 있어.”

서유정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꽉 쥐며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알겠어.”

10분 후, 서유정은 양주원의 차에 올랐다.

표정이 싸늘한 걸 봐선 기분이 매우 나쁜 모양이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한 서유정은 매우 피곤해서 그가 왜 기분이 나쁜지 물어볼 여유도 없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곧 잠들었다.

옅게 잠이 든 탓에 양주원의 차가 한진숙의 집 아래에 멈췄을 때쯤 이미 눈을 떴다.

“가서 과일 사 올 테니까 먼저 올라가.”

양주원은 말이 없었고 서유정도 그의 대답 따위 기다리지 않은 채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한진숙이 사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과일 가게가 있었는데 서유정은 한진숙이 좋아하는 과일을 몇 가지 골라 계산을 한 뒤 그대로 들고 돌아갔다.

양주원은 올라가지 않고 차 옆 운전석 문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희미하게 번뜩이는 불빛 아래 그의 이목구비도 흐릿하게 보였다.

서유정은 발걸음을 멈추고 평온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발걸음 소리를 들은 양주원은 담배를 끄고 시선을 들어 서유정을 한 번 쳐다본 후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내 침묵하며 한진숙의 집 문 앞까지 걸어간 뒤 문을 두드리기 전에 양주원은 그녀를 돌아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라온 나랑 나경이 사진을 봤어. 이따가 물어보면 가짜라고 해.”

“지금 널 도와 어머님께 거짓말하라고 날 부른 거야?”

양주원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말하며 그는 갑자기 조롱 가득한 표정으로 서유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서유정, 아직도 나한테 쓸데없는 기대를 품고 있는 거야?”

서유정이 양손을 말아쥐자 비닐봉지의 손잡이가 손가락을 아프게 조였다. 그 아픔이 손가락에서 심장까지 전해지며 가슴에도 따끔한 통증이 일었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순간 양주원 뒤에 있던 문이 갑자기 열리며 한진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으면서 왜 문을 안 두드려? 빨리 들어와. 음식 다 준비됐어.”

양주원이 먼저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가고 서유정은 입술을 깨물며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한진숙은 서유정의 손에서 과일을 받아서 들며 웃었다.

“이제 곧 한 가족이 될 텐데 밥 먹으러 오면서 뭘 이런 걸 사 왔어.”

신발을 바꿔 신던 서유정이 멈칫했다. 그들의 결혼식을 미룬 것에 대해 양주원이 아직 한진숙에게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한진숙을 올려다보며 웃었다.

“그냥 과일 좀 사 왔어요. 어머님.”

“그래, 다음엔 뭐 사 들고 오지 마. 얼른 손 씻고 밥 먹자.”

서유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앞으로 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식사 중 한진숙은 계속 서유정과 양주원의 결혼식 준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도와줄 건 없는지 물었고 짜증이 난 양주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니, 이건 저와 유정이 일이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오늘 아들과 여비서의 사진을 본 이후로 한진숙은 내내 화를 참고 있다가 짜증 가득한 그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

그녀는 바로 젓가락을 탁자에 내리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 결혼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한번 말해봐. 그 여비서랑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곧 결혼할 애가 여비서랑 그런 스캔들에나 휘말리고 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부엌은 조용해졌고 서유정은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을 뿐 양주원을 변호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애초에 그가 바람을 피운 거니까 대신 숨겨줄 의무도, 그럴 생각도 없었다.

양주원은 서유정을 한 번 쳐다보더니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한 그녀의 표정에 차갑게 웃었다.

“보신 그대로예요. 마음에 드시면 제가 다음에 데리고 와서 인사드릴게요.”

한진숙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물들더니 곧장 고개를 들고 그의 뺨을 내리쳤다.

“양주원,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너 창업 초기에 가난하고 아무것도 없을 때 유정이는 싫은 내색 한번 안 하고 너랑 같이 반지하에 살면서 창업 도왔어. 이제 그깟 돈 좀 벌었다고 네가 대단한 것 같아? 그 여비서가 왜 너랑 만나겠어? 다 네 돈 때문이잖아. 네가 예전처럼 가난뱅이였으면 걔가 널 거들떠보기나 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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