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이 아이디어 괜찮네. DNA 검사가 가장 직접적이고 설득력 있긴 하지. 내일 데려와서 DNA 검사할 수 있도록 할게. 소송 걸 때 증거를 던져주면 그 사람들도 할 말이 없을 거야. 하지철이 그 집 손자가 아닌 이상.”하예정이 말했다.“...그러면 만약 하지철이 그 집 손자가 아니라면...”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이 둘 부부는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다 결국 전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러면 직접 할아버지와 DNA 검사할 수밖에. 영감님이 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철을 이용해 할아버지 머리카락 열 몇 가닥을 뽑아달라고 하면 돼. 머리카락에는 꼭 모낭이 달려있어야 한다고 알려줘. 할아버지 머리카락만 있다면 채혈하지 않아도 DNA 검사 진행할 수 있어.”하지철은 하씨 가문에서 가장 어린아이였고 또 하예정이 두 번이나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에 그 공포감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하예정도 전태윤의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러면 태윤 씨가 말한 대로 하지철을 이용해 할아버지 머리카락을 뽑아서 제가 할아버지랑 DNA 검사하는 것이 좋겠어요. 결과가 나오면 아버지가 하씨 가문의 자식인지 알 수 있겠죠.”이 둘 부부는 대화를 이어가면서 집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멀지 않다고 느껴졌다.곧 로얄팰리스 피크 별장에 도착했다.하예정은 별장 문을 열어주고 있는 숙희 아주머니를 보면서 월급 인상과 관련 문제를 전태윤과 상의했다.“우리 집 결정권은 당신한테 있어. 숙희 아주머니에게 월급을 인상해 주고 싶으면 인상해 드려. 상의 같은 거 안 해도 돼.”“아주머니 일도 아닌데 우리 언니에게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월급을 인상해 드리지 않으면 제가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요. 이 집은 태윤 씨와 제가 공동으로 꾸려나가는 거잖아요. 태윤 씨한테 결정권이 없다고 해도 알아야 될 거 아니에요. 저희 집안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그래. 그럼 인상해 드려.”고개 돌려
“...숙희 씨가 말해줘서 다행이에요. 제가 따라 들어갔다간 도련님이 화냈겠어요. 도련님 방은 요구대로 잘 꾸며놨어요?”박 집사가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아주 로맨틱하게 다 꾸며놨어요. 사모님이 감동하실 거예요. 두 분 사이도 좋아질 거고요.”숙희 아주머니가 기대를 품고 말했다.“사모님 하루빨리 아이를 가졌으면 좋겠네요.”전태윤이 노력하는 거 봐서라도 일찍 아이를 가졌으면 했다.“이런 말은 저한테만 하고 사모님 앞에서는 하지 마세요. 부담을 느끼실 수 있어요. 도련님과 사모님 함께 지낸 지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아직 둘만의 세계를 누리고 싶어 하실 수도 있잖아요.”박 집사도 하예정이 일찍 아이를 가졌으면 했지만, 이 둘 부부가 몇 년간 둘만의 세계를 가지고 싶어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직원으로서 재촉하기도 그랬다.숙희 아주머니가 말했다.“알아요. 사모님 앞에서는 이런 말을 안 하죠. 저는 누구보다 사모님과 도련님이 계속 사랑하는 사이였으면 좋겠어요.”숙희 아주머니는 전태윤이 하예정을 좋아하게 된 과정과 두 사람이 서로 다투고 냉전을 벌이는 모습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었다.전태윤은 가끔 숙희 아주머니와 투정을 부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숙희 아주머니는 인생 멘토를 해주기도 했다.박 집사가 말했다.“저도 도련님과 사모님이 영원히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더는 다투고 냉전을 벌이지 말았으면 좋겠네요.”지난번 박 집사한테 일이 생겨서 장 집사가 일을 도맡아 했을 때, 전태윤이 밝힌 신분을 하예정이 받아들일 수가 없어 싸웠을 때도 직원들은 심장을 졸이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장 집사는 하루에 몇십 번이고 박 집사한테 전화하여 일을 더는 못하겠다고 투정 부렸다.숙희 아주머니는 그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렸다.“전씨 가문 남자들은 아내를 예뻐하죠.”이것으로 자신을 위로했다.이 둘이 밖에서 하는 대화를 하예정은 들을 수가 없었다. 전태윤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 방안은 알록달록한
“그래.”전태윤은 그녀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했다.하예정은 전태윤이 선물한 꽃다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더니 핸드폰을 꺼내 방안의 로맨틱한 장식과 자신을 향한 전태윤의 사랑을 기록했다.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마지막에는 함께 셀카를 여러 장 찍었다.하예정은 많이 행복해 보였다.“위층으로 가봐요.”하예정이 웃으면서 말했다.“저희 방도 이렇게 꾸민 거 아니죠? 안 봐도 이쁘고 로맨틱할 거예요. 너무 행복해요.”전태윤은 그저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향했다.하예정의 예상대로 레드카펫은 방 문 앞까지 깔렸다.방문을 열고 들어간 하예정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1층과 별로 큰 차이는 없었지만 로맨틱한 문구들이 많이 적혀있었다. 이런 로맨틱한 방안에서 이 둘은 술을 한잔 기울이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이 밤, 아름답고 따뜻한 감정들로 가득했다.해가 뜨고 밤이 낮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하예정은 평소 기상 시간에 깨어나지 못했고 달콤한 잠에 빠졌다.옆에 있던 전태윤은 평소처럼 눈뜨자마자 고요 속에 행복해 보이는 하예정의 얼굴을 부드럽게 바라보더니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했다.“예정아, 좋은 아침이야.”전태윤은 그녀에게 입맞춤하고서 귓가에 좋은 아침이라고 속삭였다.달콤한 잠에 빠진 하예정은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예정아, 어제저녁에는 내가 좀 거칠었지? 계속 자. 나는 출근해서 돈 벌어올게.”전태윤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더니 또 얼굴에 뽀뽀했다. 출근하기 싫었지만 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반 시간 뒤.전태윤은 상쾌한 기분으로 1층으로 내려갔다.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 집사는 전태윤을 보더니 공손하게 인사했다.“도련님, 아침 준비되었습니다.”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꾸며진 거실을 쭉 둘러보았다.“낮에는 또 다른 모습이네요.”박 집사가 웃으면서 말했다.“이것은 도련님이 사모님을 위해 준비하신 것입니다. 낮이든 밤이든 언제나 아름답죠. 사모님께서 많이 행복해하실 겁니다.”어제저녁 많이 만족한
어르신은 전태윤이 아닌 다른 손자들의 혼사를 걱정하고 있었다.서로 사랑하는 부부를 한 쌍 탄생시켰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여 나머지 혼령에 달했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손자들을 장가보내고 싶었다.그리고 증손녀 안기를 기다리면 되었다.천만 원의 보너스를 갖고 싶은 자는 증손녀를 안고 오면 된다.전태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거실 소파에서 15분 동안 신문을 읽고서야 집을 떠나 회사로 향했다.집을 나서기 전까지도 숙희 아주머니에게 하예정을 잘 돌봐주라고 부탁했다. 그 걱정스러운 표정은 숙희 아주머니가 하예정을 안고 출근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강일구.”차에 올라타기 전, 전태윤은 갑자기 강일구에게 이렇게 말했다.“오늘은 나 따라다니지 않아도 돼. 한 가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 지금 하 씨네 마을로 가서 하지철을 찾아내. 협박으로든 유혹으로든 하 영감의 머리카락 열몇 가닥을 구해오게 해. 모낭이 있는 것으로. 자르면 안 돼. 그리고 투명한 봉투에 영감님 머리카락을 담아 오라 해.”강일구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지금 바로 하 씨네 마을로 가보겠습니다.”강일구에게 분부를 마친 전태윤은 그제야 차에 올라탔고 경호원들의 호송 아래 피크 별장을 떠났다.회사로 가던 길, 전태윤은 어제저녁 하예정과 좋은 시간을 보낼 때 언니가 시름 놓고 장사할 수 있게 우빈이를 가게에서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기사에게 이렇게 말했다.“노 씨 그룹에서 나오면 보이는 거리에 있는 하루 토스트 가게로 가주세요.”전태윤과 친한 친구 사이인 노동명을 자주 노 씨 그룹에 데려다줬기 때문에 노 씨 그룹에서 나오면 보이는 거리라고 말해서 듣자마자 알았다.하예진이 어제 써 붙인 직원모집 공고로 인해 어제 오후부터 전화로 상담하는 사람이 많았다.원래는 한 명만 뽑고 싶었지만 결국 성실해 보이고 손발이 빠른 중년 아줌마 두 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가정 부담이 큰 사람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일을 그만두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두 사람 모
서현주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두리번거리더니 우빈이가 보이지 않자 실망은 했지만, 얼굴에 티 내지 않았다.두 직원은 오늘부터 출근하는지라 주형인과 서현주의 관계를 모르고 웃으면서 무엇을 주문하실지 여쭸다.주형인은 서현주를 데리고 텅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자기 뭐 먹고 싶어?”집을 나서기 전, 서현주는 주형인더러 하예진이 보는 앞에서 다정하게 자기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하예진이 주형인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다고 해도 서현주는 여전히 하예진을 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빼앗아서 얻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시 빼앗길까 봐 불안했다.“형인 씨가 먹고 싶은 거 먹으면 돼요.”주형인은 직원에게 주문했다.“베이컨 토스트 하나, 햄 치즈 토스트 하나, 콜라 두 잔이요.”직원은 주문을 받고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주방으로 향했다.토스트는 하예진이 직접 해야 했고 콜라는 그냥 냉장고에서 꺼내 가면 되었다.“왜 우빈이가 안 보이죠?”서현주가 자연스레 물었다.주형인도 원래 가게에 있어야 할 우빈이가 어디 갔는지 몰랐다.‘설마 처제가 데려갔나?’“예진이한테 물어보고 올게요.”서현주가 주씨 집안사람들이 우빈이 보러 가도 된다고, 심지어 우빈이를 데리고 주씨 집안에서 한동안 지내도 된다고 해서 그녀의 앞에서 아들을 입 밖에 꺼낼 수 있었다.주형인은 홀과 주방 사이에 있는 창구를 통해 주방 안에서 한창 바쁘고 있던 하예진에게 물었다.“예진아, 내 아들은?”하예진은 그저 힐끔 보더니 하던 일을 계속했다.한참 후, 주형인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기 직전에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잠들었어.”“잠들었다고? 어디 있는데?”하예진은 대답하지 않았다.주형인이 또 중얼거렸다.“예진아, 요즘 가게 장사도 좋아져서 바쁜 것 같은데 우빈이 여기 있는 거 안전하지도 않잖아. 만약 네가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서 가게 밖을 나갔다가 유괴범이 데려가면 그때 가서 울고 싶어도 못 울어. 하얗고 포동포동한 우리 아들 유괴범들이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내가 데려가서
“우빈이 제부 따라갔어.”“뭐? 우빈이 이미 잠들지 않았어?”하예진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제부가 잠든 채로 안고 갔어. 당신 우빈을 데려가고 싶거든 전씨 그룹에 데리러 가던가.”“....”“우빈이 당신 집에 머물고 싶지 않대. 우빈이 보고 싶으면 예정이네 서점으로 가. 나 요즘 바빠서 돌보기 어려울 것 같아 예정이한테 맡겼어.”주형인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뭐라 할 말이 없었다.우빈이 스스로 선택하게 해도 그는 제 친아버지보다 이모 쪽을 선택했을 테니.주형인은 지난번에 아들을 달래며 이튿날 동물원에 데려가 놀겠다고 했을 때, 꼬마 녀석이 무척이나 기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다음 날 꼬마 녀석은 동물원조차 포기한 채 이모를 따라갔다.그는 자신이 아버지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주우빈은 비록 그를 아빠라고 부르지만, 그와 절대 친하지는 않았다.주형인이 굳은 얼굴로 테이블로 돌아와 앉자, 서현주가 물었다.“오빠,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혹시 하예진이랑 싸웠어요? 우빈이는요?”“전태윤이 데려갔대. 우빈이가 우리와 함께 살기 싫다고 한다는데, 훤한 일이잖아. 우리 엄마, 아빠가 예전에 우빈이를 돌본 적도 없고, 나도 바빠서 애랑 놀 새가 없었거든. 정이 깊지 않은데 우리 집에 오려 하겠어? 그렇다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주형인은 잠시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우리 앞으로 우빈이 보고 싶을 때 다시 와서 보자.”서현주는 내심 조급했지만, 티를 내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부자지간이라도 시간을 들여 정을 쌓아야 해요. 앞으로 시간이 있을 때 자주 와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재미있는 것도 사주고, 어린이 놀이동산에도 데려가요. 시간이 지나면, 우빈이도 오빠와 함께 살고 싶어 할 거예요.”“그래, 서두르지 말자.”“우리 하예진에게 이번 주말에 우빈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고 싶다고 할까요?”“좋아, 지난번에 우빈이한테 동물원에 가자고 했더니 너무 신나 하더라.”주형인은 서현주가 무슨 속셈을 품고
“맞아, 그러니 사모님의 조카인 거네. 난 대표님이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대표님의 표정이 하도 부드러워 친아들을 안고 있는 줄로 알았거든.”“좋은 아빠가 되려고 미리 경험을 쌓고 있으실지도. 혹시 사모님께서 임신하셔서, 우리 대표님께서 이렇게 미리 조카를 데리고 다니시는 거 아닐까? 앞으로 아이 잘 돌보려고.”다른 프런트는 생각에 잠겼다. 정말 그런 건가?깊은 잠이 든 우빈은 전태윤의 품에 안겨 회사에 도착한 후에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태윤은 하는 수 없이 꼬마 녀석을 휴게실의 침대 위에 살며시 눕혀놓았다.그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꼬마 녀석을 도와 외투, 신발 그리고 양말을 벗겨준 후 이불을 덮어 주었다.귀여운 아이를 보며 전태윤은 마음이 누그러졌고,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어린아이의 작은 얼굴에 뽀뽀했다.“우빈아, 널 보면 이모부도 딸애나 아들애를 가지고 싶어져.”고이 잠든 우빈은 전태윤에게 응답할 리 없었다.전태윤은 잠시 보고 있다가 휴게실을 나와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때, 마침 조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노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전태윤은 노동명과 프로젝트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했던 게 생각났다. 그는 어! 하고 조 비서에게 노동명을 들여보내라고 했다.노동명은 곧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며 웃으며 물었다.“태윤아, 네가 회사에 어린아이를 하나 데려왔다고 들었는데, 혹시 너의 사생아 아니야? 너 참 대단하다 대단해, 나조차도 네가 밖에 사생아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몰랐어.”전태윤은 아무거라도 들어 노동명에게 던지고 싶었다. 아쉽게도 손으로 잡기 맞춤한 것이 곁에 없었다.“내 사생아는 아니지만, 누군가는 그 애의 아빠가 되고 싶어 하지.”“우빈이야?”노동명은 생각도 거치지 않고 우빈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전태윤이 그 말을 하자마자 우빈이라고 말하다니...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만 같았다.그도 주우빈을 매우 좋아하고, 그 아이가 자기 아들이기를 바라지만, 하예
노동명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그가 오늘 전태윤을 찾아온 이유는 프로젝트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러 온 것이다. 두 사람은 곧 본론에 들어갔다.이야기가 끝난 후, 노동명은 떠날 준비를 했다.“나 다시 들어가서 우빈이가 깨났나 볼게. 만약 깨났다면 내가 데리고 놀러라도 갈까?”“데리고 가긴 어딜까? 네가 데리고 나가면 아마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울 거야.”노동명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그렇다, 우빈인 항상 그와 친하지 않다.다시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간 노동명은 2분도 안 돼 안에서 호들갑을 떨었다.“태윤아, 태윤아, 빨리 와!”“무슨 일이야?”그가 고함을 지르는 것을 들은 전태윤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휴게실로 뛰어들었다.“우빈이 침대에 오줌쌌어. 시트 흠뻑 젖은 것 좀 봐.”노동명은 침대 위의 꼬마 녀석을 가리키며 친구에게 말했다.“....”전태윤은 다가가 먼저 자신의 양복 외투를 벗어 침대맡에 놓은 다음 우빈을 안아 들고 오줌에 젖은 바지를 벗겼다. 그다음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자신의 외투로 감싸 안았다.실컷 잔 우빈은 전태윤이 자기 바지를 벗길 때 눈을 떴다.그는 전태윤을 보고 달콤한 미소를 짓더니 애티난 목소리로 이모부를 불렀다.“이모부.”“응, 우리 우빈이 깼어?”전태윤은 우빈을 안고 휴게실을 나서며 휴게실에 들어오자마자 우빈의 이불을 들추는 친구에게 말했다.“침대 시트 좀 치워 줘.”“우빈이가 오줌 싼...”“싫어?”“...”노동명은 냄새난다고 싫은 것이 아니라, 뭐랄까... 처음으로 어린아이가 오줌을 싼 것을 보고 신기했다.그는 침대 시트를 걷어 우빈의 젖은 바지와 함께 화장실의 세탁기가 던져 넣었다.휴게실에서 나오니 이모부의 정장 코트를 바지처럼 입고 소파에 앉아 있는 우빈이가눈에 들어왔다.“동명아, 너 밖에 가서 우빈이가 입을 새 옷 몇 벌 사 올래?”노동명은 어 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 나갔다.그는 재빨리 근처의 아동복 가게에서 십여 벌의 옷을 골라왔다.“품질이 괜찮아 보이길래 사긴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