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그 세 가지 상징물이 없다면 직계 혈통을 살해했더라도 대리 가주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고 용씨 가문을 진정으로 장악할 수 없었다. 게다가 30년 가까이 일궈 놓은 모든 성과도 결국 다른 사람에게 밥상 차려주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당시 용씨 직계 혈통 중 한 어린아이가 유모에 의해 탈출했고 대리 가주는 사람을 보내 그를 찾으려 애썼다.나중에 드디어 G성 A시 예씨 가문의 큰 사모님 모연정이 입양한 양자 용정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것은 추측일 뿐이었고 또 그들은 용정이란 아이를 직접 보지 못했기에 그가 과연 용씨 직계 혈통의 유일한 혈육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들은 수많은 방법으로 용정에 대해 알아보려 했고 심지어 하예정의 조카 주우빈을 통해 용정을 만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결국 용정에 대한 정보는 더 이상 입수할 수 없었고 그가 예진 리조트를 떠나 어디로 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용정은 용시은 가족에게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로 언제 터져 그들을 산산조각 낼지 모르는 위협이었다.용시은이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아빠가 진짜 가주라면 용진 그룹 열 개라도 눈에 넣지 않았을 거예요.”용씨 가문은 지금껏 용씨 가문의 진정한 권력 핵심을 장악하지 못했고 30년 가까이 대리 가주로 지내 왔음에도 여전히 남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했다.20여 년 전 용태호가 용찬을 데리고 세원 그룹의 회장 선우민아를 찾아간 일도 그런 경우였다.용태호가 진짜 가주가 아니었기에 선우민아라는 여자조차 그를 얕잡아 볼 수 있었던 것이다.용시은은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용찬이 집안으로 들어서자 아버지가 거실 한쪽에서 붓글씨를 연습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곁에서 먹을 갈고 있었다.용태호는 젊었을 때 애인이 많았고 밖에서 낳은 딸도 여러 명 있었다.그러나 늙어서 곁을 지키는 건 여전히 그의 아내, 오채은이었다.이제 용찬이 용씨 가문의 대리 가주가 되었고 그의 동생들도 용씨 그룹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었다.따라서 오채은도 드디어 당당
20년 후.원림성 H시.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여러 대의 검은색 차가 작은 언덕 위로 올라가 마침내 산길 끝에 있는 용씨 가문의 본가 문 앞에 도착했다.본가 대문의 경비원은 그 검은색 차들을 보자마자 재빨리 대문을 열고는 경비실에서 나와 문 앞에서 대기했다.맨 앞의 마이바흐가 안으로 들어서자 그 경비원은 차에 탄 사람에게 경례했다.차는 곧 저택 안으로 진입해 중심 본채 앞에 멈췄다.경호원 차의 문이 먼저 열렸고 여러 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일제히 신속하게 차에서 내려 마이바흐 앞에 섰다.용찬이 차에서 내렸다.그는 굳은 표정으로 매우 화가 난 모습이었다.“아빠!”한 소녀가 집 안에서 급히 달려 나왔다. 그녀는 용찬을 보고 미소를 띠려다가 천천히 얼굴을 굳히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빠, 어떻게 됐어요? 용진 그룹 회장님을 만났어요?”용찬은 딸을 잠시 바라보더니 대답했다.“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 할아버지는 안에 계셔?”“네, 할아버지께서 붓글씨를 연습하시면서 아빠 소식을 기다리고 계세요.”용찬은 곧바로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외동딸 용시은은 바로 따라가지 않고 경호원 중 한 명에게 물었다.“아빠가 용진 그룹에 가셨다고 했는데 정말 회장님을 못 만난 거예요?”경호원이 정중히 대답했다.“네, 아가씨. 회장님은 못 뵈었고 용진 그룹의 비서만 만났습니다. 주 부회장님조차 만나지 못했습니다.”용시은이 눈살을 찌푸렸다.“아빠가 직접 가셨는데도 못 만나다니... 용진 그룹 사장님은 참 거만하시네요. H시에서 누가 감히 아빠 체면을 안 봐줘요? 우리 용씨 가문은 여기서 백 년 가까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지역의 지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경호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용진 그룹이 H시에 자리 잡은 지는 불과 6년이었다.처음에는 작은 회사에 불과했지만 회장 예용정은 매우 뛰어난 인물로, 단 6년 만에 용진 그룹을 세워 용씨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이는 상업계에서 용씨 그룹을 위협하
진소아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그들은 전씨 가문이 보낼 예물이 결코 적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거창할 줄은 몰랐다.이 예물들의 총금액은 진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였다.역시 관성의 최고 갑부답지 않게 씀씀이도 참 컸다.하지만 전씨 가문이 이렇게 후하게 대하는 것은 그만큼 진소아를 중히 여긴다는 뜻이기도 했다.진씨 가문은 이미 전유림에게 만족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욱 확신했다. 진소아가 그 집에 시집가면 분명 행복할 거라고.진소아가 옆에 있는 남자를 툭 치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이 예물, 도대체 얼마나 들인 거예요? 너무 많아요.”“별로 많지 않아요. 소아 씨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에요. 제가 직접 준비한 건 200억이고, 어머니와 할머니, 큰어머니께서 좀 더 보태 주셨어요. 다 합치면 한 600억쯤 될 거예요. 신혼집은 제가 살고 있는 큰 별장으로 하고 거기에 소아 씨 이름으로 앞뒤 정원이 딸린 별장 두 채를 추가했어요. 두 채 합치면 200억 정도 되고 새 차도 두 대 준비했어요.”진소아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그럼 200억 넘잖아요. 유림 씨 재산을 다 털어 넣은 거 아니에요? 동생도 있잖아요.”“제 개인 돈으로 한 거지 우리 집안 돈은 아니에요. 내 동생은 자기 사업이 있고 결혼자금도 스스로 벌 수 있어요. 집에서도 따로 준비해 주겠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부모님께서 모든 걸 털어주신 건 아니니까요.”전유림이 진소아를 안심시켰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어머니가 예물을 준비하실 때 제가 200억을 드려서 주얼리 세트를 장만하게 했어요. 별장과 차는 그 200억에 포함되지 않았어요.”진소아는 말문이 막혔다.그가 말하는 200억이 마치 보통 사람이 말하는 200만 원처럼 느껴졌다.“부담 가지지 마세요. 우리 형들이 결혼할 때도 형수님들께 드린 예물이 이 정도였어요. 집안 어른들은 모두 공평하게 대하셨고 다른 건 형들이 개인적으로 보탠 정도였죠
한참 뒤, 전지율이 커피를 두 잔을 타왔다.“형, 커피 나왔어.”전유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 위에 놓으라는 뜻을 보였다.“그럼 난 먼저 일 본다. 점심엔 네 형수님 출근 마중 가야 하니까. 너는 회사 일이나 잘 챙기고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봐. 혼자서 무작정 뛰어들지 말고. 이 바닥은 언제든 너를 삼킬 수 있어.”“알았어. 이번 일로 다시는 방심하지 않을게.”전지율이 이번에 실패한 건 자만심도 한몫했다. 자신이 형들 못지않게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다.그러나 현실이 그에게 교훈을 주었고 그 역시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지율아,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아니, 난 아직 어려서 당장은 생각 없어. 형들도 모두 서른 넘어서 결혼했잖아. 나도 서른쯤에 생각할 거야. 지금은 일에 집중할 때야. 난 항상 전씨 가문의 아홉째 도련님이라는 타이틀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 그냥 내 힘으로 일어서는 전지율이 되고 싶어.”전유림이 웃으며 말했다.“젊으니까 좋구나. 몇 년은 더 즐길 수 있겠네.”“몇 년 지나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면 나도 여섯째 형처럼 일찍 결혼할 수도 있고.”전지율은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아직 젊고 서두르지 않을 뿐이었다.인연이 오면 받아들일 생각이 있지만 오지 않으면 기다리지도 않았다.“형, 일하러 가봐. 나도 커피 마저 마시고 돌아갈래. 돈 얘기, 잊지 마. 이틀 뒤면 월급 줘야 하니까.”“걱정하지 마. 빌려주기로 한 돈은 꼭 입금될 거야.”전유림이 커피를 들고 책상으로 돌아가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전지율은 커피를 마신 뒤 조용히 자리를 떴다.이튿날, 그는 전유림이 보낸 돈을 받았고 따라서 월급을 밀릴 걱정은 사라졌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학생들은 겨울방학에 들어갔고 한 해가 그렇게 저물어 갔다.설을 앞두고 진소아의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오빠 모두 돌아왔다.하지만 머무를 수 있는 건 사흘 남짓뿐이었다. 그들은
전유림이 동생을 한참 바라보더니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지율아, 사실 네가 서둘러 자신을 증명하려는 마음, 형도 이해해. 그런 생각, 나도 한때 했으니까. 위에 있는 형들이 너무 뛰어나니까 그래.”전유림이 한숨을 내쉬었다.게다가 형들은 한발 앞서 사회에 발을 들였는데 당시엔 지금처럼 경기가 나쁘지 않았다.“맞아. 형들이 너무 잘하니까 나는 항상 스트레스가 커. 사람들은 내가 막내라서 모두가 예뻐하고 사랑해 주니까 아무것도 안 해도 돈이 넘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내가 얼마나 큰 부담을 안고 있는지 몰라. 뭘 하든 사람들은 나를 형들과 비교하곤 했어. 학교 다닐 때도 그랬고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들도 대부분 형들을 가르쳤던 분들이었지. 내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사람들은 ‘네 형은 그렇게 뛰어난데 너는 왜 이렇게 못하냐’라며 핀잔을 줬어. 그래서 나는 죽어라 공부할 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공부에 재능이 있어서 성적은 항상 좋았어. 형들이 다녔던 학교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공부를 잘해서 사람들에게 ‘형들만 못하다’, ‘전씨 가문의 체면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었지.”전유림이 웃으며 말했다.“이해해, 이해해. 아마 큰형을 제외하면 우리 모두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있을 거야.”전태윤은 비교 대상이 없었지만 오히려 동생들의 본보기가 되었다.그런데 큰형이 너무 뛰어나면 아래 동생들은 따라잡으려고 아무리 발악해도 쉽지 않았다.“지금 내 회사가 자금난에 빠졌다는 걸 아무도 모르게 해 줘. 사람들이 비웃을까 봐, 형들만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또 전씨 가문의 체면을 세우지 못할까 봐 두려워. 제발.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석 달만 지나면 반드시 상황을 역전시킬 자신 있어. 앞으로는 투자할 때 더 신중하게 하고 충동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거야.”전유림이 말을 이었다.“현실을 회피하려는 거야? 형들이 꾸짖는 게 두려워? 사람들이 비웃는 게 두려워? 한 번쯤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것도 교훈이 될 거야. 앞으로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하지
전유림이 동생의 이마를 톡톡 치며 말했다.“너도 참... 일단 제대로 배우고 경험을 쌓으라고 했잖아. 네가 다 안다고 생각했나 본데 이제 정신이 들지? 요즘 장사가 그렇게 쉬우냐? 창업하는 놈 중에 망하는 놈이 대다수야. 우리 집 재산으로 너는 아무것도 안 하고 평생 빈둥거려도 걱정 없어. 그런데 창업해서 까먹는 돈이 네가 평생 놀면서 쓰는 돈보다 훨씬 많아.”이게 바로 많은 1세대 부자들이 2세대에게 창업을 말리는 이유였다. 차라리 키워 주고 놀게 하지 창업해서 수십억, 수천억 원씩 날리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게다가 지금처럼 장사하기 어려운 때에 뛰어드는 건 더욱 위험했다.전지율이 울상으로 말했다.“형, 나도 완전히 망한 건 아니야. 그냥 지금 자금이 좀 빠듯한 거지. 외상값만 들어오면 버틸 수 있어. 지금은 구조 조정 중인데 이번만큼만 버티면 반드시 살아날 거야. 작년까지만 해도 잘됐었어. 이번에 딱 한 번 투자한 프로젝트가 잘못돼서 돈이 좀 빠졌을 뿐이야. 게다가 회수가 더뎌서 자금이 막힌 거지.”전유림이 물었다.“얼마나 필요해?”전지율이 숟가락 두 개를 치켜세우며 말했다.“이 정도면 석 달은 버틸 수 있어.”“200억?”형의 눈에 전지율의 회사는 아직 작은 규모였다. 200억이면 석 달을 버틸 수 있는 금액이었다.전지율이 고개를 끄덕였다.“200억이면 충분해. 형, 빌려줄 수 있지? 부족하면 100억이라도 먼저 빌려줘. 월급이라도 줘야 해.”전유림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네 회사 상황을 나한테 다 알려 줘. 투자할 만한 프로젝트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고 투자 명목으로 네 회사 계좌에 200억을 넣어 줄게. 그 프로젝트에서 난 수익을 안 가질 거야. 이익이 나든 손해를 보든 네 몫이고 나중에 돈을 벌면 그 200억만 갚으면 돼. 친형제 사이에 이자는 안 받을게.”전지율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내가 바로 회사에 있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 계획서를 전부 가져올게. 형이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골라서 투자해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이은화가 말을 이었다.“윤미는 후계자야. 차기 가주가 될 사람이고 후계자를 낳아야 할 책임이 있는데 사위를 들이지 않으면 누구랑 딸을 낳겠다는 건지... 윤미가 따로 남자를 만나서 임신하겠대. 딸만 낳으면 후계자가 생긴다면서 시집가거나 사위를 들일 필요 없다고 하더구나.”결혼하지 않고 상대방 남자의 몸을 빌려 딸만 두겠다는 의미였다.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은 이은화 세대와 완전히 달랐다.이은화는 비록 이씨 가문의 주인이지만 이윤미만큼 개방적이지 못하고 여자는 반드시 시집가거나 사위를 들어야 한다는 사고에 갇
“예전부터 사모님께서 크고 아름다운 꽃집을 운영하신다고 들었어요. 가게 꽃들이 모두 예쁘다길래 일찍부터 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나더군요. 이제 우리 시누이가 방학이라 매일 유치원에 데려다줄 필요가 없어져서 이렇게 들렀어요. 시간이 좀 생겨 나들이 나왔는데 내일이 시어머님 생신이라... 선물은 이미 준비했는데 꽃다발이 빠져서 여기로 찾아왔어요.”용씨 사모님의 연기는 너무도 자연스러워 여운초는 그녀의 가면을 벗기기 전까지는 진짜 여운별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사모님은 정말 효성이 지극하시네요. 어떤 사이즈의 꽃다발을 원하시나요
정겨울이 태연하게 말했다.“매년 겨울만 되면 문턱도 안 넘는 분이 누구시더라? 첫눈만 오면 집에서만 지내시고 날마다 국물이나 샤브샤브만 드시잖아요. 할아버지의 마당 눈도 우리가 치워드렸는데.”한성근이 투덜댔다.“그 많은 해바라기 씨도 네 입을 막을 수 없나 보군. 얼른 먹기나 해.”정겨울이 빙그레 웃었다.이경혜가 말했다.“그럼 얼른 출발해요.”그녀는 막내아들과 딸에게 말했다.“우리가 집을 며칠 비우는데 집을 잘 지켜줘. 형수님과 아이들도 잘 돌봐주고.”그리고 예준하에게도 부탁했다.“부탁드려요.”이경혜는 그제야 예
‘여우’는 얼굴을 찌푸리며 전이혁을 노려보았다.전이혁은 두 손을 양쪽으로 펼치고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건넸다.“진짜예요. 지금 당장 내놓으라면 정말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못 내놓겠어요. 저랑 집으로 함께 들어가서 우리 집을 뒤져보는 건 어때요? 혹은 저의 주머니를 수색해 보시는 건 어때요?”‘여우’는 담장 위에서 뛰어내렸다.전이혁은 급히 팔을 벌려 그녀를 받으려 했지만 그녀는 뛰어내리면서 그를 한발 걷어차는 바람에 전이혁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여우’는 흔들림 없이 그의 바로 앞에 착지했다.전이혁은 안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