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주가 뭐가 좋은지 동생을 그년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그년 때문에 친아들이 사고 날 뻔했을 뿐만 아니라 전처도 다쳤는데 말이다.주서인은 지금 동생에 대해 불만이 가득하다.미안하기도 하고.만약 동생이 하예진과 이혼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비록 예전엔 잘못한 결정을 했지만 지금은 동생이 다시 하예진과 재혼할 수 있도록,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한테 할 말 있으면 해요, 돌려서 말할 필요 없으니까요. 나는 다른 사람이랑 얘기할 때 상대방의 생각을 추측하는 게 너무 싫어요.”하예정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 주서인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찾아온 이유를 다소 짐작할 수 있었다.주씨 일가는 주형인과 언니를 재혼시키고 싶을 뿐이다.정말 웃기는 노릇이었다.언니를 뭐로 보고...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하고 재혼하고 싶으면 재혼하자는 거야?!만약 주형인이 잘나가고 있다면, 주씨 일가는 절대 이혼한 걸 후회하지 않았을 테니까!“예정 씨, 통쾌한데요? 좋아요, 그러면 바로 말할게요. 요즘 노 대표가 언니한테 구애하고 있죠? 언니가 다친 그날 밤, 여기 왔다가 노 대표가 중환자실 밖을 지키는 것을 봤거든요. 밤새 밖에서 지키다니... 내가 애를 세 명이나 낳은 경험자로서 말하는데, 노 대표는 분명 당신 언니한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좋아하고 있다고요! 그래서 기회를 찾아 고백하고 싶은 거예요. 내 말 틀리지 않았죠? 그러니까 우빈이에게도 그렇게 잘해준 거예요. 다 의도가 있어서라니까요.”“...”“우빈의 의붓아버지가 되고 싶은 거예요. 정말 웃기죠? 우빈에게 친아버지가 버젓이 있는데, 남의 애 아빠 노릇을 하려 하다니! 내 생각은 말인데요, 아무래도 우리 집 형인이가 예진이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십수 년 동안 알고 지냈는데... 서로 얼마나 잘 알고 있겠어요, 비록 불쾌한 일이 있었다지만, 이제 형인이도 잘못을 알았으니, 다 고칠 거예요. 그리고 우리도 무조건 당신 언니 편이에요, 다시는 예전 같은 일 없어요.”“..
“아직도 서현주를 대신해서 사정하려고 하다니... 분명 서현주를 좋아하고 있어요. 뭐 마음속으로 조금 후회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주형인은 절대로 우리 언니와 이혼한 것을 후회하는 건 아닐 거예요. 우리 언니도 이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으니 다시는 이런 일 때문에 언니나 나를 찾지 마세요.”하예정은 주서인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녀를 제쳐두고 병실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전태윤에게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다가갔다.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던 전태윤은, 아내가 무섭게 어두워진 얼굴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의 대화가 불편했음을 알 수 있었다.“여보, 내가 대신 쫓아내 줄까?”“아니, 됐어요.”그녀는 바로 경호원들에게 분부했다.“앞으로 주씨 일가가 찾아오면 모두 쫓아내요. 언니가 퇴원하기 전에 다시는 언니나 우빈의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해요.”언니는 상처가 회복한 후 계속 가게를 열어야 한다. 주씨 일가가 가게를 찾아오면 쫓아내기 어렵다. 그들 가족은 뻔뻔하여 매일 가게를 찾아와 소란을 피울지도 모른다. 그러면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주씨 일가는 처음에는 전태윤을 두려워했지만, 그가 차갑지만 막무가내는 아니란 것을 안 후로부터는 그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전태윤은 주형인더러 직장을 잃게 한 것 외에는 그들 가족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기껏해야 전태윤을 피해 하예진에게 매달리고 있다.주씨네 일가가 지금 가장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일은 우빈이의 양육권을 하예진에게 준 것이다.그들이 아무리 뻔뻔하게 나온다고 해도 우빈이의 친가족인 건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니, 우빈이의 체면을 봐서라도 하예정 쪽에서는 그들에게 어떻게 손쓸 수 없다.“알겠습니다, 사모님.”사실, 매번 주씨 일가가 찾아올 때마다 경호원들은 그들을 병실 밖에 가로막고 있다. 하예진이 전남편을 만나기를 원하지 않는 한 매일 찾아와도 절대 병실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아내가 경호원에게 분부를 내린 후 전태윤은 아내의 허리를 껴안고 그곳
병원에서 나와 차에 올라탄 후 하예정은 휴대폰을 꺼내 하씨 영감의 휴대폰 번호를 수신 차단 목록에서 꺼내어 전화를 걸었다.고향 집 문제를 해결한 후 고향 사람들과 왕래가 뜸해졌다.예전에 늘 하예정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생각만 하던 그들도 그녀의 수단을 맛본 후에는 마음을 접었다.하예정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돈과 권세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라, 인수로서는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게다가 하씨네 영감과 할멈은 노후 문제에서 자식들과 손자들의 태도에 상처를 입은 뒤로부터 더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그들은 예전에 하예정 자매로부터 무자비하게 많은 배상금을 나누어 가졌고, 그 배상금은 모두 다른 자녀들에게 보태주었다. 덕분에 자녀들은 지금 좋은 생활을 보내고 있다. 손주들도 관성에서는 살아가기 어렵다고 해도, 고향에 돌아오면 괜찮은 일을 찾아 지내는 데는 문제가 없다. 또한 그들 모두 적지 않은 예금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하씨네 할멈이 병이 났을 때, 인색한 자식들은 병원비를 내기가 아까워서 싸웠다.하씨네 영감과 할멈은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눠줬다고 할 수 있다. 자식들은 그걸 당연하다는 듯 누리면서, 부모님에게 효도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손자들마저도 할아버지가 그들의 아버지만 키웠지 자기를 키우지는 않았으니, 노후에 관한 문제는 자기와 상관없다고 말한다.하지만 만약 할아버지에게 남겨둔 재산이 있으면, 손자로서 한몫을 나눠 가지겠다고 한다.하씨 영감은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더 이상 자손들의 말을 듣고 하예정 자매에게 맞서고 싶지 않다.이제 저세상으로 떠나가면, 자기 제사를 도맡아 줄 사람이 하예정 자매밖에 없을까 봐 걱정되었다.하예정의 전화를 받은 하씨 영감은 의외로 은근히 기뻤다.하예정의 몸에 하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는 이상, 그들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예정이냐?”하씨 영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떻게 이 할아버지한테 전화할 생각을 한 거냐? 집에 돌아오려고? 제삿날이 다가오고 있구나..
하예정의 말을 들은 하씨 영감은 매우 기뻤다. 손녀가 자기에게 기꺼이 도움을 청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언니가 사고로 다쳤어요.”“사고라니?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데? 다친 건 좀 어떠냐? 혹시 일주일 전 일이냐? 며칠 전 지명이와 지문이가 자주 나한테 연락하여 물어보더구나. 너한테서 연락이 왔냐고.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아무 말을 안 하더라고.”하씨 영감은 인터넷에 관심이 없어 하예진이 다친 것도 모르고 있다. 젊은 세대는 이 일을 알지만 아무도 두 늙은이에게 말하지 않았다.마을 사람들은 하예정 자매와 두 늙은이의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만약 두 늙은이가 하예진이 다친 것을 알게 되면, 오히려 기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아무도 이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네, 일주일 전에 사고로 다쳤는데 지금은 회복이 잘 되어가고 있어요. 그런데 언니의 전 시댁에서 자꾸만 언니와 주형인을 재혼시키려고 찾아와 매달리고 있어요. 이번에 언니가 다친 것도 주형인의 아내 서현주가 한 짓이에요. 나나 언니나 더 이상 주씨 일가와 왕래하고 싶지 않아요.”하예정은 대략 이야기했다.하씨 영감은 말을 듣고 나서 주씨 일가에게 욕지거리를 해댔다.그는 원래부터 김은희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전에 김은희가 준 돈을 받은 후,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는데, 그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이미 호주머니에 들어간 돈을 어떻게 돌려주겠냐며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그 때문에 둘이 원한을 맺게 되었다.“네 언니가 아침 식사 가게를 열었다고 하던데, 장사가 잘되고 있다고 들었다. 너도 부잣집에 시집갔고, 돈 많은 이모도 생겼겠다... 그걸 본 주씨 일가가 가만히 있겠느냐? 당연히 예진이와 재혼할 생각을 하고 있겠지. 염치없기도, 그 집안은 모두 염치없어! 예정아, 어디 한번 말해보거라.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뭘 도와주면 되냐?”“할아버지, 요즘 할머니는 어떻게 지내세요? 그들이 생활비를 좀 주던가요?”하씨네 할멈은 큰 수술을 받았다. 아들딸들이 생활비와 용돈
할아버지와의 통화를 마친 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하예정은 남편에게 말했다.“당신의 말대로 할아버지한테 주씨 일가가 다시는 언니를 찾아가지 않게 상대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일이 잘 풀릴진 모르겠지만.”“시간이 지나야 알게 되겠지만 내 생각엔 분명 우리 생각대로 잘 풀릴 거야.”전태윤은 자신의 제안에 대해 자신만만했다.“여보,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당신이 오늘 밤에 어떤 드레스를 입고 어떤 보석을 착용하느냐 하는 거야.”그녀는 남편을 힐끔 쳐다보았다.“왜요?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아 오려고요?”전태윤은 자기도취 되어 말했다.“난 뺏을 필요 없어. 내가 있는 자리는 항상 중심이거든. 모든 이의 눈길을 끌고 있지. 정남이는 비교도 안 돼.”“...”소정남이 비교가 되든 안 되든 상관없지만, 그녀는 친구의 약혼식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내 드레스는 당신이 사준 게 아니면 이모가 사준 게 대부분이에요. 내가 직접 산 건 몇 번밖에 못 입어봤는데... 당신이랑 같이 있는 자리에서 나절로 산 드레스는 못 입게 하잖아요.”그녀는 고집쟁이 남편을 한번 흘겨보더니 계속하여 말했다.“아무튼,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너무 보수적인 드레스를 입으라고 하지 말아요.”남편이 선물한 드레스는 한 곳도 드러난 데가 없다.이런 보수적인 드레스들은 겨울과 봄에 입기에 적합하다. 이제는 4월에 접어들었는데, 관성의 4월은 매우 덥다. 만약 겨울에 적합한 드레스를 입으면 덥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전태윤은 헤헤 웃기만 하였다.“오늘 밤은 당신 마음대로 골라.”그녀의 말대로 그가 사준 드레스는 하나같이 보수적이니 그녀가 어떤 드레스를 골라 입든 그가 사준 거라면 상관없었다.“아직 이르니 이제 집에 돌아가면 좀 자, 저녁때 내가 당신을 깨울게.”그는 아내의 눈 밑의 다크서클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하예정은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하품했다.“우리 같이 자요. 당신은 나보다 더 피곤할 거 아니에요.낮에는 출근해서 일을 처리해야 하고
언니가 그녀에게 이 이야기를 한 후 그녀는 며칠 동안 계속 잠을 설쳤고 매일 한밤중에 깨어나 조용히 언니의 침대 앞에 가 손을 뻗어 숨을 쉬고 있는지, 아직 살아있는지 확인해야만 안심했다.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어 가족을 잃은 아픔을 맛본 하예정은 하나뿐인 언니를 잃을까 봐 두려웠다.“자, 옷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가자.”전씨 집안과 소씨 가문은 친했기에 소정남이 약혼식에 장소민도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 게다가 장소민의 친정과 소씨 가문 사이에도 친분이 있어 그녀의 친정 가족들도 오늘 밤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하예정은 순순히 일어나 시어머니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얼마 후, 하예정은 드레스를 갈아입고, 연한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고, 미리 준비한 심효진에게 줄 약혼 선물을 들고 시어머니와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전태윤 부자는 식당에서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들이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보고 부자는 각자의 사랑하는 아내를 맞이했다.전태윤은 말했다.“여보, 먼저 뭐라도 좀 먹고 가.”점심때 하예정은 많이 먹지 않았다.소씨 집에 가서 먹기만 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가 배가 고플까 봐 걱정했다.하예정은 일찍이 배가 고팠지만 말하기 거북해 말하지 않고 있다가 마침 남편이 챙겨주자, 배를 곯지 않게 되었다.네 사람은 이미 나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 전이진은 아직도 여운초에게 소씨 집에 같이 가자고 조르고 있다.“운초야, 나 여태 널 많이 도와줬었잖아, 지금 딱 한 번 나 도와달라고 하는데 거절하는 거야? 의리가 없는데?”전이진은 마치 껌딱지처럼 여운초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그녀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전이진의 불평을 듣던 그녀는 동작을 멈추고 그를 향해 돌아서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여러모로 많이 도와준 건 고마워. 하지만 너도 매번 나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밥을 사달라고 했잖아? 이제 우리 사이엔 빚지지 않은 거야. 게다가 연회에 참석하는 일은 너의 여자친구나 와이프가 해야 할 일이야.”전이진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네
“이진아, 미안.”여운초는 여전히 완곡히 거절했다.전이진은 그녀의 손에서 호스를 뺏은 후 그녀를 카운터 앞으로 끌고 가 앉히고는 말했다.“일단 앉아봐, 할 말이 있어.”“무슨 말?”전이진은 두 명의 점원이 모두 손님에게 꽃을 배달하러 가고 나서 없는 것을 확인했다. 사실은 전이진이 전화를 걸어 다른 사람들에게 두 개의 꽃다발을 주문하라고 분부하여 점원들을 나가게 한 것이다.꽃필무렵의 장사는 여씨 집안의 두 고모의 소동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내가 왜 너에게 계속 도움을 주고 있는지 알고 싶었지?”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매우 알고 싶었다. 전에는 어떻게 물어도 알려주지 않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그가 그녀의 꽃가게에 처음 나타났을 때가 둘이 처음 만난 것이라고 단언컨대 장담할 수 있다.“연후 할머니가 두 장의 사진을 보내왔어. 한 장은 나에게, 한 장은 셋째에게. 나에게 준 그 사진은 너의 사진이었어.”여운초는 그 말에 놀랐다.‘전씨네 할머니가 언제 내 사진을...?’그녀의 사진을 전이진에게 주기까지 하다니, 무슨 뜻일까?여운초는 애써 과거를 회상했지만 언제 전씨네 할머니를 만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녀는 여씨 집안의 투명 인간일 뿐이었고 전씨네 할머니는 전씨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분일 뿐만 아니라 관성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매우 인기 있는 분이셨다.여운초와 할머니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었다.전이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는 잠시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진아, 할머니는 어디서 내 사진을 구한 거야? 내 사진을 너에게 준 건 또 무슨 뜻이고?”그는 한마디씩 알려주면서 그녀의 호기심을 끌어올렸다.이 남자가 그녀에게 잘해주는 건 사실이지만 때로는 아주 못됐다.“맞춰봐.”“못 맞추겠어.”여운초는 솔직하게 말했다.“네가 알려줬으면 해.”전이진은 손을 뻗어 그녀의 선글라스를 벗기며 말했다.“작은 얼굴에 이렇게 큰 선글라스를 쓰니 얼굴을 가리잖아. 봐
“할머니는 사진 속 여자아이가 자신이 직접 골라준 아내감이라며 1년 안에 사진 속 여자아이를 아내로 맞이하라고 하셨어. 안 그러면 집에서 쫓아내겠다고.”“...”‘어떻게 이런 답이 나올 수 있지?’전씨 집안 어르신이 어떻게 자신을 전이진의 아내감으로 찍을 수 있지?그녀는 장님인데.“지금 4월이니까 나에겐 아직 몇 달의 시간이 남았어. 그 시간 동안 너에게 구애할 거고 그다음 순서대로 연애, 약혼, 결혼까지 하면 마무리. 아, 아니지, 할머니한테 쫓겨날까 봐 걱정 안 해도 되... 아니, 잠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자신이 한 말이 여운초로 하여금 그가 단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라고 느끼게 할 것 같았다.전이진은 자신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그녀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그녀가 점점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되었다. 그에게 속아 넘어갔을 때 화가 나면서도 어쩔 수 없어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추미자가 체포되고 여 대표가 조사받은 후, 여씨 집안의 외부 사업은 여운초가 휴대폰을 통해 적절하게 안배하고 있었다.전이진이 그녀가 전화하는 것을 직접 듣지 않았더라면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장님 아가씨는 이미 묵묵히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전이진은 자기가 아직 그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그녀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운초야, 난 널 처음 찾아갔을 때부터 널 내 와이프라고 생각하고 있었어.”“...”“놀랐다거나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도 좋아. 우리 할머니가 하는 일은 워낙 말도 안 되는 일뿐이니까. 어쨌든 나는 이미 널 와이프로 생각하고 있고 너에게 구애할 거야. 이제 네가 날 사랑하게 되면 약혼, 그리고 결혼식을 할 거야. 아직 8개월이 지나야 설을 쇠게 되니까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해.”만약 가능하다면 그는 1년 안에 아이까지 가질 생각이었다. 그러면 그의 인생은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뒤의 말은 여운초에게 쫓겨날까 봐 감히 말하지는 못했다.그녀는 화를 낼 때면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