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사진 속 여자아이가 자신이 직접 골라준 아내감이라며 1년 안에 사진 속 여자아이를 아내로 맞이하라고 하셨어. 안 그러면 집에서 쫓아내겠다고.”“...”‘어떻게 이런 답이 나올 수 있지?’전씨 집안 어르신이 어떻게 자신을 전이진의 아내감으로 찍을 수 있지?그녀는 장님인데.“지금 4월이니까 나에겐 아직 몇 달의 시간이 남았어. 그 시간 동안 너에게 구애할 거고 그다음 순서대로 연애, 약혼, 결혼까지 하면 마무리. 아, 아니지, 할머니한테 쫓겨날까 봐 걱정 안 해도 되... 아니, 잠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자신이 한 말이 여운초로 하여금 그가 단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라고 느끼게 할 것 같았다.전이진은 자신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그녀에게 접근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그녀가 점점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되었다. 그에게 속아 넘어갔을 때 화가 나면서도 어쩔 수 없어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추미자가 체포되고 여 대표가 조사받은 후, 여씨 집안의 외부 사업은 여운초가 휴대폰을 통해 적절하게 안배하고 있었다.전이진이 그녀가 전화하는 것을 직접 듣지 않았더라면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장님 아가씨는 이미 묵묵히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전이진은 자기가 아직 그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그녀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운초야, 난 널 처음 찾아갔을 때부터 널 내 와이프라고 생각하고 있었어.”“...”“놀랐다거나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도 좋아. 우리 할머니가 하는 일은 워낙 말도 안 되는 일뿐이니까. 어쨌든 나는 이미 널 와이프로 생각하고 있고 너에게 구애할 거야. 이제 네가 날 사랑하게 되면 약혼, 그리고 결혼식을 할 거야. 아직 8개월이 지나야 설을 쇠게 되니까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해.”만약 가능하다면 그는 1년 안에 아이까지 가질 생각이었다. 그러면 그의 인생은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뒤의 말은 여운초에게 쫓겨날까 봐 감히 말하지는 못했다.그녀는 화를 낼 때면
소씨 일가.전태윤의 전용 차량 행렬은 일찍 온 편이었다.그와 소정남은 좋은 친구이자 상사와 부하이며 또한 그는 소정남과 심효진의 중매인이니 그들 부부는 자연스럽게 일찍 도착했다.소씨 집안과 심씨 집안 양가의 어른들은 모두 현장에 있었다.전현림 부부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양가의 어른들이 먼저 다가와 맞이하였고 소정남과 심효진이 그 뒤를 따랐다.장소민 부부는 심효진의 부모와 아는 사이가 아니라 소정남의 부모가 심효진의 부모를 장소민에게 소개해 주었다.악수하고 수다를 피운 뒤 심효진의 어머니는 장소민을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전 대표의 누나 같으시네요. 너무 잘 관리하셨어요.”하예정은 차에서 내린 후 걸어오며 심효정 어머니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을 받았다.“그렇죠? 어머니와 함께 쇼핑할 때면 다들 우리가 자매인 줄 알아요.”장소민은 웃으며 말했다.“참, 칭찬만 해서 쑥스럽네요.”“사모님을 기쁘게 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 사실인걸요. 예정이 이 아이는 제가 보고 자라서 얼마나 성실하고 정직한지 잘 알아요.”하예정과 심효진은 절친한 친구라 그녀는 평소에도 하예정을 잘 보살펴 주었다. 집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하예정을 집으로 불러서 먹이거나 심효진에게 포장해서 가져다주라고 했다.이 점을 봐서라도 장소민은 기꺼이 심효진 어머니의 체면을 세워주었다.그녀들은 대화가 잘 통했다.소정남의 어머니는 모두를 방으로 안내했다.하예정은 겨우 시간을 내서 친구와 귓속말할 수 있었다.“예진 언니는 좀 괜찮아졌어?”심효진이 먼저 하예진의 안부를 물었다.약혼식 때문에 바빠서 최근 이틀 동안에는 전화로만 하예진의 회복 상황에 관해 물었을 뿐 병원에는 방문하지 않았다.“회복이 잘 돼서 일주일만 더 입원하면 퇴원해서 집에서 요양할 수 있을 것 같아. 언니가 부탁해서 약혼 예물을 보내왔는데 너와 정남 씨가 백년해로하고 금실이 좋아지길 바란대.”심효진은 웃으며 말했다.“예진 언니에게 고맙다고 전해줘. 나와 정남 씨는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정남과 효진 씨는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만큼 행복할 거야.”두 집안의 어른들은 전태윤 부부에 대한 고마움을 마다하지 않았다.소씨 집안은 전태윤이 솔로에서 벗어나고도 형제를 잊지 않고 소정남에게 심효진을 소개해 주어 의리가 있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심씨 일가도 그렇게 생각했다.소씨 집안 어른은 심효진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 심씨 집안 어른은 소정남이라는 예비 사위가 생기자, 친아들인 심서준은 아예 옆에 비켜서게 됐다. 심효진도 부모님 앞에서 큰소리로 소정남에게 몇 마디 했다 하면 부모님의 눈총을 받게 되는 정도였다.심효진은 소정남에게 그가 집안에 들어온 후부터 자기 부모님이 다 그의 편을 든다고 불평을 많이 했다.소정남은 기쁘기만 했다.약혼식에 온 손님들은 대부분 차를 몰고 왔지만, 몇몇 손님들은 예외적으로 개인 비행기를 타고 왔다. 개인 비행기는 소씨 가문 안주인의 개인 비행장에 세워놓았다.하예정은 호기심에 자기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개인 비행기를 타고 온 손님이 누군지 알아요?”“내 추측이 맞았다면 강성의 고씨 집안의 사람일 거야. 소씨 집안에서 청한 손님 중에 관성의 사람이든 다른 도시의 사람이든 모두 왔는데 강성 고씨 집안은 아직 오지 않았는걸.”강성의 고씨 일가는 돈이 넘쳐나기에 개인 비행기가 있을 만도 했다.전태윤도 자신만의 개인 비행기와 호화 요트를 가지고 있다.“강성의 고씨 집안? 고현 씨의 그 고씨 집안이요?”하예정은 할머니가 지난번 강성 출장 때 자신을 데리고 가지 않아 좋은 구경거리를 못 본 것이 아쉬웠다. 소정남의 약혼식에 강성의 고씨 집안이 축하 인사를 보내올 줄은 몰랐다.소씨 가문의 인맥이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많은 다른 지방과 도시에서 온 손님들은 모두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라 부유하지 않을 수 없었다.어쩐지 전태윤이 시킨 일이라면 아무리 어려워도 알아서 잘 해낸다더니, 바로 소씨 가문의 강력한 인맥 덕분이다.“그래.”전태윤은 아내의 예쁜 코를 살짝 만지고는 사랑스럽다는
전태윤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귓가에 뭐라 속삭였다. 그러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의 팔을 꼬집었다.전태윤은 화를 내기는커녕 웃으며 말했다.“자, 같이 가자.”하예정은 매우 기뻤다.부부는 소씨 집 마당에서 고 대표가 아내와 '아들' 들을 데리고 소씨와 심씨 집안의 안내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군중 속의 전호영은 고 대표 뒤에 서 있는 키 크고 차가운 '남자'를 보고 눈빛이 깊어졌다.그는 강성 고씨 집안의 사람들이 올 줄은 몰랐다.성소현은 와인 한 잔을 들고 하예정 곁으로 가서 전태윤에게 한마디 했다.“태윤 씨, 예정이랑 할 얘기가 있는데 잠시 자리 비켜줄래요?”전태윤은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이 여자는 공공연히 그의 아내를 빼앗으려고 한다.성소현은 전태윤이 속으로는 싫지만 더 이상 자기한테 뭐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여보.”하예정이 달콤한 목소리로 전태윤을 부르자 전태윤은 바로 투항했다.그가 막 돌아서서 두 발짝 걸어가자마자 성소현이 하예정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예정아, 저 남자 정말 잘생기지 않았어? 키가 큰 데다가 얼굴까지 잘생겼지. 분위기도 차도남. 너희 집 태윤이보다 더 잘생긴 남자가 있을 줄 몰랐어.”전태윤은 자리를 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그는 되돌아와서 산처럼 하예정의 곁에 우뚝 서서 성소현에게 주의를 주었다. 잘생긴 남자를 보면 봤지 하예정까지 끌어가진 말라고.하예정은 성소현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고 대표 뒤에 있는 키가 크고 준수한 두 남자를 보더니 다시 자기 남자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내 눈에는 아무도 우리 집 태윤 씨를 따라갈 남자가 없는걸요.”성소현도 전태윤을 바라보며 웃으며 놀렸다.“태윤 씨, 숨어 듣느라 토끼 귀가 다 되겠어요.”“우리 집 예정이만 안 싫어하면 돼요.”성소현은 말문이 막혔다.전태윤은 순식간에 하예정을 품에 끌어안고는 차갑게 성소현에게 말했다.“처형 말다 끝났죠? 손님들이 모두 도착했고 약혼식도 곧 시작하는데... 나와 예정이는 중매인 신분이라 더 이
성소현은 부부가 멀리 간 후 예준하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태윤 씨는 참 인색한 사람이야. 예정이가 고씨 집안의 쌍둥이에게 반할까 봐 급히 데려가는 걸 봐.”예준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성소현의 기억에 그는 언제나 온화하고 점잖으며 겸손한 사람이었다.“태윤 씨는 아내 바라기인걸. 고씨 집안의 쌍둥이도 정말 훌륭해. 비록 친하지는 않지만 그들 형제의 일을 들은 적이 있어. 큰 도련님은 고씨 그룹의 총재로서 고 대표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다고. 둘째 도련님은 직접 창업하고 있는데 가업을 이어받는 것을 꺼리고 있대. 듣는데 의하면 고 대표는 고씨 그룹을 첫째가 아닌 둘째 아들에게 넘겨주고 싶어 한대.”성소현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고 대표는 왜 이렇게 편애하는 거야? 큰 도련님은 고씨 그룹을 인수할 능력이 충분한데 오히려 작은아들에게 넘기려고 한다고? 형제가 권력다툼으로 서로 원수가 되기를 바라는 것 아니야? 가족 기업의 발전에 불리할 텐데.”그녀도 두 명의 오빠가 있다. 큰오빠는 성씨 그룹을 인수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둘째 오빠는 사업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 아무리 잘 가르쳐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녀의 부모님도 포기하였다. 하지만 둘째 오빠는 본인이 좋아하는 업계에서 제일 잘나가고 있다.성소현은 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했다.부모로서 아이들이 무엇을 잘하는지 보고 그중에서 후계자를 골라야 형제자매가 서로 원수가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그녀의 큰오빠는 가업을 이어받았고 둘째 오빠는 좋아하는 업계에서 잘나가고 있으니 다툴 것도 없고 원수로 될 일도 없어 그들 형제의 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전씨 집안을 봐도 그랬다.전씨 집안의 가풍은 좋기로 유명하다. 재벌 집안이든 보통 집안이든 전씨 집안처럼 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전태윤의 사촌 동생들이 이어받은 업종이 저마다 달랐다. 어른들은 아이들 각자의 취향과 특기에 따라 적합하게 안배하였고 그중 가장 능력 있고 집안의 중책을 기꺼이 떠맡으려 하는 아이
예준하는 웃음을 머금고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나도 고씨 집안 둘째 도련님은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뭐 구경거리라 치고 보는 것은 확실히 즐겁긴 해.”성소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준하가 자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느꼈다.하객들이 모두 도착했고 약혼식도 정식으로 시작됐다.심효진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성소현은 부럽다는 듯 말했다.“내 옆의 친구 셋 중에 둘이나 사랑과 행복을 얻었는데 이제는 나와 가희 둘만 아직 솔로네. 예정이와 효진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부러워.”전태윤과 소정남은 모두 평생을 맡길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그들은 감정이 한결같다.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와이프가 된다면 평생 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누가 총애를 받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가희라는 친구 말이야,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났어?”예준하는 이렇게 묻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너도 조급해 하지 마. 언젠가 너에게 어울리는 좋은 남자가 나타나 행복하게 만들어 줄 테니.”성소현은 말했다.“자기 입으로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오랜 정을 하루아침에 놓을 수 있겠어? 난 태윤 씨에 대한 감정을 놓는데도 엄청 힘들고 고통스러웠거든.”말끝에 성소현의 표정은 약간의 쓸쓸함이 스쳐 지나갔다.전태윤이 그녀의 사촌 매제가 되었으니 그녀는 할 수 없이 감정을 끊어야 했다. 전태윤이 하예정에게 그렇게 잘해주는 것을 보고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그 누가 알까.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다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람들 뒤에서는 종종 밤늦게 이불 속에 숨어서 괴로움에 이리저리 뒤척이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예준하가 새 이웃이 된 후 그와 자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투자에 관한 일 때문에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었던 것 때문인지 그녀가 전태윤을 생각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다.이젠 전태윤과 하예정의 금실 좋은 모습을 보고도 부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그녀는 정말 전태윤에 대한 감정을 내려놓고 있었다.하지만 모든 사람이 성소현처럼 마음대로 생각을 바
전호영은 자리에 앉자마자 고현에게 인사를 했고 고현은 그를 향해 고개만 끄덕였다.여기 앉은 사람들은 모두 신분과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라 서로 즐겁게 얘기를 나눴다.하예정은 고현을 몰래 훑어보았다.고현과 그녀의 동생은 정말 똑같이 생겼다. 두 사람 모두 양복과 가죽 구두를 신어 더 구분하기에 어려웠다.하예정은 할머니의 날카로운 안목에 마음속으로 탄복했다.먼 강성에 있는 고현을 주시한 데다가 20년 넘게 숨겨왔던 진짜 성별까지 들추어내어 전호영과 짝을 지어주려 하다니.하예정이 계속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현은 하예정을 바라보았다.몰래 본 것을 들켰다.하예정도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고현의 깊은 눈을 마주 보았다.“고현 도련님.”하예정이 먼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예정 사모님.”고현은 하예정의 인사에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단지 일부러 낸 낮은 목소리였다. 하예정은 그가 이렇게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말하면 힘들지 않을지 궁금했다.“자꾸 절 쳐다보시는데 혹시 제 옷차림에 문제라도 있는가요? 편히 알려주셨으면 합니다.”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저는 그냥 똑같이 생긴 형제를 거의 못 봐서 신기해서 눈이 자꾸 갔네요. 도련님을 귀찮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괜찮아요, 우리 형제가 같이 나타나기만 하면 다들 그렇게 봐요.”고씨 집안 사모님도 웃으며 말했다.“누가 형인지 구분 못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친아버지도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걸요.”남편이 아들을 잘못 볼 때마다 사모님은 남편을 나무랐다. 누가 딸을 아들로 키우라고 했나 하며. 그녀는 분명히 쌍둥이 남매를 낳았는데 쌍둥이 형제로 키웠다고.그녀는 딸이 집에 오면 더 이상 남장을 하지 말고 여자애답게 꾸미라고 요구하지만, 딸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현은 자기 절로 일을 기억할 때부터 남성 차림이었다고, 아버지가 자신을 소개할 때도 장남이라고 했다. 이젠 고씨 집안의 큰 도련님이라는 신분에 익숙해져서 여장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하예정도 웃었다. 전태윤의 할머니는 그녀가 본 할머니 중에서 최고의 할머니였다.그녀의 할머니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다.“이렇게 훌륭한 할머니가 계신다는 걸 소중히 여기세요. 전 이런 할머니 몇십 명이 있어도 싫은 생각 절대 없을 거예요.”할머니와 가장 친한 전태윤은 말했다.“집안에 어르신이 있는 것은 보물과도 같아.”하예정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그것도 보배인지 아닌지 잘 봐야 해요. 어떤 노인들은 자꾸 소란만 피우는데, 그건 보배가 아니죠.”전태윤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정남 씨와 효진이가 술을 권하러 왔네요.”그녀는 불쾌한 일은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아 바로 화제를 바꾸었다.소정남과 심효진은 매 테이블씩 술을 권했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전태윤은 모처럼 소정남을 놀렸다.“정남아, 얼굴에 웃음이 내려가질 않네. 삶은 새우처럼 빨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거야, 아니면 너무 웃어서 그렇게 된 거야?”소정남은 웃으면서 말했다.“둘 다야.”그와 심효진은 먼저 고 대표 부부에게 술을 권했다.이 테이블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고 대표 부부였다.나머지 사람들은 소정남과 같은 또래였다.소씨 집안 가주는 행복해하는 사촌 동생 대신해 기뻐하면서 사랑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어쩌면 연애와 결혼은 그리 무서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소 이사와 효진 씨는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요.”고 대표는 축복의 말을 하면서 자신의 아들딸을 힐끗힐끗 쳐다보았다.고현은 담담하게 술을 마시기만 했고 둘째는 아버지의 의미심장한 두 눈을 못 본 척했다.소정남과 친하지 않은 고현은 잔을 들어 소정남과 심효진의 잔과 번갈아 부딪치며 평범하게 축복의 말을 건넸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정남은 심효진을 데리고 다른 테이블에 가 술을 권했다.두 사람은 계속 술을 권했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그러면서도 소정남은 심효진이 취할까 봐 몇 번이나 나지막이 주의를 주었다.“효진 씨,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요. 이러다 취하겠어요.”“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