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도 안 돼 전태윤을 아내를 안고 침대로 가서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그렇게 둘은 뜨거운 밤을 보냈다.다음날은 심효진이 친정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뵙는 날이라 하예정 자매는 모두 심씨네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전태윤은 당연히 아내를 따라갔다.심효진은 부모님을 뵌 다음 날 소정남과 신혼여행을 떠났다.짧은 연휴도 끝나 출근할 사람은 출근하고 등교하는 사람은 등교하고 가게들도 다 열기 시작했다.모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하예정은 매일 가게를 보는 것 외에도 시간을 내서 성소현과 함께 채소밭의 진행 상황을 살펴야 했다.채소밭은 이미 계획에 따라 제철의 채소를 심었다.푸르고 싱싱한 밭을 지켜보던 성소현은 하예정에게 말했다.“관리원이 일주일만 더 있으면 이 채소들을 팔 수 있게 된다고 했어.”하예정은 밭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랑 계약을 체결한 호텔과 학교 식당에서 이 채소들을 다 받을 수 있을까요?”“당연히 다는 못 받지. 우리 밭은 면적이 커서 심은 채소의 양도 엄청나. 그 몇 집의 호텔과 학교 식당으로는 아직 다 받아들일 수는 없어. 돌아가서 다시 몇 개의 큰 호텔과 식당과 더 협상해야 해.”“야채 시장의 일부 가게도 고려해요.”하예정도 입을 열었다.“이제 겨우 시작이니 규모가 크든 작든 우리의 채소를 들이겠다고만 하면 모두 협력하도록 해요.”그녀들은 집안의 도움을 받지 않고 되도록 자기 능력에 의지하여 채소들을 팔 생각이었다.하예정은 자신이 앞으로 전씨 일가의 안방마님이 되어 많은 산업을 경영해야 할 것을 생각했다. 그건 장부만 보며 외우기만 하면 될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산업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그녀는 경험을 쌓기 위해 직접 주문을 받는 것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다.성소현은 하예정의 제안에 동의했다.두 사람은 채소밭을 쭉 둘러본 후 마을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야 시내로 돌아갔다.현재 채소밭에 심은 채소는 일주일 후면 공급할 수 있기에 둘은 시내로 돌아온 후 더 많은 협력업체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하예
박씨 아저씨는 속으로 슬쩍 웃었다.큰 도련님은 이제 완전히 아내 바라기이다.이때, 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이제 곧 집에 갈 거예요. 당신 집에 돌아왔어요?”“응, 나 방금 집에 도착했어.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괜찮아요. 이미 집에 도착한 거면 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나절로 운전해서 가면 되니까요.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아서 돌아가는 길에 데리러 오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집에서 기다려요, 10분 후면 집에 도착할 거예요.”“그럼 조심해서 운전해. 비행기를 모는 것처럼 몰지 말고.”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나 비행기 몰 줄도 몰라요.”그녀는 가끔 늦은 밤에 돌아갈 때 차가 적으면 한바탕 돌진하곤 했다. 하지만 곧 그녀를 따라다니며 보호하는 경호원들에게 잡혔다.전태윤에게 들킨 후 한바탕 꾸지람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또 언니 하예진에게까지 일러바쳐 혼쭐이 나곤 했다.하예정은 남편이 언니에게 고자질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가 자기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지 않기만 하면 언니를 찾아가 일러바쳤다.그때부터 그녀는 무슨 일을 하던 남편이 언니에게 일러바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남편의 기분을 고려해야 했다.이 정도로 고자질하기를 좋아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다.언니에게 이 일로 불평해도 언니는 그저 이건 전태윤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은 일로 다투기 싫어 자신에게 말해 동생에게 주의를 주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그러니 이건 관심이지, 고자질하는 게 아니라며 전태윤의 편을 들었다.언니까지 이렇게 말하니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언니에게 전태윤이라는 제부의 지위는 이미 동생인 그녀를 능가했다.“야식 먹을래? 내가 직접 요리해서 준비해 줄게.”“나랑 같이 먹지도 않잖아요. 나 혼자 먹는 야식은 재미없는걸요. 안 먹을래요. 살이 찔까 봐 두렵네요.”전태윤은 몸매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그는 야식을 절대 먹지 않는다.저녁에 접대가 있을 때도 음식은 별로 먹지 않았고 술만 가끔 두 모금씩 마셨다. 보통
“여보, 나 돌아왔어요.”하예정은 간식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전태윤은 일어나서 아내를 맞이할 때 그녀가 일회용 도시락이 들어 있는 봉지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야식 안 먹는다며? 내가 만든 야식 먹기 싫어서 그렇게 말한 거야?”전태윤은 잔뜩 기분이 좋지 않던 터라 작은 일에도 불만을 토로하며 말했다.“아니에요. 당신의 요리 솜씨는 이미 저를 능가한걸요. 야시장을 지날 때 예전에 자주 먹던 간식이 생각나서 못 참고 포장해서 가져온 거예요.”전태윤은 이런 싸구려 간식을 만들 줄 몰랐다. 예전에 그가 보통 사람들이 자주 먹는 아침을 먹은 것도 가난한 척 연기하기 위해서였다. 하예정은 그런 줄도 모르고 항상 아침을 포장해 와서 먹었고 진짜 신분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전태윤도 잠자코 먹었다.그 때문에 전에 하예정이 만들어준 음식도 그는 몇 숟가락만 들었을 뿐이었다.“같이 드실래요?”하예정은 소파로 가서 앉아 일회용 도시락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전태윤은 도시락 안에 매운 닭발이랑 구운 닭 날개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서서 일회용 장갑을 가져다주었다.“먹고 싶으면 박씨 아저씨에게 말해. 집안의 요리사가 만든 것이 밖에서 파는 것보다 맛있을 거야.”“가끔은 바깥에서 파는 그 맛이 생각나서요. 내일은 언니 가게에 가서 토스트도 먹고 싶어요.”그녀는 일반인의 평범한 생활을 좋아했다.전태윤도 아내의 뜻을 알고 있다.그는 아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이런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같이 먹지 않았다.양이 많지 않아 하예정 혼자서 순식간에 해결했다.다 먹은 후에도 여전히 여운이 남아 있었다.“내일 바쁘지만 않더라면 술도 몇 잔 하고 싶네요.”전태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매일 일 생각만 하고. 당신 남편 이름까지 까먹은 건 아니야?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아? 꽃을 선물한지도, 새 옷을 사준 지도 얼마나 오래 지났는지 기억나? 하루 종일 일하느라 힘들어 죽을 지경이여도 집에 돌아오면 당
“여보, 사랑해요.”하예정은 또 전태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을 해주었다.“앞으로 매일 당신에게 꽃을 보내줄게요, 어때요?”꽃을 보내주는 건 쉬운 일이다.이제 여운초에게 매일 꽃다발을 준비해서 전태윤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하면 되는 일이었다.“사무실에 꽃병이 한 개밖에 없으니까 하루건너 보내도 돼.”전태윤은 겨우 기분이 조금 좋아진 듯했다.하예진은 계속해 말했다.“아니면 당신 사무실에 꽃병 몇 개 더 보내줄까요?”“꽃병 파는 사람으로 보이겠어.”“누가 당신을 꽃병 파는 사람으로 보겠어요. 그럼 꽃병은 안 보낼게요. 대신 하루 건너씩 꽃다발을 보내줄게요. 내일은 금요일이죠? 토요일에는 우리 같이 쇼핑하러 갈까요? 새 옷 사줄게요.”그의 옷장에는 새 옷으로 가득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패션 디자이너가 그를 위해 새 옷을 맞춤 제작해 주었다.하지만 전태윤은 여전히 아내에게서 옷을 선물 받는 것을 좋아했다.지금 하예정의 지갑은 점점 두꺼워졌다. 전태윤의 신분을 알게 된 후 그에게 옷을 사줄 때에도 도련님의 신분에 맞는 명품을 사주곤 했다.그래서 전태윤의 일상 복장은 다 하예정이 사준 옷이다.전태윤은 또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꽃이나 옷 같은 물건이 아니었다.“여보,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투자한 채소밭은 지금 대량으로 수출할 예정이라 더 많은 협력업체를 체결해야 해요. 소현 언니와도 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하여야 하고요. 게다가 집안의 작은 비즈니스는 우리 여자들이 책임져야 하잖아요. 나도 가서 보고 배워야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바빠졌네요. 하지만 항상 당신을 마음에 두고 있어요. 언니를 제외하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우빈이보다 더 사랑해요.”그녀는 겨우 열흘 동안 바빴을 뿐인데 남편은 이미 참지 못할 지경이였다.갓 혼인신고를 하였을 때 전태윤은 매일 한밤중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지만 그녀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었다.하예정의 생각을 알았다면 전태윤은 이렇게 투덜거렸을지도 모
“몸 주의해. 건강이 제일이야.”하예진은 그런 동생이 마음 아팠다.“언니, 나 괜찮아.”하예정이 어젯밤에 잠을 설친 이유는 남편 때문이었다.부부생활에 대한 얘기는 언니에게 말하기 좀 난처했다.“언니, 서현주가 나왔다며?”하예정이 갑자기 물었다.하예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임신했대. 갓 잡혔을 때 막 임신한 거라 들어간 후 기분도 나쁘고 해서 발견 하지 못했어. 지금 이미 석 달이 됐는데 주형인이 도와 옥외 집행 수속을 밟았어.”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 받아야 할 벌은 받아야 한다.하예정은 그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그 아이 참 때맞춰 왔네.”주형인은 아직 서현주에 대해 감정이 남아있었다.부모님과 누나가 이혼하라고 압력을 줬지만 그에 동의하지 않았다.서현주가 벌을 적게 받도록 하예진을 찾아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주요한 원인으로는 주형인은 자신이 서현주와 이혼해도 하예진이 자기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부모님과 누나는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둘 사이에 아들이 있는 걸 생각해 우빈이를 위해서라도 주형인이 재혼하자고 하면 바로 동의할 줄 알았다.노동명이 지금 하예진에게 구애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구애하는 사람이 없어도 그녀는 절대 주형인과 재혼하지 않을 것이다.하예진은 전에 자기 입으로 절대 주형인과 재혼 같은 걸 할 일이 없을 거라 분명히 말했다.주형인이 후회하며 재혼하고 싶어도 더 이상 기회가 없을 뿐이다.그는 근본적으로 노동명의 상대가 되지 못하니까.노동명은 우빈이의 마음까지 얻어 꼬마는 지금 동명 아저씨와 아주 잘 지내고 있다.하예진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서현주도 자기 때문에 다른사람에게 우빈이를 해치도록 강요당했기에 그는 서현주에게 미안할 따름이었다.서현주가 임신한 것을 알게 된 주형인은 재빨리 그녀를 도와 옥외 집행을 신청하고 집으로 데려갔다.그는 서현주를 데리고 나온 후 셋방을 물리고 새로 인테리어한 신혼집으로 이사했다.어머니 김은희는 고향에 돌아가
노동명은 들어오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돌아갔다.하예정은 그런 그를 보고 어리둥절해 났다.‘무슨 뜻이지?’포기한 걸까?아니면 그녀가 있는 것을 보고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걸까?노동명이 왜 다시 돌아서서 갔는지 짐작하고 있을 때 그는 곧 다시 들어왔다.그리고 손에는 꽃다발이 들고 있었다.꽃다발을 가져오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하예정은 순간 깨달았다.그녀는 언니를 향해 보았다. 언니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가게에는 하예정 외의 손님은 없었고 두 점원도 모두 한쪽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야 점원들은 일어나 손님을 맞이하려 했다.들어온 사람이 다시 돌아온 노동명인 것을 보고 두 점원은 다시 앉아 아침을 계속 먹었다.노동명이 하예진에 대한 마음은 뚜렷했다. 점원이 모르는 척하려고 해도 무리였다.“예진아.”노동명이 꽃다발을 안고 걸어왔다.“예정 씨, 일찍 오셨네요.”그는 또 하예정을 향해 인사를 했다.하에정은 인사에 응하고는 말했다.“언니 가게의 토스트를 먹은 지도 오래됐고 먹고 싶기도 하고 해서 일찍 온 거예요. 동명 씨도 일찍 오셨네요.”지금은 겨우 7시였다.전태윤은 그녀가 외출할 때까지도 자고 있었다.그녀는 외출하기 전에 특별히 침대 머리맡에 메모를 한 장 남겨주었다. 그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고 남편을 소홀히 했다고 원망하는 것을 피하고자 말이다.앞으로는 좀 더 시간을 들여 남편에게 관심을 줘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간 그녀의 허리가 남아나질 않게 된다.“평소에도 거의 이 시간에 와요.”이렇게 답하고는 노동명은 계속하여 물었다.“우빈이는요?”“우빈이는 우리 집에 있어요. 이따가 일구 씨가 수업하러 데려다 줄 거예요.”하예진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우빈이를 데리고 있기도 불편해서 꼬마는 지금 저녁이면 이모네 집에 묵고 있다.그리고 아침에 다시 강일구가 수업하러 데려다준다.노동명은 알겠다는 듯이 응하고는 그제야 꽃다발을 하예진 앞
노동명은 웃으며 알겠다는 듯이 응했다.하예정은 언니의 뒷모습을 한눈 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노동명에게 물었다.“이렇게 이른 시간에 문을 연 꽃집도 없을 텐데, 이 꽃다발은 동명 씨가 집에서 가져온 거죠?”노동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마당에서 쓸만한 꽃은 다 잘라서 직접 싸서 꽃다발을 만든 거예요.”“어쩐지.”하예정은 그 꽃다발을 바라보았다.그 꽃다발은 장미꽃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꽃을 한 묶음으로 묶은 것이었다.평소 노동명은 이런 것엔 무관심한 사람이라 그의 별장에는 비록 꽃과 나무들이 많았지만 결코 감상할 마음이 없었다. 모두 집사가 사람을 시켜 사와 분위기를 더하도록 배치한 것이다.그래서 장미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별장에 있는 꽃이란 꽃은 모두 잘라내서야 비로소 이렇게 한 다발의 꽃을 모았다.집사는 노동명이 별장에 있는 모든 꽃을 자른 것을 알고 매우 마음이아팠지만, 도련님이 미래의 사모님에게 구애하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서원 리조트의 꽃밭에 가서 한차의 장미를 사 오기로 결정했다. 사온 장미들은 별장 안의 공터에 심어 도련님이 언제든지 꽃을 잘라 미래의 사모님에게 드리기 쉽도록 했다.노동명은 잠자코 있다가 작은 목소리로 하예정에게 물었다.“제 꽃다발이 너무 엉망이라 싫어하는 걸까요?”“아뇨, 동명 씨가 보낸 꽃이라 싫어할 뿐이에요.”“...전에 예진이가 주형인과 함께 있었을 때 주형인에게서 꽃을 선물 받은 적이 있어요?”“있죠. 언니랑 결혼하기 전에 크고 작은 선물을 얼마나 줬는지 몰라요. 하지만 연애편지를 가장 많이 썼어요. 그땐 학교에 있었을 때니까요. 그다음에는 언니를 초대해서 영화도 보고 간식도 먹고 그랬어요.”그들 자매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기에 주형인이 언니에게 어떻게 구애했는지는 하예정이 제일 잘 알았다.주형인과 하예진이 금방 만나서부터 연인으로 되고, 연인으로부터 부부가 되고, 또 부부로부터 남남이 되기까지, 하예정은 늘 곁에서 지켜보았다.하예정의 말을 들은 노동명은 갑자기 자신의 구애 방식이 너무
하예진은 9시까지 바삐 돌아쳤다.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그녀도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손은경은 하예진이 한가로운 시간을 택해 가게에 들어섰다.그녀를 본 하예진이 흠칫 놀랐지만 곧바로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다.“오셨어요 은경 씨.”“이젠 안 바쁘시죠 예진 씨?”“네, 지금은 거의 마감 시간이라 정리 마치고 퇴근하려던 참이었어요. 무슨 일이세요 은경 씨?”하예진과 손은경은 교류가 그다지 많지 않다.보아하니 손은경은 노동명 때문에 온 듯싶다.“별일은 아니고 오빠랑 계약을 체결하려고 노씨 그룹에 갔다가 오는 길에 한 번 들러봤어요. 요즘 가게 장사는 잘돼요?”하예진이 웃으며 답했다.“그런대로 괜찮아요. 가게 임대료랑 인건비는 벌 수 있어요.”“예진 씨가 만든 음식 꽤 맛있어요. 오빠가 그러더라고요. 자주 이리로 와서 아침 먹는다고. 천천히 해보세요. 장사 꼭 더 잘될 거예요. 돈도 더 많이 벌고요.”아침 식사 위주라 이른 새벽에 깨나야 하는 게 매우 수고스러울 뿐이다.하예진은 손은경을 자리로 안내하고 온수 한 잔 따랐다.하예진은 소소한 옷차림에 가정주부처럼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는데 손은경은 깔끔한 수트 차림으로 세련미를 돋보였다. 한눈에 봐도 커리어우먼임을 알 수 있었고 하예진과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하예진은 하마터면 열등감을 느낄 뻔했다.“고마워요.”하예진은 온수를 손은경의 앞에 내려놓았고 손은경은 가볍게 웃으며 고마움을 표했다.하예진이 자리에 앉은 후 손은경이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하예진은 민낯이지만 관리를 꽤 잘 받은 피부였다. 하긴, 재벌가에 시집간 여동생도 있고 부잣집 사모님인 이모도 있으니 비싼 기초제품이 빠질 리가 있을까.게다가 그녀는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다. 손은경은 미혼이지만 하예진과 고작 한두 살 차이밖에 안 난다.하예진은 소탈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얼굴에 띈 미소가 사람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준다.동명 오빠는 단지 아내를 원하고 단란한 가정을 원할 뿐 비즈니스 파트너는 필요 없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