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할머니는 정윤하에게 말했다.“윤하 씨, 우리는 예의를 너무 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니까 불편해하시지 마세요. 우리를 방해한다고도 생각하지 마시고요. 우리 리조트에서 잘 드시고 잘 놀다가 또 오고 싶으시면 자주 오세요.”정윤하는 웃음 지으며 대답했다.“그럼 앞으로 시합하게 될 때마다 학생들을 데리고 와서 할머니를 귀찮게 할게요.”귀로 듣기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더 낫다고 하더니!전씨 할머니는 생각보다 더 친근하고 거드름 피우지도 않으셨다.전씨 할머니는 정윤하의 할머니처럼 따뜻하고 손님 접대를 잘하는 분이셨다.“경기가 없어도 놀러 오세요. 지훈 씨에게 부탁해서 데리러 가면 되죠. 그리고 우리 리조트로 와서 묵으셔도 되고요. 리조트에 방이 많으니 열흘 동안 지내면서 놀다가 가세요.”정윤하는 웃으면서 예의 바르게 말을 이어갔다.정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할 것이다.한 번 와보는 것만으로도 소지훈에게 얼마나 큰 신세를 졌는지 모른다.소지훈은 항상 정윤하에게 은혜를 다 갚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열정적으로 정윤하와 학생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도 했고 갑부인 전씨 가문의 저택까지 들어왔으며고 밥도 사주었다. 이 남자는 정말 생명의 은혜를 몇 배로 갚는 사람이었다.은혜에 보답하고 감사할 줄 아는 남자는 분명 좋은 남자일 것이다.정윤하는 소지훈과 이틀간 접촉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가 점점 높아져 갔다.할머니의 요청에 소지훈 일행은 먼저 저택으로 향했다. 그들은 화려하고 절제된 홀에서 차를 마시고 과자와 과일도 먹었다.모두가 배불리 먹은 모습을 본 전씨 할머니는 직접 가이드가 되어 모두를 데리고 리조트를 구경시켜주었다.12명의 어린이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전씨 할머니는 가장 먼저 학생들을 데리고 어린이 놀이터로 갔다.그 놀이터는 옛날에 전씨 할머니가 손주들을 위해 만든 놀이터였다. 지금 아홉째 손자도 이미 10살이 넘었던지라여 살 되였기에 그 놀이터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가끔 우빈이가 올 때면 그 놀이터에서 놀곤 했다.오늘은
“할머니, 태윤 씨와 예정 씨의 혼례를 앞두고 할머니도 바쁘시겠어요. 할머니 장손의 혼례에 관한 일인데 할머니의 귀한 시간을 뺏을 수는 없죠. 윤하 씨 곁에는 제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소지훈은 전씨 할머니께 더는 자신의 잘 보일 기회를 빼앗지 말라는 의미를 명백하게 표현했다.그는소지훈은 정윤하 앞에서 잘 보일 기회를 간절하게 얻고 싶었던 모양이다.할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꺼냈다.“그러면 뭐해요? 제가 할 일도 없는데. 저는 나이도 많고 늙어서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인데 저한테 감히 일을 시킬 리가 있겠어요? 제가 입만 뻥끗하면 사람들이 제 요구대로 움직여줘요. 저 너무 한가해요.”“우리 서원 리조트에 이렇게 많은 아이가 와서 노는 것을 본지도 꽤 오래됐네요. 저는 이렇게 사람이 많은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잘 보이고 싶으면 어서 가서 잘 보여요. 제가 막는 것도 아니고.”“저 같은 노인네도 이기지 못하면 앞으로 강한 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바로 항복하고 윤하 씨를 상대방에게 양보하려고요?”소지훈이 대답했다.“저 소지훈은 항복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라요.”누가 감히 소지훈과 정윤하를 뺏으려 하겠는가!시험해 보면 알 것이다!할머니는 피식 웃었다.“지훈 씨, 지금 저에게 항복한다고 말씀하시면 제가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갈게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저도 우리 태윤의 혼례를 지켜봐야 하기에 정말로 바쁘거든요.”전태윤의 혼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바로 전태윤 본인일 것이다.할머니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시름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필경 장남이 전씨 가문 손자중에서 첫 번째로 올리는 결혼식이기 때문에 떠들썩하게 식을 치르고 싶었다.앞으로 전태윤은 전씨 가문의 가주이고 하예정 또한 전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될 것이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다른 손자들이 초월할 수 없을 만큼 성대하게 꾸며야 했다.전씨 할머니는 하예정의 든든한 후원자로 되려고 노력했다.“항복하지 않으면 저는 지훈 씨 뒤를 계속 따라다닐
정윤하는 자신의 학생들을 소지훈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소지훈이 제안하자, 정윤하는 별말 없이 그가 가리킨 큰 나무 쪽으로 따라 걸었다.나무 아래에는 그네 의자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별장에는 정말 많은 그네가 있더라고요.”그네 의자에 앉은 후, 정윤하가 말했다.“꽤 많아요. 대부분 나중에 설치된 거죠. 전씨 사모님께서 그네를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대표님께서도 부인을 많이 아끼셔서, 그분들이 머무는 곳엔 언제나 그네가 있다고 들었어요.”“그럼. 전씨 사모님은 어디서든 그네 의자에 앉을 수 있겠네요.”정윤하는 부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씨 사모님을 진심으로 아끼는군요. 정말 부러 워요.”정말 어디서나 전태윤이 부인을 아낀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 같다.“전씨 할머니는요?”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정윤하는 궁금해서 물었다.조금 전 까지만 해도 함께 있었다.“할머니께서는 전씨 가문의 중심이세요. 가문의 중요한 일들은 모두 할머니가 지휘하시죠. 대표님의 결혼식 준비 때문에 지금 많이 바쁘실 거예요.”“정윤하 씨, 며칠 더 머무를 수 있나요?”소지훈이 갑자기 물었다.정윤하가 대답했다.“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어요. 아이들이 곧 학교에 돌아가야 하거든요. 우리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긴 하지만, 학업이 더 중요하죠. 우리 무관이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할 순 없어요.”그렇게 말하고 나서, 정윤하는 소지훈에게 물었다.“소지훈 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 대표님 결혼식 이야기를 하니까 생각났어요. 저도 대표님의 청첩장과 초대를 받았거든요. 결혼식에 참석할 뿐만 아니라, 사회도 맡아야 해요. 원래는 정윤하 씨와 함께 돌아가서 무술을 배우고 몸을 단련할 계획이었는데, 결혼식 후에야 연성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정윤하 씨께서 며칠 더 머무르시고 대표님의 결혼식에서 축하 한 잔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그 말을 듣고 정윤하는 꽤 흔들렸다.하지만 정윤하는 여전히 거절했다.“안 돼요. 저랑
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사업 문제는 걱정하지 마요. 회사에 관리팀이 있으니까요. 다만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피할 수 없네요.”“그건 피할 수 없죠. 전 대표님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이 많아요. 소지훈 씨가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정말 행운이네요.”정윤하는 사실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부부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고 얼굴 한 번 마주친 적도 없었다. 설사 소지훈이 정윤하를 데려간다고 해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야 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했다.소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정윤하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할머니라는 방해꾼이 없자, 소지훈과 정윤하는 하루 종일 함께 있었고 그 사이의 남아 있던 어색함은 완전히 사라졌다.그 후 이틀 동안 소지훈은 여전히 무료 가이드로서 정윤하와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구경시키고, 현지의 정통 간식 음식을 맛보게 해주었다.이틀 후, 정윤하는 아이들과 함께 관성을 떠났다.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어느덧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한 지 1년이 되었고 결혼 1주년 기념일도 이미 지나갔다. 전태윤은 아내에게서 받은 귀한 선물에 보답하며 하예정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고 매년 결혼기념일에는 함께 잘 기념하기로 약속했다.결혼식 3일 전에 하예정은 친정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의 친정은 언니의 집이었다.여동생이 시집가는 곳과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 또 레아닐 아파트에서 하예진을 괴롭히는 취객을 피하기 위해 하예진은 아들과 함께 레아닐 아파트를 떠나 전태윤 부부가 선물한 별장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하예진은 그 선물을 받지 않고 전태윤과 매매 계약을 체결해 전태윤에게서 그 별장을 구입했다.가격은 비밀로 했다.하예정은 언니의 자존심을 존중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격 협상에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하예진이 그 집으로
“성소현 씨”성소현을 본 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인사했다.“숙희 아주머니, 어떻게 여기 있어요?”낯이 익은 숙희 아주머니를 보자 성소현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사모님께서 친정으로 돌아오셔서, 도련님께서 저와 강일구 씨를 보내셨어요.”도련님은 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에게 하씨 가문에서 일하도록 하고 월급도 계속 지급하며 인상해 주었다.전태윤의 경호원들과 전씨 가문의 하인 중에서 하예진 모자는 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에게 가장 익숙했다.전태윤이 그렇게 배려한 이유는 하예진 모자가 평안하게 지내야 전 사모님이 기분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성소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태윤 씨의 방식이죠. 태윤 씨는 항상 예정을 세심하게 배려해요. 정말 자상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예전에는 전태윤이 너무 차갑고 무정하다고만 생각했다.오랜 짝사랑에도 결실이 없었고 공개적으로 전태윤을 쫓아다녔지만, 전태윤의 눈길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전태윤은 원래부터 냉정한 사람이고 다정함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나중에야 전태윤이 다정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 다정함을 자신에게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다행히도 전태윤이 깊이 사랑하는 여자는 성소현의 사촌 동생이었고 그 훌륭한 남자가 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했다.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도련님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한 분입니다.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에요.”숙희 아주머니는 별장 대문을 열며 성소현에게 말했다.“성소현 씨, 차를 안으로 들이세요.” “네. 그래야겠어요. 점심 먹고 예정이랑 같이 있을 거라 오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태윤 씨도 점심 먹으러 오시나요? 제가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지 걱정되네요.”숙희 아주머니가 대답했다.“도련님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셔서 밤에만 잠깐 들르셔서 사모님을 보시곤 해요.”결혼식 준비로 전태윤은 너무 바빴다.그래도 아무리 바빠도 매일 밤 하씨 가문에 와서 아내를 보러 왔다.“저는 태윤 씨
“아이들은 다 그렇죠.”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좀 더 크면 괜찮아질 거예요. 우빈은 유치원 가기 싫어하지만, 울고 떼쓰지는 않아요. 그저 일부러 행동을 천천히 해서 꾸물거릴 뿐이에요. 하예정 씨가 워낙 성격이 좋은데도 그 느긋함을 못 견디죠.”“우빈은 꾸물거리면서도 늦을까 봐 늘 걱정해요. 늦으면 창피하다고 하더라고요.”“어떨 때 하예정 씨는 우빈이 너무 답답해서 일부러 우빈이를 두고 작은 가방만 들고 나가면 우빈은 울면서 서두르죠.”성소현이 말했다.“역시 아이는 보기만 하는 게 좋네요.”우빈은 성소현에게 이미 매우 착한 아이로 보였지만, 그동안 성소현이 본 건 그저 겉모습일 뿐이었다. 매일 아이를 돌본다면 성소현도 금세 지칠 것 같았다.숙희 아주머니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게 사실이에요. 다른 사람의 아이는 보면 정말 귀엽고 자신도 열 명이고 여덟 명이고 낳고 싶어지죠. 그런데 막상 자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시 배 속에 넣고 싶어질걸요.”성소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자신이 예준하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예준하에게 맡기고 성소현은 그냥 보기만 하겠다고 같이 놀고 밥만 챙겨줄 수 있지만, 훈육이나 걱정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조금 무책임해 보이는 것 같았다.“사모님, 성소현 씨가 오셨어요.”숙희 아주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가며 하예정을 불렀다.거실에서 심심하게 TV를 보던 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성소현이 온 걸 보고는 바로 웃으며 일어나 성소현을 맞이했다.하예정은 성소현에게 장난스레 불평했다.“언니, 정말 너무해요. 이렇게 많은 시간을 두고 한 번도 안 와서 저랑 같이 있어 주질 않다니, 저 너무 심심해 죽겠어요.”결혼식 준비는 하예정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도와주고 싶어도 할 일이 없었다.회사로 출근할 수도 없고 서점에 가려고 해도 심효진이 빨리 돌아오라고 재촉하며 집에서 신부가 될 준비나 하라고 했다.바쁜 게 익숙한데, 갑자기 모든 게 멈춘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하예정은 몸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소지훈 씨의 그런 특별한 경우는 아무나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에요.”“소지훈 씨가 운명의 여인을 찾았대.”성소현이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저도 알고 있어요. 며칠 전에 소지훈 씨가 우리 집 남편에게 말하더라고 정겨울 씨를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오고 싶다고 해서 태윤 씨가 허락했어요. 할머니는 정겨울 씨가 정말 못 하는 게 없다고 하시면서 소지훈 씨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또 정겨울 씨 같은 여자가 소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을 거라고 하셨죠.”“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정겨울 씨의 무술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고 태윤 씨도 정겨울 씨를 당해낼 수 없다고 하셨어요. 정겨울 씨는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운 명문가 출신이지만, 태윤 씨는 그저 어설픈 수준이잖아요.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요.”“저도 어설프긴 마찬가지예요.”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태윤 씨가 네가 태윤 씨를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얼굴이 확 상할 거야. 태윤 씨는 워낙 자신만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늘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남자라고 생각하거든. 네가 태윤 씨의 무술 실력이 어설프다고 말하면 태윤 씨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걸?”“인정 못 하면 정겨울 씨에게 도전하러 가면 되죠. 정겨울 씨가 확실하게 태윤 씨를 이겨서 복종하게 만들 거예요.”성소현이 말했다.“예정아, 내가 보기에 너 태윤 씨가 정겨울 씨에게 도전하길 바라는 것 같은데? 만약 네가 임신 중이 아니었다면 너도 도전해 보고 싶지 않았어?”“아니에요.”하예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저의 실력을 잘 알아요. 저의 이 정도 허접한 실력은 모자란 깡패들 상대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정면 대결에서는 이길 수 없어요.”하예정이 과거에 깡패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도, 항상 기선을 제압하고 기습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에 깡패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상대의 많은 인원수 때문에 하예정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언니랑 예준하 씨는 약혼이나 결혼할 계획이 있어요?”
하예정은 성소현을 설득하지는 못했으나 성소현이 하예정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하였다.성소현은 하예정과 사촌 자매인 줄 몰랐을 때도 하예정을 잘해주었다.성소현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사람이었다.다만 원래부터 친했었던 하예정과 심효진을 빼고는 성소현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좋은 친구는 많지 않았다.“언니, 꼭 준하 씨랑 상의해서 준하 씨의 의견을 들어봐요. 만약 준하 씨가 탐탁지 않아 하면 나 때문에 괜히 싸우지 말고 준하 씨가 하자는 대로 해요.”하예정은 성소연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언니의 행복이에요. 나 때문에 준하 씨와 언니의 인륜지대사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요.”성소연은 반대로 하예정의 손을 잡아주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예정아 걱정하지마. 나는 준하가 내 결정을 충분히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 어차피 우리는 약혼을 먼저 할 계획이었어. 결혼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돼.”예준하는 솔직히 결혼이 조급했지만 성소현의 결정을 존중했다.관성에서 예준하 이외 남자들은 성소현을 마음에 품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성격이 별로인 성소현이 결혼 후 사고만 칠까 봐 걱정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성씨 가문과 걸맞은 집안이 없었다.관성에 있는 상류 사회층의 모든 사람은 성소현이 성씨 가문에서 수많은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또한 이경혜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사돈이 되면 어울리기 어렵고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다.그뿐만 아니라 성소현이 과거에 전태윤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관성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었다.그들은 자신을 전태윤보다 부족하다고 여기고 성소현의 눈에 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경혜의 반대만 아니었다면 예준하는 누가 성소현을 빼앗아 갈까 봐 걱정하며 결혼을 조급해할 필요도 없었다.성소현이 언제 결혼하고 싶어 하면 그때 해도 무방했다.하지만 지금은 이경혜가 반대하고 소지훈까지 개입하면서 결혼이 급해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