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이가 운초 씨 품에 안기는 것 좀 봐요. 내가 안으려고 하면 날 때리기까지 하면서 뛰어가더니.”여운초가 애완 고양이를 안은 장면을 보고 전이진이 깜짝 놀라 한마디 내뱉었다.오인숙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누가 전에 발로 차서 원한을 맺으라고 했어? 노랑이는 확실히 부드러운 사람을 좋아하긴 하지.”“제가 사납게 생겼어요?”전이진은 자신이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다.“너희 형제 중 누가 부드럽다고 생각해? 노랑이는 사실 엄청나게 똑똑하거든. 너희들이 위선적인 부드러움은 느낄 수 있었을 거야.”“이름이 노랑이에요? 귀엽네요.”“온몸이 노란색이라 노랑이로 이름 지어 주었어요. 이런 고양이는 무척 귀여워요. 만약 좋아한다면 이진이 보고 한 마리 사 오라고 하세요. 사람한테 엄청나게 달라붙어요. 저녁에 잘 때도 옆에서 붙어 자기를 좋아해서 자꾸 우리 품에 안겨서 자거든요.”여운초는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지금은 키울 시간이 없어요. 태윤 씨도 애당초 고양이와 개를 형수님께 선물했지만, 형수님도 키울 시간이 없어 숙희 아주머니에게 맡겼잖아요. 애완동물들은 키워주는 사람들이랑 더 친하거든요.”오인숙은 하예정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그건 그래요. 양씨 아주머니가 너무 잘 먹여서 돼지처럼 살이 쪘잖아요. 다이어트가 좀 필요하죠.”전이진과 여운초는 정현국 집에서 한참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중심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전이진은 부엌으로 들어가 요리하기 시작했다.여운초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전이진이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전이진은 하예정에 부탁해 여운초를 데리고 나가서 아름다운 노을 풍경을 보러 가라고 했다.여운초와 하예정은 정원에 있는 정자 아래에 앉았다. 주위에는 분수와 작은 다리가 놓여 있었고 그 밑에서 물들이 졸졸 흘렀다.이것이 바로 진정한 정원이었다.“여운별이 나왔어요.”여운초가 입을 열었다.하예정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내년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벌써 나왔어요? 안에서 표현이 좋아서 감형받고 미리 나온 걸까요
여운초는 여운별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여운별의 배후에 있는 사람을 경계해야 했다.그 공씨 성을 가진 사람도 어떤 신분인지 아직 잘 몰랐다.“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운별이를 상대하는 것쯤이야 모두를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어요. 저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 다만 운별이가 나오자마자 공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 연락했는데 그 공씨 성을 가진 사람이 어떤 신분인지 저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해요.”“이진 씨는 태윤 씨에게 부탁해 소 대표님께 그 공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해요. 상대방의 속내를 잘 모르고 있다가 혹여 저한테 손을 쓰게 되면 제가 꼼짝없이 죽을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에요.”하예정이 이내 말을 이었다.“제가 효진이한테 부탁해 볼게요. 효진이가 정남 씨한테 말하면 되는 일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고마워요.”“별말씀을. 저는 우리가 모두 다 행복하고 하는 일들이 순조롭기만을 바랄 뿐이에요.”여운초는 웃으며 말했다.“순조롭게 잘 살길 바란다고 하지만 사실 평생 잘 되는 사람은 많지 않은걸요.”“하긴, 그래요.”하예정은 정자 밖의 하늘을 보며 조용하게 말했다.“날씨가 변할 것 같아요.”“가을이 깊어져서 그런가 봐요. 확실히 날씨가 변할 것 같아요.”“참, 정 선생님께서 임신이 힘들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된 일이에요? 방금 둘째 숙모가 계셔서 여쭤보기가 곤란했거든요.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이 사상이 진보적인 건 맞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아기를 빨리 낳기 바라고 계실 테니까요.”전이진 형제들은 더는 나이가 젊은 편이 아니다.동갑내기들은 진작에 아빠가 되었고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두 아이의 아빠로 되었다.여운초의 눈빛이 갑자기 차갑게 변했다.“정 선생님께서 우리 엄마는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고 하셨어요.”하예정은 그제야 여운초의 몸이 손상된 원인이 추미자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정말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네요! 머리에 뭐가 들어있는지 참 궁금하네요.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모질 수 있어요? 그래도
“이런 얘기 그만 해요.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해요.”“그러게요. 우리 삶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이미 법의 처벌을 받았어요. 참, 운초 씨 동생이 나왔는데 아마 천우 씨도 찾으러 갈 거예요. 전화해서 천우 씨에게 알려줘요.”여운초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운초와 운별이야말로 같은 부모님을 두고 있어요. 천우를 찾아가는 것도 정상이에요. 이제 천우도 성인이 되었으니 스스로 결정을 내릴 거예요. 저는 늘 천우의 모든 선택과 결정을 존중했거든요.”하예정은 잠시 생각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그럼, 그대로 내버려두세요.”모든 형제자매가 전씨 가문 사람들처럼 화목하고 사이가 좋은 건 아니었다.여운별과 여천우는 비록 아버지가 다르지만 같은 어머니를 두었다. 게다가 그들 아버지도 친형제였기 때문에 두 사람 몸에 모두 여씨 가문의 피가 흘렀지만 서로 원수처럼 지내면서 살아왔다.전씨 할머니와 정겨울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원 리조트로 돌아왔고 예준하도 성소현을 데리고 돌아왔다.전태윤의 사촌 동생 전지율이 개학하여 못 돌아가는 것 빼고 관성에 있는 다른 사람들 모두 리조트로 돌아갔다.날이 어두워지고 집마다 등불이 켜질 때쯤 서원 리조트도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한편 관성 호텔.평범한 옷차림의 남자가 호텔에 들어갔다. 호텔은 매일 유동인구가 많고 손님들이 들락날락했기 때문에 그 평범한 남자는 사람들 눈에 띄지 못했다.그 남자는 호텔에 들어간 뒤로 익숙한 듯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남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에 나온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그제야 목표를 찾았고 그 방문을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방문이 열렸다. 문을 연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남자는 곧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문이 닫히자 나이 많은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가주님께 말씀드려. 내가 얼마 전에 신청한 전화번호를 쓰지 말라고. 누군가가 지금 조사하고 있으니까.
그때 이은화는 이윤정이 그녀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몰랐다. 단지 이윤정을 수년간 키웠지만, 여전히 이은화의 뜻대로 우수하지 못했기에 비서를 급하게 이윤정에게 배정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뿐이다.다행히도 배정해 주지 않았다.아니면 이윤미의 특별 비서를 다시 뽑아서 배양해야 했다.이런 특별한 비서 한 명을 양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이씨 가문은 후계자를 결정한 뒤 특별 비서를 양성하여 다음 후계자가 임명되기까지 종종 십여 년, 심지어 2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그리고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특별 비서를 고르려면 일단 능력이 강해야 하고 또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어야 특별 비서의 조건에 적합하다.“알겠습니다.”공 비서는 곧 방에서 나왔다.그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또 남성이기도 했고 친구를 만나러 온 듯한 인상을 주었기에 누구의 눈길도 끌지 않았다.공 비서가 관성 호텔을 떠난 뒤에야 경호원은 공 비서가 왔었다는 사실을 이은화에게 알려주었다.이은화는 그녀가 공 비서에게 새 번호를 사달라고 부탁한 것이 이렇게 빨리 조사를 받은 것을 알고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한참 뒤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그럼 취소하라고 해. 관성은 역시 능력이 강한 사람이 많군.”이은화가 쉽게 비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잠시 후 이은화는 경호원에게 물었다.“여운별 씨가 무슨 움직임이 있었어? 여씨 가문의 별장도 못 들어간 거 아니야?”여운별은 성질이 더러운 것 외에는 정말 아무런 쓸모가 없었지만 그런 쓸모없는 사람만이 소식을 알아봐 줄 수 있었다.지금 관성에서 감히 위험을 무릅쓰고 이은화를 도우려고 하는 사람은 오직 여운별뿐이었다. 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를 무척 싫어했고 하예정 일행이 불행하게 지내는 것을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하여 이은화는 여운별을 찾을 수밖에 없다.경호원이 대답했다.“둘째 아가씨는 두 고모의 셋방에 가셨고 지금도 그곳에 있어요. 그리고 둘째 아가씨는 지금 누군가가
이은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윤정의 전화를 받았다.“엄마.”전화가 연결되자 이윤정은 울면서 엄마를 불렀다.“왜 울어? 누가 괴롭혔어? 나한테 말해. 내가 혼내줄 테니까.”이은화는 얼굴을 찡그려도 부드러운 말투로 이윤정에게 말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수양딸을 위해 받쳐줄 것처럼 말이다.“엄마, 언제 와요? 엄마가 집에 없는 동안 윤미 언니가 날 괴롭혔어요. 너무 화나요. 항상 날 괴롭히고는 무고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나 말고도 아빠도 화가 나서 잘 못 먹고 잘 주무시지도 못해요. 아빠 살도 쏙 빠져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파 난다니까요.”“자꾸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면서 우리랑 싸워요. 심지어 형수님께서 오빠한테 이혼 소리까지 꺼내게 했어요.”이은화가 말을 이었다.“윤미에게 그런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 능력도 없는 사람인데 너희들을 화나게 만들 능력이 있었으면 내가 후계자 일 때문에 이토록 머리 아파할 일도 없었을 거야. 휴... 윤미는 내 곁에서 자라지 않아 아무리 가르쳐도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 내가 엄격하게 대하면 사람들은 또 내가 친딸한테 너무 한다고 말하고.”이윤정은 훌쩍거리면서 말했다.“엄마, 윤미 언니는 너무 교활해요. 너무 한다니까요.”“윤미가 이간질해서 형수님과 오빠가 싸우면서 이혼하게 했다고? 윤미가 뭐라고 했어? 무슨 일을 벌였는데?”이윤정이 대답했다.“우리 오빠가 밖에서 여자를 만난 사실을 형수님들에게 알려줘서 싸우게 했어요. 우리 오빠처럼 멋지고 사업이 성공한 남자들이 밖에서 여자랑 노는 게 뭐 어때서요? 대부분 남자도 밖에서 내연녀들을 만나고 있을걸요. 우리 오빠는 별거 아닌 여자랑 만나서 아무런 위협도 없을 텐데. 저는 진작 알았는걸요.”이은화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은화는 남편을 엄격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아주 적은 용돈을 주었다. 그녀는 남자가 돈이 많아지면 밖에서 바람을 피우기 쉽다고 생각했다.이은화의 남편은 종종 10만 원도 없었다.하지만 아들에게는 눈감아주었다. 아들의 능력으로 찾은 여자
이윤정의 불평을 듣고 있던 이은화는 그녀를 꾸지람했다.“윤정아, 일부러 이윤미의 차를 들이박은 거 아니고? 윤미 차가 내가 사준 고급스러운 새 차인데 네가 들이박아 수리비를 물어주지 않으니 네 카드를 정지시킨 거잖아. 정상 아니야? 윤정이 넌 항상 잘못을 저지르고 고칠 생각을 안 해. 늘 남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찾지 않는 게 탈이야.”“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봐. 네가 산 새 차를 상대방이 수리비도 내지 않고 도망간다면 넌 화 안 나겠어? 네 성격으로는 아마도 그 사람을 찾아가서 그 사람 집도 망가뜰릴 것 같은데.”이은화는 이윤정이 주제를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이은화의 친딸이고 이씨 가문의 후계자이기에 이씨 가문의 모든 사람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키고 용돈도 줄일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물론 현재 이은화가 여전히 이씨 가문의 가주이기 때문에 이윤미도 그 권력을 남용하여 감히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경제적 타격을 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이은화가 강성에 없는 보름 동안 이윤정이 또 일을 벌여 이윤미를 화나게 했고 따라서 이윤미가 이윤정의 카드를 정지시켰을 것으로 보인다.전화기 너머의 이윤정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제가 정말로 실수로 언니 차를 긁은 거예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그깟 차 수리비가 얼마나 든다고. 겨우 200만 원밖에 안 될텐데. 제가 수리비를 내주어야 해요? 언니가 돈이 부족해요? 언니가 돌아오자마자 용돈도 저처럼 많이 받던데. 지금 제 용돈도 반으로 줄었으니 언니는 지금 저보다 돈이 더 많거든요.”이윤미와 같은 촌뜨기는 운명이 좋아서 갑자기 이씨 가문의 딸로 되였다. 이씨 가문이 그 촌뜨기에게 주는 돈은 아마도 그녀가 5년을 벌어도 못 모으는 그런 돈일 텐데.이윤미는 예전에 막노동으로 한 달에 겨우 100만 원을 벌면서도 팀장에게 자주 욕을 먹었다고 했다.하지만 감히 사직할 수 없었다. 그곳에서 사직하고 일자리를 구하러 나가도 대우는 모두 비슷했기 때문이다.이 점은 이윤정도 그녀의 친어머니로부터 확인
그 후 정군호는 불만이 쌓여도 감히 아내를 속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다행히 정군호 아들딸이 그에게 몰래 용돈을 조금씩 건네주었기에 그나마 넉넉하게 살 수 있었다.이은화는 아들딸의 효도하는 행위를 해 관해 끼어들지 않았다.물론 정군호가 감히 밖에서 바람을 피운다면 이은화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이은화는 일찍이 남편에게 만약 바람을 피우게 되면 반드시 그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정군호 또한 아내가 말하면 말한 대로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수십 년 동안 수많은 여자가 그에게 매달렸지만, 그는 감히 그 여자들에게 가까이조차 가지 못했다.“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야.”이은화가 엄숙하게 타일렀다.이윤정은 더는 불평하지 못했다.잠시 후 이윤정은 또 입을 열었다.“엄마, 제가 잘못했다고 해도 언니는 제 카드를 정지시키면 안 돼요. 그럴 자격이 있기나 해요? 언니는 아직 가주 자리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저한테 이렇게 대하면 앞으로 가주 자리에 오르게 되면 제가 살길이 있겠어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 곁에서 자랐잖아요. 엄마가 저에 대한 사랑도 저는 모두 느낄 수 있거든요.”“저는 줄곧 저를 이씨 가문 사람이엇고 친아버지가 한 나쁜 짓도 저는 몰랐단 말이에요. 저는 정말 죄 없는 사람이에요. 어머니께서도 말씀하셨죠. 제가 영원히 이씨 가문의 자식이라고요. 그런데 엄마가 출장 가신 지 겨우 보름 만에 저를 괴롭히고 제 카드도 정지시켰어요. 만약 앞으로 언니가 가주 자리에 오르게 되면 저는 어떻게 살아가요?”“네 명의로 된 재산으로는 부족했던 거야? 용돈이 모자라서 이래?”이은화가 담담하게 물었다.이윤정이 지금 쓰고 있는 용돈은 하루 100만 원 한도의 카드가 아닌 이은화가 따로 이윤정에게 준, 이윤정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신용카드였다.“제 명의로 된 재산은 별로 없는걸요. 겨우 집 몇 채에 차 두 세대, 그리고 상가 두 집뿐이에요. 적금도 겨우 10자리밖에 안 되는걸요.”그녀의 적금은 20억
“네 명의로 된 집과 상가만으로도 임대료가 한 달에 수천만 원이야. 보통 사람에게는 그들의 1년 수입이야. 넌 이미 많은 사람보다 좋은 삶을 살고 있어.”이윤정은 서러운 어조로 되물었다.“지금 제가 돈을 많이 썼다고 저를 꾸지람하시는 거세요?”“그런 뜻이 아니잖아. 엄마는 단지 네가 수만 명의 사람보다 더 잘 살도 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야. 그만 화내. 며칠 뒤에 엄마가 돌아가면 네 카드를 풀어줄게. 윤미도 좀 혼내고 너 대신 화풀이해줄게. 그런데 윤미 차를 들이박은 건 수리비를 물어줘야 해. 아니면 엄마는 너를 돕고 싶어도 떳떳하지 못해. 어쨌든 윤미도 내 딸이잖아.”이윤정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제가 차 수리비를 언니에게 줄게요. 그러면 엄마가 집으로 돌아와서 저를 위로해 주실 거죠?”“그럼, 엄마가 돌아갈 때 너한테만 선물을 사 갈게. 넌 내가 직접 키운 자식이야. 어떤 상황이든지 윤정이 넌 영원히 내 마음속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울지 말고, 화내지도 마. 그럴 필요 없어. 윤미도 나한테 혼나기만 했잖아. 어렵게 우리 가문의 주인으로 될 기회가 생겨서 그러는 거야. 엄마가 돌아가서 윤미 용돈도 줄일게. 걱정하지 마.”이윤정의 표정이 그제야 밝아졌다.“고마워요. 엄마 최고예요! 제가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일찍 쉬세요.”이윤정은 이은화에게 고발하고 또 어머니의 위로를 받더니 그제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이윤미는 여전히 어렸다.이윤정이 전화를 끊은 후 이은화는 바로 이윤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윤미는 그 시각 이씨 가문의 대표 사무실에 앉아있었다.이윤미는 진작에 모든 일을 다 처리해 놓았다.지금 그녀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이윤미가 이씨 가문에 돌아오기 전에 설립한 회사로서 그 회사도 현재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이씨 그룹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이씨 그룹은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비록 요즘은 강성의 주요 그룹 중 최하위권에 위치할지라도 그 내력은 여전히 존재했다.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