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해은이 말했다.“돈을 주지 않았어. 사돈아가씨가 일부러 와서 소란을 피우며 네 명성을 망치려는 걸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내가 밖으로 나가서 만났어.”“한 번 돈을 주면 이제 돈이 없을 때마다 와서 또 달라고 할 게 뻔하잖니. 그래서 돈을 주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어.”명해은은 그런 일에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네 동생이 너를 욕하는 말이 너무 심해서 두어 마디 듣고는 사람을 시켜 그녀의 입을 막고 끌어내 버렸어. 다시는 별장 입구에서 떠들지 못하게 말이야.”“그래도 네 동생이니 너희 관계가 어떻든 간에, 사돈아가씨가 집까지 와서 돈을 요구한 건 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얘기하는 거야.”“운초야, 난 단지 네게 알려주려는 거지 너를 탓하려는 게 아니니 마음에 두지 마라. 그 모녀가 예전에 너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내가 개를 풀어 그녀를 물게 하지 않은 것도 체면을 봐준 거야.”명해은은 며느리가 자신이 화가 난 걸로 오해할까 봐 급히 설명했다.그녀는 여운별이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며 자기 며느리의 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운별이 별장 입구까지 와서 돈을 요구하고 여운초를 욕한 데에 화가 났지만 며느리가 이 일을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전한 것이다.여운초는 부드럽게 대답했다.“어머님, 알아요. 저도 어머님을 탓하지 않아요. 그리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게요. 동생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할 정도죠.”“동생에게 돈을 주지 않은 건 정말 잘하신 거예요. 한 번 돈을 주면 걔는 우리를 착취하려 들 거예요. 성인이 돼서 손발이 멀쩡한 데 돈이 필요하면 자기가 벌어야죠. 다음에 또 찾아오면,어머님이 기르시는 강아지를 풀어서 그녀를 겁주시면 다시는 오지 않을 거예요.”여운초는 동생을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찾아올 때마다 여운초는 집사에게 맹견을 풀게 했고 그러면 여운별은 토끼처럼 빠르게 도망쳤다.여운별은 어머니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독하고
여운초는 지금이라도 전화 한 통이면 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사람들을 관성에서 일자리도 찾지 못하게 하고 쫓아낼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여운별 역시 그들에게 부추김을 받지 않는다면 스스로 깨닫고 자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여운별 같은 사람은 사회의 혹독한 경험을 통해서만 성숙해질 수 있고 옳고 그름을 깨달을 수 있었다.물론, 여운초는 동생이 변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여운별의 가치관은 어머니의 과잉보호 아래 잘못 형성되었고 이를 고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동생이 얌전히만 있다면 여운초는 그녀를 완전히 내치려 하지 않았다.다만, 여운별이 여전히 문제를 일으킨다면 여운초도 더 이상 자비를 베풀 생각은 없었다.원래 두 사람 사이에는 자매애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었다.그저 남동생 여천우가 둘째 누나인 여운별에게 의리를 지키는 편이라 여운초가 동생을 어느 정도 봐주고 있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여운별이 자신의 인내심을 끝내 소진한다면 그때는 여천우가 그녀를 위해 좋은 소리를 한다 해도 더 이상 봐줄 수는 없을 것이다.명해은이 단호히 말했다.“그럼 그렇게 해. 혹시라도 엄마가 나서야 한다면 언제든 말해. 우리는 이미 한 가족이잖니. 내 며느리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 누가 감히 내 며느리를 괴롭히면, 내가 그들에게 후회라는 단어가 뭔지 똑똑히 알려줄 것이야.”여운초는 시어머니의 말에 감동했다.“어머님 같은 좋은 시어머니가 있는데 누가 감히 저를 괴롭히겠어요? 다들 저한테 아첨하느라 바쁠 텐데요.”명해은은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의 아첨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우리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돼.”그러면서 화제를 바꾸며 명해은이 말했다.“운초야, 오늘 일 마치고 빨리 들어오려무나. 내가 주방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준비하라고 할게. 오면 바로 먹을 수 있게.”“네, 그렇게 할게요.”명해은은 따뜻한 말투로 덧붙였다.“그럼 일 봐라.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그리고 전화를 끊었다.여운초
전이진은 차 문을 열고 여운초를 부축해 태웠다.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지만 먼 거리를 또렷하게 보지는 못했기에 전이진은 여전히 그녀를 세심하게 배려하며 돌보고 있었다.그녀가 외출할 때는 항상 경호원들이 동행했으며 전이진이 여운초 곁에 있을 때만 경호원들이 잠시 쉴 수 있었다.이전의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전이진은 여전히 아찔했다.그때 큰형수님이 그녀를 우연히 발견해 구해주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 사건 이후 전이진은 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을 무자비하게 응징하며 그들의 사업을 모두 망하게 만들었다.그들은 파산했고 빚을 지게 되어 고급 차와 주택을 팔아 빚을 갚아야 했다.현재 두 집안은 셋방에서 살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고 한때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던 그들에게 이는 엄청난 추락이었다.여운초는 남편에게 말했다.“맞아. 아버님과 어머님은 정말 잘해주셔. 집안 모든 분들이 나를 특별히 아껴주시는 것 같아. 작은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어머니, 큰어머니 모두 너무 좋은 분들이야. 그분들 덕분에 가족의 온기와 부모님의 사랑이 어떤 건지 느낄 수 있었어.”전씨 가문의 따뜻한 배려는 여운초가 과거에 겪었던 차가운 가정과는 완전히 달랐다.친부모 중에서도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해 준 사람은 어린 시절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뿐이었다.친어머니는 여운초에게 모성애를 주기는커녕 여운별과 여천우만을 자식으로 여기고 여운초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더구나 친어머니는 딸을 해치려는 끔찍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그 결과 여운초는 목숨을 건졌지만 여전히 매일 약을 복용하며 눈과 몸을 치료해야 했다.세상에 어느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불임으로 만들려 할까? 하지만 여운초의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전이진은 몸을 숙여 그녀의 안전벨트를 채워주며 얼굴에 입 맞추고 웃었다.“당신은 우리가 평생 아껴줄 공주님이니까.”전이진의 가족들 역시 여운초의 과거를 알게 된 후 그녀를 몹시 안타까워
여운초는 여천우의 몫을 탐내지 않았다.여운초가 쥐고 있는 것은 여씨 가문의 대동맥이다.“우리 어머니도 나에게 말했어. 신경 쓰지 마. 그 여자가 너를 욕하면 입을 틀어막고 쫓아내.”전이진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 그는 여천우를 제외한 여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 전부 증오했다.그가 사랑하는 아내의 친척들은 하예정 고향의 “일품” 친척들과 한판 붙어도 될 만큼 형편없는 사람들이다.하예정 고향의 친척들이 하예정에게 화해를 하고 싶어도 이제 기회가 없다. 그녀는 진작부터 그 친척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매달 받아온 집세 돈만 하 영감에게 생활비로 주었다.아주 가끔은 소비 돈을 조금 주겠지만 말이다.하 영감과 화해한 것도 어쩌면 하예정이 그녀의 아버지께 효도를 다 한 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여운초는 그녀의 친척들과 화해할 수 없다.여운초는 웃으며 여의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운별은 생각이 깊지 못한 사람이야. 자기 엄마를 찾아가 돈을 요구할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두 고모가 운별이를 부추겨서 한 짓일 거야. 돈을 가지게 되면 별문제 없겠지만 돈을 못 가지게 되면 또 내 명성을 손상할 게 뻔해. 명성이 좋든 나쁘든 뭐가 상관있겠어? 내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텐데.”여운초는 수많은 괴롭힘을 당했고 몇 번이고 죽을뻔했기에 진작 명성의 좋고 나쁨에 여의치 않았다.전이진은 여운초와 결혼할 때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전이진이 그녀의 과거를 싫어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었다. 만약 전이진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여운초도 그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대표님들에게 전화를 몇 통 걸었어. 사촌 오빠들은 내일부터 출근할 필요도 없이 쉴 수 있어서 좋을걸. 그리고 두 고모의 청소부 일도 취소했어. 앞으로 나가서 쓰레기통이나 뚜지면서 살아야 할 거야.”여운초는 두 고모가 청소부로 일하는 외 나가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돈을 벌어 삶에 보태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전이진도 말을 이었다.“나도 전화할게.
몇 분 후, 여천우가 답장했다.[누나, 운별 누나가 또 무슨 짓이라도 벌인 건 아니지?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몰라.]여천우도 여운별에게 무척 실망했다.아직도 형세를 읽을 줄 모르고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니!여운별이 예전에 여운초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여운초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여운초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 여운별이 감옥에서 나왔다. 이제 여운초가 여운별에게 복수하려면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쉬운 일로 되었다.여운별이 패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진작 독립하여 자신만의 생활을 꾸려나갔을 것이다.여천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만약 여운초였더라면 자립 자강하여 하늘이 무너져도 스스로 버텨내서 눈앞의 고난을 이겨나갔을 것이다.그러나 소심한 성격을 가진 여운별이라면 권세가 좀 생기게 되면 여운초에게 미친 듯이 복수했을 것이다. 만약 여운초 자매가 심하게 다투게 된다면 아마 누구에게도 좋은 점이 없을 것이다.여천우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여운초였지만 그렇다고 같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여운별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좀 평범하게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대단해질 필요는 없고 일자리를 찾아 한 달 생활비를 좀 벌어서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그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탓할 필요는 없다. 여운별의 마음씨가 정말 너무 못됐다.여태웅 부부가 여운별을 망친 거나 다름없다.어릴 때부터 여천우는 여운초를 좋아해서 항상 그녀를 도와주곤 했다. 하여 추미자가 홧김에 그를 기숙사를 보내게 되었는데 기숙사에서 지낸 덕분으로 그는 인품 방면에서 그래도 제법 괜찮았다.여운별처럼 부모님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삐뚤게 자란다면 지금쯤 아마 여운별과 마찬가지로 자주 여운초를 괴롭혔을 것이다.그리고 여운초가 조금만 반격해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네가 운별한테 준 돈과 집에서 가져간 현금을 전부 소진해 버리고 지금 우리 시집에 가서 행패를 부리고 있어. 운별이가 자립할 수 있게 할 능력을 키
비록 여운별은 지금 여천우가 준 생활비로 생활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로 신분을 회복해서 돈을 써야 할 때가 있다.설마, 여운별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정말 일자리를 찾으려 하는 건가?여운별은 여미란과 여미정 가족이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직장까지 잃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여미란이 여운별에게 계략을 제안해준 바람에 온 가족은 다시 수입을 얻지 못하게 되었고 심지어 쓰레기를 줍는 일까지 못 하게 될 줄 더욱 몰랐을 것이다.여미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의 남편과 아들, 그리고 여동생의 온 가족은 그녀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그리고 여미란이 울며 빌딩 꼭대기 층에서 뛰어내리려 하자 모두의 욕설이 멈췄다.여미란 자매의 두 가족은 오랜 상의 끝에 관성에 계속 머무르면 여전히 여운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관성을 떠나 외딴 작은 도시로 가서 살기로 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고, 외딴 작은 곳으로 이사해야만 전씨 가문의 세력 범위를 벗어날 수 있어 일자리를 다시 찾고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하여 그들은 여운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문자도 보내지 않고 부랴부랴 물건을 정리하고 셋집을 내놓고 그날 밤 관성을 떠났다.여운별은 또 한 번 이용당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전씨 가문의 두 하인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여운별이 여운초를 욕하기만 하면 두 중년 아줌마는 달려들어 그녀를 잡고 입에 양말을 쑤셔 넣었고 여운별은 미친 듯이 토했다.그녀는 이길 수도 없고 빨리 달릴 수도 없었으며 싸움에서 이기지도 못했다.두 아줌마의 전투력이 너무 강했다.여운별처럼 이렇게 건방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두 아줌마의 앞에서는 여전히 열세에 처했다.“돈을 주지 않으면 가지 않을 거야!”여운별이 큰소리로 외쳤다.어두운 밤이 되도록 그녀는 여전히 이기지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다. 여운별은 그녀만의 끈기로
이때 누군가가 다가왔다.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는 하인들이다.그들은 두 명의 하인에게 의자 두 개를 가져다주면서 앉으라고 인사하면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주희 언니, 국주 언니! 둘째 사모님께서 두 분이 너무 고생이 많으시다고. 의자와 저녁 음식도 가져다드리라고 분부하셨어요. 그리고 여기에서 사람을 지키실 때 한 시간당 하루 월급으로 계산해 드린다고 하셨어요.”두 하인 장주희와 이국주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힘들지도 않은데. 고마워요.”두 사람은 산기슭의 꽃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매일 바쁘게 일한 덕으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여운별과 같은 가녀린 여자를 상대하기에는 거뜬했다.여운초가 이런 임무를 맡기자 그녀들은 너무 기뻤다. 이 일은 꽃밭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시급도 그녀들의 월급보다 훨씬 높았다.한 시간에 하루치 월급이라니! 맞은편의 여운별이 될수록 열흘이나 보름 정도 버티고 있으면 올해 집으로 돌아가 설을 쇨 때 아마 돈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하다.게다가 여운초는 그녀들의 식사도 책임지고 보내주었다!여운별은 몇 번이나 토했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지금은 춥지도 덥지도 않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내려가 관성의 밤은 조금 으스스했다.이국주 일행은 여운별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뻔뻔스럽게 여운초에게 돈을 요구하러 오다니, 돈을 요구하려면 적어도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장주희와 이국주에게 의자와 저녁 음식을 가져다준 두 하인은 여운별을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장주희에게 물었다.“저분은 아직 떠날 생각 없나 봐요?”장주희는 도시락 뚜껑을 열더니 매우 풍성한 음식을 보며 한탄했다. 그녀들은 평소에 직접 장을 보고 집에서 요리를 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식단은 늘 평범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서원 리조트에서 식비를 주긴 하지만 그들은 늘 절약하면서 살기 때문에 리조트의 동료들처럼 풍성하게 먹지는 않았다.“아니요. 정말 고집이 세요. 꼭 우리 둘째 사모님한테서
여운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것이 고급 차라는 것을 그제야 똑똑히 보았다.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돌아왔을 것으로 추측한 여운별은 신이 나서 재빨리 길 한가운데 서서 상대방을 멈추게 하려고 했다.전씨 가문의 도련님 중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태윤뿐이다.전태윤이 나타나면 종종 여러 대의 차가 뒤따르고 있는데 지금 산으로 올라오는 차는 한 대뿐이었다.분명 전태윤이 아닐 것이다.하여 여운별은 겁 없이 길 한가운데 서서 차를 막았다.차량은 여운별과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추어 섰다.여운초는 차창을 눌러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여운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은 그녀의 차를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여운초! 드디어 돌아왔구나! 차에서 내려, 당장 돈 줘. 네가 우리 부모님이 재산을 횡령하여 날 집으로 들어가서 살게도 못하고 카드도 정지시켰는데 날 굶겨 죽일 작정이야? 잘 들어! 돈 안 주면 나 여기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해! 난 모든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차갑고 악랄한 사람인지 알게 할 거야!”전씨 가문의 모든 어르신이 여운초의 차갑고 음흉한 성격을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전씨 가문 사람은 전부 화목한 분위를 이루고 있는 대가족으로 냉혈하고 무정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여운별은 전씨 가문의 가족 앞에서 여운초의 무정한 면을 보여주려 했다!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갔고 차창을 올리고는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가자!”전이진은 다시 차를 움직였다.“여운초! 여운초! 배짱이 있으면 어서 덤벼! 정말 날 차로 치려고? 어디 한 번 덤벼봐!”여운별은 여운초가 자신을 감히 부딪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며 길 한복판에 서서 허리에 두 손을 걸치고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계속 앞으로 속도를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을 보자 여운별은 화들짝 놀라 재빨리 한편으로 뛰어가며 피했다.장주희와 이국주는 진작 의자를 치우고 길가에 서서 전이진의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