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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5화

Autor: 고능비
“할머니, 한마디면 돼요. 저한테 한마디만 해주세요. 도아영 씨가 바로 ‘여우’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직접 가서 물어보지. 내가 도아영 씨도 아닌데.”

“할머니...”

전이혁은 거의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할머니, 저도 정말 후회하고 있어요. 이제 제발 말씀 좀 해주세요.”

전씨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톡 건드리며 말했다.

“후회 약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

“이혁아, 어쩌면 할미가 너무 독단적이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너희들 동의도 안 거치고 멋대로 약혼녀를 정해주고 무조건 쫓아가서 잡으라고 했으니 그건 할미 잘못이지. 네 잘못은 아니야.”

비록 그녀의 뜻이 손자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조금은 독단적인 집안의 어른이었다.

“할머니,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저나 제 형제들 모두 할머니가 정해주신 인연이라면 기꺼이 따를 거예요. 할머니의 안목은 누구보다 정확하잖아요. 그건 저희의 복이에요. 아버지랑 어머니도 늘 그러세요. 할머니가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고요.”

전씨 가문의 어른들은 모두 안심하고 있었다.

며느릿감을 고르는 일조차 전씨 할머니께서 직접 나서서 해주니 그들은 걱정할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전씨 할머니의 사람 보는 눈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가 점찍은 여자는 매우 훌륭했다.

“그래, 그럼 왜 내가 시킨 대로 안 했어? 도아영 씨에게 구애하라고 분명히 말했잖아. 1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마음이 한 번도 안 설렜겠어?”

전씨 할머니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손자를 바라봤다.

“이혁아, 난 너희를 해치지 않아. 적어도 결혼 문제만큼은 절대 너희를 망치지 않아.”

다른 문제야 손자들을 몇 번이고 골려 먹었지만 결혼만큼은 장담할 수 있었다.

“도아영 씨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지. 도씨 가문의 가풍이 좋고 조건도 우리 전씨 가문과 딱 맞아. 거리가 조금 멀긴 하지만 그게 뭐 대수니? 네가 그 집으로 시집가는 것도 아니고 네가 데려오면 되잖아. 요즘 세상에 비행기든 고속열차든 하루면 도착이야. 물론 그쪽에서 네가 도씨 가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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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975화

    황서진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답장을 보냈다.[당연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지. 그놈만 잡으면 평생 편하게 살 텐데. 엄마가 본 수많은 남자 중에서도 그 애가 너한테 제일 잘 맞는 것 같아.]한때 사위로 마음에 품었던 청년이었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황서진은 결국 딸이 전이혁을 붙잡기를 바랐다.도아영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미소만 지을 뿐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전이혁이 자신을 거절했을 때 그다지 크게 분노하지 않았다.그가 사랑한 사람도 결국 자신이었으니까.다만 그가 속아 있었을 뿐 결국 자신이 그를 철저히 가지고 논 셈이었다.전이혁은 도아영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자마자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더 깊어지기 전에 깔끔히 물러났다.그 점만큼은 그녀도 인정했다.또한 도아영은 자신이 전씨 할머니가 직접 골라준 며느릿감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그녀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전씨 할머니가 자신을 왜 택했는지 궁금했지만 그래도 무척 기뻤다.만약 자신이 그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아마 전이혁과 이렇게 엮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그 시각, 도아영이 올린 사진을 하예정이 보았다.그뿐만 아니라 성소현과 심효진도 보았다.하예정은 오늘 서점에 들렀다.심효진은 여전히 예전처럼 소설을 좋아했고 새로 들여온 책을 정리하고는 자리에 앉았다.계산대 위에는 과자, 땅콩 같은 간단한 간식이 놓여 있었다.심효진은 그 간식들을 집어 먹으며 한 손으로 책장을 넘겼다.그때 하예정이 전화를 걸었다.“도련님, 지금 해성에 있죠?”전이혁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네, 맞아요. 왜요? 형수님?”하예정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혹시 아영에게 장미꽃과 주얼리 세트를 보낸 적 있어요?”“어떻게 아셨어요?”전이혁은 마침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었다.전씨 할머니는 그에게 해성에 집을 사라고 하셨다. 가능하다면 도씨 가문의 저택 바로 옆에 살면 더 좋다고 하셨다.하지만 그곳의 이웃들은 아무도 집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9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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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9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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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972화

    뜻밖에도 김태경이 인사이동으로 인해 귀국하게 되었고 앞으로 오랫동안 해성에 머물러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그 소식을 들은 도아영의 절친은 곧바로 도아영에게 전화를 걸어 예전에 나왔던 결혼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황서진은 그 말을 듣자마자 딸에게 김태경을 마중 나가보라고 할 생각이었다.“도아영 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예요. 제발 다른 사람과 엮으려 하지 마세요.”전이혁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두 사람 대화에 끼어들었다.도아영은 그를 잠시 바라봤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전화기 건너편에서 황서진은 전이혁의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곧바로 물었다.“아영아, 전씨네 그 망할 놈이 또 너를 찾아갔어? 설 나흘째 되는 날에 한 번 왔을 때는 네가 없어서 우리 집 문턱도 못 넘기고 돌아갔잖아. 그 뒤로는 아무 소식도 없길래 완전히 포기한 줄 알았는데 회사까지 찾아갔단 말이야? 아영아, 그놈은 또 무슨 꿍꿍이야? 다시 너에게 구애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 그렇다면 더더욱 네 태경 오빠에게 기회를 줘야지. 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놈보다 훨씬 나은 남자와 결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저는 ‘그놈’이 아니라 전이혁이에요...”전이혁이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그러자 황서진은 전화기 너머로 콧방귀를 뀌었다.“놈이죠! 놈, 죽일 놈!”남의 집 귀한 딸을 괴롭힌 남자는 전부 죽일 놈이었다.“엄마, 금요일에 다시 말씀드릴게요. 마중 나갈 시간이 될지 아직 몰라요. 오늘은 수요일인데 너무 이르잖아요. 다른 일 없으시면 먼저 끊을게요.”도아영은 곧 통화를 마쳤다.전이혁이 재빨리 물었다.“아주머니께서 남자를 소개해 주신대요?”“알아서 뭐 하게요?”그 한마디에 전이혁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생각해 보면 정말 그녀의 말이 맞았다.도아영의 일에 그가 참견할 자격 따위는 없었다.지금의 그와 도아영 사이는 아무 관계도 아니었으니까.도아영은 본래 전이혁의 미래 약혼녀였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조차 모른 채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멀리 밀어냈다.이제 와서 되찾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971화

    “전이혁 씨, 왜 그렇게 저를 쳐다보세요?”그가 막 대답하려던 순간 도아영의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화면을 힐끗 보았다.발신자는 엄마였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엄마, 무슨 일이세요?”평소 그녀는 근무 시간에 사적인 전화를 거의 받지 않았다.가족에게서 오는 전화라면 반드시 급한 일이 있을 때였다.급하지 않다면 그녀의 부모님은 언제나 그녀가 바쁠 것을 알고 전화를 하지 않았다.“이번 주말에 시간 있지?”“왜요?”“일단 시간 있는지부터 말해봐. 엄마가 네가 직접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꼭 제가 해야 해요?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시면 안 돼요? 저 주말에 고객 미팅이 있어요.”“주말에도 고객을 만나야 해? 우리 도씨 그룹이 그렇게 장사가 안돼서 주말에도 일해야 해?”어머니의 투덜거림이 이어졌다.딸이 아침 일찍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는 생활이 너무 길었다.같은 집에서 살아도 며칠이고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었다.아침에 눈을 뜨면 딸은 이미 회사로 나가 있고 밤에는 자신이 잠든 뒤에야 돌아왔다.“엄마, 어떤 일인지 먼저 말씀해 보세요. 제가 시간을 좀 내볼게요.”도아영은 조금 미안해졌다. 평소에 부모님과 시간을 거의 보내지 못하는 딸이었으니까.그녀의 어머니는 좀처럼 딸에게 도움을 청하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어렵게 입을 열어 부탁했건만 그녀는 또 부탁을 외면하려 했다.“오전만 시간 좀 내줘. 엄마의 아들 같은 애가 이번 주말에 해외에서 들어오거든. 네가 좀 나가서 공항에서 데려와. 너도 잘 아는 애잖아.”황서진에게는 자식처럼 아끼는 ‘아들’이 하나 있고 ‘딸’도 하나 있었다.그 둘은 각각 황서진의 두 절친의 자녀였다.또한 도아영 역시 그녀의 친구들이 딸로 삼으면서 서로의 아이를 함께 가족처럼 여겼다.“엄마, 혹시 태경 오빠 말씀하시는 거예요?”태경이란 이름이 나오자 전이혁의 귀가 순식간에 쫑긋 섰다.“그래, 너한테 오빠는 그 애 하나잖니. 태경 말고 또 누가 있겠어?”“그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970화

    그 사랑에서 상처 입은 건 도아영이었다. 손해 본 것도 결국 그녀였다.사랑의 세계에서 먼저 마음을 준 사람이 지는 법.그녀는 한 번 졌기에 다시는 지고 싶지 않았다.비록 전이혁에게 아직 미련이 남아 있었지만 도아영은 더 이상 수동적인 위치에 있고 싶지 않았다.이번에는 그녀가 주도권을 쥐고 이혁을 흔들어놓을 차례였다.“도아영 씨, 오늘은 사과드리러 왔습니다.”“사과요? 무슨 일로요?”전이혁이 준비해 온 주얼리 세트를 꺼내 그녀 앞에 놓았다.“몇 달 전, 제가 먼저 도아영 씨에게 다가갔죠. 그런데 도아영 씨가 마음을 열었을 때 오히려 제가 물러섰어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건 제 잘못이었어요. 이 꽃다발과 주얼리 세트는 그 일에 대한 사과입니다.”도아영은 꽃을 내려놓고 그 케이스를 들어 열었다.그 안에는 루비 세트가 곱게 빛나고 있었다.한눈에 봐도 값비싼 진품이었다.“이렇게 귀한 건 받을 수 없어요. 지난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 저는 다 잊었어요. 당신도 그때 사과했잖아요. 그걸로 충분해요. 다시 이런 걸로 마음 쓸 필요 없어요.”도아영은 이 주얼리 세트가 전이혁이 전씨 할머니나 그의 어머니에게 얻어온 것이라 짐작했다.이런 주얼리는 전씨 가문의 여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것들, 그것도 여러 세트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도아영 씨께서 안 받으면 저를 아직 용서하지 않은 걸로 알 겁니다. 그럼 저는 매일 찾아와 사과드릴 거예요. 그게 더 귀찮으실걸요.”전이혁은 아직도 얼굴이 붉어졌다.사실 그녀가 ‘여우’라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을 그는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그저 매일 보고 싶다는 핑계로 이런 어설픈 이유를 만들어낸 것이다.“이 루비 세트, 전씨 할머니께서 주신 건가요?”“아니요, 저의 어머니가 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이런 세트를 여러 개 가지고 계시는데 그중 하나를 제가 부탁드렸어요. 도아영 씨 피부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사과의 의미로 받아주세요.”지금은 받지 않아도 언젠가는 받게 할 생각이었다.그 주얼리들은 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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