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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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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084화
“저녁 메뉴는 엄마가 정하시는 대로 따를게요. 나는 아무 의견 없어요.”도아영은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주말이 되면 그녀의 형제자매 중에는 여전히 바쁜 이들도 있었고 쉬는 이들도 있었지만 저녁 식사 시간만큼은 다들 맞출 수 있었다.전화를 끊은 뒤 도아영은 전이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 있다가 태경 오빠 만나면 공항 근처에서 간단히 뭐라도 먹어요. 저녁에 다시 모여서 함께 밥 먹어요.”전이혁은 방금 황서진이 전화에서 한 말을 듣고 있었기에 바로 물었다.“그분이 혹시 아영 씨 댁에서 지내시는 건가요?”저녁을 함께 먹는 건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었다. 김태경은 황서진의 아들 같은 사람이라 어렵게 귀국했는데 제대로 대접하고 싶어 하는 것도 매우 정상이었다.하지만 김태경이 도씨 가문의 저택에서 묵는다는 사실만큼은 전이혁의 속을 미묘하게 뒤틀리게 했다.정작 전이혁은 아직도 그 저택의 문턱조차 마음대로 넘지 못하는데 김태경은 돌아오자마자 바로 들어가 묵는다니, 도씨 가문과 너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수록 전이혁에게는 위협처럼 느껴졌다.도아영은 그가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담담하게 말했다.“태경 오빠는 회사에서 국내 지사로 파견한 거라 앞으로 계속 한국에 머무를 거래요. 오빠 가족분들은 평소 해외에 계시잖아요. 원래 오빠 집을 돌보던 부부가 있었는데, 그 부부 중 부인이 아프셔서 일을 그만두면서 지금은 집을 맡아 줄 사람이 없대요.”“관리할 사람이 없으니까 먼지도 쌓이고 환기도 안 돼서 바로 들어가 살기는 어렵죠. 그래서 원래는 내 호텔을 잡아드렸거든요. 태경 오빠도 호텔에 묵는다고 했는데... 우리 엄마가 친구한테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나 봐요. 그래서 며칠 정도는 그냥 집에 머무르게 하려는 생각이에요. 저도 가끔 출국할 때면 태경 오빠 집에 가서 머물거든요.”그러고는 시선을 조금 틀어 전이혁을 바라보며 덧붙였다.“그리고 저녁에 이혁 씨도 같이 먹어요. 대신 매운 건 먹지 말고 술도 마시면 안 돼요. 우리 형제들이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083화
“제 차로 가요. 누구 차로 가든 똑같으니까.”도아영이 전이혁에게 함께 공항에 가자고 하자 그의 표정에는 기쁜 기색이 엿보였다.그녀가 먼저 걸어 나가자 재빨리 다가가 문을 열어주었다.사랑하는 사람이 차에 올라타려고 하자 전이혁은 그녀의 머리가 문에 닿지 않도록 손을 살며시 들어 막아 주었다.“정말 친절하시네요.”도아영은 안전벨트를 착용하며 말했다.“제 가족들 말고는 저는 오직 아영 씨에게만 친절합니다.”전이혁의 말에 도아영은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분 뒤, 차가 도씨 가문 저택을 빠져나갔다.그들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서진이 내려왔다.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선물을 본 순간, 딸아이도 보이지 않자 전이혁에게 납치해 간 건가 싶어 황서진은 급히 집사를 불러 세우며 물었다.“아영이는 나갔어요?”“네, 전이혁 씨와 함께 공항에 가셨습니다.”집사는 아까 도아영과 전이혁이 나누던 대화를 곁에서 들었기에 도아영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고 있었다.황서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까먹은 건 아니네요. 전이혁 씨가 벌써 퇴원했대요?”황서진은 소파 앞으로 걸음을 옮겨 앉았다.전이혁이 이렇게 빨리 퇴원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전이혁이 딸과 함께 공항까지 나가 김태경을 마중하러 간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조급해졌는지, 김태경의 등장으로 자신의 ‘약혼녀 되찾기 작전’이 실패할까 봐 얼마나 불안해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그렇게 마음이 다급해지는 편이 오히려 좋았다.도아영이 전이혁만 바라보는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도 분명히 알아야 했으니까.“누가 차를 몰았어요?”집사가 대답했다.“전이혁 씨요.”황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일부러 들으라는 듯, 김태경을 만나면 먼저 집으로 데려와 편히 짐을 풀게 한 뒤 함께 식사하라고 일렀다.“엄마, 태경 오빠를 만나면 이미 점심때인데 시내로 들어오면 오후가 될 거예요. 그러면 태경 오빠를 계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082화
놀랍게도 전이혁이 퇴원했다.“들어오라고 하세요.”집사는 즉시 보안실과 내선 전화로 출입을 허가했다.도성준 부부는 아직 방에서 쉬고 있었기에 굳이 막을 사람도 없었다.잠시 뒤, 도아영은 현관 앞에 서서 전이혁의 차가 집 앞에 멈추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가 내리자마자 도아영이 먼저 물었다.“벌써 퇴원하셨어요?”막 차에서 내린 전이혁은 연달아 가볍게 기침했다.도아영의 미간이 자연스레 좁혀졌다.몸은 결국 본인이 챙겨야 하는 법.스스로 아끼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아껴줄 수 없다.“이틀 동안 입원해 약물치료를 받으니 아주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의사도 이제 퇴원해도 괜찮다면서 사흘 치 약을 더 받아 나가라고 했고 그 약을 다 먹고도 증상이 남아 있으면 다시 처방받으면 된다고 했어요. 체력이 워낙 좋은 편이라 약을 사흘만 제대로 먹으면 금방 회복될 거라고도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정말 고추를 너무 많이 먹어서 앓은 거라 당분간은 매운 음식이나 자극적인 건 최대한 피해야 한대요.”전이혁의 몸은 매운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지금은 목소리도 잘 나와요. 기침 좀 하고 목이 좀 아픈 정도예요. 갑자기 다 나을 순 없으니까. 회복 과정이죠. 병원에 계속 있자니 너무 지루해서 일찍 퇴원했어요.”도아영은 그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폈다. 정신상태도 맑아 보였고 많이 나아진 듯했다. 다만 조금, 아주 조금 살이 빠진 것 같았다.그녀는 어쩌면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앓은 지 고작 사흘 남짓인데도 그가 조금 야위어 보인다는 생각이 스쳤다.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며칠 내내 죽만 먹었다면 살이 빠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전이혁은 차에서 선물 꾸러미와 꽃다발을 꺼냈다.“오시는 건 괜찮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사 올 필요는 없어요. 여기 없는 게 없거든요.”도아영이 말했다.전이혁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빈손으로 오면 저희 할머니가 저를 혼내요. 내가 잘못하면 그건 곧 할머니 얼굴에 먹칠하는 거로 생각하시거든요.”그는 그윽한 눈빛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081화
도아영이 웃으며 말했다.“언니, 이제 그만 놀리세요. 원래 매운 걸 못 먹는데 한 번에 그렇게 많이 먹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 난 오늘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어떻게 매일 병원에 붙어 있을 수 있었겠어요. 괜히 그 사람이 고추 한 번 먹어봤다고 내가 바로 마음을 돌린 줄로 착각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도아림이 말을 이었다.“그렇긴 해. 절대로 그 사람의 고의적인 고생 작전에 넘어가면 안 돼.”“언니, 그 사람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정말로 고추 때문에 병원에 간 거예요. 열도 나고 기침도 하고 목도 아프고. 다 진짜라니까요. 지금도 목소리가 완전히 나오지 않아요.”도아영은 무심코 전이혁 편을 들었다.도아림이 나무라기 시작했다.“봐봐. 내가 두 마디 했을 뿐인데 너는 벌써부터 그 사람 감싸고 있잖아. 아영아, 사랑에서는 먼저 마음 준 사람이 지는 거야. 언니가 하는 말 잘 들어. 전이혁 씨가 도아영이라는 진짜 너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는 네가 먼저 마음을 다 내주면 안 돼. 나중에 네가 잡혀서 살면 곤란해. 평소에는 그렇게 당당하던 아이가 전이혁 씨만 만나면 순식간에 항복하잖아.”도아영은 얼굴을 붉히며 혀를 내밀었다.“나도 알아요. 나도 내 감정을 잘 다스려볼게요. 이제는 지난번처럼 전부 다 주지 않을 거예요.”도아림이 손가락 끝으로 도아영의 이마를 톡 누르며 말했다.“언니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그래도 다행인 건 전이혁 씨가 사랑하는 사람도 바로 너라는 거야. 그리고 전씨 가문은 집안 분위기도 좋으니까 그 사람도 좋은 사람일 거로 생각해. 지금부터 너는 무조건 너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해. 그 사람에게 줄 사랑은 절반, 많아야 한 60퍼센트만 줘. 전부 다 줘버리면 안 돼. 자기 남편은 스스로 길들여야 제대로 살아. 다른 집안 좋은 남편들도 다 그렇게 길든 거야.”도아림의 약혼자도 예전에는 방탕한 사람이었지만 도아림을 사랑하게 된 뒤 조금씩 변했고, 지금 든든한 남자가 된 것도 결국 도아림이 잘 길러낸 결과였다.도아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080화
“나를 만나서 뭐 하게요? 어제 본 것만으로도 모자라요? 게다가 나는 전이혁 씨가 사랑하는 ‘여우’ 아니에요. 전이혁 씨가 직접 말했잖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시도해 봐도,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고요. 난 예정 언니랑 친하고 전씨 할머님께서 직접 전화까지 하셔서 전이혁 씨를 좀 보살펴준 것뿐이에요. 전이혁 씨, 제가 마음을 되돌린 게 아닙니다.”전이혁은 도아영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건 사실이었다.그녀는 이미 마음을 열었지만 그가 사랑하지 않는다 하니 곧장 자신의 감정을 깊숙이 숨겨 버렸다.그런데 이제야 그녀가 바로 그 ‘여우’였고 그가 사랑해 온 사람 역시 처음부터 도아영이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그래서인지 그녀는 괜히 자기 자신에게 질투가 일었다.전이혁이 만약 도아영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이 함께 있어도 마치 그녀를 ‘여우’의 대역처럼 여길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분명 도아영이 곧 ‘여우’고 ‘여우’가 곧 도아영인데도 그 두 인물을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알고 있어요.”그는 그녀가 하루 동안 자신을 챙겨주고 돌봐준다고 해서 곧바로 마음을 얻었다고 착각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다가가려는 그의 노력은 이제야 겨우 첫걸음을 뗀 것에 불과했다.“그럼 아침 식사 부탁드릴게요. 자극적인 거 말고 최대한 담백하게요. 아직 목이 많이 아파요.”도아영은 매우 바빴다.전이혁 또한 회사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가 지금 모든 것을 뒤로하고 해주시까지 와서 도아영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건 전씨 할머니의 명령으로 형제들이 전이혁의 업무를 나누어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전씨 할머니는 늘 인생의 큰 결정을 할 때는 마음을 전부 쏟아야 한다고 하셨다.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각자 능력이 있어 누구든 한 사람의 업무를 거뜬히 나눌 수 있었다.심지어 막내 전지율조차 끌고 나와도 회사를 안정시키는 데 문제없을 정도였다.“네. 담백하게 준비하라고 할게요. 피곤하면 조금 더 쉬세요. 아침은 여덟 시쯤 도착하게 하고 점심과 저녁도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079화
그날 밤은 고요히 흘러갔고 아무 일도 없었다.이튿날 새벽, 전이혁은 너무 더워서 일찍 눈을 떴다.병실에는 난방이 따뜻하게 들어와 있었고 그는 잠들기 전 이불을 단단히 덮은 채 잠들어 있었다.한밤중부터 땀이 나기 시작했지만 그대로 잠을 이어가다 새벽녘이 되자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져 결국 잠에서 깨어났다.“아영 씨...”그는 무의식적으로 도아영의 이름을 불렀다.목소리는 여전히 잘 나오지 않았지만 어제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그제야 그는 도아영이 어젯밤 집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지금 이 병실에는 자신 혼자뿐이었다.깊은 밤에 그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한 통 왔었다.아들이 먼 곳에서 홀로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도 걱정은커녕, 돌아온 건 끝없는 놀림뿐이었다.전이혁은 문득 고향이, 가족이, 그 따뜻한 집이 그리워졌다.서원 리조트에 있을 때가 훨씬 편했다. 형제들이 모두 모이면 언제나 시끌벅적했고 전씨 할머니는 여전히 손주들을 챙겨주었다. 그의 부모는 잔소리 섞인 말로 그들을 다그치곤 했지만 결국에는 누구보다 아들을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었다.그때는 그 모든 게 당연했지만 지금 이렇게 혼자 남으니 비로소 그 따뜻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전이혁은 침대 머리맡의 티슈 몇 장을 뽑아 이마와 목의 땀을 닦았다.몸을 일으켜 앉아 이불을 젖히자 셔츠가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었다.‘열이 완전히 내렸네.’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하루 종일 수액을 맞고 밤새 푹 잔 덕분이었다.목의 통증도 한결 가벼워졌고 몸은 개운했다.오늘 하루만 더 수액을 맞고 퇴원할 때 가져갈 약을 이틀 치 정도만 처방받으면 내일쯤은 병원을 나설 수 있을 것 같았다.마침 내일은 토요일이었다.그는 눈썹을 찌푸렸다.‘토요일이면 김태경이라는 남자가 귀국하는 날이잖아.’도아영은 어머니의 부탁으로 공항으로 김태경을 마중 나가야 했다.그 생각이 들자 전이혁은 속으로 단단히 결심했다.‘절대 단둘이 지내게 해서는 안 돼.’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