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갑자기 하예정의 서점으로 찾아갔다.그가 서점에 도착했을 때 하예정과 심효진은 일을 마치고 배달 음식을 먹으려고 했다. 전태윤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하예정은 놀란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전태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전태윤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물었다. "누군지 못 알아보겠어?"정신을 차린 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좀 의외여서요. 무슨 일이에요? 밥은 먹었어요? 안 먹었으면 지금 시켜줄게요."심효진은 전태윤과 인사를 하고 눈치 있게 음식을 들고 큰 책장 뒤로 자리를 피해주었다."난 먹었어, 넌 아직도 밥 안 먹은 거야?"전태윤은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벌써 오후 1시가 다 되어간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하예정에게 말했다. "밥은 꼭 제때 먹어. 이러다 몸 상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어."오늘은 회식 자리가 있어 전태윤은 점심 11시에 거래처를 동반하여 레스토랑에서 식사하였다. 그는 배불리 먹고서야 하예정을 찾으러 온 것이다.만약에 그가 이 시간까지 밥을 안 먹었다는 걸 알았으면 함께 회식 자리에 데리고 갔었다.어?안되지!그는 전 대표의 신분으로 회식 자리에 참석했는데 하예정을 데리고 가면 모두 들통날 것이다.전태윤은 순간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얼굴에는 표현하지 않았고 담담하게 하예정을 보며 말을 했다. "음식 가지고 차에서 먹어, 갈 곳이 있어.""어디 가는데요? 이렇게 급하게 가야 해요?"전태윤은 설명하지 않고 돌아서 밖으로 나갔다.하예정은 잠시 침묵하고 결국 배달 봉투를 들었다. 그녀는 심효진과 얘기하고 전태윤을 따라 나갔다.차에 탄 후 그녀는 전태윤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 가는데요? 꼭 지금 가야 하나요?"전태윤은 여전히 설명하지 않았다. 답을 얻지 못한 하예정은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이 밥을 다 먹었을 때 전태윤의 차도 멈추었다.하예정이 차에서 내려와 보니 전태윤은 그녀를 자동차 판매점에 데려왔다."차 사려고요? 나 스쿠터
"선수금만 내준다면서요?"하예정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비싼 거 아니라 그냥 일시불로 했어."하예정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금액의 반은 돌려줄게요."전태윤은 그녀를 보고 말했다. "됐어."하예정은 눈을 깜빡이였다.‘됐다고? 그럼, 지금 나에게 차 한 대를 선물하는 거야?’아무리 안 비싸다 해도 2천만 원은 한다. 아무리 부부라고 하지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다. 그리고 반년 후에 갈라지기로 계약서에 사인까지 하였다.전태윤이 갑자기 큰돈을 써서 그에게 2천만 원의 차를 선물해 주는 데 하예정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그래서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와 물었다. "태윤 씨 왜 저한테 갑자기 차를 선물해 주는지 물어봐도 돼요? 말해주지 않으면 저도 마음 편히 차를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쪽에게 큰 신세를 질까 봐요."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세를 갚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전태윤은 그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녀는 한참을 지나서야 시선을 옮겼다. 하예정은 그의 잘생긴 얼굴에 살짝 빨간빛이 도는 것을 발견했다."......""어제저녁에, 어, 내가 널 오해했어......"하예정은 문득 깨달았다. "태윤 씨가 나를 오해했다고 미안해서 이렇게 갑자기 차를 선물하고 사과하는 거예요?"전태윤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다행히 그녀는 똑똑해서 바로 알아챘다."어제저녁에 우리는 이미 오해를 풀었고 당신도 나한테 사과했어요. 당신에게 정말 화가 많이 났었지만, 나중에는 괜찮아졌어요. 그러니 이렇게 큰돈을 쓰면서 나한테 차를 선물하고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당신도 차가 있으면 더 편하잖아."차가 있으면 편하다는 것은 하예정도 알고 있다."정말로 이 차를 산다면 돈은 꼭 갚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안 사요. 그리고 태윤 씨가 반년 후에 이혼하면 지금 당신이 몰고 있는 차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으니, 나에게도 차가 있는 것과 같은 거예요."전태윤은 말문이 막혔다.계약서는 그가
심효진은 하예진의 기를 세워주려고 새 차를 보며 칭찬했다. "괜찮네, 얼마짜리야?""2천만 원.""일시불로 아니면 대출로?""태윤 씨가 일시불로 긁었어."심효진은 웃으며 하예정의 어깨를 살짝 쳤다. "오, 괜찮은데 우리 예정이. 벌써 태윤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야? 이렇게 큰돈을 써서 차까지 선물해 주고.""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초고속 결혼을 했지만 네가 태윤 씨 마음을 잡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 우리 예정이 이렇게 훌륭한데 태윤 씨가 안 넘어오는 게 이상하지."심효진은 하예정이 아주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한다.가게로 들어와 하예정은 물 한 컵을 따랐다.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게 아니야. 어제저녁에 진우가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는데 태윤 씨가 그걸 보고 내가 외도라도 한 줄 알고 오해했어. 그리고 둘이 싸울뻔했지.""설명하고 나서야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어. 그리고 태윤 씨는 미안한 마음으로 차를 선물해 주며 나한테 사과하는 것이고.""......"그녀는 이미 머릿속으로 로맨틱 소설을 쓰고 있었는데 현실은 그녀에게 찬물을 한 바가지 부었다."효진아, 우리는 절친이니 나와 태윤 씨의 일을 솔직하게 얘기할게. 우리 언니한테도 아직 말 안 했는데 너한테는 솔직하게 말할게. 우리가 토요일에 부모님을 만났고 그날 저녁에 태윤 씨가 계약서를 주며 사인하라고 했어.""계약서의 내용은 거의 다 그쪽 이익을 보장하는 것들이었어. 태윤 씨가 나한테 선입견이 있는 거 같아. 내가 뭘 원해서 그에게 다가간 것처럼. 계약서에는 반년 뒤에 서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혼이라고 적혀있었어.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랑 그가 몰고 있는 차는 나에게 위자료로 주겠다고 적혀있었지. 사실 내 반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보상이지.""이 일에선 태윤 씨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어. 그 집은 태윤 씨가 일시금으로 샀고 결혼 전의 재산이야. 난 그냥 들어가서 살고 있는 거고 그에게 뭘 바라지도 않아. 하지만 계약서에 그렇게 있으니 나도 귀찮아서 그냥 사인
하지만 전태윤은 그렇지 못하고 쪽팔려 하였다.온 오후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전 씨 그룹의 모든 사람은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대체 누가 이 악덕 대표를 화나게 하였는지.평소에도 시크하고 차가운데 억지로 화기를 억누르고 있으니 더욱 무서웠다.전혁진과 소정남도 될수록 전태윤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전태윤은 답답하지만 약속은 지켰다. 오후에 퇴근하고 평소처럼 서점에 와서 하예정을 기다렸다.하예정은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게로 들어와 하예정을 도와주었다.그러나 그는 너무 시크하고 말쑤가 적은 데다 큰 키에 우두커니 카운터에 서서 돈을 받으니, 누구도 감히 그를 찾아 계산하지 못하고 전부 하예정과 심효진에게로 갔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제가 돈 받을게요."전태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예정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윽한 눈길로 잘생긴 얼굴에 힘을 주고 계산대에서 나왔다. 그리고 서점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마치 얼음조각 같았다. 전태윤은 기가 세고 온몸에서 다가오지 말라는 기운을 뿜어냈다.그러니 계산하러 오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가계에 들어와 있는 학부모들 외에는 더 이상 감히 가게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이 현상을 발견한 후 심효진은 다급히 하예정에게 속삭였다. "예정아, 너 태윤 씨 데리고 빨리 가, 나 혼자 가게 보면 돼. 태윤 씨가 가게 앞에 서 있으니 우리 가게의 매출이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어.""그럼 수고해, 효진아."하예정은 밖으로 나갔다.그는 전태윤에게 말했다. "가요."하지만 전태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예정이 그를 당기려고 할 때 그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너 지금 내가 쓸모없다고 귀찮아하지!"하예정은 어처구니없어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쓸모없다고 귀찮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당신과 안 어울리는 것이에요. 학생들이 당신을 무서워해요. 아마 교감 선생님을 본 것보다 더 무서워할걸요?"하예정은 그를 억지로 차에 태웠다. "새 차는 집에 두고
하예정이 새 차를 주차하고 전태윤의 차에 오른 뒤, 전태윤은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나 처음으로 처형댁에 가는데 뭐 사 갈까? 당신 언니랑 형부는 뭘 좋아해?"하예정은 벨트를 하며 말했다. "우빈이는 장난감 사주고 형부는 담배를 피우니 담배를 사고 그리고 과일 좀 사면 돼요."전태윤은 머리를 끄덕였다.차가 발렌시아 아파트를 나오자, 그는 하예정에게 또 물었다. "어디 가서 사야 해?""근처에 백화점이 있어요, 거기에 주차하고 들어가서 둘러봐요. 태윤 씨는 제가 이사 오기 전에 여기에 살지 않았었나요? 주변 환경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네요."전태윤은 잠시의 침묵을 취한 후 말했다. "이 집을 산 지는 오래됐지만 인테리어하고 비워두고 있었어. 그래서 여기서 살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았었지. 그런데 더 이상 부모님과 동생이랑 함께 살기가 불편해서 독립했어.""부모님 집은 커요?"전태윤은 별로 가족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하예정은 처음부터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자기에게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후 더더욱 물어보지 않았다."우리 가족들은 아직 할아버지의 댁에 살고 있어."전태윤의 말은 사실이다. 그들의 전 씨 장원은 아직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명의로 되어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간 후 할머니는 아버지를 재촉하여 장원을 아버지랑 두 삼촌의 명의로 변경하라고 했다.장원은 모두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아직 명의변경 절차를 밟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버지께서 귀찮아서 직접 자기 세대로 명의 변경할 생각이라고 추측한다.그러나 하예정은 전 씨네 집안은 조건이 별로라 아직 한 가족이 한집에 같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결혼 전에 전 씨 할머니가 얘기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르신께서는 손주 손녀들이 자기 옆에서 떠들고 노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아직도 같이 산다는 것은 할머니께서 분가하기 싫어서 안 한 것일 수도 있다."언제 시간 나면 데리고 갈게."하예정이 말하기도 전에 전태윤은 먼저 말을 했다.그래도 하예정이
"왜 안 받아?"전태윤은 물건을 차에 두고 휴대폰을 멍하니 보고 있는 하예정에게 물었다."나의 만만치 않은 친척일 수 있어요.""받아보면 누군지 알 수 있잖아, 누구든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내가 있잖아!"그가 있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받아 줄 것이다."내가 있잖아"이 한마디에, 하예정은 순간 마음속이 따뜻했다. 전태윤은 단점이 많지만, 자신도 완벽하지 않다. 그들이 초고속 결혼인데도 그가 이 정도로 하는 것은 정말 괜찮은 것이다.그는 마음속으로 전태윤에 대한 평점을 좀 올려주었다. 그리고 낯선 전화를 받았다."예정아, 나다. 할아버지."조금은 낯선 목소리는 아직 쩌렁쩌렁했다. 하예정은 오랫동안 고향 사람과 연락하지 않았지만 단번에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알아냈다.하예정은 응하고 대답하고는 말을 하지 않고 할아버지가 말하기를 기다렸다."너희 오빠가 오전에 할머니가 아파서 관성 병원에 입원한다고 전화했지? 병원에 예약을 좀 하라고 해도 안 하고 그 멀리서 왔는데 확진돼야 입원할 수 있다면서 입원도 못 하게 하고 말이야.""너랑 너희 언니는 지금 어디에 사니? 전에 살던데 갔는데 사람도 없고, 이사했으면 우리에게 말을 해야지. 너희는 어른이고 친척이고 안중에도 없지?""우리 사람들 꽤 많이 왔는데 잘 곳도 없어, 얼른 집 주소 보내. 한 이틀 좀 지내게. 그리고 우리 아직 밥도 안 먹었으니, 저녁도 준비하고. 사람이 많아서 시끄럽다 싶으면 호텔 잡게 돈을 주든가."하예정은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화가 차올랐다.그녀는 화를 억지로 누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들 어떻게 왔어요? 버스 아니면 자동차?""너 오빠랑 동생이 운전해서 우리 데려왔어. 네 오빠 동생들 차 기름값도 까먹지 말고 결제해 줘, 오는데 꽤 비싸더라.""당신과 할머니의 그 잘난 손자들이 요즘 가난해서 밥도 못 먹고 다니나 봐요?""하예정, 너 지금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너희 자매들이 자리 잡고 생활이 좋아지니 자기 형제들을 못 살라고 저주하는 거니? 참 실망하게 해서
하예정은 고향의 진상들이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자매의 거처도 모르거니와 이 큰 도시에서 그녀들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예정은 하예진의 집에 식사하러 가는 기분을 망칠까 봐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전태윤은 그들의 대화를 귀담아듣고 마음에 새겼다.이미 소정남에게 하씨 집안의 모든 정보를 캐오라고 시켰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하예진의 집 아래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마침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온 하예진과 마주쳤다.“언니.”하예정은 하예진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 한달음에 달려갔다.“예정이 왔네.”하예진은 동생 부부를 보니 쌓였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전태윤이 차에서 크고 작은 쇼핑백을 꺼내는 모습을 본 하예진은 두 사람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가족끼리 밥 먹으러 오는데 뭘 이렇게 많이 사 들고 왔어요?”“처형, 그저 과일 좀 샀어요.”전태윤은 다정하게 하예진을 부르며 말했다. 하예진은 전태윤을 보면 볼수록 마음에 쏙 들었다. 전태윤은 비록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사람이 성실하고 하예정에게 다정했다.만약 하예정이 하예진의 생각을 읽었다면 아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이다.“형부는 아직이야?”하예정은 다정하게 하예진의 팔짱을 끼며 물었다.“우빈이는?”“네 형부 오고 있어. 아마 곧 도착할 거야. 우빈이는 위에 있지. 우리 시부모님이랑 형님 일가가 우빈이 봐주고 있어. 아니면 나 쓰레기 버리러 내려오기 힘들어.”하예진의 시댁 식구들도 다 왔다는 소리에 하예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언니랑 둘이 해야 할 얘기도 있으니 태윤 씨가 없을 때 하는 게 좋겠어.’주씨 집안 사람들도 하예정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서인은 하예진을 보자마자 자기의 세 자녀를 관성의 학교에 입학시키겠으니 하예진에게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했다. 어차피 하예진은 전업주부라 아이 하나를 돌보든 셋을 돌보든 다 똑같다면서 말이다.사실 주서인은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주형인의 집에는 빈방이
임유환이 쪼르르 달려와 울며 말했다.“나 우빈이 비행기 갖고 싶어.”주우빈은 이내 장난감 비행기를 숨기고는 긴장한 표정으로 임유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엄마 안아줘, 엄마 나 안아줘.”하예진은 주우빈을 안아 올렸다.“예진아, 우빈이더러 유환이에게 양보하라고 해. 유환이는 손님이잖아. 우빈이가 양보해야지.”주서인은 임유환의 눈물을 닦아주더니 몸을 일으켜 임유빈의 장난감 비행기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주우빈이 쉽게 손에서 놓지 않으니 주서인은 억지로 장난감을 빼앗다가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들어 온 하예정 부부와 눈을 마주쳤다.주서인은 바로 손을 움츠리고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예정 씨, 오랜만이에요. 이쪽은 남편이죠? 너무 잘생겼네요. 훤칠하네.”잘생긴 얼굴에 특유의 분위기와 젠틀한 모습은 주형인보다도 몇 배는 더 근사했다.주서인은 하예정에게 질투를 느꼈다.“오랜만에 뵙네요. 제 남편 전태윤이에요.”주서인은 서둘러 전태윤과 인사를 나누었다.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전태윤은 어딘가 모르게 시크해 보였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주서인이 주우빈의 장난감을 빼앗아 임유환에게 주려는 모습을 보고 전태윤은 주서인에게 비호감을 느꼈다. 장난감도 주우빈 것인 데다가 주우빈이 동생인데 양보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전태윤은 팔이 안으로 굽는 사람이다 보니 자기 집 아이를 서운하게 만들어 남의 집 아이를 만족시키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전태윤은 주우빈을 아주 아꼈다. 그러니 주우빈이 손해 보는 모습을 더더욱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하예진은 서둘러 동생 부부를 집에 들였다. 집에서 왕자님 대우를 받고 자란 임유환은 계속하여 주우빈의 장난감을 달라며 울고불고하며 떼쓰고 있었다. 주서인은 임유환을 안아 들었다.주형인의 부모님은 하예정 부부의 두 손 가득 들린 쇼핑백을 보며 활짝 웃었다. 그들은 하예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해서 집을 나간 데다가 결혼한 남자가 발렌시아 아파트에 대출도 없이 집을 구매했다는 소문과 그 남자가 큰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