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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아내
내 남편의 아내
작가: 고성하

제1화

작가: 고성하
“심하온 씨, 확인 결과 이 혼인신고서는 사실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혼인신고서 위조는 불법 행위이므로 수사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세상에 가짜 혼인신고서도 있어?”

“저 여자 사기당했나 봐. 불쌍해 진짜...”

직원들과 몇몇 커플들의 의아한 시선 속에서 심하온은 멍하니 가정법원을 나섰다.

뜨거운 햇살 아래, 그녀는 뼛속까지 시려왔다.

어제 강선우는 갑자기 그녀와 혼인신고를 하겠다며 5년간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었다.

깊은 밤, 침실은 애틋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이제 곧 불타오를 무렵, 전화 한 통이 모든 걸 산산조각 내버렸다.

강선우는 평소와 달리 제스처를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됐어, 그만해. 얘랑 나, 그 서류는 가짜야. 2년 전에 너랑 혼인 신고했잖아.”

그가 아주 드문 외국어로 말했지만 심하온은 알아들었다.

강선우의 친구들 모두 이 외국어를 구사했고 그들에게 동화되기 위해 심하온은 몰래 외국어 수업을 들었다.

“그래도 질투 난단 말이에요. 심하온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적당히 해. 하온이는 아무 죄 없어. 지난번 교통사고면 분이 풀릴 법도 하잖아. 하온이는 이제 다리를 다쳐서 평생 춤도 못 춰. 너랑 댄싱퀸 자리를 놓고 경쟁할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거야. 또 말썽 피우면 그땐 나도 뒷수습 못 해. 그런 줄 알아.”

“그럼... 아이는요?”

“얘 임신하고 애 낳거든 방법을 찾아서 아기를 우리 둘 호적으로 올릴게. 됐어, 우리 자기 착하지. 얘는 네 머리카락 한 올과도 비교가 안 돼. 내가 왜 이런 애한테 마음이 흔들리겠니?”

심하온은 충격에 휩싸였지만 남아있는 이성으로 간신히 버텼다.

그러니까 2년 전 교통사고가 인위적인 거라고?

그때 대형 트럭이 갑자기 통제 불능 상태로 그녀를 들이받았고, 심하온은 하마터면 다리가 부러질 뻔했다.

병원에 보름 넘게 입원한 후에야 겨우 한쪽 다리를 지켜냈지만 다시는 춤을 출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춤에 대한 재능을 물려받았고 장래가 촉망받는 무용수였다.

나중에 강선우는 그것이 단순한 사고였다고 말했다.

그는 심하온의 다리 부상을 전혀 개의치 않았고 그녀는 그런 강선우에게 몹시 감격스러워하며 사랑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한 차례 음모였다. 강선우는 그녀를 속였고 심지어 범인과 혼인신고까지 했으며 심하온을 대리모로 이용해서 둘만의 아이를 가지려 했다.

밤새 한숨도 못 잔 심하온은 이른 아침 가정법원으로 달려가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그녀는 잔혹한 현실에 ‘싸대기’를 맞았다.

심하온은 애써 웃으며 농담한 것뿐이라고 수습했고 그제야 직원들도 더 추궁하지 않았다. 단지 그녀에게 몇 마디 훈계를 준 후 바로 내보냈다.

휴대폰 벨 소리가 한참 동안 울렸다. 심하온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회사 나갔어?”

잠에서 덜 깬 듯한 나른한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욱 매력적인 느낌을 주었다.

심하온은 평상시처럼 보이려고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니요. 잠깐 볼일 보러 나왔어요.”

“어딘데? 데리러 갈게.”

순간 그녀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예전에 강선우가 했던 말이 예고도 없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그녀가 어딜 가든, 언제가 됐든 무조건 데리러 와주겠다고, 함께 둘만의 집으로 돌아갈 거라던 그 말...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 집이 있기는 할까?

강선우는 2년 전에 이미 딴 여자의 남편이 되었다. 이건 엄연히 육체와 정신, 이중적인 배신이다.

“하온아?”

“아니요, 괜찮아요.”

심하온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볼일 다 보고 내가 알아서 갈게요.”

그녀가 고집을 부리자 강선우는 결국 양보했다.

전화를 끊고 심하온은 뒤엉켜버린 생각을 정리했다.

강선우와 5년간 사귀는 동안, 그는 늘 순결하고 자기관리가 투철했다.

대학 시절에는 잘생긴 학생회장이었고 졸업 후에는 돈 많고 멋진 강 대표가 되었다. 그에게 대시하는 여자들이 줄을 지었지만 이 남자는 늘 심하온 외의 다른 여자들에게 차갑고 매정했다.

2년 전, 그와 혼인신고 한 여자는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그 교통사고는...

점심 무렵, 심하온은 회사에 도착했다.

“오셨어요, 심 비서님.”

비서실 직원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심하온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책상 위에는 이미 많은 서류가 쌓여 있었다. 그녀는 일일이 검토한 후 몇 개를 골라 강선우에게 결재를 받기 위해 대표실 안으로 들어갔다.

준수하고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위풍당당한 기세는 어디에 앉아 있든 숨 막히는 위압감을 주었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오자 강선우의 기세가 한결 누그러졌다.

보내온 서류에 하나하나 결재를 하더니 이 남자가 고개를 들어 관심 조로 말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

“그냥 좀 피곤하네요. 별일 없어요.”

“요즘 그 프로젝트 때문에 고생 많았지.”

강선우는 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살짝 쓰다듬다가 요술을 부리듯 긴 상자를 꺼냈다.

“깜짝 선물.”

심하온은 멍하니 상자를 받아 열었다.

안에는 매우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그건 바로 Solara의 최신 한정판 목걸이였다.

강선우는 그녀를 일으켜 안으며 이마에 키스하려 했다. 이때 심하온이 고개를 돌려 그의 키스를 피했다.

너무 더러우니까.

“하온아?”

강선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몇 년 동안 심하온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고 그녀는 선물을 받을 때마다 놀라면서 기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마워요. 너무 예쁘네요.”

심하온은 시선을 내리고 상자를 닫았다.

“여기 사무실이잖아요. 조심해야죠.”

강선우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하온이는 늘 이렇게 사려 깊다니까.”

제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목걸이가 든 상자를 옆에 대충 놓아두었다.

강선우 이 남자는 그녀의 취향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점만은 심하온도 인정해야 했다.

그의 배신을 몰랐다면 이 목걸이를 받고 분명 예전처럼 기뻐했을 것이다.

점심시간, 심하온은 강선우의 모든 SNS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가 올린 피드는 회사 관련 내용 외에 전부 그녀뿐이었다.

그녀와의 러브스토리를 피드에 자주 올려서 친구들의 불평을 한몸에 받았다.

이때 어떤 피드에서 [좋아요]를 누른 프로필 사진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프로필 사진은 하얗고 가느다란 손이었고 손목에 착용한 팔찌는 강선우가 예전에 그녀에게 선물했던 팔찌와 매우 비슷했다.

심하온은 싸한 느낌에 이 사람의 인스타그램으로 들어갔다.

가장 최근에 올린 피드가 하루 전이었다.

[먼 길을 마다않고 내게 보내준 목걸이, 너무 마음에 드네요.]

멘트와 함께 사진도 한 장 첨부되었는데 사진 속 목걸이는 강선우가 방금 심하온에게 준 목걸이와 똑같았다.

Solara의 최신 한정판, 단 두 개뿐인 목걸이였다.

심하온은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하나는 그녀에게, 하나는 다른 여자에게. 강선우는 이딴 식으로 골고루 신경 써주고 있었던 걸까?

SNS에서 나온 그녀는 한 달 뒤 항공권을 예약했다.

최근 그녀가 팀원들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한 달 후에야 끝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모두의 노고가 담겨 있기에 심하온도 제멋대로 손을 떼고 물러날 수 없다.

한 달 뒤, 그녀는 이곳을, 그리고 강선우를 완전히 벗어날 것이다.

항공권 예약을 마치고 그녀는 다른 대화창을 열었다.

[아빠, 저 이제 집에 돌아가서 아빠를 도와 가업을 이어받을게요. 그리고 정략결혼도 바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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