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예전에 나는 너희에게 너무 많은 잘못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너희를 축복한다. 두 사람이 잘살아가길... 평생 함께하길 바란다.”심하온은 고통과 죄책감이 담긴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짧은 세 마디였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연재덕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그리고 정윤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눈빛에는 사랑과 아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나는 좀 피곤하구나. 잠깐 자고 싶다... 너희는 나가 있거라...”그는 말을 마치고 연철민의 부축을 받아 다시 누워 천천히 눈을 감았다.연미정은 계속 울고 있었고, 심하온은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말없이 위로했다.연재덕은 나가라고 했지만 아무도 방을 떠나지 않았다.그리고 몇 시간 뒤, 연재덕은 끝내 숨을 거두었다....연재덕의 장례식은 사흘 뒤에 치러졌다.연씨 가문의 친척과 지인들뿐만 아니라 강운시의 재벌가 대부분이 참석했고, 외지나 해외에서 일부러 돌아온 사람들도 많았다.연철민과 연미정은 여전히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장례를 치르기 위해 억지로 정신을 붙들어야 했다.정윤재는 두 사람에게 쉬라고 하고 모든 걸 자신이 맡으려 했지만 그들은 거절했다. 대신 정윤재에게 곁에서 도와달라고 했다.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정윤재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그에게는 친 외할아버지였다.심하온 역시 이 며칠 동안 정윤재의 마음이 평온하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줄곧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장례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도영이 정윤재와 심하온 곁으로 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공씨 가문 사람들이 왔어요.”말이 끝나자마자, 몇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선두에는 공석훈이 있었고, 그 뒤로 그의 세 자녀가 따르고 있었다.공석훈은 들어오자마자 연재덕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 그 모습은 참으로 진심처럼 보였다.물론 모두가 공석훈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겉치레해야 했다. 연철민이 앞으로 나와
과거에 연재덕이 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심하온은 마지막으로 그를 보러 와준 것이다.“어머님, 그런 말씀 마세요.”심하온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어서 들어가자.”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미 연씨 가문의 친척들과 지인들이 많이 와 있었지만 모두 1층 거실에 머물고 있었다.지금 연재덕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기에, 가장 가까운 몇 명만이 2층 침실에 있었다.심하온은 정윤재와 연미정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복도는 조용했고, 억눌린 숨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연재덕의 침실에는 현재 정창호, 연철민, 권영현 세 사람만 있었다.세 사람 모두 표정이 무거웠고, 특히 연철민은 몹시 초췌해 보였다. 다크서클이 짙고, 입가에는 수염 자국이 남아 있었는데, 겨우 버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심하온은 작은 목소리로 세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인사가 오간 뒤, 연재덕이 미세하게 움직였다.권영현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아버지 깨어나신 것 같아요.”연철민과 연미정이 급히 침대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숙였다.“아버지, 깨어나셨어요? 물 좀 드실래요?”“아버지...”연미정은 말을 꺼내려다 눈물이 터질 것 같아 급히 고개를 돌렸다.연재덕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조금 정신이 든 듯했다.연철민의 부축을 받아 몸을 조금 일으켜 베개에 기대앉은 뒤, 방 안을 둘러보며 웃었다.“다들 왔구나.”그는 몇 번 기침을 하고 나서 한 손으로는 연미정을, 다른 손으로는 연철민을 잡았다.“이번 생에서 나는 너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희 어머니에게 가장 큰 잘못을 했다.”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죽어서 너희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면... 용서를 구할 자격이 있을까?”연철민과 연미정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연재덕 역시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아내를 배신하고 속였던 그는, 용서를 구할 자격조차 없다는 것을.“너희는 잘살아야 한다.”그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공 대표님은 어디 계세요?”나현아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앉으며 말했다.“뵙고 싶어요.”“급하게 일어나시면 어지러울 수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지금은 침대에서 쉬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공 대표님은 아직 집에 계시니 뵐 의향이 있으신지 제가 여쭤볼게요.”여자가 나가고, 나현아는 반쯤 기대 누운 채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공민규를 오랫동안 좋아해 왔는데 이제야 겨우 그에게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된 것이다.아니, 아주 많이 가까워졌다. 지금 그녀는 그의 별장 안에 있으니 말이다.이건 예전에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었다.이제 드디어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생긴 것이다.나현아가 기쁨에 잠겨 있을 때, 문득 송서준의 모습이 떠올랐다.들떠 있던 마음이 순식간에 식어버렸다.‘송서준...’이미 두 사람은 연인도 아니고, 앞으로도 다시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 그런데 이 순간, 나현아는 왠지 모르게 송서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그만두자... 지금의 송서준은 아마 나를 뼛속까지 미워하고 있을 거야. 더는 사랑하지도 않을 테고, 나와 공민규 사이가 어떻든 신경 쓰지도 않을 거야...’잠시 후, 방문이 열렸다.나현아는 기대에 찬 눈으로 고개를 들었지만, 들어온 사람은 아까 그 여자였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의 뒤를 바라봤지만 아무도 없었다.“공 대표님은요?”“공 대표님은 곧 회사로 가셔야 해서 지금은 뵐 시간이 없습니다.”나현아의 눈에 실망이 스치려는 순간, 여자가 말을 이었다.“대신 공 대표님께서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여기서 안심하고 병을 치료하시면 되고, 다른 일은 모두 본인이 해결하겠다고요.”“정말요?”나현아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렸다.“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요?”“네.”나현아는 완전히 긴장이 풀렸다.그동안의 삶을 떠올리니 마치 악몽 같았다.이제 그 악몽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역시 그녀는 사람을 잘못 좋아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공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길, 안전을 위해 허락 없이 외출하거나 누
“공 대표님, 이 여자가 방금 근처에서 수상하게...”경호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갑자기 눈을 뒤집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이건...”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호원은 잠시 당황했다.“대표님, 이 여자 어떻게 할까요?”공민규는 원래 병원으로 보내라고 말하려다가, 문득 뭔가를 깨닫고 바닥에 쓰러진 여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여자의 안색은 매우 나빴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나현아였다.공민규는 나현아가 직접 여기까지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잠시 생각한 뒤, 그는 입을 열었다.“안으로 데려가고, 입이 무거운 가정의사를 불러.”“알겠습니다.”지시를 내린 뒤, 공민규는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 바로 침실로 가서 쉬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마침 불러온 가정의사가 와서 보고했다.“대표님, 그 아가씨 상태가 많이 안 좋아요. 링거를 놔드렸고, 완전히 회복하려면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걸릴 것 같아요.”“알았어요. 필요한 건 간병인들에게 전달하고,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요.”“걱정하지 마세요. 잘 알고 있습니다.”이 가정의사는 공씨 가문에서 10년 넘게 일해 온 사람으로, 이미 공민규의 심복이었기에 이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았다.“가서 보실래요? 아직 깨어나진 않았습니다만.”“그럴 필요 없어요. 잘 돌보라고만 전해요.”“알겠습니다.”가정의사가 떠난 뒤, 공민규는 술을 한 잔 따랐지만 바로 마시지 않고 소파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왜 내가 나현아를 구한 걸까? 나를 사랑하는 여자였고,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기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 걸까?’아마 조금은 그럴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는 더 큰 이유를 알고 있었다.그는 나현아에게 공감했기 때문이다.둘 다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전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했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랑을 얻을 수 없었다.자신이 나현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녀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전에 송서준이 연애 중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 그의 여자친구를 본 적도 있었지만 그 일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래서 송서준의 여자친구가 공석훈이 보낸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그런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공석훈과 함께 당시의 긴급 사태를 처리했을 뿐이었다.방금 그는 공석훈을 찾으러 왔다가 문 앞에서 우연히 대화를 듣게 되었다.그는 나현아라는 여자가 자신과 연관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나현아가 오빠를 많이 좋아하더라고.”공민서가 말했다.“아버지 일을 도운 것도, 일이 끝난 뒤 오빠 곁에서 일하고 싶어서였대. 오빠 가까이에 있고 싶어서. 오빠를 위해서라면 자기한테 그렇게 잘해주던 송서준도 배신하고, 송씨 가문의 며느리 자리도 포기했지. 진심이 참 대단했어. 그 여자...”“그만해.”공석훈이 얼굴을 굳히며 말을 끊었다.공민규는 미간을 더 깊이 찌푸렸다.“아빠, 왜 이런 일을 저한테 더 일찍 말씀하지 않으셨어요?”“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었나?”공석훈이 냉소했다.“뭐, 널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그 여자를 시킨 걸 탓하려는 거냐?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공민규는 침묵했다.“설마 오빠, 죄책감 느끼는 건 아니지?”공민서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 여자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유치한 소리!”공석훈이 호통쳤다.“그럴 시간에 네가 해야 할 일이나 제대로 해!”공민규는 더는 나현아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공석훈과 업무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민서는 눈치 좋게 자리를 떠나 더 듣지 않았다.하지만 공민규가 서재를 나오자, 공민서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오빠.”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야?”공민규가 냉담하게 물었다.“나현아가 지금 도망쳐서 수배 중이잖아. 궁지에 몰리면 아빠를 찾아올 가능성이 커.”공민서가 말했다.“그런데
지금 와서 돈을 조금 주고 강운시를 벗어나게 도와주는 것 정도는 과한 요구가 아니리라 판단했다. 그들에게는 그저 손쉬운 일일 뿐일 테니 말이다.이 생각은 덩굴처럼 그녀의 마음속에서 빠르게 번져갔다.나현아는 병으로 인한 고통을 참으며, 어떻게 공석훈과 공민서를 찾아갈지 머릿속으로 계산했다.지금 경찰이 분명히 그녀를 쫓고 있을 테니 더욱 조심해야 했다.골목을 나와 어느 슈퍼마켓 앞을 지나던 중, 무심코 안을 보다가 주인이 TV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TV 화면이 입구 쪽을 향하고 있어 그녀의 눈에도 들어왔다.그 화면에는 놀랍게도 그녀의 수배령이 나오고 있었다.나현아는 움찔하며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듯했다. 그녀는 급히 걸음을 재촉하며 크게 숨을 몰아쉬다가, 골목을 하나 돌아서야 겨우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이 충격 덕분에 병으로 흐릿해졌던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자신이 공석훈과 공민서를 믿으려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 사람들이 얼마나 냉정하게 등을 돌렸는지 벌써 잊은 건가?’정말로 그녀를 도와줄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체포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지금 가서 그들을 찾는다면 무시당하는 건 당연할 것이다.그들의 냉혹함을 생각하면 오히려 아무도 모르게 그녀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나현아는 자신의 머리를 세게 쳤다.그때 한 사람이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놀라 몸을 움츠리다가 오히려 그 사람까지 놀라게 했다.그 사람은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두어 번 힐끗 보더니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나현아는 절망에 빠졌다.‘그렇게 애써 도망쳐 나왔는데, 갈 곳이 없단 말인가? 이대로라면 경찰에 다시 잡히든지, 아니면 길거리에서 병으로 죽고 말 거야...’한편, 공석훈과 공민서 역시 나현아의 수배령을 보게 되었다.공씨 가문, 공석훈의 서재 안에서 공민서는 휴대폰을 몇 번 훑어보더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공석훈에게 말했다.“이 나현아, 생각보다 꽤 능력 있네요. 병원 진료받으러 간 틈을 타서 도망치다니.”공석훈은 비웃었다.“정말 능력이
하지만 요즘 정윤재의 수단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연재덕의 도움이 없었다면 강선우는 지금쯤 회사 때문에 무슨 지경이 됐을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다만 연재덕이 아무리 도와준다 해도 그를 위해 정씨 가문에 맞서진 않을 것이다.강선우가 정윤재, 그리고 정씨 가문에 손대고 싶어 하는 걸 알게 된다면 연재덕은 오히려 강선우부터 쓰러뜨릴 수 있다.불만스럽냐고? 당연히 불만스럽겠지. 하지만 지금은 오직 그룹 재기와 심하온을 곁으로 되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정윤재를 상대하는 건... 뒤로 미루는 수밖에 없다.“알고 있
그녀의 행동이 너무 빠르다 보니 강선우는 피할 새도 없었다. 순간 그는 미간을 확 찌푸리고 강다인을 밀쳐내려 했다.“이거 놔!”강선우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싫어, 안 놔!”하지만 강다인은 그를 꼭 껴안은 채 울먹이는 조로 말했다.“오빠, 드디어 다시 만났네. 너무 보고 싶었어.”그녀는 고개를 들어 눈물을 흘리며 강선우에게 키스하려 했다.이에 강선우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피했다. 그는 대놓고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미쳤어? 딴 사람들 보면 어쩌려고 그래?”강다인이 지금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심하온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이건 지극히 사적인 일이라 함부로 끼어들 수는 없지만, 소유영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절친이 딴 사람에게 함부로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절대 지켜볼 수만은 없다.“알았어.”소유영이 울음을 그쳤다.“근데 나도 이제 더 강해지려고.”심하온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 유영이 기운이 넘치네.”기사가 곧 차를 몰고 와서 두 사람을 소씨 저택으로 보내드렸다.두 여자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또 다른 차가 소씨 저택 입구에
그녀의 이름은 배다현, 소정빈이 밖에서 20년 넘게 만나온 내연녀이다. 그동안 이 여자는 소정빈에게 지극하고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렇게 심하게 혼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배다현은 멍하니 얼어붙더니 억울하다는 듯이 쏘아붙였다.“나한테 왜 그래? 방금 당신 착한 딸이 날 때렸어. 봐봐 여기!”그녀는 소유영에게 맞은 반쪽 얼굴을 소정빈에게 들이밀었다.소유영이 홧김에 세게 때렸더니 한쪽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다.그 모습을 본 소정빈은 배다현이 기대한 것처럼 딱히 안쓰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밀치면서 쌀쌀맞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