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오전 9시 15분.은소예는 출근하자마자 신시안의 대표실로 향했다.손에는 전날 고림파트너스에서 전달받은 NEXT BRIDGE 사업 설명회 자료가 들려 있었다.시안은 이미 법무팀에서 작성한 검토 의견서를 읽고 있었다.“일찍 왔네.”“어제 사진 때문에.”소예는 맞은편에 앉았다.“설명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NEXT ONE이 실제로 참여하는 사업이라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잖아.”“법무팀에서도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어.”“그런데 무작정 전체 공지를 내면 회사 직원들까지 불필요하게 불안해할 수 있어.”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설명회 참석자와 자료 수령자를 먼저 확인하고 있어.”소예는 사진 한 장을 꺼냈다.기획지원팀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화면 아래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운영 협력 예정: NEXT ONE.“여기까지는 향후 협력 가능성을 이야기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어.”소예는 사진의 다른 부분을 가리켰다.“하지만 ‘경영진 사전 검토 완료’는 달라. 실제로 검토한 적이 없으니까.”시안은 자료를 내려놓았다.“맞아. 그래서 회사 명의의 공식 확인서를 발송할 거야.”“내용은?”“사업 참여를 승인한 사실이 없고, 해당 제안서와 설명회 자료는 회사의 공식 입장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회사 명의의 추가 사용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다만 자료를 무조건 삭제하라고 하지는 말자.”“증거 보존 때문에?”“응. 나중에 어떤 내용이 전달됐는지 확인해야 하니까.”시안이 작게 웃었다.“법무팀도 똑같은 말을 했어.”“그럼 다행이고.”소예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시안이 그녀를 불렀다.“여보.”“응?”“아침 먹었어?”소예는 잠시 멈췄다.“커피.”시안이 눈썹을 올렸다.“그건 아침 식사가 아니잖아.”“시간이 없었어.”시안은 책상 서랍에서 작은 포장 봉투를 꺼냈다.“이거 먹어.”소예가 받아 들었다.“샌드위치?”“아침에 하나 더 샀어.”“당신은?”“먹었지.”소예는 포장을
오전 10시 20분.은소예는 인사팀에서 전달받은 면담 기록을 읽고 있었다.기획지원팀 직원 세 명이 지난달 야간에 수행했던 업무에 관한 내용이었다.직원들은 모두 같은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기존 프로젝트의 운영 방식을 정리해 외부 제휴 검토 자료로 만드는 작업.하지만 누구도 NEXT BRIDGE라는 별도 법인의 사업 준비라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소예는 기록의 한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팀장이 회사의 신규 사업 검토라고 설명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음.’그때 공차연이 문을 두드렸다.“본부장님, 잠깐 괜찮으세요?”“네, 들어오세요.”차연은 얇은 서류철을 내려놓았다.“직원들이 실제로 작성한 자료와 고림파트너스에 제출된 제안서를 비교한 결과가 나왔어요.”“일치하나요?”“일부는 거의 그대로 사용됐어요.”소예는 서류를 펼쳤다.왼쪽에는 기획지원팀 직원들이 작성한 운영 개선안이 있었다.오른쪽에는 NEXT BRIDGE의 사업 제안서가 놓여 있었다.문장 배열과 표의 구성, 업무별 소요시간을 계산한 방식까지 같았다.다른 점은 제목이었다.직원들이 작성한 문서에는 ‘NEXT ONE 프로젝트 운영 효율화 검토안’이라고 적혀 있었다.반면 외부에 전달된 문서에는 ‘NEXT BRIDGE 초기 운영 모델’이라고 적혀 있었다.소예는 두 문서를 번갈아 바라봤다.“작성자는 직원들인데, 제출된 자료에는 작성자 표시가 없네요.”“네. 마지막 수정자가 기획지원팀장으로 되어 있어요.”“그럼 직원들이 만든 내용을 별도 법인의 사업 자료로 바꿨다는 거군요.”“현재 확인된 문서상으로는 그래요.”소예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그곳에는 기획지원팀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개선 제안이 있었다.업무 집중 시간대를 조정하면 야간 대응 인원을 줄일 수 있음.직원들은 회사의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려고 개선안을 만들었다.그런데 NEXT BRIDGE의 사업 제안서에는 같은 내용이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어 있었다.기존 인력의 추가 채용 없이 초기 운영 가능.소예는
은소예는 정보보안팀장이 가져온 접속 기록을 한 장씩 넘겼다.회의실에는 신시안과 공차연, 정보보안팀장, 법무 담당자가 함께 앉아 있었다.NEXT BRIDGE라는 이름으로 생성된 외부 협업 계정.그 계정은 NEXT ONE의 내부 업무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문제는 해당 계정이 공식 사업 제휴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다.“계정 생성일이 언제죠?”소예가 물었다.정보보안팀장이 대답했다.“지난달 12일입니다.”“그때는 고림파트너스에 보고서가 전달되기 전이네요.”“네.”시안이 자료를 살폈다.“계정 생성 요청자는?”“기획지원팀장입니다.”“승인자는요?”보안팀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부서 관리자 승인으로 처리됐습니다.”소예의 눈썹이 올라갔다.“그럼 본인이 요청하고 본인이 승인했다는 뜻인가요?”“당시 외부 협업 계정 생성 절차에서는 부서 관리자 승인만으로 일부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접근 범위는 어디까지였죠?”보안팀장이 화면을 띄웠다.프로젝트 운영 현황.인력 배치표.업무 일정표.일부 협력사 관리 자료.소예는 화면을 자세히 살폈다.“직원들의 개인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나요?”“현재 확인한 접근 대상에는 이름과 소속 부서, 담당 업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나 급여 계좌 같은 정보에 접근한 기록은 없습니다.”“그럼 인력 배치표에는 접근했다는 거네요.”“네.”시안이 물었다.“자료를 외부로 내려받은 기록은?”“그 부분은 확인 중입니다. 파일 열람 기록은 있지만 다운로드 여부는 일부 로그를 추가 분석해야 합니다.”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우선 해당 계정의 접근 권한은 중지하고, 관련 기록은 보존해 주세요.”“이미 임시 중지했습니다.”“좋습니다.”그녀는 자료를 내려놓았다.“그리고 이번 일을 단순히 계정 하나의 문제로 처리하면 안 될 것 같아요.”시안이 소예를 바라봤다.“어떤 의미야?”“부서 관리자 한 사람이 외부 계정을 만들고, 자기 부서의 자료에 접근
은소예는 출근하자마자 공차연에게서 받은 자료를 책상 위에 펼쳤다.NEXT BRIDGE 사업 계획서.기획지원팀장이 별도로 준비하던 법인의 사업 계획이었다.문제는 그 계획에 NEXT ONE의 인력과 업무 체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소예는 마지막 페이지를 다시 읽었다.초기 운영 총괄 책임자 확보 예정.NEXT ONE 현직 본부장급 인력.구체적인 이름은 없었다.그렇다고 그냥 넘길 수도 없는 내용이었다.“차연 씨.”“네, 본부장님.”“인사팀에서 확인한 내용은요?”차연이 준비한 자료를 내밀었다.“현재까지 공식적인 인력 파견이나 겸직 요청은 없었어요. 다른 회사로 직원들을 이동시키는 방안도 승인된 적 없고요.”“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제안한 정황은요?”“두 명이 관련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고 답했어요.”소예가 고개를 들었다.“어떤 이야기였는데요?”“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예정인데, 관심이 있으면 나중에 연락하겠다는 정도였대요.”“그게 근무시간 중에 있었던 이야기인가요?”“한 명은 점심시간, 다른 한 명은 업무 회의가 끝난 뒤였다고 해요.”소예는 잠시 생각했다.개인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참여할 의사를 묻는 것 자체가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회사의 관리자가 직책을 이용해 부하 직원에게 제안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더구나 그 사업 계획에는 NEXT ONE의 자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그 직원들이 실제로 참여하겠다고 답했나요?”“아니요. 두 사람 모두 구체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해요.”“알겠어요. 그 이상으로 직원들을 추궁하지는 마세요.”차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소예는 자료를 덮었다.“이번 일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직원들이에요.”“네?”“누가 어떤 말을 들었는지 확인한다면서 오히려 직원들한테 부담을 주면 안 되잖아요.”차연은 곧바로 이해했다.“네. 자발적으로 제공한 내용만 기록하고, 불필요한 면담은 진행하지 않겠습니다.”오전 11시.대표실.신시안은 소예가 가져
화상회의가 끝난 뒤에도 은소예는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회의실 화면에는 조금 전 고림파트너스가 공유했던 제안서의 마지막 페이지가 남아 있었다.NEXT BRIDGE 신규 법인 설립 계획.그리고 그 아래 적힌 사업 추진 책임자.NEXT ONE 기획지원팀장.소예는 천천히 노트북 화면을 닫았다.“대표님.”신시안이 고개를 들었다.“응.”“저 자료에 우리 회사가 공식적으로 참여한다고 적혀 있지는 않았어.”“그렇지.”“그런데 우리 회사의 실적과 예산을 가져다 썼고, 내 승인까지 받은 것처럼 표시했어.”시안은 팔짱을 풀었다.“상대방이 오해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지.”“더 중요한 건 그 오해를 이용해서 뭘 하려고 했느냐야.”시안은 소예가 정리한 회의록을 바라봤다.“고림파트너스에서는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했어.”“응. 하지만 제안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다른 약속이 오갔을 수도 있어.”소예는 서류 한 장을 앞으로 밀었다.“그래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뭔데?”“기획지원팀장이 NEXT ONE 소속으로 외부 미팅을 진행하면서, 실제로는 개인 사업을 준비했다면 그 미팅에 들어간 비용은 누가 부담했을까?”시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소예는 말을 이었다.“출장비, 접대비, 업무시간. 그런 것들이 전부 회사 비용으로 처리됐을 수도 있잖아.”“그렇다면 회사 자원을 개인 사업에 사용한 문제가 되겠네.”“맞아. 다만 아직 가능성이야.”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인할 수 있는 기록부터 보자.”소예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리고 이번 조사는 내가 직접 결론 내리지 않을 거야.”“잘 생각했어.”“내 직속 조직이기도 하고, 내 이름이 사용된 사건이기도 하니까. 조사 결과를 내가 판단하면 공정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시안은 소예가 가져온 자료를 정리했다.“법무와 인사, 재무 쪽에서 독립적으로 검토하게 할게. 나는 필요한 회사 차원의 조치만 결정하고.”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렇게 하자.”오후 1시 30분.NEXT
월요일 오전 9시 40분.NEXT ONE 본부장실.은소예는 모니터에 띄워진 보고서 표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경영진 검토 완료.검토 책임자: 은소예 본부장.자신이 승인한 적 없는 문서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그것도 외부 회사에 제출된 자료였다.“차연 씨.”“네, 본부장님.”“이 파일이 고파트너스에 전달된 날짜가 언제라고 했죠?”“지난달 18일입니다.”소예는 일정표를 확인했다.지난달 18일.그날은 경영회의가 끝난 지 사흘 뒤였다.이미 공식 보고서가 확정된 상태였고, 추가 외주 용역비에 대한 승인도 없었다.“그날 제가 어떤 회의에 참석했는지 확인해 주세요.”차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일정이랑 관련이 있을까요?”“보고서에 제 이름을 넣은 사람이 제가 그 자료를 검토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니까요.”“아, 그렇겠네요.”“그리고 림파트너스에서 받은 화면 자료는 원본 그대로 보존해 주세요. 우리가 임의로 표시하거나 수정하지 말고요.”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보안팀에도 전달하겠습니다.”소예는 화면을 다시 확대했다.그때 작은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검토 완료일: 18일.소예는 눈을 가늘게 떴다.“잠깐만요.”“왜요?”“검토 완료일이 자료를 보낸 날과 같네요.”“그러네요.”“그날 누가 제 검토를 받았다는 거죠?”차연은 대답하지 못했다.소예는 의자를 뒤로 밀었다.“이건 메일만 확인해서 끝날 일이 아니에요. 실제 승인 절차가 있었는지 확인해야겠어요.”오전 11시.정보보안팀 회의실.보안팀장과 문서관리 담당자가 소예 앞에 앉아 있었다.보안팀장이 먼저 설명했다.“고림파트너스가 제공한 자료는 PDF로 변환된 문서입니다. 현재 받은 화면만으로는 최초 작성자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부 파일 중 동일한 문구가 들어간 자료를 찾을 수 있나요?”“업무용 저장소의 접근 가능한 기록부터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 작업 공간까지 확인하려면 내부 절차에 따라 범위를 정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