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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부소경은 신세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신세희는 꼬질꼬질한 옷소매를 만지작대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소경씨, 그 장난 재미없어요.”

부소경이 냉소하며 엄숙하게 말했다. “나랑 결혼하는 거 당신의 오래된 계획 아니었나?”

부소경의 차가운 눈빛이 칼날처럼 빠르게 신세희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두 눈이 마주치자 신세희는 놀라움에 몸을 움찔대며 얼굴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부소경은 그녀의 턱을 단단히 잡으며 강압적으로 신세희의 얼굴을 돌려버렸다.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볼수 있게 말이다.

신세희는 그제야 선글라스 아래에 숨겨져 있던 남자의 차갑고 날렵한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소경은 무척이나 남자다웠다. 신의 편애를 받았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멋있는 얼굴을 갖고 있었다.

그의 정장은 무척이나 정교했다. 고가의 제품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신세희는 남자의 신분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챘다.

그녀의 모습은 최악이었다. 낡다 못해 곰팡이가 낀 옷에, 흐트러진 머리, 꾀죄죄한 얼굴. 게다가 그녀는 며칠째 씻지 못했다.

이런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하러 간다고?

신세희는 눈을 아래로 드리우며 조용히 말했다. “부소경씨, 지금 날 아무 남자나 잡고 늘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감옥에 있는 2년 동안 남자 한 번 못 만나봤다는 이유로?”

부소경은 계속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나이가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그녀의 말투는 무척이나 날카로웠고 또 유난히 냉정했다. 그렇게 그녀에 대한 혐오가 또 한 층 더 심해졌다.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날 자극하는 방식으로 너에 대한 내 흥미를 일으키려고?”

그는 말을 끝낸 후, 신세희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비서에게 명령했다. “구청으로 가!”

“나 좀 내려줘요! 나 당신 전혀 모른다고요!” 밀려오는 두려움에 신세희는 차에서 뛰어내리려 손잡이에 손을 댔다.

부소경은 그녀의 손을 의자에 고정하고는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너! 내 말 잘 들어, 죽고 싶으면 지금 당장 원하는 대로 해줄게!”

놀랐는지 신세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나… 죽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구청으로 가!” 남자가 또 한 번 명령을 내렸다.

“도련님, 이렇게 바로 구청으로 가는 건가요?” 조수석에 앉은 비서가 그에게 말했다.

비서는 신세희를 흘겨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아가씨 옷이 엄청나게 낡은데다가 몸도 엄청 더러운 것 같은데…”

“부씨 저택으로 돌아가!”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네, 도련님!” 비서는 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 시간 반이 지난 후, 차가 멈추어 섰다.

차에서 내린 후, 산 중턱에 위치한 호화로운 부씨 저택의 모습이 신세희의 눈에 들왔다.

사흘 전, 그녀가 갔었던 다른 산의 별장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마치 황제가 사는 궁전과도 같았다.

그에 비하면 사흘 전 그 별장은 낡은 감옥과도 같았다.

내 순결을 가져간 그 남자, 아마 사형수였겠지?

신세희의 정신이 혼란한 틈을 타 부소경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녀는 부소경보다 키가 한 뼘이나 더 작았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에게 끌려 종종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길에서 주어온 강아지를 연상케 했다.

남자의 모습에 저택 안에 있던 하인들이 허리를 숙여 그에게 인사했다. “도련님 오셨어요.”

남자는 신세희를 뒤뜰에 있는 낮은 건물 앞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그녀를 메이드 몇 명에게 던져버렸다. “깨끗한 옷 몇 벌 찾아서 줘. 먼저 샤워부터 하라고 해!”

“네, 도련님.” 메이드 몇 명은 한편으로는 그에게 대답하면서 한편으로는 신세희를 욕실로 끌고 갔다.

무조건 여기서 도망쳐 나가야 해.

출소하자마자 날 무척이나 죽이고 싶어 하면서 나랑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남자한테 묶여 있을 수는 없지.

신세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메이드들이 자신의 옷을 반쯤 벗겼다는 사실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메이드들이 단체로 수군대기 시작했다.

“목에 있는 이 멍 자국, 키스 마크인 거 같은데?”

정신을 차린 신세희는 황급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씻겨주는 건 좀 불편해서… 나가주실래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메이드 한 명이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이 도련님의…”

신세희가 그녀의 말을 낚아챘다. “메이드요.”

“그럼 혼자 알아서 씻으세요!” 메이드들은 냉담하게 몸을 돌리더니 자리를 떠났다.

욕실에서 멀어지자, 무리에 있던 메이드 한 명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괴상한 말투로 말했다. “도련님 사람인 줄 알았는데 메이드였어. 천박한 게 한눈에 딱 알리더라. 우리가 씻겨줄 자격이 어디 있어?”

고개를 들자 욕실 밖에 서 있는 부소경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놀란 그들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욕실 안, 신세희는 얼굴을 붉히며 거울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무척이나 소중한 그녀의 순결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남자에게 줘 버렸다. 아마 평생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 못하겠지?

눈을 감자, 눈물이 볼을 타고 목덜미까지 흘러내렸다.

“넌 역시 더럽고 천박한 여자였어!” 엄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그녀는 허둥지둥 눈을 떴다.

부소경은 혐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쳐다보고 있었다.

신세희는 황급히 옷을 들어 자신의 몸을 가리기 시작했다. 수치심에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나, 출소하자마자 당신한테 납치당했어요.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고요. 내가 아무리 더럽고 천박해도 당신이랑은 상관없는 일 같은데요? 그만 나가주세요!”

부소경의 혐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신세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여자, 꽃뱀임이 분명하다.

“샤워 다 하고 나랑 같이 혼인신고 하러 가자. 삼 개월 뒤에 우린 자연스럽게 이혼하게 될 거야. 한 몫 챙겨줄 테니까 내 옆에 일 분이라도 더 붙어있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가능성 없으니까!” 말을 끝낸 후, 그는 문을 닫고 자리를 떠났다.

정원, 부소경이 있어서인지 메이드들은 큰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람, 새롭게 올라온 부씨 집안의 실세다. 그의 수단이 얼마나 악독하고 포악한지는 이 집에 있는 하인들이 나흘 전에 똑똑히 지켜보았다.

부소경은 부씨 집안의 넷째 아들이었다. 그는 부씨 다른 형제와 다른 어머니를 두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첩이랑 낳은 아들이었다. 부씨 집안은 백 년 전통의 문화와 희망을 거느리고 있었고 서자 신분인 부소경은 부씨 집안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었다.

부씨 집안의 개도 그보다는 더 신분이 높을 것이다.

부소경이 열 살이 되던 해,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해외로 추방되었다. 드디어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의 어머니는 그만 함정에 빠져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부소경은 차근차근 발자국을 딛으며 일을 꾸미기 시작했고, 드디어 사흘 전, 자신의 죽음을 미끼로 부씨 집안에게 반격을 가해 성공적으로 부씨 집안을 자신의 손안에 움켜쥐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적을 완벽하게 처리해버렸다.

지금의 부씨 집안은 부소경의 말 한마디에 움직이고 있었다.

과거를 회상하자 부소경의 가슴속에 쓸쓸한 감정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첩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었다. 아버지의 본처가 아버지를 붙잡기 위해 손을 썼고 그렇게 아버지는 본처의 곁에 남게 되었다.

아버지에게 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어머니가 임신한 지 9개월이 넘은 때였다.

부소경에게 완벽한 가정을 선물해주기 위해 어머니는 갖은 모욕을 참아냈다. 중년이 되었을 때는 또 함정에 빠져 감옥에 수감되고… 겨우 부씨 집안을 손에 넣고 어머니를 밖으로 꺼냈는데…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삼 개월 뿐이었다.

어머니에게는 소원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가 빨리 자신의 감옥 동기 신세희와 결혼하는 것.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부소경은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 드릴 수밖에 없었다.

신세희를 출소시키기 전 그는 신세희의 모든 것을 샅샅이 조사했고, 그녀가 감옥에서 불순한 의도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접근한 사실을 알아냈다.

“큰일 났습니다, 도련님.” 소란스러운 메이드의 행동이 부소경의 생각을 어지럽혔다.

부소경의 사로가 정지되었다. “이게 무슨 소란이야!

“그 여자가… 창문을 타고 밖으로 도망쳤어요” 메이드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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