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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Autor: 빛나냥
허설아는 고개를 숙여 잠든 연희를 보느라 권지헌의 뜨겁고 끈적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허설아는 전에 박희수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권씨 가문 남자들은 결혼하면 월급을 다 맡긴다고 했다.

권지헌 지갑은 당연히 미래의 아내가 관리할 거였다.

권지헌이 연희한테 돈 쓰고 싶고 옷 사주고 싶다면 하게 내버려두자.

어차피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 처음 아이한테 옷을 사주는 듯한 권지헌은 한번 사기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었다.

거의 연희가 다섯 살까지 입을 옷을 다 사주었다.

허설아는 쇼핑백들을 보며 머리가 아파왔다.

집에 놓을 데도 없을 것 같았다.

허설아가 멈추라고 하자 권지헌은 여전히 아쉬운 듯했다.

'괜찮아, 앞으로는 더 많이 사줄 수 있으니까.'

권지헌은 차를 몰고 허설아 모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허설아가 말하기도 전에 권지헌은 연희한테 사준 것들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문을 열자 손에 한가득 들고 있던 권지헌의 이마에도 땀이 맺혀 있었다.

허설아 머릿속에 갑자기 점심때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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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49화

    그래도 어린 제자는 속으로 투덜거렸다.이 시간이면 산길을 오르기도 힘든데 대체 누가 찾아온다는 걸까?바로 그때 계단 아래에서 손전등 불빛이 나타났다.길바닥을 비추는 강한 불빛에 어린 제자는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어린 제자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스승님, 기다리시던 분이 올라오시는 것 같아요!""그래, 들어오라고 하거라."산을 오르는 사람은 어지간히도 급한 모양이었다.계단을 세 칸씩 성큼성큼 올라 금방이라도 뛰어오를 기세였다.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숨이 턱까지 차고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어린 제자가 안을 가리켰다."스승님께서 아침부터 계속 기다리셨어요. 드디어 오셨네요."서은석은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급히 올라온 탓에 폐 속 공기가 바닥난 기분이었고 콧속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했다.다른 데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는 스님에게 다가갔다."스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스님이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앉아서 숨 좀 돌리시지요. 묻고 싶으신 것도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마주 앉은 서은석은 심장이 쿵쾅거렸다.급하게 산을 올라온 탓인지, 며칠 사이 벌어진 일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인지 서은석도 알 수 없었다.서은석과 송원영이 이별한 것이다.이번에는 예전과 달랐다.어쩌면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서은석도 알고 있었다.서은석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거칠게 헝클었다.한껏 풀이 죽은 얼굴에 말소리에도 힘이 없었다."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집에서…… 제가 여자친구와 만나는 걸 반대합니다.""분명 좋은 사람인데, 왜 우리 집에서는 받아 주지 않는 걸까요?"스님이 서은석을 달랬다."서 대표님은 어떤 여인을 만나든 연애 때문에 마음고생을 면하기 어려운 운명입니다. 상대가 누구든 집에서는 반대할 겁니다."서은석은 멈칫했다.생각해 보니 사실이었다.전에 집에서 소개해 준 여자들조차 어머니는 온갖 흠을 잡았다.서은석도 크게 관심이 없어 다시 연락하지 않았기에 어머니도 앞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48화

    다음 날, 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비칠 무렵 권지헌은 혼자 산에 올랐다.말끔하게 차려입은 옷은 이슬이 흠뻑 맺혀 있었다.권지헌은 멈추지 않고 성큼성큼 올라가 사찰 문이 열리자마자 가장 먼저 들어섰다.어린 제자가 권지헌을 보고 두 손을 모았다."권 대표님, 스승님께서 오실 줄 아시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권지헌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제자를 따라 들어가니 나무 아래 앉은 노스님이 인자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권 대표님,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셨겠군요. 축하드립니다.""감사합니다. 이번에는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평안을 비는 부적을 받으러 왔습니다."스님이 옆에 놓인 작은 파란 주머니를 집어 들었다."이미 준비해 두었으니 마음 놓으십시오."권지헌이 옆에 앉으며 물었다."스님은 제가 올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스님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허허 웃었다."대표님뿐 아니라 전에 이곳에 오셨던 분도 찾아올 겁니다."스님은 이런 일을 늘 훤히 꿰뚫고 있었다.권지헌은 물을 한 잔 마셨다.미리 생각해 둔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스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어허, 묻지 않으셔도 됩니다."아이 외에 권지헌이 궁금해할 것이 있다면 당연히 허설아의 일이었다.스님은 웃으며 찻잔을 들어 권지헌의 잔에 가볍게 부딪쳤다."전에도 말씀드렸지요. 사모님께서는 이미 여러 고비를 넘기셨으니 앞으로는 만사가 순조로울 겁니다.""아이의 앞날도 굳이 물으실 필요 없습니다.""믿으셔야 합니다. 대표님 아이라면 절대 뒤처지지 않고 남다르게 뛰어난 인물이 될 게 분명합니다."허설아 이야기를 듣자마자 권지헌의 표정이 눈에 띄게 풀렸다.권지헌이 가장 걱정했던 건 그것뿐이었다.아이야 두 사람의 아이인 만큼 앞날이 순탄하리라는 건 권지헌도 의심하지 않았다.다만 건강하고 자유롭게 자라기를 바랐다.권지헌은 신도 부처도 믿지 않았다.그런데도 허설아와 두 아이만큼은 집착할 정도로 더 많은 행운이 따르기를 바랐다.자신의 운을 떼어 줘야 한대도 기꺼이 내줄 수 있었다.스님의 말에 권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47화

    "정 마음에 안 들면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 본인이 직접 바꾸게 하면 돼."허설아는 가슴이 뭉클했다.권지헌은 어떻게든 허설아를 안심시키려고 갖은 방법을 생각하곤 했다.허설아는 아기의 보드라운 볼에 얼굴을 맞대고 눈을 감았다.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속삭였다.'앞으로 네 이름은 연우야. 너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와 엄마, 누나가 있어.'-출산 후 6시간 동안은 물도 마실 수 없었다.권지헌은 내내 곁을 지키며 이따금 면봉에 물을 묻혀 허설아의 입술을 적셔 주었다.거의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퇴원하는 날까지 쉴 틈 없이 움직였다.허설아는 한결 개운하고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데 오히려 권지헌이 눈 밑이 새카맸다.병원에 있는 며칠 동안 아이를 직접 돌봐 보니 사업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제 아이가 아니었다면 몇 번이나 성질을 부렸을 것이다.그러다가도 연우가 웃어 주면 화낼 마음이 싹 사라졌다.생명이란 참 신기했다.산후조리원에 도착하자 허설아에게 축하 메시지가 잇따라 쏟아졌다.고아현도 메시지를 보내왔다.위험한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이제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출산을 축하했다.허설아는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퇴원해서 산후조리원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알았을까?휴대폰을 열어 보고서야 아침에 권지헌이 SNS에 글을 올렸다는 걸 알았다.권지헌의 SNS는 원래 아주 깔끔했다.허설아와 연희 이야기를 빼면 나머지는 전부 회사 경영과 관련된 글이었다.올해 올린 글은 거의 다 권율 그룹의 신규 혁신 프로젝트였다.올해 들어 사생활과 관련된 글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아기 사진도 한 장 올렸는데 작은 손이 허설아의 손가락 하나를 꼭 움켜쥐고 있는 사진이었다.[고생했어, 자기야.]일상을 무심히 기록한 듯한 게시물이었다.그런데도 좋아요가 아주 많이 달려 있었다.다들 이렇게 빨리 소식을 접할 만했다.허설아도 SNS에 글을 하나 올렸다.권지헌이 연우를 안고 서성이며 달래는 뒷모습을 몰래 찍은 사진이었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46화

    권지헌은 아기를 품에 안고 조용히 느껴 보았다.간호사가 너무 긴장하지 말라며 자세를 바로잡아 주었다.권지헌이 아기를 안고 들어오는 걸 본 박희수는 깜짝 놀라 서둘러 달려가 아기를 받았다.그제야 권지헌은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는 걸 알아차렸다.힘 조절을 잘못해서 품 안의 말랑 콩떡 같은 아기가 불편할까 봐 겁이 났다.박희수는 아기를 허설아 옆에 눕혔다.출산 직후 의사가 아기의 얼굴을 허설아의 뺨에 잠깐 맞대게 한 뒤 바로 데려갔었다.이제야 허설아는 힘을 내 눈을 뜨고 아기를 볼 수 있었다.연희가 조심스레 곁에 서 있었다."엄마. 이게 내 동생이야? 왜 이렇게 못생겼어?"허민정이 웃으며 말했다."갓 태어난 아기들 중에선 네 동생이 아주 잘생긴 편이야.""나도 태어났을 때 이렇게 못생겼어?""그럼."허민정은 연희를 안고 몇 년 전 연희가 태어났을 때 찍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볼이 빨갛고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채 쭈글쭈글한 모습이었다.연희는 사진 속 못생긴 아기가 자기라는 걸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허민정이 사진을 몇 장 더 넘겼다.한 달쯤 되었을 때는 연희도 아주 예쁘게 변해 있었다.그제야 연희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럼 동생도 내가 태어났을 때보다 조금 못생긴 거네. 아빠, 내가 태어났을 때 아빠는 왜 없었어?"권지헌이 동생을 안고 들어오는 걸 보던 연희는 문득 아빠를 알게 된 시기와 자신의 나이가 맞지 않는다는 게 떠올랐다.권지헌이 미안한 얼굴로 사과했다."그때는 아빠가 엄마와 연희 곁에 없었어. 정말 미안해.""사과했으니까 용서해 줄게. 동생 이름은 뭐야?"허설아도 권지헌을 바라보았다.다들 이름을 이미 지었다고만 할 뿐 허설아에게는 알려 주지 않았다.권지헌이 천천히 말했다."연우. 허연우."허설아는 뜻밖이라는 듯 권지헌을 바라보았다.눈동자가 살짝 움츠러들었다."왜 이 이름이야?""연우의 '우'는 아름다운 옥을 뜻해. 이 아이도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처럼 귀하고 완전한 사람으로 자라길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45화

    두 사람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목소리도 속삭이듯 낮아져 거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였다."아기가 크면 분명 잘생길 거예요.""그럼요. 우리 연희를 봐요. 누나가 저렇게 예쁜데 동생도 분명 훤칠할 거예요."두 사람은 한동안 창문에 바짝 붙어 아기를 들여다보았다.허민정은 휴대폰으로 사진도 몇 장 찍었다.작고 여린 새 생명을 바라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피로 이어진 핏줄이란 건 참 신기하고 특별했다.한 세대 한 세대 이어져 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 가장 여린 곳을 건드린 듯했다.허민정은 허설아를 낳던 때가 떠올랐다.신생아실에는 오래 머물 수도 없었고 두 사람 모두 허설아도 걱정되었기에 이내 병실을 떠났다.복도로 나와 걷던 허민정이 웃으며 말했다."아기가 설아 갓 태어났을 때와 닮았어요. 그때 시어머니가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얼마나 성화를 부렸는지 몰라요. 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더니 그냥 가 버렸죠."박희수는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찼다."건영시에 어떻게 그런 노인네가 있었어요?"허민정이 시원하게 웃었다."권호성 어르신도 다르지 않았잖아요. 늘 대를 이어야 한다고 했으니까요.""설아를 낳을 때 나도 나이가 적지 않았어요. 결혼하고도 일에 매진하느라 아이는 낳고 싶지 않았거든요."허민정의 얼굴에 그리움이 어렸다."설아를 낳고 나니 내 인생이 치유되는 것 같았어요. 처음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나만 필요로 하는 존재가 생겼으니까요. 참 신기하죠.""사실 예전에는 결혼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결혼이나 연애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박희수도 따라 웃었다."그럼 설아 아버님은 계속 다 받아 주셨나 봐요?""맞아요. 나중에 설아를 오냐오냐 키운 것처럼요."연동근이 세상을 떠난 뒤로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좋은 사람이었다.온화하고 다정하다는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렸다.그래서 연동근이 세상을 떠난 뒤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워했다.허민정은 처음에 연동근을 따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44화

    규칙적이면서도 너무나 익숙한 통증이었다.권지헌은 그 말에 벌떡 일어나 의사를 불렀다.의료진이 침착하게 커튼을 쳤다.잠시 검사를 마친 의료진이 허설아를 바라보았다."양수가 터졌어요. 바로 수술실을 잡겠습니다.""네."권지헌이 허설아의 손을 꽉 잡았다.한 번 겪어 본 적 있는 허설아는 그리 긴장하지 않았다.오히려 권지헌의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맞잡은 손이 축축할 정도였다."자기야, 괜찮아?"권지헌의 목소리가 살짝 잠겨 있었다.출산에 관한 자료를 미리 많이 찾아봤지만 막상 닥치니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통증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권지헌이 의사를 바라보았다."저도 수술실에 들어가도 되나요?"잔뜩 긴장한 권지헌을 보던 의사도 웃었다."권하지 않습니다."제왕절개도 엄연한 수술이고 자연분만이라 해도 병원에서는 보호자의 분만 참관을 그리 권장하지 않았다.예전에 남편이 굳이 들어가겠다고 고집했다가 수술 장면이 너무 끔찍해 받아들이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부부 사이가 틀어지거나 심지어 이혼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나중에는 병원에 배상을 요구하는 사람까지 생겼다.그 뒤로 병원은 가급적 분만 참관을 권하지 않았다.허설아도 권지헌이 수술실에 들어오는 걸 원하지 않았다.수술 장면을 보면 권지헌이 더 걱정할 게 오히려 두려웠다.미리 준비했던 계획대로 허설아는 빠르게 수술실에 들어갔다.권지헌은 수술실 앞을 서성였다.옆 수술실 앞에도 무거운 표정의 남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그중 한 사람이 애써 너스레를 떨었다."우리 집사람은 첫 출산은 아니에요. 첫애 때가 진짜 긴장됐죠."옆에 있던 사람이 맞받아쳤다."처음이 아니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긴장하지 않는다던 남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권지헌의 시선은 내내 수술실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박희수와 허민정이 다급히 달려왔다."어떻게 됐어? 들어간 지 얼마나 됐어?""20분이요.""네 아빠는 연희 데리러 갔어. 이따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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