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화

Penulis: 빛나냥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 허설아는 조용히 씻고 작은 방으로 가서 허민정과 깊이 잠들어 있는 연희를 확인했다.

허민정이 얼굴을 찡그린 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왔어? 배고프지? 내가 라면 끊여줄게."

허설아는 바로 일어나려는 허민정을 눌러 앉혔다.

"밥 먹었어요. 더 자요."

허민정은 그제야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일하는 허설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허민정은 평소에 연희를 데리고 다른 방에서 잠을 잤다.

허씨 가문이 파산한 뒤, 허설아는 허민정과 연희를 데리고 회사와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오래되고 작은 집을 하나 세 맡아 지내고 있었다.

허설아는 주방에 가서 컵라면에 물을 붓고 불도 켜지 않은 채 휴대폰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회사 게시판에는 온통 권지헌 얘기뿐이었다.

허설아의 휴대폰도 이미 권지헌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낙하산으로 부임한 상사가 잘생기기까지 했다며 게시판에는 동료들이 찍은 권지헌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밝혀진 과거 자료들은 번지르르한 것이었다.

허설아의 눈길을 사로잡은 문장이 있었다.

대학 시절엔 스스로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집안의 어떠한 지원도 없이 신성 금융을 창업해 아시아 최연소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권율 그룹에서 유일하게 공개한 후계자가 되었다……

스스로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했다?

몇 년 동안 허설아는 권지헌이 가난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권지헌에게 돈을 쓸 때도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예민하게 생각할까 봐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결국 다 도련님의 장난에 불과했던 거였다.

허설아는 권지헌이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도 사실 허설아 별로 신경 쓰지 않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전에도 두 사람은 다른 세상 사람이었다.

기품 넘치고 우아한 권지헌은 성적도 우수해서 전국 최고 점수로 건영대에 입학해서 건영대 명문학과에 진학했다.

제멋대로에 세속적인 허설아는 공부에도 관심이 없어서 건영대가 모집 정원을 늘린 덕분에 점수 커트라인이 제일 낮은 예술대생으로 입학한 것이었다.

지금도 똑같았다.

같은 회사 상하급 관계라 해도 권지헌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어 허설아 같은 일개 직원이 감히 손 닿을 수 없는 고고한 존재였다.

심장이 누군가 움켜쥔 것처럼 욱신거렸다.

컵라면의 뜨거운 수증기가 차오르며 허설아의 마음도 왠지 서글퍼졌다.

허설아는 게시판을 끄고 면을 후루룩 먹기 시작했다.

-

다음날, 조민규는 회사 단톡방에서 야근 수당 공지를 배포했다.

제한 시간이 12시 이후였기에 영향받은 직원은 많지 않았다

12시가 넘어서까지 야근하는 직원은 몇 없었다.

허설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옆에 있던 동료 안초희가 돌아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러면 설아 씨 야근 수당 많이 적어지는 거 아냐?"

안초희는 허설아의 사정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처음엔 나이도 어린 허설아가 악착같이 야근하는 모습을 보며 일부터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라 생각해서 반감도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야 허설아가 한 달 월급으로 두 사람의 약값, 월세, 생활비에 빚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고 남는 돈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심야 야근 수당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앞으로 심야 야근을 못 하게 되면 허설아는 경제적 수입 일부가 줄어드는 셈이었다.

안초희가 허설아를 툭 치며 말했다.

"대표님한테 가서 신청해 보는 건 어때? 어려운 상황 얘기하면 이번 달까지만 예외로 야근하게 할 수도 있잖아?"

'권지헌을 찾아가라고?'

'무슨 말을 할 수 있는데?'

야근 수당 몇십만 원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신세여서 제발 봐달라고 사정해야 될 지경이라고?

백번 양보해서 권지헌이 들어줄 의향이 있다 해도 허설아는 감히 입밖에 뱉을 자신이 없었다.

허설아는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 알바라도 알아보면 돼. 앞으로는 일찍 퇴근해서 연희랑 같이 시간 보내면 돼."

허설아의 딸 얘기에 안초희가 바로 화제를 돌렸다.

"우리 애 옷 몇 벌 좀 작은 게 있는데 연희한테 줄까? 다 한 번밖에 안 입은 거니까 너무 꺼리진 마."

예전 같았으면 부잣집 따님인 허설아가 언제 남이 입던 옷을 받았을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허설아가 입고 있는 옷은 다 허씨 가문이 파산하기 전에 산 것이었다.

새 옷을 살 여유 따윈 없었다.

허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고맙지. 애들 옷은 한 번 입었던 게 부드럽고 깨끗해서 좋아. 고마워, 초희 씨."

안초희도 집안 형편이 좋아서 포르쉐를 몰고 출근했다.

안초희가 한 번밖에 입지 않았다는 옷들은 거의 다 새것이나 다름없는 명품들이었다.

허설아는 한 번 씻어서 연희에게 입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허설아가 기꺼이 받아주자 안초희도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허설아가 싫어할까 봐 걱정되면서도 도와주고 싶었던 안초희였다.

새 옷을 사주려니 오히려 무례하거나 허설아가 답례를 고민하느라 부담이 될 것 같았기에 작아서 입지 못하는 새 옷을 주는 게 딱 좋을 듯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이상 허설아가 아무리 권지헌을 마주치지 않으려 해도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전날 밤 잠을 설친 허설아가 커피 한 잔 타려고 탕비실에 들어서 고개를 든 순간, 그곳엔 이미 카리스마 넘치는 권지헌이 이미 서 있었다.

탕비실이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키가 크고 근육질인 권지헌은 존재 자체만으로 숨이 턱 막히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지금 나간다는 건 말도 안 되었기에 허설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시선을 떨군 채 입을 열었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네."

권지헌은 무덤덤하게 허설아를 쓱 훑어볼 뿐 다른 말을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자리를 비켜줄 기색도 전혀 없었다.

커피 한 잔을 내린 허설아가 얼음을 추가하고 탕비실을 나가려는데 권지헌이 차갑게 말했다.

"기획안 수정은 끝났어요?"

허설아는 컵을 꽉 움켜쥔 채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네, 조금 있다가 가져다드릴게요."

권지헌이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권지헌이 차갑게 말했다.

"괜찮으니 메일로 보내요. 너무 많이 엮이고 싶지 않네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였다.

뒤로 살짝 기대가 늘씬한 다리가 드러나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모습은 여유로운 품격까지 느껴졌다.

권지헌의 바짓단과 구두를 쳐다보던 허설아가 위로 시선을 옮겼다. 맞춤으로 제작된 수트 바지와 수백만 원짜리 금속 벨트는 권지헌을 더 기품 넘치게 했다.

아무리 허씨 가문이 파산했어도 허설아는 권지헌이 온몸에 걸친 것들을 더하면 수천만 원은 족히 된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권지헌의 움직임 때문일까, 허설아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권지헌의 벨트 아래쪽으로 향했다……

무시할 수 없는 크기였다.

시선 한 번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허설아는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

연애하던 시절 두 사람은 그야말로 당돌했고 절제도 없었다. 허설아는 온갖 취향을 다 시도해 봤고 그러다 뜻밖에 연희가 생긴 것이었다.

뜻밖에 찾아온 거라 해도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며 허설아는 소중히 여겼다.

더 위로 시선을 옮기자 권지헌의 목덜미에 남은 붉은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어른이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흔적이었다.

전에 권지헌은 허설아가 목에 흔적을 남기는 걸 싫어했다. 다른 사람이 보는 게 싫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은 저런 흔적을 남긴 채 당당하게 출근하다니.

하긴, 권지헌 같은 남자 주변에 여자가 없을 리 없었다.

학생 때도 그랬는데 권율 그룹 후계자라는 타이틀까지 붙은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권지헌에게 몰려드는 뛰어난 여자들이 줄을 설 것이다.

허설아는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

권지헌이 많이 엮이고 싶지 않듯이 허설아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허설아는 가슴을 찌르듯 숨 막히게 아픈 통증을 꾹 누르며 싱긋 웃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일 외에는 대표님과 엮일 이유가 없죠."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Komen (1)
goodnovel comment avatar
Jo Jo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대표가 돈이 많아도그렇지 무슨 온몸에 수천만원어치를 걸치고 다니냐?? 어이없네!!
LIHAT SEMUA KOMENTAR

Bab terbaru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85화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말해."김지유는 잠깐 생각하더니 노준서에 관해 간단히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허설아도 왠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애를 써서 얻어내려 한 게 겨우 너의 업무 정보였다고?""그게 아니면 제 논문에 관심이라도 있겠어요? 서로 전공이 달라서 저희 전공 용어는 봐도 모를걸요."허설아도 노준서가 이런 짓을 해서 얻을 이득이 도무지 짐작가지 않았다.그런데 따지고 보면 àl'aube가 요즘 사소한 골칫거리를 많이 겪는 건 사실이었다.대신 대처는 빨랐다. 허설아가 알 즈음엔 이미 담당 부서에서 다 해결한 뒤였다.오히려 봄날 브랜드가 문제였다.최근 여러 도시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잇달아 오픈하고 있었다. 이 기회에 권율 그룹 게임과의 콜라보 소식도 발표하고 남자 주인공별로 콜라보 목걸이와 반지, 귀걸이를 내놓았는데 불티나게 팔리곤 했다. 허설아는 고아현한테 신제품 홍보를 맡아달라고 연락했다.àl'aube의 이번 제품 수익은 전부 동물 보호 사업에 쓰일 예정이었다.하지만 고아현은 거절했다.자신의 상업적 가치도 부족하고 홍보력도 떨어져서 àl'aube가 헛 돈을 팔게 할 뿐이니 차라리 홍보능력이 있는 다른 연예인을 찾으라고 했다.허설아는 그래도 고아현이 맡아주길 고집했고 한동안 신경전이 이어졌다.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고아현이 àl'aube 홍보를 하겠다고 답하기도 전에 벌써 관련 기사가 잔뜩 새어나갔다. 고아현은 연예계를 은퇴한 상태였기에 네티즌들은 이번에 다시 홍보를 맡으면 은퇴 번복이라며 떠들어 댔다.심지어 àl'aube가 고아현과 짜고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는 거라며 욕하기도 했다. 돈 좀 벌려는 수작이라는 거였다.기사들을 본 허설아도 머리가 지끈거렸다.요즘 àl'aube가 워낙 잘나가다 보니 뭘 하든 늘 논란의 중심에 서곤 했다.송원영 일까지 들춰내며 양심도 없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고 욕해댄 탓에 봄날 이미지에도 영향을 주었다. 허설아가 다시 고아현한테 전화를 걸었다."홍보를 부탁하는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84화

    김지수는 방에 들어가기 전, 소파에 앉은 노현우한테 몰래 고맙다는 손짓을 했다.노현우가 부드럽게 웃었다.김지유는 김지수 방문을 닫아주고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김지수가 생각이 많다는 건 김지유도 알고 있었다.그런 환경에서 자란 여자아이가 생각이 없었다면 진작 산골 마을의 암묵적인 관습에 짓밟혀 남아나지 못했을 것이다.어렵게 사귄 친구도 민보영마저 전학을 가면서 요즘은 김지수와 어울릴 시간도 많지 않았다.노현우는 소파에 긴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김지유를 바라보았다.거실에 켜져 있는 캔들 워머에는 사과향 캔들이 놓여 있어 따뜻하면서도 나른하게 빠져들고 싶은 은은한 향이 퍼졌다.김지유가 다가가 캔들 워머를 끄며 말했다."아까는 고마웠어요, 제가 배웅해 줄까요?""아니에요, 저 같은 성인 남자가 배웅까지 받을 필요가 있나요."노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밖으로 나가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김지유를 내려다보며 말했다."현관에 남자 슬리퍼 한 켤레 놔두는 건 어때요?"김지유가 고개를 저었다."아무도 안 오는데 남자 슬리퍼 놔두면 오히려 더 티 나잖아요. 저희 아파트 안전해요, 경비원이 계속 순찰 돌거든요."마침 문밖에서 순찰 중인 경비원의 불빛이 스쳐 지나갔다.노현우도 더는 고집하지 않고 말했다."그럼 먼저 갈게요, 내일 봬요.""내일 봬요."현관문을 닫은 뒤 김지유는 창가로 달려가 노현우가 건물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노현우도 뒤를 돌아보았다.다만 20층이 넘는 데다 시력이 좋지 않아 높은 곳의 실루엣까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노현우가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들어서자 흰둥이라는 강아지가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비고는 신나게 건물 안으로 뛰어갔다.이어서 할아버지가 부르는 소리도 들렸다."흰둥아, 왔니."노현우는 건물 입구를 바라보다가 불이 꺼지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김지유 말처럼 주인이 있는 강아지였다. -김지유는 씻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에 온 업무 메시지를 확인했다. 머릿속에 불쑥 노준서가 했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83화

    김지유는 전혀 망설임 없었다. "유학 가고 싶으면 말해. 너 유학 보내줄 돈 있어."사과를 입에 문 김지수가 손을 뻗어 소매를 잡아당기자 김지유가 손등을 세게 쳐냈다."언니, 화내지 마. 월반하고 싶은 것도 이미 다 배워서 그런 거야. 한번 시도해봐서 나쁠 것도 없잖아. 유학도 가고 싶은데 언니 돈 쓰기는 싫어."김지수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이런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언니는 나한테 이미 너무 많은 걸 해줬잖아."김지유는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김지수를 노려보았다."누가 너한테 무슨 말이라도 했어? 엄마 아빠가 연락했어? 아니면 무슨 얘기라도 들은 거야?"어려서부터 워낙 많은 풍파를 겪은 두 자매는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들었고 눈치 빠른 김지유는 바로 김지수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했다. 김지수가 얼버무리며 말했다. "아이참, 엄마 아빠가 연락한 거 아니야. 날 어떻게 찾겠어. 그냥…… 그냥 언니 발목 잡기 싫어서 그래. 인터넷 보니까 사람들이 언니처럼 여동생 뒷바라지 해주면 연애도 못한대."김지유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났다."김지수, 앞으로 휴대폰 보지 마!"고향에 있을 때 김지수는 휴대폰을 만질 기회가 거의 없었다. 동생이 바깥세상을 너무 모를까 걱정되기도 하고 연락하기도 편하도록 김지유가 휴대폰을 사줬다.그런데 이제는 인터넷을 너무 많이 봐서 어떤 정보든 걸러 듣지를 못했다.김지수는 움찔하면서도 계속 김지유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김지유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손님으로 와 있던 노현우는 소파에 앉아 자매의 다툼을 지켜보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수 씨, 이름이 참 예쁘네요."김지수는 노현우 같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지만 고위급 임원진 같은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얌전해졌다."저희 언니가 지어준 이름이에요. 예전엔 저희 이름이 초롱이, 초원이었어요." 노현우가 부드럽게 말했다.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82화

    김지유의 갑작스러운 눈물에 놀란 노현우는 라이터를 넣고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죄송해요."김지유도 이성을 잃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늘 밤 바람이 너무 차기도 했고 정말 마음이 흔들린 것도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대외적인 가면인지, 가면 뒤의 진짜 모습인지 알고 싶었다.노현우는 입을 뗐다가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손을 뻗어 김지유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며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노현우는 김지유의 지난 짝사랑 얘기는 알고 싶지 않았다.다만 지금 흘리는 눈물이 누구 때문인지는 알고 싶었다.권지헌 때문일까?그때 마침 문을 연 김지수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말했다."언니 열쇠 안 챙겼어? 들어와."김지유는 서둘러 얼굴을 닦으며 김지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했다. 노현우도 뒤따라 들어가 수도 밸브를 잠그고 새 수도관으로 교체한 뒤 다시 물을 틀어보니 과연 물이 새지 않았다."오래된 수도관은 나가는 길에 버릴 테니 일찍 쉬어요."김지유는 좀 멋쩍어졌다."옷이 더러워졌는데 벗어놓고 가면 제가 드라이클리닝 맡길까요?"노현우가 안에 받쳐 입은 셔츠에 먼지가 잔뜩 묻어 지저분해져 있었다. 이 시간에 집까지 끌고와서 수도관 수리를 부탁한 것도 모자라 비싸 보이는 옷까지 더럽혔다는 생각에 김지유는 더 미안해졌다.노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럼 저더러 뭘 입고 돌아가라는 거예요?"봄이라 셔츠에 얇은 코트 하나만 걸치고 있는데 셔츠를 벗으라니, 그럼 코트만 입고 가라는 소리야?길에서 다른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변태라도 나타났다고 생각하기 뻔했다. 김지유도 그건 아니다 싶었는지 서둘러 말했다."그럼 내일 저한테 줘요, 세탁해 줄게요!"노현우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김지유 씨," 노현우가 보기 드물게 웃으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내일 더러워진 셔츠를 지유 씨한테 가져다주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게다가 셔츠 한 벌일 뿐인데 제가 지유 씨한테 세탁 맡기겠어요?" 김지유가 빨래 해주는 가사 도우미도 아니고 그걸 당연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81화

    "바꿀게요, 당장 바꿀게요. 지금 바로 사러 가요!"다른 건 몰라도 재물운에 영향 준다면 하늘이 무너질 일이었다.김지유는 외투를 걸치고 김지수한테 당부한 뒤 곧장 집을 나섰다.단지 밖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철물점이 하나 있었다. 노현우가 사이즈 사진을 찍어놔서 바로 맞는 수도관을 고를 수 있었기에 김지유는 서둘러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했다.노현우가 힘들게 자기 집 물건을 수리해 주는데 돈까지 쓰게 할 수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주머니를 더듬던 김지유는 그제야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열쇠를 챙기지 않은 걸 깨달았다.문을 두드려도 김지수는 들리지 않는 듯했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샤워 중인 듯했다.김지유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지수 샤워하는 데 삼십 분은 걸리는데… 이거 저 주시고 먼저 가보세요, 제가 고쳐볼게요."김지유가 산 집은 한 층에 두 세대가 사는 구조였다.옆집은 아직 인테리어 공사 전이라 건축 자재가 복도에 잔뜩 쌓여 있었다.노현우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괜한 걱정이 아니라 인터넷에도 인테리어를 하지 않은 빈집에 이따금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이 들어가 지낸다는 기사가 종종 올라오곤 했다.김지유와 김지수, 여자 둘만 있는 집이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안심할 수 없었다.노현우는 손으로 담뱃갑을 더듬다가 라이터를 쥐고 달칵달칵 불을 켰다. "그냥 가버리고 지유 씨 혼자 문 앞에서 기다리게 하라고요? 그럼 나중에 밥 먹자고 해도 다신 얼굴 못 보겠는데요."김지유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바람 부는 방향을 내어주었다."담배 피우실래요?""아니요."김지유는 김지수한테 샤워 끝나면 문을 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꼭대기 층은 평소 사람이 드나들지 않아서 이 시간엔 이따금 순찰 도는 경비원 말고는 김지유와 노현우 둘뿐이었다.노현우는 권지헌보다 키는 살짝 작았지만 다부진 근육질 몸매였다.보기만 해도 든든한 타입이었다.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노현우가 손에 든 라이터 불꽃이 일렁거리며 얼굴을 비출 때마다 짙은 이목구비에서 왠지 모를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80화

    노현우는 김지유네 아파트 단지 입구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김지유가 말을 꺼냈다. "올라가서 잠깐 앉았다 가실래요?""아니에요, 내일 봬요."성인 사이에서 내일 보자는 말은 암묵적인 약속이나 다름없었다.김지유가 고집을 부렸다."사실 저희 집 수도관이 고장 나서 그래요. 방금 동생이 집에 물이 샌다고 하던데 올라가서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노현우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차 옆에 서 있는 김지유는 단아하고 자태가 고왔다. 아직 학교를 다녀서인지 왠지 모를 편안하면서도 지적인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같이 있으면서 가장 편한 건 뭘 하든 늘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빙빙 돌려 말하거나 숨기지 않는다는 거였다.노현우가 손등으로 김지유를 살짝 밀며 말했다."뒤쪽으로 서 있어요, 부딪히지 않게."노현우는 차를 후진해 주차한 뒤 차에서 내렸다.김지유가 산 집은 크지 않았지만 단지 환경은 괜찮은 편이었다. 녹화율이 높아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재스민 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노현우가 주위를 한번 둘러보며 말했다."단지 괜찮네요, 대출은 얼마나 돼요?""주택청약 적금으로 해결돼요. 다만 입주가 급해서 인테리어는 대충 했으니 올라가셔서 흉보지 마세요."노현우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리고 김지유가 메고 있던 곰돌이 가방을 받아 한 손에 든 채 앞장서라는 손짓을 했다."앞장 서요."어둑어둑한 데다 가로등 불빛까지 어스름한 길가 나무가 살짝 흔들렸다. 길고양이나 강아지가 숨어 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사람일 수도 있었기에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노현우는 여자인 김지유를 따라가며 자연스레 뒤를 지켜주었다. 수풀이 흔들리더니 안에서 얼룩 강아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고개를 돌린 김지유는 바로 알아본 눈치였다."흰둥이예요. 근처에 할아버지가 키우시는 강아지인데 아마 친구 찾아왔을 거예요." 김지유는 노현우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김지유의 집은 꼭대기 층인 24층이었다.엘리베이터는 금방 위층에 도착했다. 열쇠를 꽂자마자 김지수가 먼저 문을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