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병원은 내가 묻기도 전에, 나머지 두 건의 수술까지 알고 있었다.
박도율이 화면의 세 날짜를 차례로 가리켰다.
첫 번째는 내 수술 사흘 전.
두 번째는 내 아이가 사라진 날.
마지막은 내가 퇴원한 다음 날이었다.
“세 번 다 수술실 입실 기록이에요?”
“그렇습니다.”
“한 사람이 사흘 동안 세 번이나요?”
“진료과도 다릅니다.”
첫 번째는 산부인과였다.
두 번째도 산부인과.
마지막은 외과였다.
환자 나이 역시 스물넷, 스물아홉, 서른여섯으로 달랐다.
“내 기록은 가운데겠네요.”
“가능성은 높습니다.”
“또 가능성이에요?”
“이연희 씨가 그날 수술받았다는 기록부터 병원이 부정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가운데 날짜를 손으로 짚었다.
“그럼 위아래 두 사람은 누구예요?”
“현재 자료에는 이름이 가려져 있습니다.”
“원본을 받으면 나오죠?”
“병원이 없애기 전에 확보한다면요.”
복도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문이 세 번 울렸다.
“박 변호사님. 법무실입니다.”
도율은 내게 문 반대편을 가리켰다.
“나가도 됩니다.”
“저 사람들이 내려왔는데 내가 왜 나가요?”
“만날지 피할지 정할 권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문 열어요.”
회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병원 법무실장 민서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내 얼굴보다 노트북 화면부터 확인했다.
“이연희 씨, 환자번호 문제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전산에는 내가 없다면서 이름은 빨리 찾았네요.”
“민원인의 신원은 확인해야 하니까요.”
서진은 서류철을 책상 위에 놓았다.
“과거 전산 이관 중 동일 번호가 중복 사용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도율이 바로 물었다.
“몇 건입니까?”
“나머지 두 건은 이연희 씨와 무관합니다.”
나는 서진을 바라봤다.
“내가 몇 건인지 말했어요?”
그의 손가락이 서류철 위에서 멈췄다.
“박 변호사님이 이미 확인하신 것으로 보여서요.”
“화면은 당신 쪽에서 안 보였어요.”
도율이 노트북을 완전히 닫았다.
“병원도 세 건을 알고 있었다는 뜻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서진은 대답 대신 서류철을 내 앞으로 밀었다.
“중요한 건 오류를 신속히 바로잡는 일입니다.
병원은 치료비 반환과 위자료를 포함한 합의를 제안합니다.”
첫 장에 적힌 금액은 삼억 원이었다.
“내가 받은 치료가 뭔지도 모르는데 치료비를 돌려줘요?”
“환자정보 관리에 혼선이 있었던 부분에 대한 조치입니다.”
“내 아이는 혼선에 포함돼요?”
“태아 관련 처치는 환자 본인의 동의 아래 진행됐습니다.”
“동의서가 있어요?”
“보관돼 있습니다.”
“이연희 이름으로?”
서진은 답하지 않았다.
“한세아 이름으로?”
이번에도 침묵했다.
나는 합의서를 펼쳤다.
병원은 환자번호 중복을 행정상 착오로 인정한다.
의료과실과 강요는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향후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관련 기록과 자료를 언론, 수사기관, 제삼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기록을 돌려준다는 내용은 없네요.”
“합의가 완료되면 정정 절차를 안내할 예정입니다.”
“입부터 닫으면 그다음에 내 이름을 돌려주겠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런 순서죠.”
서진이 펜을 꺼내 내 쪽으로 밀었다.
“서명하시면 오늘 안으로 처리됩니다.”
“수술할 때도 이렇게 말했겠네요. 서명하면 바로 처리된다고.”
“감정적인 표현은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 몸에서 벌어진 일을 당신 편한 말로 정리하지 마요.”
도율이 합의서를 가져가 조항을 읽었다.
나는 서류철 안쪽에 같은 종이가 한 부 더 끼워진 것을 발견했다.
“이건 뭐예요?”
두 번째 합의서를 꺼냈다.
금액도 같았다.
조항도 같았다.
그런데 마지막 장은 비어 있지 않았다.
서명란에 이미 내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이연희.
첫 획을 짧게 긋고, 마지막 ‘희’를 위로 올리는 버릇까지 똑같았다.
도율이 두 서명을 나란히 놓았다.
“이연희 씨, 이 문서에 서명한 적 있습니까?”
“오늘 처음 봤어요.”
서진이 손을 뻗었다.
“출력 과정에서 잘못 첨부된 서류입니다.”
나는 합의서를 먼저 움켜쥐었다.
“잘못 붙은 이름. 잘못 붙은 번호. 잘못 붙은 서명.”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이 병원은 실수가 참 정확하네요.”
도율이 문서 하단을 확인했다.
합의서 작성일은 오늘이었다.
그런데 내 서명 이미지가 등록된 날짜는 달랐다.
작년 10월 17일.
내 아이가 사라진 날이었다.
나는 서진 앞에 서명된 문서를 펼쳤다.
“내가 수술대에 누워 있을 때, 병원은 내 서명을 어디까지 복사해 둔 거죠?”
그리고 한 장을 더 넘겼다.
“다음에는 어떤 종이에 붙일 생각이었어요?”
[무겸의 친부는 최도현이 아니다.]연희는 한동안 휴대폰 화면을 바라봤다.그리고 천천히 무겸을 돌아봤다.“무겸 씨.”“왜?”“당신 출생기록을 다시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무겸은 씁쓸하게 웃었다.“또 시작이네.”“이번이 마지막이에요.”도율이 서류를 펼쳤다.“정애 씨의 기록과 무겸 씨의 출생기록을 대조해보겠습니다.”정애의 얼굴이 굳었다.“하지 마.”무겸이 그녀를 바라봤다.“엄마.”“…….”“이번엔 나한테 말해줘.”정애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네 친부는…….”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최도현이 아니야.”무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이미 알았어.”“네 아버지는 따로 있어.”“누구야?”정애가 말했다.“강재호.”무겸의 얼굴이 굳었다.“강재호?”“그래.”“그 사람이 누구인데?”정애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야.”연희가 조용히 듣고 있었다.정애는 계속 말했다.“재호는 네가 태어나기 전에 죽었어.”“어떻게?”“네 할아버지에게 협박을 받았어.”무겸이 주먹을 움켜쥐었다.“왜?”“네 아버지가 최도현과 함께 아이들을 빼돌리는 일을 막으려고 했거든.”“그래서 죽였어?”정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됐어.”무겸의 눈이 붉어졌다.“그래서 나를 숨겼구나.”“그래.”“그런데 왜 나를 다른 사람의 아들로 키웠어?”정애가 울면서 말했다.“살리려고.”무겸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조용히 물었다.“내 친부가 어떤 사람이었어?”정애가 미소를 지었다.“좋은 사람이었어.”“그것뿐이야?”“널 보면 항상 웃었어.”정애의 목소리가 떨렸다.“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네 이름을 지었어.”무겸이 눈물을 닦았다.“뭐라고 지었는데?”“강무겸.”“그 이름을…….”“네 아버지가 지었어.”무겸은 고개를 숙였다.그리고 처음으로 울었다.연희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그 순간 도율이 마지막 서류를 내밀었다.“DNA 검사
연희는 한동안 USB를 바라봤다.손에 쥔 것만으로도 심장이 조여왔다.“재생해.”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연희가 노트북에 USB를 꽂았다.화면이 켜졌다.그리고 낯익은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다.연희는 숨을 멈췄다.“엄마…….”영상 속 여자는 힘겨운 얼굴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연희야.”그 한마디에 연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네가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나는 이미 네 곁에 없겠구나.”연희는 입을 틀어막았다.영상 속 여자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엄마…….”“너를 버린 게 아니야.”연희의 눈물이 쏟아졌다.“살리려고 놓은 거야.”영상 속 여자의 목소리가 떨렸다.“네가 태어난 날, 나는 네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이용해 돈과 회사를 지키려 한다는 걸 알게 됐어.”“그래서 아이들을 숨겼어.”화면이 잠시 흔들렸다.“연희는 정애에게 맡겼고, 무겸은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했어.”연희가 무겸을 바라봤다.무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세아는 내가 직접 데리고 있었어.”세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하지만 네 할아버지가 찾아냈어.”영상 속 여자가 고개를 숙였다.“그래서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어.”연희가 화면을 바라봤다.“세아에게 내 딸의 신분을 맡겼어.”세아가 입을 막았다.“사람들이 연희를 찾으면 세아를 연희라고 믿게 만들 생각이었어.”“그리고 진짜 연희는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숨겼어.”연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정애 엄마…….”영상 속 여자가 말했다.“정애가 널 맡아줬어.”정애가 눈물을 흘렸다.“정말 고마운 사람이야.”잠시 화면이 멈췄다가 다시 재생됐다.“하지만 내가 가장 미안한 사람은 서윤이야.”서윤의 얼굴이 굳었다.“서윤이는 내 딸이 아니야.”서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혜경이 낳은 아이야.”혜경은 고개를 숙였다.“그 아이까지 이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어.”영상 속 여자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그래서 네 명의
“네 엄마가 한 아이의 얼굴을 다른 아이에게 이식했어.”최도현의 말이 끝났지만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연희는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바라봤다.사진 속에는 어린 자신과 세아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그럼 세아가 내 얼굴을 가진 이유가…….”“네 엄마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야.”최도현이 말했다.“너를 숨기기 위해서.”연희가 고개를 들었다.“나를?”“네 할아버지는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면 널 없애려고 했어.”도윤이 이를 악물었다.“그래서 네 엄마는 세아에게 네 신분을 씌운 거야.”연희가 세아를 바라봤다.세아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나는 아무것도 몰랐어.”“알아.”“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는데도…….”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그게 내가 살아남기 위한 거였다는 걸 몰랐어.”연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제 알았잖아.”그 순간 혜경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야.”모두가 그녀를 바라봤다.“네 엄마는 세아를 살린 뒤 너를 숨기려고 했어.”“그럼 나는 어디 있었어요?”혜경은 눈물을 닦았다.“정애에게 맡겼어.”연희가 정애를 바라봤다.정애는 고개를 숙였다.“그래.”“왜 나한테 한 번도 말하지 않았어요?”“네가 기억을 되찾으면 다시 위험해질까 봐.”“그래서 평생 속였어요?”정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연희는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그만 숨겨요.”정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엄마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내게 한 말이 있어.”“뭔데요?”“아이들을 살려달라고 했어.”연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아이들?”“너와 세아, 무겸이야.”서윤이 조용히 물었다.“나는?”정애는 서윤을 바라봤다.“너는 그 뒤에 혜경이 데려온 아이야.”서윤의 얼굴이 굳었다.“그럼 나는 누구예요?”혜경이 대답했다.“네 친부는 내가 알아.”서윤이 숨을 삼켰다.“누구예요?”혜경은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내 남편의 아이였어.”서윤의 얼굴이 굳었다.“그럼…….”“네 친모
“한서윤이다.”스피커에서 최도현의 목소리가 사라졌다.연희는 세아를 바라봤다.세아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윤?”연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세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미안해.”연희의 얼굴이 굳었다.“왜 미안해?”“나도 몰랐어.”“뭘?”“내 이름이 뭔지.”도윤이 끼어들었다.“연희야, 지금은 여기서 나가야 해.”“잠깐.”연희가 도윤을 막아섰다.“당신은 알고 있었잖아요.”“…….”“세아가 누구인지.”도윤은 시선을 피했다.“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정확히는 몰랐어.”“그럼 뭘 알고 있었는데요?”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네 엄마가 죽기 직전에 아이 한 명을 내게 맡겼다는 것.”“그게 세아였어요?”“그래.”“왜 숨겼어요?”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세아가 대신 말했다.“내가 죽은 아이로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야.”연희가 그녀를 바라봤다.“죽은 아이?”“그래.”“그럼 서윤은?”세아의 얼굴이 굳었다.“그 이름도 내 이름이 아니야.”연희는 숨을 삼켰다.“그럼 우리가 알고 있던 서윤은…….”“내 이름을 빌린 사람이야.”순간 연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도율이 서류를 꺼냈다.“잠깐.”그는 출생기록을 펼쳤다.“여기 서윤 씨의 기록이 있습니다.”연희가 다가갔다.출생아 이름.한서윤.하지만 산모 이름은 달랐다.혜경.연희가 굳었다.“혜경이 엄마라고 되어 있어요.”도율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출생시간이 없습니다.”“왜요?”“출생기록이 사후에 작성됐기 때문입니다.”세아가 조용히 말했다.“그러니까 나는 한 번 죽었고…….”그녀가 서류를 바라봤다.“다른 아이가 내 이름으로 살아온 거야.”연희는 혼란스러웠다.“그럼 서윤은 누구야?”세아가 대답하지 않았다.그때 도윤의 휴대폰이 울렸다.최도현이었다.“받지 마.”도율이 말했지만 도윤은 전화를 받았다.“뭡니까.”“내 딸을 데리고 있군.”도윤의 얼굴이 굳었다.“당신 딸은 연희입니다.”전화기 너머에서 웃음이 들
“내가 네 아버지다.”화면 속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도윤은 움직이지 못했다.“……최도현.”무겸이 다급하게 물었다.“저 사람이 진짜 최도현입니까?”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화면만 바라봤다.연희는 낡은 의자에 묶인 채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당신이 진짜 내 아버라면 왜 지금까지 숨어 있었어요?”남자는 씁쓸하게 웃었다.“숨어 있었던 게 아니야.”“그럼요?”“갇혀 있었어.”“누구한테?”남자의 표정이 굳었다.“내 아버지에게.”연희의 눈빛이 흔들렸다.“할아버지?”“그래.”“왜요?”“내가 너희를 데리고 도망가려고 했으니까.”연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런데 기록에는 당신이 죽었다고 되어 있어요.”“죽은 사람으로 만들어진 거야.”“누가?”최도현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네가 믿고 있는 모든 사람이 조금씩 관여했어.”연희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또 그 말이네요.”“하지만 한 사람만은 끝까지 나를 도왔다.”“누구요?”최도현이 말했다.“혜경.”연희가 굳었다.“혜경이 당신을 도왔다고요?”“그래.”“그런데 왜 엄마를 죽인 사람처럼 행동했어요?”최도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여자는 네 엄마를 죽이지 않았어.”“그럼?”“네 엄마가 죽은 건 사고였어.”연희가 눈을 크게 떴다.“사고?”“내 아버지가 네 엄마를 죽이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났어.”“그런데 왜 혜경이 시체를 옮겼어요?”“내 아버지가 시켰으니까.”연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럼 엄마는…….”최도현이 고개를 숙였다.“마지막 순간까지 너를 살리려고 했어.”연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나를?”“그래.”“뭐라고 했는데요?”“너를 다른 아이로 바꾸라고 했어.”연희가 굳었다.“왜요?”“네가 가장 먼저 죽임을 당할 아이였으니까.”“왜 내가?”“네가 내 딸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어.”그때 화면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최도현이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시간이 없어.”연희가 물었다.“
“네 엄마를 죽인 사람도 나야.”연희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었다.“……당신이?”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도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이 개자식!”쾅!두 사람이 바닥으로 넘어졌다.도율과 무겸이 동시에 달려들어 도윤을 붙잡았다.“놔!”“아버지!”도윤은 이를 악물고 남자를 노려봤다.“네가…… 그날…….”남자는 피 묻은 입술을 닦으며 웃었다.“이제 기억나?”도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네가 칼을 들고 있었어.”“그래.”“그런데 왜 내가 범인이라고 생각했지?”남자는 천천히 일어났다.“네가 기억하지 못했으니까.”연희가 끼어들었다.“당신 이름이 뭐예요?”남자는 그녀를 바라봤다.“최도현.”연희의 얼굴이 굳었다.“그 이름은 내 아버지 이름이잖아요.”“그래.”“그럼 왜 당신이 그 이름을 써요?”남자는 웃었다.“그게 바로 내가 네 아버지를 죽인 이유야.”연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무슨 말이에요?”“네 아버지의 이름이 필요했거든.”“왜?”“회사를 물려받으려고.”도율이 차갑게 물었다.“그럼 네 친할아버지와 한패였습니까?”남자의 표정이 굳었다.“한패?”그가 웃었다.“내가 그놈보다 먼저 시작했어.”“무슨 뜻이죠?”“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이용했어.”그가 연희를 바라봤다.“나는 그 아이들을 만들었고.”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연희가 물었다.“아이들을…… 만들었다고?”“그래.”도윤이 소리쳤다.“닥쳐!”남자는 도윤을 바라봤다.“너도 알고 있었잖아.”“아니야.”“네 기억 속에 전부 남아 있어.”도윤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만…….”세강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연희야.”연희가 돌아봤다.“저 사람 말을 전부 믿으면 안 돼.”“왜?”“저 사람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어.”남자가 비웃었다.“그래?”세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우리를 만든 게 아니라…….”그가 남자를 노려봤다.“우리 아버지가 만들었잖아.”연희가 굳었다.“아버지?”세강이 말했다.“이 남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