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그리고 나는 참으로 운이 좋았다.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마음을 얻었으니 말이다.영안 5년 겨울.또다시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이었다.나는 바닥 밑 난방 화도 덕분에 따뜻한 전각에 앉아 각지에서 올라온 백성의 사정이 담긴 상소문을 살펴보았다.이찬과 내가 나눈 약조였다.그는 바깥에서 군사와 나라의 큰일을 맡고,나는 안에서 후궁을 다스렸다.각지의 민생도 함께 살펴 그가 놓친 빈틈을 메웠다.우리의 맏아들인 일곱 살 황태자 이선은 곁의 낮은 탁자 앞에 앉아 한 획 한 획 글씨본을 따라 쓰다가, 이따금 고개를 들어 내가 든 상소문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전각 안에는 평온한 세월이 고요히 흘렀다.외딴 령주에서 올라온 보고를 펼쳤을 때 손이 잠시 멈췄다.조정에 재해 구휼금을 내려 달라고 청하는 글이었다.사정은 절절했고 글자마다 피눈물이 맺힌 듯했다.그곳에 눈 재앙이 닥쳐 백성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는 참상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연명으로 올린 청원서 끝에서 앞장선 이의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다.고재헌.필체에는 지난날의 날카로운 오만함이 남아 있지 않았다.떨리고 지친 흔적이 역력했지만 옛 기개만은 희미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그는 그토록 먼 곳까지 가 있었던 것이다.청원서 아래에는 나에게 따로 쓴 얇은 편지 한 장도 끼워져 있었다.봉투에는 이름 대신 '정화 친전' 네 글자만 적혀 있었다.나는 봉투를 열었다.편지에는 지난 정분을 들먹이는 말도, 내게 무언가를 청하는 말도 없었다.고재헌은 잠꼬대 같은 문장으로 어린 시절 소운성에서 함께 보낸 날들을 회상할 뿐이었다.살구꽃 위로 가랑비가 내리던 어느 해, 그에게 유지우산을 받쳐 주었던 일.추운 방에서 학문에 매달리던 어느 해, 따끈한 탕을 가져다주었던 일....편지 끝에는 령주에 작은 서당을 열어 아이들에게 글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아이들에게 자주 이런 구절을 가르친다고도 했다.'큰 바다를 본 뒤에는 다른 물이 눈에 차지 않고, 무산
나는 곁에 있던 시녀에게 한마디 분부했다."찐빵 하나를 내려 주어라."시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내 뜻을 알아차리고 분부대로 움직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밀가루 찐빵 하나가 서정란의 발치에 던져졌다.서정란은 그 찐빵과 품에 안은 더럽고 딱딱한 쉰 찐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쏟아 내던 저주가 뚝 끊겼다.갑자기 처절한 비명을 지른 그녀는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에 웅크렸다.끝내 무너져 목 놓아 울었다.대수롭지 않은 그 하사품이 어떤 매질이나 욕설보다도 그녀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그 찐빵은 거울처럼 지금의 비천하고 참담한 모습을 비추며, 마지막으로 남은 우스운 자존심마저 산산이 깨뜨렸다.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녀는 관아의 아전들에게 그 자리에서 끌려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광증을 일으켰고, 그해 겨울 어느 허물어진 사당에서 죽었다고 했다.숨을 거둘 때에도 손에는 찐빵 반쪽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승상의 무리를 제거한 뒤 이찬의 조정 내 입지는 더욱 굳건해졌다.황태자비인 나도 동궁의 여러 일을 처리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하지만 상인의 딸이라는 출신은 끝내 궁중 몇몇 사람의 눈엣가시가 되었다.그중에서도 이찬의 생모인 황후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황후는 면전에서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았다.대신 수시로 불러 가르침을 내린다는 명목으로 실상은 내 언행을 규율하려 했다."정화, 이제 그대는 황태자비이니 신분이 지극히 귀하네. 언제나 말과 행동을 삼가야 하네.""황태자는 나라의 후계자이니 자손을 널리 이어 황실의 대를 잇는 것이 가장 중대한 일일세.""정비인 그대가 다른 이를 받아들일 도량을 보이고, 어질고 덕망 있는 측비를 먼저 골라 올려야 황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네."황후는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규수들의 초상화 몇 폭을 꺼냈다.그림 속 여인들은 하나같이 집안이 쟁쟁한 귀한 규수였다."이들을 보게. 성품과 용모가 모두 으뜸이니 둘을 고르게. 훗날 동궁에 들이도록 하지."나는 그림들을 쥔 채
고재헌의 얼굴은 푸르락붉으락했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그는 연거푸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이마는 금세 벌겋게 부어올랐다."모두 죄인의 잘못입니다. 제 입이 방정맞아 망발을 내뱉었습니다!""마마, 부디... 지난 정분을 보아서라도 이번 한 번만 죄인을 도와주십시오!""지난 정분?"나는 차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십 리에 걸친 혼례 행렬로 나를 맞겠다 약조하고는 승상의 여식과 시를 주고받던 그 정분을 말하는가?""아니면 내 축하 선물은 속물스럽다 깎아내리고 나를 첩으로 들이겠다던 정분을 말하는가?"내가 한마디를 보탤 때마다 고재헌의 몸은 더욱 심하게 떨렸다."내가 무슨 이유로 그대를 도와야 하지?"나는 그를 굽어보았다.눈에는 더 이상 한 점의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관직을 지켜 줘야 그대가 서정란이든 다른 귀한 규수든 또 성대하게 맞아들이지 않겠나?"고재헌의 얼굴은 잿빛으로 질렸다.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나는 목소리를 높였다."여봐라."전각 밖에서 기다리던 호위들이 곧장 안으로 들어왔다."고재헌과 그가 가져온 이 '속물스러운 축하 선물'을 모조리 밖으로 내던져라.""예!"호위 둘은 고재헌의 양팔을 붙잡고 죽은 개를 끌듯 동궁 밖으로 끌어냈다.그가 가져온 금은보화 상자도 인정사정없이 궁문 밖으로 내던져졌다.보물이 바닥 가득 흩어졌다.사흘 뒤, 고재헌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죄로 폐하께 관직을 박탈당하고 조사를 받았다.다시는 등용하지 말라는 명도 내려졌다.승상은 고재헌에게 아무런 쓸모도 남지 않았다고 판단하자 즉시 서정란과의 혼약을 깨뜨렸다.하룻밤 사이 고재헌의 공명과 혼인, 앞날이 모조리 물거품이 되었다.구름 위에서 진창으로 처참하게 추락했다.고재헌이 파직된 뒤, 승상의 무리도 그리 오래 득의양양하지 못했다.황태자 이찬은 소금값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는 기회에 단서를 따라 깊이 파고들었다.그 결과 승상 서윤석의 무리가 수년간 거액을 횡령하고 당파를 꾸려 사익을 챙겼으
호위들이 고재헌을 끌고 간 뒤, 이찬은 가마 앞으로 돌아와 안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놀라게 했구나. 이제 다시 출발하자."의장대가 다시 혼례 음악을 연주하자 장대한 행렬은 황궁을 향해 나아갔다.그 자리에는 고재헌과 구경꾼들의 경악만 남았다.혼례 가마가 고재헌의 곁을 지날 때에도 나는 다시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고재헌은 온 도성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거리에서 황태자의 혼례 가마를 가로막고, 황태자비를 모욕하고, 황태자 전하의 발길에 나가떨어진 데다 사람들 앞에서 뺨까지 맞았다.그는 부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새 장원급제자였다.그러나 기린아에서 모두가 피하는 미치광이로 추락했다.반면 나는 순조롭게 동궁의 안주인이 되어 정식 황태자비의 자리에 올랐다.이찬은 내게 더없이 잘해 주었다.귀한 물건이라면 거의 모조리 내 처소로 보냈다.도성이 아직 황태자의 혼례가 남긴 기쁨에 젖어 있던 무렵이었다.작지도 크지도 않은 소란 하나가 조용히 일기 시작했다.도성과 그 주변 여러 곳의 소금값이 아무런 조짐도 없이 치솟았다.불과 보름 만에 소금값이 세 배로 뛰자 백성의 원성이 들끓었다.상소문은 눈보라처럼 황궁으로 날아들었다.폐하께서 진노하시어 호부와 승상부에 이 일을 함께 처리하라고 명하셨다.하지만 대현국의 소금 유통로가 강남 지방의 몇몇 거대 소금 상인에게 장악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누구도 선뜻 손대지 못할 골칫거리가 되었다.강남 지방에 연줄이 제법 있다고 자부하던 고재헌은 자진해서 그 일을 맡겠다고 나섰다.그는 자신이 장원급제자이고 나와 지난 인연도 있다는 사실을 대단한 밑천으로 여겼다.그 정도면 소금 상인들에게 가격을 내리게 하는 일도 손쉬우리라 믿었다.그러나 세상을 지나치게 쉽게 보았다.고재헌은 관아의 공문을 들고 들뜬 채 각 소금 상단의 도성 책임자들을 찾아다녔다.결과는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이었다."주인어른은 계시지 않습니다.""주인장께서 외출하셨습니다.""송구하지만 오늘은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문씨
술이 관복을 흠뻑 적셨지만 고재헌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머릿속이 웅 울렸다.동료도, 시회도, 앞날도...모조리 머릿속에서 사라졌다.'그럴 리 없어!''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돈 냄새가 진동하는 장사치 계집 문정화가 어떻게 황태자비가 된단 말이야?'고재헌은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시회장을 뛰쳐나갔다.사람들을 밀쳐 내며 미친 듯이 성 남쪽의 문씨 저택으로 내달렸다.'믿을 수 없어. 단 한마디도 믿지 못해!''나를 굴복시키려고 꾸민 비열한 수작일 거야!'거친 숨을 몰아쉬고 머리카락까지 흐트러진 채, 고재헌은 비틀거리며 문씨 저택이 있는 골목 어귀에 도착했다.그 순간 걸음이 우뚝 멎었다.열여섯 사람이 메는 봉황 장식 혼례 가마가 문씨 저택 앞에 선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천하의 여인에게 허락된 가장 높은 영광을 상징하는 가마였다.그가 '속되고 천박하다', '첩감밖에 안 된다'고 했던 여인이 눈부시게 화려한 봉우하피를 걸치고, 구룡사봉관(九龍四鳳冠: 용 아홉과 봉황 넷을 장식한 관)을 쓴 채 부축을 받으며 대문을 나서는 모습도 똑똑히 보았다.차갑고 고고하기로 이름난 황태자 이찬이 한없이 소중한 것을 대하듯 내 손을 잡아 봉황 가마에 올려 주는 모습도 똑똑히 보았다.그 순간, 소란스러운 인파 너머에서 고재헌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담담히 한 번 바라보았다.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는 고요한 눈이었다.그 눈길은 벌겋게 달군 쇠꼬챙이처럼 고재헌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고재헌은 끝내 이성을 잃었다."안 돼!"그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인파를 헤치고 황실 친위군의 저지를 뚫었다.모든 것을 내던진 채 혼례 가마 앞을 가로막았다."문정화! 당장 내려와!"고재헌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가마의 창을 노려보았다.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왜? 왜 그런 거냐고?""대체 무슨 요사스러운 수작으로 황태자 전하를 홀린 거야? 정숙하지도 못한 년!"도성의 백성들은 미쳐 날뛰는 새 장원급제자를 보며 경악했다.
소식을 들은 고재헌은 예상대로 찾아왔다.곤경에서 구해 주러 온 것이 아니었다.나를 비웃으러 온 것이었다.그는 병사가 봉인한 문씨 저택 대문 앞에 오만한 자세로 서 있었다."문정화, 무엇 하러 이 고생을 자초하느냐?""그 혼례복을 정란에게 양보하라고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순순히 들었다면 어찌 오늘 같은 꼴이 되었겠어?"고재헌은 몹시 가슴 아프다는 듯 꾸며 낸 표정을 지었다."이제라도 고개만 끄덕여라. 정란에게 사과하고 혼례복을 보내면, 내가 승상부에 가서 사정해 문씨 가문을 지켜 주마.""봐라. 내 마음에는 아직 네가 있다."그 위선적인 낯짝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구역질이 치밀었다.고재헌은 내가 막다른 길에 몰려 무릎 꿇고 빌 수밖에 없다고 여긴 듯했다.그때, 질서 정연한 말발굽 소리가 멀리서부터 다가오며 긴 거리를 뒤덮은 정적을 깨뜨렸다.금빛 갑옷을 두른 황실 친위군이 화려한 가마를 호위해 문씨 저택 앞에 멈춰 섰다.선두에 선 내관이 황금빛 칙서를 펼쳐 높이 외쳤다."황제폐하의 칙서가 도착하였소!"고재헌과 구경하던 사람들이 모두 얼어붙었다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하늘의 뜻을 받들어 황제페하께서 칙서를 내리노라. 황태자의 혼례를 준비하고자 문씨 명의의 모든 상점을 오늘부로 '황실 조달처'로 삼아 혼례에 필요한 물자를 전담하게 하노라. 누구도 이를 방해하거나 소란을 피워서는 안 된다. 칙명을 받들라!"칙서가 선포되자 문씨 저택을 포위했던 병사들이 넋을 잃었다.이내 털썩털썩 주저앉아 바닥 가득 무릎을 꿇었다.가마의 휘장이 걷히고, 검은 망포(蟒袍: 이무기 무늬의 황족 예복)를 입은 이찬이 내려섰다.그는 사람들을 가로질러 곧장 내 앞까지 걸어왔다.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이찬은 손을 들어 내 어깨에 내려앉은 잎 하나를 살며시 털어 주었다."두려워하지 마라."그가 나직이 말했다."다 내가 처리하마."그가 가져온 것은 포위를 풀어 줄 칙서만이 아니었다.옥새가 찍힌 계약서도 한 묶음이나 되었다.강남 지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