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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밤풀잎
레스토랑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런데 뒤에서 한 사람이 쫓아 나와서 유하린을 붙잡았다.

송지윤의 눈빛은 매서웠다.

“나를 내연녀 취급하는 거예요? 말해 두는데 나랑 진연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걔가 준 돈도 한 푼도 안 썼어요.”

“난 눈이 멀지 않았어요. 귀머거리도 아니고요.”

유하린은 송지윤의 손을 뿌리쳤다.

그때 승합차 한 대가 유하린의 뒤에 급정거했다.

“아...”

비명이 채 퍼지기도 전, 복면을 쓴 건장한 사내 둘이 순식간에 유하린을 붙잡아 입을 막고 차에 밀어 넣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유하린은 온데간데없었다.

송지윤은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몸이 휘청거리다가 차가운 바닥에 무겁게 쓰러졌다. 그 바람에 팔꿈치가 계단에 강하게 부딪혔다.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이 송지윤을 찾으러 나왔을 때, 여자는 바닥에 처참하게 넘어져 있었다.

곧 두 사람이 송지윤을 일으켰지만 팔꿈치가 크게 까지고 의족까지 떨어져 나간 것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다.

“유하린이 밀었어? 정말 미친 거 아니야? A시를 통틀어 걔보다 더 안하무인인 사람은 없을 거야!”

다른 한 사람도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걔는 어디 갔어? 이렇게 밀고 도망갔어? 반드시 사과하게 해야 해! 너무하잖아!”

송지윤의 입술이 떨렸다.

“유...유하린 씨가...”

“협박당했어? 겁내지 마, 우리가 있잖아! 우린 무조건 네 편이야.”

“그 사람은...”

눈만 깜빡이던 송지윤은 눈물을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괜찮으니까 들어가. 나는 아직 일해야 해.”

“지윤아,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이렇게 당하고도 아무것도 안 한다니. 유하린이 연호 마음을 못 얻는 것도 당연해.”

“저렇게 심보가 고약한데, 네 머리카락 한 올만도 못해.”

송지윤을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큰 소리로 떠들면서, 진연호에게 이 일을 그대로 전했다.

곁에 있는 아이에게 반찬을 집어 주던 진연호는 아이가 먹는 것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유하린한테 전화해.”

말수는 적었고 눈매는 먹물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이에 송지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만둬. 나는 괜찮아.”

“지윤아, 하린이 불쌍하게 여기지 마. 정말 걔는 너를 병원에 보내 놔야 속이 시원한가 봐.”

유하린을 1초라도 빨리 추궁하기 위해 안달이 난 듯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자동으로 끊어질 때까지 이어졌다.

“켕기는 게 있으니까 전화도 못 받는 거지!”

송지윤은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긴 앞머리로 표정을 가렸고 소매 속으로 움츠린 손이 살짝 떨렸다.

송지윤은 몰래 자리에 앉은 진연호를 보았다.

진연호는 아이가 밥 먹는 것을 지켜보며 갈비 한 점을 더 집어 주고 있었다.

어깨와 등은 곧게 폈지만 거만하지 않았고, 손짓 하나하나가 느리고 안정적이며 절도가 있었다.

송지윤은 입가를 다물었다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이의 반대편으로 갔다.

“이안아, 맛있어? 얼른 아저씨한테 고맙다고 해.”

고개를 박고 밥만 먹던 아이는 눈을 들어 눈동자를 굴리더니 여린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아빠.”

젓가락을 쥔 진연호의 손이 멈칫하더니 담담한 시선이 스쳐 갔다.

평온한 겉모습 아래 뭔가 감춘 듯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많이 먹어.”

곁에 있던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연호야, 이래야 진짜 세 식구지! 유하린이 네 4년을 잡아먹었잖아. 내일 가정법원 문 열자마자 이혼해. 시간 끌지 말고.”

다음 날 오전, 가정법원 앞.

차 안 조수석에 앉은 비서의 휴대폰이 울리다 끊기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러자 비서가 난감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사모님한테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송지윤은 진연호를 흘끗 보았다.

진연호가 말이 없자, 손을 들어 가운데 앉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직 자고 있을지도 몰라.”

진연호는 손목시계를 훑어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먼저 출근하자.”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린 송지윤은 아이의 손에 막대사탕을 쥐여 주고 사랑스럽게 볼을 쓰다듬었다.

“오늘은 아저씨 잘 따라다니고 말 잘 들어. 엄마가 퇴근하면 데리러 갈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숙인 채 사탕 포장을 뜯는 데 열중했다.

그 담담한 모습이 옆에 있는 진연호와 조금 닮아 있었다.

다시 가정법원에 도착했을 때는 스포츠카 몇 대가 더 늘어 있었다.

어젯밤 레스토랑에서 따라온 이들 외에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유하린과 진연호의 이혼을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유하린은 그 바닥에서 안하무인으로 유명했다.

즐거운 일만 좇았고 뒤처리는 늘 진연호의 몫이었다.

이혼은 두 사람이 갈라선다는 뜻이었고, 진연호가 더 이상 유하린을 지켜 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 말은 곧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이 마침내 송곳니를 드러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서택연이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진연호는 차 안에서 테이블에 놓인 노트북으로 업무 메일을 처리하면서, 손을 뻗어 아이의 생수병 뚜껑을 열어 주었다.

마치 바깥의 소란은 전부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했다.

서택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사모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예전엔 아무리 화가 나도 대표님 전화를 안 받은 적은 없으셨어요.”

서택연의 전화는 곧 진연호가 자신을 찾는다는 뜻임을 유하린은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성질을 부릴 때조차 전화를 받고 말없이 있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윽고 업무를 마친 진연호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서 의자 등받이에 걸쳤다.

낮고 안정된 목소리는 기복이 없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내려앉았다.

“오전 내내 장단에 맞춰 줬으면 됐어. 회사로 가.”

누군가 차창을 두드리면서 붉은 실루엣이 나타났다.

이렇게 튀는 색을 즐겨 입는 사람은 유하린이었기에 제일 먼저 그 떠올랐다.

서택연은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유하린이 온 것이다.

그러나 어딘가 이상했다.

아니, 처참하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맨발인 데다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발은 흙먼지로 얼룩졌다. 여기저기 긁힌 상처에다 접지른 발목에는 자줏빛으로 부어올라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졌고 화장은 이미 번져 있었다.

뭐랄까, 진연호와 이혼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이곳까지 온 것 같았다.

서택연이 고개를 돌려 보니 진연호는 이미 차문을 열고 나간 뒤였다.

진연호는 온몸에 냉기를 두른 채 유하린의 앞 한 발짝 남짓한 거리에서 멈췄다.

다가서지 않았는데도 위압감이 저절로 배어 나왔고, 유하린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차갑게 물었다.

“또 어디서 놀다 온 거야?”

그러자 유하린의 입꼬리에 옅은 웃음이 걸렸다.

“응, 놀다 왔어. 실컷 놀고 마침 이혼해야 하니까 돌아왔어.”

진연호는 손가락 마디를 미간에 가볍게 댔다. 그 행동은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보는 듯이 느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눌린 듯 분위기는 무거웠다.

“유하린, 이혼을 가지고 자꾸 내 한계를 시험하지 마.”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게 잠겨 있었지만 또렷하게 가라앉았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유하린은 진연호를 잘 알았다.

화가 난 것이다.

예전의 유하린이라면 그저 진연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망설임 없이 물러섰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연호의 분노를 무시하고 몸을 돌려 가정법원으로 들어갔다.

업무 마감까지 1분이 남았고 직원들은 마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에 유하린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해요. 번거롭게 해 드렸네요.”

다시 자리에 앉은 직원은 유하린을 한 번 보고는 멍해졌다.

유하린은 예전에 주역 무용수로 TV에 나와서 한동안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되고 눈부시게 아름답던 모습과 지금 초라하고 지저분한 꼴은 차이가 너무 컸다.

직원이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남편분은요?”

그 말에 유하린은 미간을 찌푸리고 밖을 내다보았다.

진연호가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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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떠난 뒤의 우리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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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떠난 뒤의 우리   제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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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떠난 뒤의 우리   제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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