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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떠난 뒤의 우리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 - チャプター 10

30 チャプター

제1화

진연호와 결혼한 4년 동안 유하린은 뜨겁고 미친 듯이 사랑했고, 진연호는 담담하고 여유로웠다.그 바닥 사람들은 다들 유하린이 평생 진연호를 못 떠난다고 말했다.후원하는 아이를 데리고 레스토랑에 가기 전까지는 유하린도 그렇게 생각했다.그날 유하린은 진연호의 친구들이 농담처럼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어쩐지. 와이프에게 그 애를 후원하게 하더니, 알고 보니 걔 엄마가 송지윤이였네. 연호야, 너도 참 순정파야.”“송지윤이 그때 널 차고 다른 남자하고 결혼해서 애까지 낳았는데 원망도 안 해?”“원망은 무슨. 그 여자는 연호의 유일한 예외잖아.”“유하린 그 여자는 배운 것도 없는데 어떻게 연호한테 어울려?”“친엄마가 죽자마자 임신한 새엄마가 들어왔고, 아버지는 또 그렇게 편애했잖아.”“연호가 아니었으면 오늘 같은 호사를 누릴 수나 있었겠어요?”“근데 진짜 이혼하자고 하면 절대 안 할걸?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죽어도 안 하지.”상석에 앉아 있는 진연호의 손끝에는 담배가 끼워져 있었다.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사이로 눈매에 어딘가 겉도는 귀찮은 기색이 스쳤다. 담담한 시선은 창밖을 향해 있었다. 그 말을 듣고도 입꼬리만 비스듬히 올릴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날카롭게 재단된 검은 정장이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를 도드라지게 보이게 만들었고, 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이 가득했다. 셔츠 깃이 살짝 풀려 있어서 딱딱함은 덜하고 무심한 위압감은 더했다. 또렷한 이목구비, 날카로운 턱선에 얇은 입술까지. 그저 그렇게 앉아 있기만 해도 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특유의 거리감과 장악력이 배어 나왔다.그리고 룸 밖에서는 유하린이 문손잡이를 꽉 움켜쥔 채 문틈으로 안을 엿보았다.문손잡이를 잡은 하얀 손등에는 푸른 힘줄이 불거졌고, 세상이 갑자기 무너진 것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사랑이 짓밟힌다는 게 이렇게 숨이 막히는 느낌인 줄은 몰랐다.심장을 도려낸 듯 뼛속까지 아팠다.송지윤은 알고 있던 남자아이의 엄마로, 오른쪽 종아리 아래를 절단한 상태에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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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레스토랑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눈물이 앞을 가렸다.그런데 뒤에서 한 사람이 쫓아 나와서 유하린을 붙잡았다.송지윤의 눈빛은 매서웠다.“나를 내연녀 취급하는 거예요? 말해 두는데 나랑 진연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걔가 준 돈도 한 푼도 안 썼어요.”“난 눈이 멀지 않았어요. 귀머거리도 아니고요.”유하린은 송지윤의 손을 뿌리쳤다.그때 승합차 한 대가 유하린의 뒤에 급정거했다.“아...”비명이 채 퍼지기도 전, 복면을 쓴 건장한 사내 둘이 순식간에 유하린을 붙잡아 입을 막고 차에 밀어 넣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유하린은 온데간데없었다.송지윤은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몸이 휘청거리다가 차가운 바닥에 무겁게 쓰러졌다. 그 바람에 팔꿈치가 계단에 강하게 부딪혔다.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이 송지윤을 찾으러 나왔을 때, 여자는 바닥에 처참하게 넘어져 있었다.곧 두 사람이 송지윤을 일으켰지만 팔꿈치가 크게 까지고 의족까지 떨어져 나간 것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다.“유하린이 밀었어? 정말 미친 거 아니야? A시를 통틀어 걔보다 더 안하무인인 사람은 없을 거야!”다른 한 사람도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걔는 어디 갔어? 이렇게 밀고 도망갔어? 반드시 사과하게 해야 해! 너무하잖아!”송지윤의 입술이 떨렸다.“유...유하린 씨가...”“협박당했어? 겁내지 마, 우리가 있잖아! 우린 무조건 네 편이야.”“그 사람은...”눈만 깜빡이던 송지윤은 눈물을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괜찮으니까 들어가. 나는 아직 일해야 해.”“지윤아,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이렇게 당하고도 아무것도 안 한다니. 유하린이 연호 마음을 못 얻는 것도 당연해.”“저렇게 심보가 고약한데, 네 머리카락 한 올만도 못해.”송지윤을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큰 소리로 떠들면서, 진연호에게 이 일을 그대로 전했다.곁에 있는 아이에게 반찬을 집어 주던 진연호는 아이가 먹는 것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유하린한테 전화해.”말수는 적었고 눈매는 먹물처럼 가라앉아 있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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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으면서 가슴은 답답했다. 곧 유하린은 분노를 가득 안은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구경하러 몰려 있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서택연이 경호원 몇 명을 데리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진연호는 검은 벤틀리 옆에 서서 눈매를 내리깐 채 무심한 표정이었다.유하린은 있는 힘을 다해 소리치느라 목에는 핏대마저 설 정도였다.“진연호, 밖에서 뭐 해! 이혼하러 오기로 했잖아? 들어가!”“유하린, 나한테 결혼해 달라고 매달린 건 너야. 기억 안 나?”눈을 뜨는 순간 진연호의 시선이 깊고 날카로웠다.“네가 나를 껴안고 말했지.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아도 곁에만 있을 수 있으면, 나를 보면서 평생 기다려도 기꺼이 그러겠다고.”“이제는 상관없어!”유하린의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내렸고 목은 쉬어 있었다.“전부 없던 일로 해!”마음이 흔들리면서 둔하게 아파왔다. 가슴에 칼이 꽂히고 그 사이로 피가 멋대로 흐르는 것 같았다.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유하린은 진연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진연호는 유하린보다 여섯 살이 많았기에 집안 어른들은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다.유하린은 한 번도 오빠라고 부르지 않고 늘 반말을 일삼았다. 늘 진연호라고 불렀고, 장난기가 발동하면 연호나, 연호야라고 불렀다.진연호는 진씨 집안 후계자이기에 공부할 것이 많았다. 어린 나이에도 성숙하고 진중했으며 조숙한 천재였다. 어른들 입에 늘 오르내리는 엄친아였다.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부모와 싸워도, 돈이 모자라거나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모두 진연호를 찾았다.사춘기에 접어든 유하린은 반항심에 집안과 싸운 뒤 혼자 집을 나가서 해외로 갔다.그때 진연호가 유하린을 찾아내서, 자극적인 것이라면 뭐든 데리고 다니며 다 놀아 주었다.해외에서 지내던 그때, 두 사람은 자주 요트 갑판에 누워서 드넓은 하늘을 마주하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 소리를 들었다. 유하린은 유치하고 이상하면서 어두운 질문을 수도 없이 던졌고, 이제는 자신도 지겨울 정도였다.그런데 진연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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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재빨리 사진을 주워든 장석형은 유하린을 지나쳐서 방으로 들어가 송이안을 데리고 나왔다.작은 흰 셔츠에 멜빵바지를 입은 송이안은 숙제 공책을 안고 있었다. 젖살이 오른 작은 얼굴은 무심했지만 차분했다.처음 이 아이를 봤을 때 유하린은 그저 옥으로 빚은 듯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담담한 성격이 진연호와 많이 닮아서 저도 모르게 친근함과 애정이 더해졌다.지금 다시 보니 마음이 싸늘해지면서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큰 충격에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두통이 밀려오면서 몸이 벽장에 부딪혔다.쾅!쨍그랑!요란한 소리와 함께 꽃병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곧이어 무수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깨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지면서, 마치 바늘로 온 신경을 사정없이 찌르는 것 같았다.송이안이 갑자기 몸이 경직되더니 숙제 공책이 툭 바닥에 떨어졌다.귀를 막고 떨던 아이의 얼굴이 붉어지면서 곧바로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이안아!”송지윤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서 송이안을 끌어안았다.“하린 씨,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요?”“아, 악...”송이안은 바닥에 웅크린 채 떨며 목이 터지라 울부짖었다.“유하린, 소란도 정도껏 피워야지!”진연호는 서둘러 이안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목소리는 얼음으로 만든 검처럼 유하린의 가슴에 내리꽂혔다.“이안이 유리 소리 못 견디는 거 알잖아.”유하린은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두 발은 못이 박힌 듯했고 온몸이 오싹했다.모두 아이 주위를 맴돌다 허둥지둥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유하린은 진연호의 다급하고 허둥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낯설다고 느꼈다. ‘진연호에게도 다급해질 때가 있었구나.’ 다만 그 이유가 유하린 때문은 아니었다.발치의 사기 조각에는 피가 묻어 나왔고 종아리 몇 군데에도 상처가 나 있었다.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진연호는 유하린의 상처를 보지 못했다.예전에는 아무리 냉담해도 유하린을 보살폈고 안전을 확인했다.한때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한 유하린이 단식으로 저항했을 때, 진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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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유하린이 다가갔다.“잠깐만.”앞서 걷던 진연호가 고개를 돌렸다.“후회돼?”“4년 동안 잠자리를 해 줬으면 뭐라도 줘야지.”유하린은 진연호처럼 태연하게 말하려 했지만, 그 침착함까지 흉내 내는 건 쉽지 않았다.4년의 기억이 바늘처럼 촘촘하게 심장을 찌르자 유하린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오재량 교수님이 우리 외할머니 수술하게 해 줘.”진연호가 고요히 유하린을 응시했다.“이혼으로 그걸 바꾸겠다고?”“응. 교수님이 수술에 동의하는 걸 확인해야 이혼할 거야.”“유하린, 우리 아버지가 교수님한테 절대 연락 안 할 거라고 확신하고, 그걸로 이혼 안 하려고 협박하는 거야?”“내가 너랑 결혼한 뒤로 아버지랑 원수처럼 지내는 거 알잖아.”“알아. 그러니 할머님께 전화해서 부탁드려. 할머님은 당신 엄청나게 예뻐하시니까 거절 안 하실 거잖아.”유하린은 감정 없이 한 글자 한 글자 아주 또렷하게 말했다. 예전처럼 진연호에게 매달려 부드럽게 응석 부리던 말투는 사라지고 없었다.진연호는 잠시 유하린을 바라보다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진연호 할머니인 김송란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자애롭게 흘러나왔다.[연호야, 웬일로 갑자기 전화를 했어? 나는 네 할아버지랑 서씨 집안의 꼬마랑 블록 놀이하고 있어.][애들은 정말 귀여워. 너랑 하린이는 언제쯤 아이를 가질 거니?]김송란은 세 마디를 넘기지 못하고 아이 이야기로 돌아갔지만, 유하린과 진연호는 이런 상황이 아주 익숙했다.예전의 유하린은 은근히 기대에 찬 눈으로 진연호를 바라보곤 했고, 남자는 담담하게 급할 것 없다고 답했을 것이었다.그러나 지금은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진연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아이는 순리대로 하면 언젠가 생기겠죠.”진연호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전화드린 건 다른 일 때문이에요. 하린이 외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오재량 교수님께 수술을 부탁드려야 하는데 거절하셨어요.”[그 일은 내가 말해 볼게. 오늘 저녁에 하린이랑 같이 와서 밥 먹어라.]다시 입을 열었을 때 김송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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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무용 순서를 전부 몇 번 훑고 나서 6시가 가까워지자 서택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도착했어요.]유하린은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엘리베이터로 1층에 내려왔다. 연습실의 어린 무용수들이 커다란 원형 기둥 뒤에 숨어서 수줍은 얼굴로 입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키가 크고 몸이 늘씬한 진연호가 입구에 조용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넓은 어깨에 좁은 허리, 정장 바지에 감싸인 긴 다리는 꽤나 매끈해 보였다. 담담하게 내리깐 시선과 느슨하지만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까지 고귀한 기품이 저절로 배어 나왔다.예술센터의 아가씨들은 대부분 콧대가 높아서 보통 남자는 눈에 차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잔뜩 들떠 있었다.“너무 잘 생겼어. 그런데 누굴 기다리는 거지? 아무도 안 데려가면 내가 갈 거야.”“나도 가고 싶은데 저 뒷모습 왠지 유하린 씨 남편 같지 않아?”“됐어. 진짜 저렇게 잘생긴 남편이 있으면 어떻게 뒷모습 사진 한 장만 올리고 말겠어?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이 분명해.”유하린은 문득 진연호가 직접 나와서 자신을 기다리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는 기껏해야 차 안에서 기다렸었다.사실 이런 사소한 일에 대해서 한 번도 원망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진연호가 데리러 오기만 하면, 매번 신이 나서 차에 올라 남자를 껴안고 매달렸었다.유하린은 그 소리를 무시하고 진연호 곁으로 걸어갔다.“진짜 유하린이잖아. 말도 안 돼.”풍만하고 늘씬한 그 뒷모습이 유하린이라는 것을 다들 한눈에 알아보았다.4년 전 유하린이 처음 예술센터에 왔을 때, 환하고 매혹적인 그 얼굴에 홀려 셀 수 없이 많은 남자 무용수가 몰래 연습실로 유하린을 보러 왔다.그때의 유하린은 한여름 태양처럼 눈 부시고 뜨거웠다.하지만 유하린은 결혼했다는 한마디를 툭 던졌고, 그걸로 모든 애매한 관심들을 끊어 버렸다.다들 이런 절세미인이 젊은 나이에 시집을 갔으니 결혼 생활이 더없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나중에야 서서히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남편은 한 번도 춤을 보러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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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4년 전, 새엄마는 유하린을 늙은 남자에게 넘기려고 했다. 유하린은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실에 갇혔고, 휴대폰도 빼앗겨서 외조부모에게 연락할 수 없었다.진씨 집안의 두 어른이 유씨 집안에 혼담을 넣고, 진연호가 유하린과 결혼하겠다고 한 뒤에야 새엄마는 유하린을 풀어주었다.나오자마자 유하린은 제일 먼저 진연호를 찾아갔다. 진연호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남자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인 데다가 곳곳에서 피가 배어 나왔고 고열로 혼수상태였다.유하린은 진연호가 자신과 결혼하기 위해 집안에서 이렇게 벌을 받았다고 생각했다.결혼 후 4년 동안 진연호가 아무리 차가워도 유하린은 조금도 따지지 않고 뜨겁게 사랑했다.진연호가 자신을 위해 저렇게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생각했기에, 평생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다.그런데 그때는 유하린과 결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송지윤과 결혼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손끝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비트는 것만 같았다.당혹감이 온몸을 휘감으면서 손목의 힘이 스르르 빠졌다.그 바람에 손에 든 흰 사기그릇이 흔들리며 순식간에 중심이 기울었다. 유하린이 황급히 움켜쥐려고 했지만 결국 그릇 표면만 스치고 말았다.그릇이 손에서 벗어나는 찰나, 쨍그랑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부서진 사기그릇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국물이 바닥에 흥건히 흘렀다.손은 여전히 허공에서 멈춰 있었다.심장은 쿵쿵 어지럽게 뛰면서 숨소리마저 떨리면서 숨이 막혔다.“하린아, 너...”김송란이 붙잡으려고 했지만 유하린은 인사 한마디 없이 허둥지둥 달아났다.뒤에서 김송란이 진연호에게 쫓아가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그러나 진연호는 여느 때처럼 담담했다.“멀리 못 가요.”확실히 예전의 유하린은 화가 나도 문 앞까지만 갔다. 진연호가 원하기만 하면 손쉽게 찾을 수 있었고, 남자가 찾지 않아도 스스로 얌전히 돌아갔다.진심을 너무 많이 준 나머지 그 값이 싸졌기에.깊숙한 저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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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러나 유하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옅은 웃음을 지었다.“에드 교수님이 널 보낸 거야?”조민혁이 곁눈질하며 차갑게 비꼬았다.“어이구, 에드 교수님을 알기는 아네. 하긴 에드 교수님은 세계적으로 명성이...”말하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네가 어떻게 알아, 교수님이 나한테...”조민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HO...”유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야. 들어가자.”“말도 안 돼...”조민혁은 한참 동안 유하린을 응시하다 결국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어디서 소문 좀 주워듣고 사칭하러 온 거 아니야?”그 말에 유하린은 휴대폰을 들어 에드 교수와 나눈 대화를 보여 주었다.조민혁은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얼굴이 단번에 붉어졌다. “너, 너... 네가 정말 그 12살에 세계 대회를...”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하린은 앞으로 걸어갔다.“안내해. 안 그러면 이따 무장 경비가 나를 쫓아내러 올 거야.”조민혁은 말문이 막힌 채 뒤를 따르면서 처음으로 눈앞의 사람을 다시 뜯어보았다.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유하린이 HO라니. 연호는 이 사실을 알까?’진연호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 없었다. 하지만 에드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HO가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합류하게 되면 이는 국가 기밀이 되기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조민혁의 신분도 기밀이었다. 진연호는 조민혁이 국가를 위해 일하며 평소 연구소에서 바쁘다는 것만 알 뿐, 구체적으로 무슨 프로젝트를 하는지는 몰랐다.조민혁이 휴대폰을 끄려는데 진연호에게서 답장이 왔다.[연구소야? 유하린이 거기서 뭐 해?]조민혁은 조금 의외였다. ‘연호가 언제부터 이렇게 유하린을 신경 썼지? 예전에는 유하린 일은 말할 필요 없다는 한마디뿐이었는데...’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말할 수 없었고 켕기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아무것도 아니야. 벌써 갔어.]연구소에 들어서자 에드 교수가 제일 먼저 나왔다.몹시 흥분한 얼굴이었다.“HO, 지난번에 만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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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런 일들은 아무리 바빠도 유하린이 했다.지금은 급한 일이 있어서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유하린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다른 한편에서 가사도우미는 조금 어리둥절한 얼굴로 소파에 앉은 진연호를 보았다.“대표님, 사모님이 아무 말도 안 하고 끊으셨어요.”진연호는 눈꺼풀을 내리깐 채 침묵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우미는 믿기지가 않았다. 유하린이 이번에 나간 것은 진심인 듯했다. 그 점이 짜증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짜증스러운 것은 남은 일들이 전부 자기 몫이 된다는 것이었다.그리고 기쁜 것은 얼굴 말고는 쓸모없는 데다가 전혀 어울리지 않던 그 여우가 드디어 나가서, 시중들 사람이 하나 줄었다는 것이었다.세 시간 뒤, 유하린은 그 골칫거리를 해결했다. 연구소의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하린의 성과를 둘러싸고 감탄했다.“대단해요.”“HO, 이 몇 년 동안 대체 뭘 했어요? 이름을 다시 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유하린은 눈꺼풀을 내리깔았다.“전업주부로 살았어요.”무용 일이 있긴 했지만, 그것도 진연호를 위한 것이었으니 전업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네? 그건 너무 아까워요! 재능이 너무 아까워요!”천재 중의 천재가 전업주부를 했다는 사실을 다들 믿지 못했다.곧 에드 교수가 계약서를 내밀었다.“HO, 우리와 함께해요. 당신은 영광의 정점에 서 있어야 할 사람이에요.”손끝이 계약서 가장자리에 닿기도 전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계약서를 받아들자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그저 얇은 종이 한 장인데,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한동안 펼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좋아하는 일을 포기한 적은 없었지만, 다시 이 분야로 돌아와 동료들과 함께 노력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세상이 갑자기 고요해지면서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기대감이 전부 밀려오면서, 목구멍이 꽉 막히는 것 같았고 코끝은 시큰거렸다.“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사흘 정도 시간을 줄 수 있어요.”에드 교수가 말했다.“아니요! 지금 준비됐어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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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다음 날 아침, 유하린은 머리가 쪼개질 듯 아프면서 온몸이 쑤셨다.차가운 바닥을 짚고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여기가 어디인지 비로소 깨달았다.휴대폰 알람이 계속 울렸다. 일어나서 진연호의 아침을 준비하라는 알람이었다. 유하린은 알람을 끄고 나서 완전히 삭제해 버렸다.마침 나가려던 도우미가 유하린을 보고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사모님 죄송해요. 어젯밤에 안으로 모시려고 했는데 대표님이 안 된다고, 밖에 두라고 하셔서요.”서러워하며 눈이 붉어진 모습을 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유하린은 그대로 일어섰다.목이 조금 쉰 것 말고는 아무 감정도 읽히지 않는 말투였다.“제가 취해서 잘못 찾아온 거예요. 참, 아주머니, 앞으로 사모님이라고 안 부르셔도 돼요.”몸을 돌려 나가려다 뭔가 생각난 듯 유하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 사람한테 전해주세요. 이혼합의서 준비하라고요.”휴대폰을 뒤적이던 유하린은 어젯밤 강나윤이 전화를 여러 번 걸었다는 것을 깨닫고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나윤아.”[후회했다는 말은 하지 마! 어제 전화도 안 받아서 에드 교수님께 전화를 걸어 보고 네가 리버골드로 갔다는 걸 알았어.]강나윤의 말투가 독해졌다.[이번에도 정신 못 차리면 내가 때려서라도 깨울 거야.]유하린은 웃음이 났다.“네가 나를 때릴 수 있어? 걱정하지 마. 후회 안 했어. 그냥 취해서...”그러나 사실 어젯밤 어떻게 리버골드까지 갔는지는 유하린도 기억나지 않았다.“참, 나 차 사려고. 안 그러면 너무 불편해서.”유하린은 운전을 못 하는 게 아니었고 오히려 운전 실력이 뛰어났다. 예전에 알던 친구들도 대부분 레이싱을 하며 만난 사이였다.진연호와 결혼한 뒤, 일부러 조용하고 차분한 것을 좋아하려고 애쓰다 보니 점점 운전을 하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기사가 있어서 다니는 데 불편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제 진연호와 헤어지게 되면 자기 차가 있는 게 나았다.자동차 대리점에 간 유하린은 오래 걸리지 않아 강나윤과 같은 모델의 페라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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