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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작과 만남

Author: 다경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9 20:33:53

9월 2일, 개강 날.

오전 7시.

띠리링. 띠리링.

나는 알람 소리에 졸린 눈을 하며 잠에서 깼다.

"으... 졸려."

나는 이불을 정리하고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문에는 미처 버리지 못하고 붙여둔 포스트잇이 있었다.

'항상 잘 챙겨 먹어. 사랑해.'

포스트잇에 써진 글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결국 물도 마시지 못한 채 냉장고 문을 닫아버렸다. 상실감 탓인지 입맛이 싹 달아나 버렸다.

"..."

나는 침대에 앉아 머릿속에 소연이와의 재회 장면을 그렸다.

"오늘 볼 수 있겠지...?"

씁쓸한 마음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오늘 소연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꼼꼼히 준비했다.

한 달 넘게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밖에 나갈 생각을 하니 괜히 어색했지만, 소연이를 생각하니 설레는 마음이 더 앞섰다.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나오니 시간은 8시 30분이었고, 나는 첫 수업이 있는 학교 단과대 건물로 향했다.

"어? 연우 안녕?"

단과대 건물로 들어가자 같은 과의 친한 4학년 오진우 선배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안녕하세요."

"너도 첫 수업?"

"네, 선배."

"같이 들어가자."

나는 선배와 함께 강의실로 들어갔다.

'소연이... 안 왔나?'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선배가 내게 물었다.

"누구 찾아?"

"아... 아니에요."

"역시 첫날이라 많이 안 오네."

"그러게요..."

'아... 개강총회에서 봐야 하나...'

나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고, 강의실 문이 열릴 때마다 문을 바라봤다. 하지만 소연이는 끝내 오지 않았고, 뒤이어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방학 잘 보내셨나요?"

"첫날은 공지사항과 강의 개요만 안내하고 끝낼게요."

그렇게 첫날 수업은 20분 만에 끝이 났다.

"아... 다음 수업 2시인데."

"연우 잘 가."

"네, 선배. 안녕히 가세요."

나는 선배와 인사를 나눈 후 강의실을 나와 건물 밖 벤치에 앉았다.

'... 소연이를 보면 뭐라고 하지?'

"야, 정연우!"

그때,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긴 나를 누군가 불렀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이자 대학 동기인 임지윤이었다.

내 앞으로 걸어오던 지윤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너 방학 내내 연락도 안 보더라.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반쪽이 됐어? 뼈밖에 안 남았네."

"그냥 일이 좀 있었어..."

"... 다음 수업 없어?"

"두 시에 교양 수업 있어."

"아~ 교양 무슨 수업인데?"

"연애 심리학..."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근데."

"응?"

"아까 김소연 다른 남자랑 카페에 있던데?"

"아... 우리 헤어졌어."

"뭐??? 언제?"

지윤이는 크게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내 생일."

"아, 그래서 그때 김소연이..."

"응?"

"아냐아냐~ 나 이제 갈게."

"그래, 잘 가."

지윤이가 사라지고, 나는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소연이와의 옛 사진을 보며 추억을 떠올렸다.

'다른 남자... 벌써 다 잊은 건가?'

'나는 이렇게 힘든데...'

나는 더 이상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소연이 앞에서 또 울 수는 없으니까.

'후... 도서관이나 가야겠다.'

그렇게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고, 다음 수업 시간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벌써 한 시네...'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1시가 되었고, 나는 다음 수업을 가기 전에 배를 채우러 근처 무인 편의점에 들렀다.

"어? 김밥 하나 남았네."

퍽.

하나 남은 김밥을 집으려던 순간, 옆에서 오던 여자와 부딪혔다.

처음 본 그 여자는 굉장히 예뻤지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 괜찮으세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옆을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밑에 핸드폰 떨어졌는데 혹시 그쪽 거예요?"

밑을 바라보니 바지 주머니에서 떨어진 핸드폰 화면에는 배경화면으로 설정해 둔 소연이의 사진이 떠 있었다.

여자는 잠시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지만,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혹시 전에 그..."

"김밥 집으려고 하신 거죠? 여기요."

"저 주셔도 돼요? 그쪽도 이거 집으려고..."

"전 괜찮아요."

나는 황급히 편의점을 나와 다음 수업 장소인 교양교육원으로 향했다.

'배고파...'

강의실까지 오는 내내 꼬르륵 소리가 계속 들렸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의실 밖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며 배고픔을 달랬다.

"어? 저 사람..."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던 중 아까 편의점에서 본 여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

여자도 나를 알아봤는지 점점 내 쪽으로 다가왔다.

손에는 김밥을 쥔 채로...

"아까 그... 김밥, 맞죠?"

"맞아요. 이 수업 들으시나요?"

"네. 혹시 그쪽도?"

"네... 잘 부탁드려요."

그 여자는 손에 들고 있던 김밥을 한입 베어 물었고, 나는 배고픔 탓에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

"하나 드려요?"

"네... 네? 아니요?"

"네? ㅋㅋㅋ"

내 반응에 여자는 웃음을 터트렸다. 차가운 인상의 그녀가 웃으니 괜히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여자는 무심한 표정으로 남은 김밥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쓰레기 버려주실 거죠?"

"네..."

여자는 쓰레기를 나에게 넘겨주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나는 쓰레기를 버리고 강의실로 들어갔고, 그녀의 모습이 보이자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그녀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약 10분 뒤 교수님께서 들어오셨고, 이전 수업과 마찬가지로 몇 가지 안내 사항만 말씀해 주시고 수업을 마치셨다.

"아참, 이번 중간고사는 과제로 대체합니다."

"오늘 강의 공지사항에 과제 내용을 올려놓을 테니 미리 준비하셔도 됩니다."

"과제는 혼자 하셔도 되지만, 양이 많아 두 사람이서 같이 하는 걸 추천합니다."

문득 시선이 느껴지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들 가방을 챙기느라 분주할 뿐이었다.

교수님은 이 말을 끝으로 강의실을 나가셨고, 책상 정리를 마친 뒤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네?"

아까 그 여자였다.

"제가 심리학은 잘 몰라서... 과제 같이 하실래요?"

"저도 잘 못할 수도 있는데 괜찮으세요?"

"네. 그래도 혼자보다 둘이 낫겠죠."

여자는 핸드폰을 꺼내 내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이름이 뭐예요?"

"정연우에요. 심리학과 1학년."

"정연우..."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저는 경영학과 1학년 한세연이에요."

한세연...

그녀의 차가운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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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goodnovel comment avatar
구백
지효가 여주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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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우(곰탕이된푸)
티키타카 좋네요 ㅋㅋ 재밌게 봤슴당
goodnovel comment avatar
고양이는 미유하고 운다
오 새로운 인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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