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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무서워?’그 한마디에.툭.눈물 한 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지원은 놀란 눈으로 태겸을 바라봤다.“…….”태겸은 그런 지원을 가만히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자신을 피하며 어색하게 웃던 지원.그런 그녀가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태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그는 지원을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스르륵.지원의 몸이 살며시 그의 품 안에 안겼다.태겸은 그녀의 등을 감싸 안았다.그리고.토닥.토닥.손바닥으로 등을 느리게 토닥였다.“……괜찮아.”낮고 다정한 목소리.지원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따뜻했다.자신을 감싸 안은 태겸의 품도.귓가에 닿는 그의 목소리도.“…….”지원은 움직이지 않았다.그저 가만히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태겸은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토닥.토닥.그의 손이 지원의 등에서 느린 박자로 움직였다.잠시 후.지원의 떨리던 숨이 조금씩 고르게 변했다.태겸은 품에 안긴 그녀를 내려다봤다.“……지원아.”“……응.”작게 대답하는 목소리.태겸이 품을 조금 풀었다.지원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눈가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었다.태겸은 그녀의 얼굴을 한참 바라봤다.촉촉한 속눈썹.조금 붉어진 눈가.그리고 자신을 올려다보는 커다란 눈.“…….”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올라갔다.엄지손가락으로 눈가에 남아 있던 물기를 살며시 훔쳐 주었다.지원은 그를 바라봤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태겸의 손길이 닿는 동안 눈을 피하지 않았다.“…….”태겸의 시선이 잠시 그녀의 입술에 머물렀다.그리고 다시 눈으로 향했다.조금씩 가까워지는 얼굴.지원은 숨을 삼켰다.‘…….’바로 눈앞에 태겸이 있었다.평소보다 낮게 내려앉은 눈빛.자신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얼굴.태겸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그리고.두 사람의 입술이 살며시 맞닿았다.“……!”지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아주
“……큰일?”태겸의 미간이 좁혀졌다.“무슨 큰일? 또 어디 아파?”“…….”지원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아!’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아, 아니!”“……?”“안 아파! 그런 거 아니야.”태겸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진짜? 어디 불편한 거 아니고?”“응! 아니야.”지원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그냥…….”“……?”“아, 시간이 너무 늦어서!”지원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태겸이 잡고 있던 손목을 놓자, 그녀는 옆에 세워 둔 캐리어 손잡이를 붙잡았다.“저, 저도 이제 얼른 들어가 봐야겠어요.”“…….”태겸이 눈을 깜빡였다.지원은 애써 웃었다.“하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조금 전까지 자연스럽게 나오던 편한 말투가 갑자기 어색해졌다.괜히 태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그리고…… 얼른 쉬세요.”그 순간.태겸의 표정이 굳었다.‘……?’조금 전까지.자신을 보며 웃고 장난치던 사람이었다.‘오빠.’그렇게 부르며 자연스럽게 다가오던 지원이.갑자기 존댓말을 쓰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마치 도망치려는 사람처럼.‘……설마.’태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들켰나?’자신이 지원을 좋아한다는 걸.조금 전의 행동들로 눈치챈 걸까.‘…….’그런데.태겸은 조금 전까지 자신을 바라보던 지원의 눈빛을 떠올렸다.함께 웃고, 장난치고.자신이 내민 새끼손가락에 기꺼이 손가락을 걸어 주던 지원.가까이 다가와 아무렇지 않게 이마에 손을 얹던 모습까지.그 모든 순간에 자신만 설렜던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분명 지원에게도 호감이 있었다.그걸 모를 만큼 둔하지 않았다.그런데 왜.‘……왜 갑자기.’지원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하지만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저는, 그럼…….”캐리어를 끌고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드르륵.바퀴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태겸의 시선이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어?”지원은 턱 바로 아래까지 올라온 후드집업의 지퍼를 내려다봤다.그러고는 태겸을 올려다봤다.“……고마워.”어딘가 얼떨떨한 얼굴이었다.태겸은 시선을 슬쩍 피했다.조금 전까지 지퍼를 올리던 손을 가볍게 말아 쥐었다.“……아니.”크흠.낮게 헛기침을 했다.“가운이 자꾸 풀려서.”“…….”“불편해 보여서.”지원은 그제야 바닥에 떨어진 샤워가운을 발견했다.“아, 그래서…….”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나.”태겸은 대답 대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후우.아직도 얼굴이 뜨거웠다.그는 식탁 위에 놓인 맥주 캔을 집어 들었다.벌컥.벌컥.차가운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거의 다 비웠는데도 가슴속 열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결국 남은 맥주까지 그대로 들이켰다.꿀꺽.“……카.”길게 숨을 내쉬며 빈 캔을 내려다봤다.콰직.손안에서 알루미늄 캔이 찌그러졌다.그 순간.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아니, 오빠.”태겸이 고개를 들었다.“응?”지원은 그의 손에 들린 빈 맥주 캔을 바라봤다.“술 마시면 얼굴 빨개지는 사람이 그렇게 빨리 마시면 어떡해?”“……어?”태겸은 잠시 자신의 손에 들린 캔을 내려다봤다.“아니.”괜히 시선을 피했다.“갈증이 좀 나서.”“……?”지원이 눈을 깜빡였다.태겸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잘 참았다.’조금만 더 가까웠으면.정말 무슨 실수라도 할 뻔했다.태겸은 찌그러진 캔을 식탁에 내려놓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지원을 바라봤다.“약 먹자.”“아, 응.”태겸은 전기포트에 남아 있던 따뜻한 물을 컵에 따랐다.찬물을 조금 섞어 온도를 맞춘 뒤 손등으로 컵을 살짝 짚어 봤다.“……됐다.”그는 약 봉지를 뜯어 알약을 손바닥 위에 올렸다.그리고 컵과 함께 지원 앞으로 내밀었다.“자.”“……응.”“이제 먹어.”지원은 컵을 받아 들며 배시시 웃었다.“고마워.”알약을 입에 넣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꿀꺽.태겸은 지원이 약을 삼키는 모습을 확인한 뒤
지원은 그런 태겸의 속도 모른 채 그를 올려다봤다. “……음.” 이마에 얹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지원은 태겸의 붉어진 얼굴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아.” “……?” “오빠, 술 잘 못하는구나?” “……어?” 태겸의 대답이 한 박자 늦게 나왔다. “아, 아니.” 그는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게…….” 크흠. 괜히 헛기침을 했다. 지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나도 취하지 않아도 얼굴이 빨개지는데.” “……아.” 태겸이 손등으로 목덜미를 한 번 쓸었다. 그러다 손에 쥐고 있던 드라이기를 들어 보였다. “나 이거 좀 갖다 놓고 올게.” “응?” “잠깐만 있어.”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렸다. 성큼, 성큼. 긴 다리로 빠르게 거실을 가로질러 침실로 들어갔다. 지원은 그런 태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왜 저러지?’ 태겸은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철컥. 문이 닫히자마자 그곳에 등을 기댔다. “……하.” 고개를 뒤로 젖혔다. 길게 숨을 내쉬었지만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쿵. 쿵. 심장이 여전히 빠르게 뛰었다. 태겸은 한 손에 쥔 드라이기를 내려다봤다. 손잡이를 얼마나 세게 쥐고 있었는지 손가락 마디가 뻣뻣했다. “……하.” 그제야 손에 힘을 풀었다. 다른 손으로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방금 전 지원이 자신을 올려다보던 얼굴. 이마에 닿았던 작은 손바닥. 그리고 코앞까지 가까워졌던 거리. “…….” 태겸은 눈을 꾹 감았다. 하지만 떠오른 모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입술을 살짝 벌린 채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던 지원의 얼굴이 더욱 선명해졌다. “……아.” 한숨인지 웃음인지 모를 숨이 흘러나왔다. 입꼬리가 허탈하게 올라갔다. “이러다 사고 치겠네.” 나직하게 중얼거린 태겸이 고개를 떨궜다. “……후.” 다시 한번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 “정신 차리자,
그렇게 몇 분쯤 흘렀을까. 위이잉— 태겸은 마지막으로 머리끝에 바람을 한 번 더 쐬어 준 뒤 드라이기 전원을 껐다. “……크흠.”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나름대로 신중하게 말리긴 했는데. ‘……이게 맞나.’ 지원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몇 번 쓸어내렸다. “다 됐어?” “응.” “고마워.” 지원이 생긋 웃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전면 카메라를 켜 얼굴을 비춰 본 순간. “……?” 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잠시 화면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푸흡!” 그러더니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 태겸이 고개를 기울였다. “왜?” 지원은 휴대폰 화면을 그에게 돌려 보였다. “아니, 오빠! 이게 뭐야!” “……?” “삽살개 같잖아!” “……!” 태겸도 화면을 들여다봤다. 지원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뻗쳐 있었다. 앞머리는 한쪽으로 날아가 있고, 옆머리도 제멋대로 부풀어 있었다. “……아.” 태겸의 입술이 잠깐 벌어졌다. “……미안.” “아하하!” 지원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아니, 미안한 건 아닌데~” 한 손으로 배를 감싸 쥔 채 어깨를 들썩였다. “너무 웃기잖아~!” 태겸도 결국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그러게.” “아, 진짜!” 지원은 웃으며 태겸을 한 번 흘겨봤다. “이게 뭐야~.” 입술을 삐죽 내밀어 보이다가도 다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태겸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환하게 웃는 얼굴.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지원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안 되겠다.” “응?” “그냥 묶어야겠어.” 지원은 벽에 걸린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팔목에 걸고 있던 머리끈을 빼낸 뒤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슥. 한 번. 다시 한 번. 흩어진 머리카락을 모으느라 두 팔이 위로 올라갔다. 그때. 스르륵
태겸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을 천천히 굴렸다. 손끝으로 캔 표면을 가볍게 문지르던 그가 시선을 내렸다. “……미안해.” 지원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 “…….” “미안하라고 한 이야기가 아니고.” 지원은 괜히 머쓱한 듯 웃었다. 그러다 잠시 망설이며 태겸을 올려다봤다. “……근데.” “응?” “왜 그랬는지 말해 주면 안 돼?”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태겸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지원을 바라봤다.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빛. 그 눈을 마주 보고 있자니 조금 전까지 불편했던 마음이 떠올랐다. 김우진을 바라보던 자신의 시선. 지원의 배를 가렸던 손. 그리고 이제야 알아차린 마음까지. ‘…….’ 태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안 아플 때.” “응?” “컨디션 좋을 때. 그때 말할게.” “…….” 지원이 눈을 깜빡였다. “……진짜?” “응.” 태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 그러고는 한 손을 들어 지원 앞으로 내밀었다. 길게 뻗은 새끼손가락. “……?” 지원은 그 손가락을 내려다봤다. 그러다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갔다. “……응.” 지원도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살며시 걸렸다. 꼭. “…….” “…….” 잠시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지원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태겸도 결국 따라 웃었다. 그때. 태겸의 시선이 지원의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아직 끝부분이 촉촉했다. “……머리.” “응?” “말려줄까?” “……어?” 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빠가?” “응.” 태겸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본 적은 없는데.” “…….” “감기 심해질까 봐. 겨우 좀 나아지는 것 같은데.” 지원이 당황한 얼굴로 웃었다. “아, 아니야. 내가 얼른 하고 올게.” 지원이 의자에서 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