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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3-06 12:44:35

클럽 VIP 라운지.

심장을 울리는 육중한 베이스음이 가죽 소파까지 진동시켰다. 값비싼 샴페인 향과 진한 담배 연기가 뒤섞인 그곳에서, 서우는 화려한 조명보다 더 비현실적인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어떻게든 그의 시선을 한 번이라도 더 받으려 애쓰는 여자들이 나비처럼 펄럭였다.

“오빠, 내 말 듣고 있어?”

옆에 앉은 여자가 서우의 팔을 흔들며 애교 섞인 앙탈을 부렸지만, 서우는 대답 대신 핸드폰 액정만 무심하게 만지작거렸다.

‘왜, 반응이 없지?’

형의 성미라면 당장 전화를 걸어 폭언을 퍼붓거나, 사람을 보내 제 뒷덜미를 낚아챘어야 했다. 하지만 핸드폰은 기분 나쁠 정도로 고요했다. 그때, 짧은 진동음과 함께 화면에 알림이 떴다.

[입금 완료: 12,500,000원]

정확히 오늘 백화점에서 결제한 원피스 값이었다. 뒤이어 도착한 메시지 하나가 서우의 눈동자에 날카로운 균열을 일으켰다.

[옷 잘 받았다. 해인이한테 잘 어울리네. 참, 너한테 전해달라더라. 꼬맹이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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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게 오는 남자들   78화

    스파 건물을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내내, 해인은 반쯤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이었다.풍성한 아로마 오일의 향도,전문가의 섬세한 마사지도 해인의 굳은 몸을 풀어주진 못했다.엎드려 있는 한 시간 내내 머릿속에는 오직 수면 아래에서 들려오던 강서우의 목소리만이 이명처럼 맴돌았으니까.‘나는 누나만의 얌전한 개가 될 수 있어.’해인은 확 달아오르는 얼굴을 식히려 연신 손바닥을 뺨에 갖다 대었다.반면 서우는 스파 덕분인지, 아니면 제 고백에 흔들리는 해인의 모습을 구경한 덕분인지 아주 개운하고 반짝거리는 얼굴이었다.조수석 문을 열어주던 서우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아차 하는 표정으로 해인을 내려다보았다.“아, 맞다. 깜빡하고 말 안 했는데, 나 오늘 오후에 화보 촬영 있거든.”“……어? 촬영?”“응. 그래도 뭐, 같이 가줄 거지? 나 일하는 거 구경도 좀 하고.”뻔뻔하고도 자연스러운 통보였다.해인이 황당하다는 듯 입을 벌렸지만, 서우는 해인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가볍게 그녀의 등을 밀어 조수석에 앉혔다.“촬영 금방 끝나니까, 같이 있다가 맛있는 거 먹고 들어가자. 누나 좋아하는 거 사줄게.”스파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강서우의 능수능란한 페이스에 완전히 휘말려, 해인은 ‘안 돼’라고 거절할 타이밍조차 놓쳐버렸다.“벨트 매.”서우가 운전석에 올라타며 기분 좋은 호선을 그렸다.해인은 어쩐지 저 여우 같은 놈이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바우처를 내밀었다는 강한 합리적 의심이 들었지만, 이미 스포츠카는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서우의 스포츠카가 해인을 태우고 능수능란하게 스파 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을 무렵.같은 시각, 본가에서 멀지 않은 프라이빗 호텔 라운지.도윤은 식은 홍차 잔을 매만지며 맞은편에 앉은 차민영을 건조한 시선으로 응시했다.태성과 에이펙의 합작 건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워 주말 낮부터 그녀를 불러냈지만, 사실 비즈니스 점검은 얄팍한 핑계에 불과했다.진짜 속내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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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프라이빗 VIP룸.문이 닫히고 단둘만 남겨지자, 앞장서 걷던 해인의 걸음이 뚝 멎었다.은은한 아로마 향과 따뜻한 수증기가 감도는 실내 중앙.당연히 나란히 누워 받는 마사지 베드가 있을 줄 알았던 공간에는, 은은한 조명을 받는 커다란 온수 풀(Spa tub)이 자리 잡고 있었다.“여기…… 마사지 샵 아니었어?”해인이 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자, 서우 역시 작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어깨를 으쓱했다.“어라. 바우처에 스파 코스라고 적혀 있긴 했는데, 진짜 물에 들어가는 스파일 줄은 나도 몰랐네. 그냥 전신 마사지인 줄 알았어.”한 치의 당황함도 묻어나지 않는, 뻔뻔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변명이었다.제공된 홀터넥 스타일의 얇은 스파용 수영복을 입은 해인이 난감한 얼굴로 맨살을 가리려 팔짱을 끼자, 서우가 피식 웃으며 제 어깨에 걸치고 있던 가운을 훌렁 벗어 던졌다.조명 아래로 모델다운 매끈하고 탄탄한 상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군더더기 없이 갈라진 근육 위로 수증기가 맺히는 것을 보며 해인이 흠칫 시선을 피했지만, 서우는 아무렇지 않게 계단을 밟고 따뜻한 물속으로 스르륵 몸을 담갔다.“뭘 그렇게 얼어 있어, 누나.”“아니, 남녀가 같이 탕에 들어가는 건 좀…….”“우리 둘 다 수영복 챙겨 입었잖아. 해변가 가면 이것보다 헐벗고도 잘만 돌아다니면서 왜 새삼스럽게 유교 걸처럼 굴어?”서우가 찰바닥, 가볍게 물장구를 치며 나른하게 턱을 괴었다.“다리 끊어질 것 같다며. 따뜻한 물에 담그고 있으면 금방 풀릴 거야. 정 불편하면 밖에서 기다리든가. 나 혼자 이 넓은 거 다 쓰지 뭐.”얄미울 정도로 여유로운 태도였다.여기서 뒷걸음질 치면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한 것 같아 우스워질 판이었다.결국 해인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못 이기는 척 물속으로 조심스레 발을 담갔다.따뜻한 온기가 굳어있던 몸을 녹이자 저도 모르게 나른한 숨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일렁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서우가 해인의 바로 옆으로 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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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게 오는 남자들   55화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진동이 마치 경고음처럼 느껴졌다.액정에 뜬 ‘오빠’이라는 두 글자를 확인하는 순간, 조금 전까지 강서우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부렸던 여우 같은 여유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해인은 주위 눈치를 살피며 쫓기듯 비상구 근처의 한적한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어, 오빠.]최대한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를 내려 애썼지만, 가파른 호흡까지는 숨길 수가 없었따.[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아. 한참 기다렸잖아.]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도윤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하지만 그 뒤에 깔린 묘한 압박감이 해인의 뒷목을 서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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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게 오는 남자들   52화

    같은 시각, 서울 도심을 매끄럽게 가로지르던 태성그룹의 엠블럼이 새겨진 검은 그림자가 민영의 레지던스 지하 주차장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한 층에 오직 한 세대만이 거주하며, 전용 엘리베이터가 집 안까지 연결되는 이 수직의 요새는 그녀의 은밀한 사생활을 숨기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였다. 일반적인 세단보다 한 뼘은 더 길게 빠진 휠베이스 덕에 주차 칸을 꽉 채우고도 남는 그 거대한 부피감은, 차체가 뿜어내는 정적만큼이나 위압적이었다.엔진 소리가 완전히 멎었지만, 차 안의 누구도 섣불리 문을 열지 않았다.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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