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사방에서 튀어나오는 기괴한 비명 소리와 조잡한 귀신 모형들.하지만 두 사람 사이를 감도는 공기는 그 어떤 장치보다 서늘했다.도윤은 깍지 낀 손을 절대 놓아주지 않은 채, 앞장서 걷는 해인의 속도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해인의 손은 그저 무생물처럼 도윤의 손안에 담겨 있을 뿐, 그 어떤 힘도 온기도 돌려주지 않았다.결국 참지 못한 도윤이 해인을 잡아 세웠다.“윤해인, 잠깐만.”“……왜. 무서워? 조금만 더 가면 출구야.”해인이 귀신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도윤은 이를 악물며 그녀의 어깨를 잡아 제 쪽으로 돌려세웠다.“이러는 거 너랑 안 어울려. 우리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날 세우며 지낸 적 없잖아.”도윤의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당혹감이 뒤섞여 있었다.네가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는 오만함과, 제발 예전처럼 나를 보며 웃어달라는 구걸이 뒤섞인 기묘한 호소였다.“예전? 아…… 10살 때?”해인이 어이없다는 듯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그땐 어렸잖아. 다 큰 성인 남녀가, 남매끼리 누가 이렇게 손을 꽉 잡고 다녀?”“…….”“오빠. 오빠라는 핑계로 자꾸 통제하려고 들지 마. 진짜 내 손을 잡고 싶으면, 그 알량한 오빠 노릇부터 집어치우고 남자로 다가오든가.”해인은 깍지 껴진 자신의 손을 들어 올리며, 어둠 속에서 도윤을 향해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얄팍하게 굴지 마.”도윤의 턱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용기도 없으면서'라는 조소가 비수처럼 정곡을 찔렀다.그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목구멍이 꽉 막힌 듯 어떤 말도 튀어나오지 않았다.“이제 그만 놔. 저기 출구 보이네.”해인의 시선이 닿은 곳.바깥의 화려한 야경이 새어 들어오는 출구 바로 앞, 어둠이 짙게 깔린 사각지대에 익숙한 두 실루엣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민영과 태건이었다.“어머, 이제 오네요? 귀신한테 잡혀간 줄 알았네.”민영이 팔짱을 낀 채 생긋 웃으며 다가왔다.“자, 이제 보는 눈 많은 밖이니까 다시 원래 파트너로 돌아
귀신의 집으로 향하는 첫 번째 게이트를 지나자, 거대한 동굴처럼 꾸며진 서늘한 실내 대기줄이 나타났다.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조명은 점차 자취를 감췄고, 인파 역시 뚝 끊기며 사방은 짙은 어둠과 음산한 배경음으로 가득 찼다.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완벽한 사각지대.도윤은 그 찰나의 어둠을 놓치지 않았다.그는 앞서 걷던 태건과 해인의 사이로 거침없이 파고들며, 태건의 팔짱을 끼고 있던 해인의 손목을 낚아챘다.“어……?”당황한 해인이 작게 숨을 들이켜며 끌려오자, 도윤은 보란 듯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아 제 품으로 바짝 붙였다.해인의 어깨 너머로 태건을 향해 쏘아붙이는 도윤의 눈빛은 살벌했다.그 험악한 기세에 태건이 슬쩍 두 손을 들어 올리며 한발 물러섰다.때마침 진짜 귀신의 집 본 입구를 알리는 직원의 안내 멘트가 들려왔다.[자, 두 분씩 5분 간격으로 입장하시겠습니다! 앞 팀 먼저 들어가실게요!]“그럼 저희가 먼저 들어갈게요. 두 사람, 5분 뒤에 천천히 와요!”민영이 생긋 웃으며 태건의 팔을 잡아끌었다. 두 사람의 형체는 무거운 검은 커튼 너머, 어두운 입구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바깥의 소음이 단숨에 차단된 눅눅한 복도.사방에서 스산한 바람 소리와 귀신 모형이 튀어나왔지만, 두 사람의 걸음은 산책을 나온 듯 평온하기 그지없었다.잠시 뒤를 힐끗 살피며 눈치를 보던 태건이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민영아, 나 진짜 네가 시키는 대로만 한 거다. 사심은 맹세코 하나도 없었어.”그의 말에 민영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알아, 아주 연기력 훌륭하던데? 수고했어. 아까 권도윤 표정 봤어? 와, 사람 하나 죽일 기세더라.”민영은 재밌어 죽겠다는 듯 걸음을 옮기며 가볍게 덧붙였다.“그 질투에 눈먼 눈동자를 보니까, 진짜 없던 사랑도 활활 타오르겠던데?”그 순간.옆에서 걷던 태건이 우뚝 걸음을 멈춰 섰다.“…….”“어? 왜 그래?”어둠 속에서 태건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민영을 내려다보았다. 평소의 능글
도윤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해인의 귓가를 노골적으로 파고들었다."아무리 연극이라도 매너는 좀 지켜야 하지 않을까? 네가 완벽히 하자고 한 제안인데. 다른 놈 냄새를 묻히고 오는 건……."“다른 놈 냄새라니.”해인이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지금 꼭 진짜 애인처럼 구는 거 알아? 그리고 이거 내가 뿌린 향수야. 요즘 이런 중성적인 향이 트렌드거든. 완벽한 애인 연기를 원한다면서, 파트너 향수 취향 하나 파악 못 해서 어떡해.”도윤이 반박하려 입을 떼려는 찰나였다.몇 걸음 앞서 걷던 민영이 휙 고개를 돌리며 손을 흔들었다.“거기 두 사람, 안 오고 뭐 해요? 슬슬 사람 많아지는데 우리 파트너 바꾸죠?”민영의 말에 도윤의 굳어있던 표정이 일순간 삐걱였다.세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완벽한 알리바이.대중의 눈길이 닿는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공식적인 맞선 관계인 도윤과 민영이 연인 행세를 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남은 태건과 해인이 짝을 이뤄야만 했다.민영이 다가와 도윤의 곁에 섰다.그와 동시에, 태건이 여유로운 걸음으로 해인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팔을 내밀었다.“그럼 보는 눈이 없어질 때까지, 제가 해인 씨 파트너를 해야겠네요. 오늘 영광입니다.”“아, 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릴게요, 태건 씨.”해인이 기다렸다는 듯 도윤에게서 미련 없이 떨어져 나와 태건의 팔짱을 꼈다.태건이 에스코트하듯 해인의 걸음을 맞추며 다정하게 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아까도 생각했지만, 진짜 스타일 좋으시네요. 평소에도 이렇게 입으세요?”“아니요.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니까, 신경 좀 썼죠.”방긋방긋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도윤의 눈동자에 옅은 살기가 번졌다.태건의 팔에 닿아 있는 해인의 손길과, 그녀를 내려다보며 실실 웃는 태건의 눈빛이 신경을 사포로 긁어대는 것 같았다.“어머, 도윤 씨. 갑자기 왜 이렇게 표정이 살벌해요? 누가 보면 우리 파투 난 줄 알겠네.”민영이 도윤의 팔짱을 단단히 고쳐 끼며 장난
금요일 저녁, 놀이동산의 입구.해가 지고, 매표소 너머로 야간 개장을 알리는 화려한 조명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오늘 밤의 메인이벤트인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 속에서, 도윤은 초조하게 시계를 확인하며 휴대폰 화면을 쓸어내렸다. 인터넷 브라우저 탭에는 낮에 회의실에서 몰래 검색해 보았던 유치한 키워드들이 여전히 띄워져 있었다.[놀이동산 데이트 스킨십][인파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호하는 법][여사친 심쿵하게 만들기]도윤은 황급히 브라우저를 종료하며 마른세수를 했다.미친놈.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내 그럴싸한 변명거리로 속내를 덮었다.‘어릴 때 이런 소란스러운 곳엔 한 번 제대로 데려온 적이 없었으니까. 오빠로서 못 해준 거, 이참에 조금 잘해주고 싶은 것뿐이야.’그래, 어디까지나 오빠로서의 알량한 책임감.도윤이 기대하는 오늘의 그림은 명확했다.낯선 인파에 치여 자연스럽게 제 옷자락을 쥐고 의지하는 모습.그러면서도 애인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이 불쑥 다가가 어깨를 감싸면, 어쩔 줄 몰라 하며 뺨을 붉히는 그 무방비한 얼굴.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여기며 기대는 ‘동생’의 모습과,제 작은 손짓 하나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여자’의 모습을 동시에 보고 싶다는 이중적이고 기형적인 마음.도윤은 그 완벽한 통제감이 주는 우월감을 기꺼이 즐길 작정이었다.“해인 씨, 생각보다 좀 늦으시네요. 길을 헤매나?”맞은편에 서 있던 차민영이 팔짱을 낀 채 가볍게 투덜거렸다.그녀의 파트너로 나온 태건이 민영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며 사람 좋게 웃었다.“금요일 저녁이잖아. 어차피 불꽃놀이까지는 시간 넉넉하니까 좀 느긋하게 기다려.”“뭐, 그건 그렇지만. 난 놀이기구도 타고 싶거든.”도윤은 옅은 미소를 머금고 여유로운 척 대꾸했다.“금방 올 겁니다. 이런 곳은 초행길이라 조금 늦는 모양이네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도윤은 속으로 혀를 찼다.‘한번에 오는 교통편도 없을 텐데 왜 굳이 혼자서 오겠다고 한 건지.’
회의실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가 한 장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펜을 돌리던 도윤의 손등에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아침 식탁에서 해인이 지어 보인 그 건조한 얼굴, 그리고 서우에게 고기를 얹어주며 짓던 그 낯선 미소가 환영처럼 떠올라 그를 괴롭혔다.“후…….”‘걸어 다니는 삼계탕이라.’도윤은 결국 서류를 덮고 의자 깊숙이 몸을 묻었다.비틀린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어처구니가 없었다.자신은 밤새 괴로웠는데, 그녀는 어쩜 그렇게 태연할 수 있단 말인가.아니, 애초에 그게 그녀의 진짜 얼굴이 맞기는 한 걸까?도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불과 어제 낮까지만 해도 제 아래서 무너지듯 울던 여자였다.그 맹목적인 감정이 하루아침에 그렇게 흔적도 없이 증발할 리 없었다. 만약 아침 식탁에서의 그 얄미운 여동생 행세가 자신을 밀어내기 위한 얄팍한 연기라면.‘착한 오빠 노릇은 나도 잠시 접어둬야겠군.’그녀가 쓴 그 완벽한 무관심의 가면을 제 손으로 기어이 벗겨내고 싶어졌다.진짜 네 모습이 뭔지,어디까지 그 쌀쌀맞은 얼굴을 유지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은 오만함이 고개를 쳐들었다.도윤의 시선이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으로 향했다.그에게는 아직, 해인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와 던져준 완벽한 패가 하나 남아 있었다.6개월간의 가짜 연애.해인이 먼저 제안했던, 그래서 먼저 취소할 수 없는 명백한 계약.‘철저하게 남매로 지내시겠다? 네가 차민영 앞에서는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하네.’도윤은 휴대폰을 집어 들고 망설임 없이 '차민영'의 번호를 눌렀다.두어 번의 신호음 끝에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머, 도윤 씨? 웬일이에요, 먼저 전화를 다 하고?][별일은 아니고. 조만간 시간 좀 괜찮습니까?][나야 도윤 씨 시간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죠. 무슨 일인데요?][우리 더블데이트나 한번 하죠. 민영 씨 파트너랑 같이.]전화기 너머로 차민영의 당황한 듯한, 그러나 이내 흥미롭다는 듯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도윤은 창밖을 응시하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별채의 제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그자마자, 해인은 버티고 서 있던 다리에 힘을 풀고 침대 위로 털썩 누워버렸다.“하아…….”천장을 향해 길게 뿜어낸 한숨에 홧홧한 열기가 섞여 있었다.보란 듯이 계란말이를 뺏어 먹고, 혈관 기름 운운하며 샐러드 접시를 밀어주던 그 당돌한 여자는 온데간데없었다. 침대 시트를 꽉 거머쥔 해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눈을 감자 방금 전 다이닝룸에서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리플레이 됐다.자신이 뱉은 유치한 대사에 스스로 당황해 굳어버렸던 도윤의 눈동자.어른스러운 척 미소를 지으려 애썼지만, 결국 수치심을 숨기지 못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박차고 나가던 그의 뒷모습.‘……오빠가 그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알았나.’늘 고결하고 완벽했던 권도윤이었다.사사로운 감정 따위는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내려다보는 줄만 알았던 사람이, 고작 갈비찜 한 조각과 나이라는 유치한 공격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해인은 팔을 들어 두 눈을 꾹 눌렀다.그가 상처받은 표정을 지을 때마다, 제 가슴 한구석도 같이 욱신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같았다.하지만 입술을 꽉 깨물며 그 미련을 털어냈다.그가 괴로워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먼저 선을 그은 것도 그였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가두려 한 것도 그였다.지금 그가 느끼는 소외감과 수치심은, 그가 스스로 선택한 오빠라는 자리가 주는 당연한 대가였다.“잘했어, 윤해인. 울지 마. 넌 이제 그냥 동생이야.”해인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 나직하게 중얼거렸다.충분히 아파했고, 충분히 구걸했다.이제 남은 에너지는 오직 나만을 위해서 쓸 것이다.똑똑.노크 소리와 동시에 문이 열렸다.“와, 우리 누나. 아까 식탁에서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저기 이렇게 열고 들어오는 거면 노크를 하는 의미가 있을까?”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해인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문 앞에 선 서우를 쳐다보았다.“아, 그런가? 미안해. 마음이 급해서 하핫.”그
“수고하셨습니다!”꽃샘추위 속 바닷가 촬영이 끝났다.대충 옷을 갈아입고 차 안으로 들어온 서우는, 채 마르지 않은 젖은 머리칼을 털어내며 핫팩으로 언 손을 녹이고 있었다.무심코 확인한 휴대폰 액정에 부재중 전화 한 통이 찍혀 있었다.[윤해인]서우의 입가에 사르르 호선이 그려졌다.‘웬일로 먼저 전화를 다 했을까.’가벼운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어, 누나. 아까는 일하고 있어서…….”[……서우야.]단 세 음절.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해인의 젖은 목소리에, 장난기 가득했던 서우의 얼굴에서 일순간 웃음기가 싹 가
해인은 도윤의 셔츠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맞닿은 등을 타고 해인의 심장 박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하지만 도윤의 머릿속에는 그 온기 대신, 지독하게 축축하고 아득했던 선상에서의 기억이 플래시백처럼 터져 나갔다.약에 취해 늘어져 있던 해인.그 아찔한 열기 앞에서 끝내 이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짐승처럼 굴었던 자신.다시는, 두 번 다시는 이 아이에게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수백 번 뼈를 깎으며 다짐했는데.“……착각하지 마.”도윤은 굳은 얼굴로 제 허리를 감싼 해인의 손을 떼어냈다. 떨리는 손끝을 애써 감추며,
다음 날 아침, 본채 다이닝룸.권 회장이 아침 일찍 출근하고 난 뒤, 커다란 식탁에는 도윤과 서우, 그리고 해인 세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도윤은 입안이 까끌까끌했다.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한 탓에 피로가 짓눌렀지만, 별채에서 본채 식당으로 건너온 해인은 푸욱 잤다는 듯 혈색이 돌고 평온해 보였다.‘……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밤새 잠을 설친 듯 까칠해진 도윤의 시선이 줄곧 향했음에도, 해인은 어떤 동요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든 전혀 괘념치 않겠다는 듯 완벽하게 건조한 얼굴이었다. 해인은 허공에서
권 회장의 저택 본채 거실.도윤이 무거운 걸음으로 현관에 들어섰을 때, 창밖으로는 이제 막 붉은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넓은 거실 안은 짙어지는 노을빛과 함께 초저녁의 서늘한 적막에 잠겨 있었다.그의 한 손에는 해인이 버려두고 간 작은 핸드백과 얇은 코트가 들려 있었다.“어, 형. 이제 와?”거실 한가운데서 불쑥 들려온 목소리에 도윤의 발걸음이 멈췄다.주방에서 물을 마시고 나오던 서우였다.대충 털어 말린 머리에 편안한 차림의 서우는, 도윤의 손에 들린 해인의 가방과 코트를 슬쩍 곁눈질하곤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