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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죽은 아이의 값

Author: STARGIL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4 12:05:01

월희의 손에서 은전이 떨어졌다.

“아니에요. 아침에는 멀쩡했어요.”

문지기는 몸을 돌려 문을 닫으려 했다. 설연이 문틈에 손을 넣었다. 나무 모서리가 손바닥의 흉터를 눌렀지만 빼지 않았다.

“시신은 어디 있지?”

“병으로 죽은 노비는 가족에게 안 돌려주오.”

“무슨 병이었는데.”

“장부에 적힌 대로 말하는 거요.”

백현이 그의 어깨 너머로 장부를 보았다.

“누가 죽었다고 확인했는지만 보여 줘. 의원 이름은 있겠지.”

문지기가 짜증스럽게 종이를 돌렸다. 도윤의 이름 옆에는 열병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시신을 살핀 의원 이름이 비어 있었다. 대신 ‘일괄 처리’라는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백현의 표정이 굳었다.

“광산에 사람을 팔아넘길 때 본 도장이야. 죽었다고 적으면 가족이 찾으러 와도 돌려보낼 수 있거든.”

월희가 종이를 붙잡았다.

“그럼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어요?”

설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보기 전에는 안 돌아가.”

문지기가 문을 세게 밀었다. 설연은 힘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그의 팔을 비틀었다. 백현이 고함을 막았다.

“사람 실은 수레, 어디 있어?”

남자의 눈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담 너머에서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났다. 설연은 곧장 뒷마당으로 달렸다.

삼베를 덮은 수레가 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시신을 묻는 곳은 서쪽인데 수레는 북쪽으로 향했다. 마부 옆에 앉은 호송병이 그녀를 보고 칼자루를 잡았다.

백현이 뒤따라 나오며 월희에게 문을 지키라고 했다. 그리고 길가의 장대를 집어 던졌다. 설연은 그것을 받아 바퀴살 사이로 밀어 넣었다. 수레가 크게 기울며 멈췄다.

호송병이 뛰어내렸다. 설연은 칼이 내려오기 전에 팔꿈치를 쳤다. 떨어지는 칼을 멀리 차고, 상대의 무릎 뒤를 걷어찼다. 백현이 마부를 끌어내려 붙잡는 동안 그녀는 삼베를 걷었다.

큰 포대가 네 개 있었다.

그중 하나가 움직였다.

설연은 칼을 넣으려다 멈췄다. 안의 사람이 다칠 수 있었다. 대신 묶은 끈을 자르고 포대 입구를 벌렸다. 입을 천으로 막은 소년이 숨을 쉬려 몸을 비틀었다.

“괜찮아. 빼 줄게.”

천을 꺼내자 아이가 크게 기침했다. 설연은 등을 받치고 옆으로 돌려 주었다. 그때 월희가 문간에서 동생을 알아보고 달려왔다.

“도윤아!”

소년의 눈이 누나를 찾았다.

“누나…….”

월희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동생을 끌어안았다. 도윤이 숨을 쉬고 있는데도 자꾸 얼굴을 만졌다. 살아 있다는 말을 몸으로 믿으려는 것 같았다.

설연은 두 사람에게서 손을 뗐다.

칠 년 전에도 이렇게 부를 수 있었다면. 동생이 한 번만 대답해 줬다면. 눈앞의 남매를 보는데 자꾸 오래전의 집이 떠올랐다.

백현이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여기도 살아 있어.”

설연은 고개를 돌렸다. 다른 포대에서도 숨소리가 났다. 지금은 기억 속 사람을 찾을 때가 아니었다. 눈앞의 사람을 살릴 수 있었다.

둘은 남은 세 사람의 묶인 손과 입을 풀었다. 백현이 마부와 호송병을 묶어 놓고 품을 뒤졌다. 네 사람의 사망 확인서, 그리고 광산에 사람 넷을 넘긴다는 종이가 나왔다.

죽었다는 사람을 팔아먹을 준비까지 돼 있었다.

관노청 안에서 관리와 병졸들이 달려왔다. 설연은 그제야 황제에게 받은 검은 패를 들었다.

“장부를 확인하러 왔다. 죽었다던 네 사람이 여기 살아 있어.”

관리가 걸음을 멈췄다. 백현이 서류를 보여 주었다.

“우리는 죄인을 가둘 권한이 없어. 이 둘은 당신이 맡아. 누가 데려갔는지도 적고.”

관리는 병졸들에게 마부와 호송병을 넘겼다. 설연은 월희에게 살아 있다는 확인을 받아 두라고 말했다. 네 사람은 치료를 받으러 나가는 것으로 적게 했다. 다시 찾으러 왔을 때 또 죽었다고 우기지 못하도록.

월희가 서류에 손가락을 찍었다. 도윤은 누나가 일어서자 놀라 손을 뻗었다. 설연이 누나가 보이는 쪽으로 아이의 몸을 돌려 주었다.

“멀리 안 가. 저기 있잖아.”

그 말을 하자 무강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안 간다고. 지금은 곁에 있겠다고. 자신도 조금 전에는 누군가에게 그 말을 해 주고 싶었다.

도윤이 백현의 허리춤을 보았다. 수레를 멈추다 주머니가 벌어져 은패 한쪽이 드러나 있었다.

아이의 얼굴이 하얘졌다.

“그거 버려요.”

백현이 살수에게서 가져온 꽃무늬 패를 꺼냈다.

“이걸 알아?”

도윤이 쇳가루 묻은 손을 감쌌다.

“그거 만든 사람들, 해 뜨기 전에 다 죽인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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