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포털 메인. 뜨거운 키워드 상위권에 '조유리 센터 원장'과 '이우 그룹 후계자 연루 사건'이 동시에 떠 있었다.전날 저녁의 기자회견은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한 여자의 용기 있는 고백''피해자를 연인으로 만든 가해 구조''심리상담센터의 윤리와 연애, 그 경계는 어디인가'언론은 진실보다 자극을 원했고, 유리는 그 자극 속에서 자신이 더 이상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이게 맞는 방향일까요…”유리는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있었다.이우는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그는 잠시 커피 향을 들이마신 뒤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맞고 틀림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이건… 당신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한 날이니까요.”그 말에 유리는 잠시 시선을 떨궜다.그리고 입술을 앙다물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 저도 들려드려야겠네요.”“뭘요?”“제 이야기요.그동안 왜 이 싸움에 이렇게까지 함께하고 싶었는지.”이우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그건 조심스러운 고백이 아닌, 내면의 깊이를 드러내는 태도였다.“제가 예전에 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가족이었고, 지켜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곁에 있었는데…”“…결국 그 사람은 누군가에게 무너지더군요.”유리는 눈을 들었다.“그 이후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그 말은 고백이었다.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그 감정은 말의 어조와 시선 속에서 이미 충분히 흘러나왔다.유리는 머그잔을 내려놓고 손등으로 테이블을 조용히 쓸었다.“사랑은요, 말로 하면 그 순간부터 부서지기 시작하잖아요.”“…저는 반대입니다.”“왜요?”“말하지 않으면, 그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흐려지니까요.”그날 저녁. 시훈은 무표정하게 뉴스를 지켜보고 있었다.TV 화면 속 앵커는 또박또박 말했다.“윤시훈 전 복지재단 실장은 정식 입장문을 통해 조유리 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법적 대응
그 짧은 대답이 유리의 가슴 어딘가를 더 깊이 흔들었다.잠시 침묵이 흐르다,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증인이 무너졌다면, 우리가 먼저 흔들어야 해요. 그 사람이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또 다른 약점을.”이우는 이미 준비한 서류 하나를 펼쳤다.“윤시훈, 과거 3년간 정신의학센터에서 치료 이력이 있습니다.이건 법적으로 보호받는 정보이긴 하지만 사고로 위장된 타인의 죽음과 연관된다면 사법적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무슨 치료를 받았나요?”“반사회성 인격장애 소견 가능성. 그리고, 조절되지 않는 특정 대상에 대한 강박.”그 말에 유리는 몸을 일으켰다.“…그 특정 대상이 저라는 거죠.”호텔 스위트 1704호.윤시훈은 큰 스크린에 영상을 띄워두고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화면 속에선 센터 내부 회의 장면이 비밀 촬영된 듯 흐르고 있었다.유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나왔다.“…지금 이우 씨 옆에 있는 이 감정, 거짓 아닌 거 맞죠?”그 뒤에 이우의 목소리.“지금은, 진심입니다.”시훈은 웃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냈다.“정식 고발 이전에, 사생활 유출 하나 정도 흘려주시죠.”같은 시간. 유리는 센터 로비에서 기자 한 명과 마주하고 있었다.“저기, 실례지만…조유리 선생님 맞으시죠?”“네. 그런데…”“혹시 이우 그룹의 후계자 이우 씨와 최근 교제 중이시라는 보도, 알고 계세요?”그 말에 유리는 한순간 눈빛이 흔들렸다.“그게 무슨… 보도요?”기자는 핸드폰을 내밀었다.이미 포털 메인엔 기사가 떠 있었다.‘심리상담센터 조유리 원장, 이우 후계자와 내밀한 관계’내부 회의 영상 일부 유출로 파장그날 밤. 이우는 유리의 핸드폰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사생활 노출입니다. 센터 이미지 훼손이 목적이었을 겁니다.”유리는 말없이 화면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제 우리 둘 중 한 명은 무너져야 끝나는 게임이 됐네요.”이우는 그녀를 바라봤다.“전, 무너지지 않겠습니다.”유리는
이우의 아파트. 조명이 은은하게 켜진 거실 안, 유리는 말없이 창가에 서 있었다.그녀의 뒷모습은 조용했지만 그 침묵 안엔 수많은 결심이 담겨 있었다.이우는 부엌 쪽에서 조용히 다가왔다.“방, 정리해두었습니다.”“거기까진 안 가요.”유리가 돌아보며 말했다.“오늘은 그냥… 당신 옆에 있을 거예요.”이우는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리는 소파에 앉더니 손끝으로 이우의 소매를 가볍게 쥐었다.“이우 씨가 지켜준다고 해서, 나도 그만큼 다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제가 뭘 원한다고 생각하십니까?”“당신이 원하는 거요? 제가 먼저 다가와주는 거,이렇게 말 없이 안겨주는 거, 당신 손이 먼저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게 해주는 거.”이우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 시선 속에서 거절하지도 허락하지도 않는 감정이 번졌다.“유리 씨…”“괜찮아요.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서로를 허락하는 거예요.”그녀는 조용히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그 안에서 이우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하지만 그 안아줌은 욕망보다 마음이 앞서는 포옹이었다.“제가 두려운 건, 제가 원하는 걸 알면서도 계속 참고 있다는 사실입니다.”그 말에 유리는 작게 웃었다.“그럼 언젠간… 참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요?”“그날이 오면, 제가 먼저 잡겠습니다.”한편. 한지수는 조용히 센터 지하창고 앞에서자판기 커피를 뽑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의 뒤에 다가섰다.“지수 씨.”그 목소리는 익숙했고, 익숙하다는 그 사실이 더 무서웠다.“시… 시훈 팀장님?”“오랜만입니다.”그는 종이봉투 하나를 내밀었다.“여기, 지수 씨 동생 MRI 촬영 건 관련 서류입니다. 다행히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그리고… 그 수술비용도, 이미 납부해두었습니다.”“왜…왜 이런 걸 저한테…”한지수는 봉투를 쥔 손을 떨며 물었다.“이건… 죄책감이에요?”“아뇨.”시훈은 고개를 저었다.“이건 선택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딱 몇 번의 기회
“이건 단순한 협박이 아니에요. 윤시훈, 그 사람은 저한테 감정을 가장해서 계속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어요.”유리는 이우의 사무실, 책상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전날 밤 이후, 한숨도 자지 않은 얼굴.하지만 눈빛은 오히려 더 맑았다.이우는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은 정보를 흘려서 상대가 직접 움직이게 만드는 걸 즐기는 인물입니다.”“그러니까…지금 이 순간도,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겠죠.”“맞습니다.그래서 지금부터는 유리 씨가 아니라, 제가 움직이겠습니다.”이우는 손에 들린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유리는 그것을 받아들고 첫 장을 펼쳤다.거기엔 ‘고발’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익명 제보자 명의로 구성된 문서.시훈의 재단 자금 불투명성, 복지 센터 내부 인사 개입, 가짜 후원 기록.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엔 유진의 사고와 관련된 인물 리스트가 있었다.“이걸... 진짜 내보낼 거예요?”유리는 묻는 동시에 자신도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이건 명백한 선언이 될 겁니다. 그 사람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요.”이우는 조용히 덧붙였다.“지키는 것엔 이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누군가를 정말 지키고 싶을 땐, 그 사람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요.”유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서약처럼 들렸다.“…지금 이우 씨 옆에 있는 이 감정, 거짓 아닌 거 맞죠?”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처음엔 아닐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입니다.”그 말은 유리의 감정을 완전히 흔들었다.하지만 그녀는 그 흔들림을 꾹 삼키고, 서류를 손에 쥐었다.“그럼, 이제 나도 움직여야겠네요.”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그 사람한테 줄 충격은, 같이 준비해요.”이우는 미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시각. 시훈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우가 움직였다는 사실을 듣고 있었다.“이우가? 조유리 씨의 센터 관련 고발 문서를 준비 중이라네요.”보좌관의 말
보낸 사람: 윤시훈. 영상 파일 첨부됨.유리는 손을 떨며 핸드폰을 들었다.이우는 그녀의 눈빛을 읽고 핸드폰을 가로막았다.“지금은, 그걸 보지 마십시오.”“…하지만 그 안에…”“그 사람이 만든 ‘두 번째 상처’일지도 모릅니다. 확인하는 순간, 그 사람이 원하던 감정으로 끌려가게 됩니다.”유리는 핸드폰 화면에서 영상을 다시 눌렀다.이우의 말대로 지금은 보지 말아야 할 타이밍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클릭하고 있었다.영상이 시작됐다.흐릿한 야간 조도. 멀리서 흔들리는 헤드라이트.그리고 흙바닥에 쓰러져 있는 한 여자.유진이었다.숨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움직이는 손이 보였다.마치 누군가를 향해, 뭔가를 짚으려는 듯한 손짓.그리고 그 순간. 프레임 안으로 누군가의 다리, 검은 정장이 들어왔다.천천히 조유진 앞에 앉아 무릎을 꿇고, 얼굴을 숙였다.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그 실루엣은 유리가 알고 있는 그리고 너무 잘 알고 있는 윤시훈이었다.“언니가, 봤어… 그 사람 얼굴을…”유리는 혼잣말처럼 중얼이며 입을 틀어막았다.화면 속. 시훈은 조유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리고 웃었다. 단 한 번, 아주 짧게.하지만 그 웃음은 기억을 꿰뚫는 독처럼 새겨졌다.영상은 거기서 끊겼다.유리는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떨어뜨렸다.이우가 곧바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었다.그리고 유리의 어깨를 붙잡았다.“괜찮으십니까?”“아뇨.”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이우의 셔츠 자락을 잡았다.“이젠 괜찮지 않게 해도 돼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강해지려 하지 않아도 되죠?”이우는 말없이 그녀를 안았다.그의 품 안에서, 유리는 터져버린 감정을 애써 참지도 않았다.“이우 씨… 내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아니요. 하지만 저는, 유리 씨가 어떤 얼굴을 해도 그 안에 있는 진심은 믿을 수 있습니다.”그 말은 울음을 멈추게 했고, 다시 울게 만들었다.그날 밤, 이우는 조용히 시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당신이 건드린
차 안은 조용했다. 이우는 운전대 위에 손을 얹은 채,가로등을 따라 번지는 불빛을 천천히 지나쳤다.조수석에 앉은 유리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하지만 그 정적 속에서 두 사람의 감정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조유리 씨.”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괜찮으십니까?”“…괜찮아질 거예요.”그 말에 이우는 핸들을 조심스레 돌리며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하지만, 그 일이 당신을 혼자 있게 만들지는 않을 거라는 것만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 조용한 맹세 같았다.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차 안의 어둠 속에서, 이우의 눈동자는 또렷했다.거기에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신념이 있었다.“나중에 말할게요. 그 사람이 시훈 씨가…뭘 말했는지, 내가 뭘 들었는지.”“기다리겠습니다.”그는 그렇게 대답했다.그 짧은 말이, 유리의 마음을 더 무너뜨렸다.‘기다리겠다’는 말은 모든 감정을 존중하는 자세였다.유리는 창밖을 바라봤다.어둠 속 도시 풍경은 자신의 마음 같았다.무언가 말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 같은 감정.하지만 말하는 순간 무너질까 두려운 감정.그 틈에서 그녀는 입술을 떨며 말했다.“…이우 씨.”“네.”“혹시 내가 지금 이 순간 당신한테 기댄다면, 당신은 나를 받아주실 수 있으세요?”이우는 답하지 않았다.대신 차를 멈추었다.그리고, 유리를 바라보았다.그 시선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무엇보다 지금부터의 모든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는 유리는 한숨처럼 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말했다.“그 사람이… 조유진 언니가 죽던 날, 그 순간의 얼굴을 보여줬대요. 언니한테, 일부러.”이우의 눈빛이 바뀌었다. 숨이 얕아졌다.“그 단추… 부검 당시 입에서 나온 걸 그가 갖고 있었어요.”“…….”“그걸, 내 앞에 꺼냈어요.”이우는 핸드폰을 꺼냈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입력하며 조용히 말했다.“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지금부터는 그를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