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네 삼촌, 내 남편!
네 삼촌, 내 남편!
Author: June

1장

Author: June
“사라, 이혼 합의서 초안 정말 내가 만들어도 되는 거 맞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지호의 목소리에는 주위의 잡음과 함께 망설임과 걱정이 가득했다.

“다시 생각해 봐. 이거 사인하면 너랑 선우, 이제 완전히 남남 되는 거야.”

사라는 잔 속의 갈색 액체를 멍하니 바라봤다. 위스키가 목을 태웠지만, 어젯밤의 장면만큼 강렬하진 못했다. 휴대폰을 쥔 그녀의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응.”

한참 만에 사라가 입을 열었다.

“나, 그 사람이랑 끝낼 거야.”

“도대체 왜?”

스피커 너머로 지호의 당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선우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널 엄청 사랑하잖아?”

사라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랑? 웃기지 마.’

입술을 꾹 다문 채, 목구멍 깊숙이 올라오는 쓴맛을 억눌렀다.

통화를 끊은 뒤, 사라는 창밖을 바라봤다. 길 건너 고층 빌딩 외벽의 거대한 LED 전광판에서는 아직도 그 빌어먹을 기자회견 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완벽한 수트를 차려입은 선우가 서서, 반짝이는 보석 장신구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다이아몬드와 보석들을 사용해, 그는 아내를 위해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이름은, ‘Love Sara’.

사라의 이름을 따서 붙인 작품이었다.

그는 전 세계를 향해 사라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선언했다. 출시되자마자 ‘Love Sara’는 SNS를 폭발시키며 연일 화제가 됐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부러워하며 떠들썩했다.

밖에서는 여전히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사라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날… 사랑해?”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결혼기념일 밤에 다른 여자랑 자면서?”

어젯밤은 그들의 결혼 3주년이었다.

선우는 준비해 둔 깜짝 선물이 있다며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사라는 선우가 가장 좋아하는 흰 원피스를 입고, 촛불을 켜고, 그가 좋아하는 음식까지 준비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또 기다렸다.

자정이 지나고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새벽 한 시,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페이스북 친구 요청 알림이었다. 낯선 프로필 사진, 그리고 메모 하나.

[당신을 위한 깜짝 선물]

사라는 순간 거절하려다 멈췄다. 곧이어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

[아직 안 자고 있네? 남편이 옆에 없어서 그런 거야?]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사람이 어떻게 선우가 집에 없다는 걸 알지?’

친구 요청은 수락하지 않았지만 메시지는 계속 이어졌다.

[모른 척하지 마, 나 네가 읽는 거 다 알아.]

[네 남편 지금 나랑 같이 있어.]

[나 천둥 무서워한다고, 걱정돼서 같이 있어 주네.]

[진짜 좋은 남자다. 근데 아쉽다. 너한테만 좋은 건 아니라서.]

메시지 하나하나가 칼처럼 심장을 찔렀다. 손이 덜덜 떨렸다. 장난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선 미친 듯이 부정하고 싶지 않은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못 믿겠으면 주소 보내줄까? 현관 비밀번호는 너네 결혼기념일이야.]

그 순간, 사라는 더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친구 요청을 수락하자마자, 상대는 곧바로 주소와 비밀번호를 보냈다.

[0823]

정확히 그들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사라는 미친 사람처럼 집을 뛰쳐나와 차를 몰았다. 도착한 곳은 고급 아파트 단지였다.

현관문 앞에 선 그녀의 손가락이 도어락 위에서 떨렸다.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비밀번호를 눌렀다.

찰칵. 문이 열렸다.

현관 바닥에는 남성용 수트 재킷이 아무렇게나 벗겨져 있었다. 아침에 선우가 입고 나간 옷. 그녀가 3주년 선물로 사줬던 바로 그 옷이었다.

거실 소파 위에는 검은 레이스 팬티가 던져져 있었고, 테이블 위 와인잔에는 여자의 립스틱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복도부터 침실까지, 남녀의 옷이 뒤섞여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침실 문 앞에 찢어진 채 떨어져 있던 빨간 레이스 슬립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거의 쓰러질 것 같았지만, 사라는 이를 악물고 반쯤 열린 침실 문을 밀었다.

침대 위에서, 알몸의 선우가 다른 여자를 끌어안고 있었다. 여자는 무릎을 꿇은 채 선우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그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고 있었다.

선우는 눈을 감은 채 쾌락에 젖은 얼굴로 신음했다.

“하아… 그래… 거기… 아… 좋아…”

여자가 도발적으로 물었다.

“나랑 사라, 누가 더 좋아?”

선우가 헛웃음을 섞어 말했다.

“네가 감히 사라랑 비교가 돼? 이 더러운 년아.”

그러곤 여자를 홱 돌려세워 뒤에서 허리를 움켜쥐고 거칠게 들이쳤다. 여자의 신음과 선우의 거친 숨소리가 뒤엉켜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장면은 사라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풋풋했던 대학 시절 연애부터 지금의 결혼까지, 8년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모두가 부러워했던 사랑, 천생연분이라던 말들...

이제는 전부 우스운 농담처럼 느껴졌다.

사라는 입을 틀어막고 구역질을 참으며 그 역겨운 공간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도심의 바에 들어가 구석 자리에 앉아 미친 듯이 술을 들이켰다. 위스키의 독한 맛이 목을 찔렀지만, 심장의 고통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

지호가 전화를 받고 급히 바에 도착했을 때, 사라는 이미 만취 상태였다.

“사라!”

지호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왜 이렇게 마셨어? 무슨 일 있어? 선우가 또 화나게 했어?”

눈이 빨갛게 충혈된 사라가 그녀를 올려다봤다.

“지호… 나 지금 그 이름 듣기 싫어.”

잔을 들어 위스키를 또 한 모금 들이켰다. 입안 가득 쓴맛이 번졌다.

“나 그 사람… 그 여자랑 붙어먹는 거… 내 눈으로 직접 봤어. 오해 같은 거 아니야.”

지호는 친구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사라… 그래도 둘이 앉아서 얘기…”

“할 말 없어.”

사라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이혼이야. 그 여자랑 붙어먹던 장면만 떠올라도… 토할 것 같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네 삼촌, 내 남편!   100장

    현진이 마치 긍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애진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녀는 기세를 몰아 계속해서 사라를 비꼬려 했다.하지만 바로 그 순간, 예서가 갑자기 끼어들었다.“근데, 한 가지 틀린 말씀하셨어요.”그녀는 망설임 없이 말을 이었다.“사라 선배님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능력도 있어요. 그런 건 단순히 부러워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애진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녀의 눈빛 사이로 짜증 어린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전 사라 씨가 능력이 없다고 한 적 없어요.”그녀는 억지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그냥 외모 덕분에 여러 이점을 얻는다는 뜻이었죠.”애진의 노골적인 빈정거림에 질린 사라는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그녀는 애진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 외모가 혜택을 준다고 하셨는데, 손애진 씨 집안 배경도 충분히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거 아닌가요?”사라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웠다.“아니었으면 지금 여기서 대표님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지도 못했겠죠.”세상은 원래부터 공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모든 걸 다 가지려 하는 건 단순한 욕심일 뿐이었다.애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얼굴은 보기 좋게 굳어졌다.사라는 식판을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먼저 일어날게요. 맛있게 드세요.”예서도 황급히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선배님, 미안해요. 아까 제가 너무 성급하게 대답했어요.”그녀는 죄책감 어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제가 같이 앉으라고만 안 했어도 이런 일 안 생겼을 텐데…”사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신경 쓰지 마.”애진은 애초부터 자신을 자극할 구실을 찾고 있었다. 설령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았더라도 근처에 남아 다른 방식으로라도 시비를 걸었을 게 분명했다.처음에는 사라도 애진과 현진이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애진은 현진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물론 결국 현진이 애진과 결혼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

  • 네 삼촌, 내 남편!   99장

    애진은 계속해서 현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현진은 가끔씩 짧게만 대답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꽤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애진과 현진이 옆자리에 앉은 뒤부터 사라는 줄곧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식사만 했다. 그녀는 그저 빨리 밥을 먹고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때였다.근처에서 다소 수줍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금사라 씨…”사라가 고개를 돌리자 빨간 장미 꽃다발을 든 키 크고 건장한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몇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리고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다음 순간, 남자는 장미 꽃다발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경은입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첫눈에 반했습니다.”그는 긴장한 듯 숨을 삼킨 뒤 용기를 내어 말을 이었다.“저에게… 당신을 좋아할 기회를 주실 수 있을까요?”사라는 대학 시절 이런 고백을 수도 없이 받아봤다. 하지만 선우와 결혼한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지금은 점심시간이었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와 경은에게 쏠렸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사라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죄송하지만, 저는 이미 결혼했습니다.”경은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사라는 어려 보이는 외모와 아름다운 얼굴 때문에 도저히 기혼자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거절당하자 경은은 마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비웃고 있는 듯한 굴욕감까지 느끼고 있었다.“금사라 씨… 제가 싫어서 결혼했다고 거짓말까지 하는 겁니까?” 경은이 따져 묻듯 말했다. 공격적인 말투에 사라는 불쾌함을 느꼈고, 그녀의 목소리 역시 차갑게 식었다.“김경은 씨, 믿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죠.”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전 이제 식사 계속하고 싶으니까

  • 네 삼촌, 내 남편!   98장

    하지만 정작 현진 본인은 더 이상 이 일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기에, 비서인 종일이 감히 나서서 뭐라 할 입장은 아니었다.사라는 종일 옆에 서 있는 젊은 여성을 바라봤다. 앳된 동안 얼굴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부드러운 머리카락, 그리고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웃는 눈매를 가진 아주 사랑스러운 인상이었다.“금사라 씨, 제 이름은 이예서입니다. 이번에 대학 졸업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예서가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자기소개했다.“안녕하세요. 금사라입니다.” 사라도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연구실에는 처리해야 할 일이 워낙 많았다. 최근 들어 업무량이 더욱 늘어나 혼자 감당하기 벅찼던 만큼, 보조 인력이 생긴 건 그녀에게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감사합니다, 박 비서님.” 사라가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하지만 종일의 표정은 여전히 냉랭했다.“감사 인사는 안 하셔도 됩니다. 제 업무일 뿐이니까요.”그는 형식적으로 말을 덧붙였다.“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사내 메신저로 연락 주세요.”종일의 불쾌감이 현진과 관련된 일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사라는 굳이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종일이 떠나자 예서가 사라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선배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금사라 씨’는 너무 딱딱해서요.”사라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좋아. 그럼 나도 말을 편하게 할게.”“오늘은 우선 논문 자료들부터 읽어봐. 이틀 정도 지나면 연구실 일도 같이 시작할 수 있을 거야.”“네! 감사합니다, 선배님!” 예서가 활기차게 답했다.예서는 밝고 성실한 성격이었다. 그녀는 수시로 연구실을 찾아와 논문 내용에 대해 질문했고, 사라는 그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차분하게 답해주었다.그렇게 오전 시간이 지나갈 무렵에는 두 사람 사이도 한결 가까워져 있었다.점심시간이 되자 예서는 자연스럽게 사라의 팔을 붙잡고 식당으로 향하며 말했다.“선배님, 프로스펙터스 테크놀로지 구내식당

  • 네 삼촌, 내 남편!   97장

    사라는 선우의 차가운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비웃듯 짧게 코웃음을 치더니, 그의 손에서 꽃다발과 보양식을 낚아채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종일의 눈이 충격으로 크게 뜨였다. 곧이어 억눌린 분노가 얼굴 위로 선명하게 드러났다.“금사라 씨,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도련님께서 직접 병문안까지 오셨는데 당신은…”하지만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현진은 이미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였다.종일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른 채 황급히 현진의 뒤를 따라갔다.“대표님, 정말 이렇게 그냥 가실 겁니까?” 종일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는 너무 굴욕적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현진은 그동안 수없이 사라를 도와줬지만, 그녀는 그런 호의를 냉정하게 짓밟아버린 셈이었다.현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되물었다.“그럼 어쩌라는 거지? 병실로 다시 들어가 이유라도 따져 묻기라도 하라는 건가?”그는 애초에 누군가에게 매달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자신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여자는 얼마든지 많았다. 꼭 사라여야만 할 이유도 없었다.현진의 싸늘한 눈빛을 본 종일은 발끝부터 한기가 스며드는 걸 느꼈고, 더 이상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그의 기분이 최악이라는 건 너무도 분명했다.……다시 병실 안.사라는 선우를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이제 만족해?”선우는 느긋하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라, 난 널 위해 이러는 거야. 그래야 작은 아버지도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을 테니까.”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안 그러면 결국 상처받는 건 너야.”사라의 얼굴에는 비웃음 어린 기색이 스쳤다.“날 위해서? 아니면 날 통제하려고?”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당신도 답은 알고 있잖아.”“사라, 꼭 그렇게까지 날 오해해야 해?” 선우가 낮게 물었다.“얼굴 보기 싫으니까, 나가.”사라가 차갑게 내뱉었다.선우의 눈빛이 순간 어두

  • 네 삼촌, 내 남편!   96장

    “아침 먹어.”선우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사라의 무심한 태도에 기분이 상한 게 분명했다.하지만 사라는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별로 안 먹고 싶어. 나중에 먹을게. 당신은 회사로 돌아가.”그 순간, 아까부터 억눌러 오던 선우의 감정이 결국 터져 나왔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비난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 배고픈 거야, 아니면 나만 보면 입맛이 떨어지는 거야?”사라는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그런 뜻 아니야.”“지금 딱 그런 뜻이잖아!” 선우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어젯밤 할머니가 널 집으로 부르셨을 때 왜 동료들이랑 저녁 먹는다고 거짓말했지?”그가 이상함을 느끼고 지호에게 직접 전화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그녀의 거짓말을 모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사라는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다.“걱정시키고 싶지 않았어.”선우는 낮게 비웃음을 흘렸다.“날 바보로 생각하지 마, 사라. 정말 내가 걱정돼서 그랬어?”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아니면 내가 작은 아버지까지 끌어들이는 걸 막고 싶었던 거야?”사라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제발 억지 좀 부리지 마.”“억지를 부리는 게 나일까, 아니면 뭔가 숨기고 있는 네 쪽일까?” 선우가 몰아붙였다.그는 그녀의 턱을 붙잡아 들어 올린 뒤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리고 한 단어 한 단어를 또렷하게 끊어 말했다.“사라, 만약 네가 우리 작은 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다른 감정을 품고 있다면 지금 당장 접는 게 좋을 거야.”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신씨 가문과 이혼한 여자, 그것도 한때 조카 며느리였던 여자를 작은 아버지와 결혼시키게 둘 것 같아?”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사라는 선우의 눈동자 속에 담긴 조롱과 경멸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마치 그녀가 얼마나 우스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혐오스럽다는 듯 그의

  • 네 삼촌, 내 남편!   95장

    구석에 웅크린 채 눈을 감고 있는 사라를 본 순간, 현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비정상적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몸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곧장 그녀에게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선우가 갑자기 현진을 밀쳐내고 빠르게 사라에게 먼저 다가갔다. 선우는 이미 의식을 잃은 그녀를 보는 순간 곧바로 몸을 숙여 품에 안아 들었다.사라가 정신까지 잃은 모습을 본 복순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그녀는 단지 하룻밤 정도 가둬두며 교훈을 주려 했을 뿐이었다. 일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분노로 속이 들끓고 있었지만 복순에게 화를 낼 수는 없었던 선우는 낮게 말했다.“할머니, 사라를 병원에 데려가겠습니다.”그는 대답조차 기다리지 않은 채 사라를 안고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현진은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눈빛에는 억눌린 분노가 선명하게 번뜩이고 있었다.복순은 현진을 바라보며 끝내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현진아… 내가 너무 심했니?”사라가 저런 상태가 된 걸 보자 그녀 역시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현진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그는 차갑게 말을 이었다.“이번 일은 애초에 사라 씨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뒤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벌을 주셨죠. 그게 정말 공정하다고 생각하세요?”복순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몇 초 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래도 모든 일의 시작은 걔 때문이잖니. 김씨 가문 아가씨를 무릎 꿇리지 않았다면 신가 그룹이 수천억 손실을 입을 일도 없었을 거야.”현진은 비웃듯 헛웃음을 흘렸다.“누군가 함정에 빠뜨리려 했는데, 반격도 하지 말라는 겁니까?”그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그리고 김나영 무릎을 꿇린 건 사라가 아니라 접니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으시면, 오늘 밤 제가 여기 남아 있겠습니다.”복순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된다. 네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 밤새 여기 있으

  • 네 삼촌, 내 남편!   71장

    애진의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하지만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복순이 식기를 탁 내려놓으며 현진을 나무랐다.“현진, 누가 그렇게 음식을 덜어주래?”두 사람 사이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애진을 좀 챙기라는 뜻이었지, 아예 접시째 그녀 앞으로 밀어주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괜히 밖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가문의 체면만 구길 일이었다.현진은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원래 이런 거 서툰 거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시키지 마세요.”복순은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지만, 애진이 먼저 웃으며 분위기를 수습했다.“괜찮아요.

  • 네 삼촌, 내 남편!   70장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현진의 눈빛에 희미한 자조 섞인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사라는 이미 분명하게 말했다. 자신에게 아무 감정도 없다고. 그런데도 계속 마음을 두고 있는 건 결국 혼자만의 미련일 뿐이었다.“…알겠습니다.”현진이 순순히 대답하자 복순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오히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현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또 무슨 꿍꿍이 있는 거 아니지?”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에 복순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현관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손님 오셨습니다.”

  • 네 삼촌, 내 남편!   68장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사라의 태도를 보며 지호의 눈빛에 답답함이 스쳐 지나갔다.예전처럼 차갑고 단호한 기색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사라, 오늘 네 선택 꼭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그 말을 남긴 지호는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 더 있다가는 정말 화를 참지 못할 것 같았다.이사 나갈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애가, 어떻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선우한테 저렇게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단 말인가.차에 올라탄 지호는 씩씩거리며 시동을 걸려다 문득 이상한 점을 떠올렸다.아까 자신이 아직도 선우를 좋아하냐고 물었을

  • 네 삼촌, 내 남편!   67장

    사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선우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그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사라를 다시 자신의 곁으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다른 문제들은 이후에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다.“사라, 걱정하지 마. 절대 선 넘는 짓 안 할게. 맹세해.”사라는 이미 그런 공허한 약속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그래서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다시 돌아가기로 한 이상, 그녀는 반드시 자기 자신을 지킬 생각이었다. 만약 선우가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 든다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다.“알겠어. 나 이제 들어갈게. 운전 조심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