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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Author: June
사라는 속이 울렁거리며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목에 걸린 목걸이를 거칠게 풀어냈다. 망설임도 없이 침실 쓰레기통 안으로 던져버렸다. 다이아몬드가 금속 통에 부딪히며 차갑게 짤랑 소리를 냈다.

그녀는 곧장 게스트 욕실로 달려가 샤워기를 틀었다. 뜨거운 물줄기가 피부를 태우듯 쏟아졌지만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샤워젤을 움켜쥐고 목과 몸을 미친 듯이 문질렀다. 선우의 흔적을 전부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의 손길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기억까지도.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여전히 더러운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그 목걸이가 다른 여자의 목에 걸려 있었단 사실이 떠오르자 속이 뒤틀렸다.

‘그 여자가 선우 아래에서 몸을 흔들 때, 그 목걸이도 함께 흔들렸겠지’ 하는 그 상상만으로도 위장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때 욕실 문이 벌컥 열렸다.

선우가 문간에 서서 유리 샤워부스 너머로 사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젖은 머리카락에서 어깨로, 물방울이 타고 흐르는 몸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

선우의 숨이 거칠어졌다. 눈빛은 노골적인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사라, 넌 정말 아름다워.”

목소리가 욕정으로 걸쭉하게 젖어 있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사라는 급히 수건을 몸에 감쌌다. 샤워부스를 나섰지만, 그가 어젯밤 그 여자도 이런 눈으로 봤을 거라는 생각에 또다시 구역질이 올라왔다.

“가까이 오지 마.”

사라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선우는 이미 다가오고 있었다.

“자기, 왜 그래?”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만지려 했지만, 사라는 재빨리 피했다.

선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끌어안았다. 수건 위로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사라, 난 지금 널 원해.”

그가 귓가에 속삭였다. 뜨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았다.

사라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벗어나려 애썼지만 힘 차이가 컸다. 그의 손이 가슴을 움켜쥐고, 엄지가 예민한 부분을 스쳤다. 다른 손은 허벅지 안쪽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우리 아이 가지자, 응?”

선우의 목소리는 갈망으로 젖어 있었다.

“당신 닮은 예쁜 딸이면 좋겠다.”

사라의 혈관 속으로 얼음물이 쏟아져 들어간 것 같았다. 방금 전 그 여자가 보냈던 사진이 떠올랐다. 지금 자신을 만지고 있는 바로 그 손이, 몇 시간 전 다른 여자의 몸을 더듬고 있었던 손이었다.

분노와 혐오가 가슴 속에서 폭발했다.

“떨어져!”

사라는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어냈다.

“선우, 나 피곤해! 지금 이런 거 하기 싫어!”

갑작스러운 거부에 선우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사라를 바라봤다.

“자기, 미안해.”

목소리가 순식간에 죄책감으로 물들었다.

“내가 너무 밀어붙였네. 그냥… 난 당신이 너무 좋아서 그래. 정말… 사랑해서...”

그는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지금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 기다려도 돼.”

사과하는 얼굴을 보며 사라는 속이 복잡하게 뒤틀렸다. 3년 동안 다정하고 배려심 깊던 남자는 어젯밤 다른 여자와 있었던 남자였다.

두 모습이 도무지 하나로 겹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진들, 그 메시지들, 쓰레기통 속 목걸이… 사실은 분명했다.

그날 밤, 사라는 천장을 바라본 채 꼬박 밤을 새웠다. 옆에서 고르게 숨 쉬는 선우의 숨소리가 더 괴로웠다. 고통스러운 장면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됐다.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였다.

다음 날 아침, 사라의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거울 속 얼굴은 핏기 없고 지쳐 보였다.

“자기, 괜찮아?”

선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너무 피곤해 보이는데. 오늘은 좀 쉬는 게 어때?”

사라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당신 할아버지 생신 파티 준비해야지.”

신씨 가문 저택의 정문을 지나 들어가던 중, 검은 롤스로이스 한 대가 굉음을 내며 그들 차를 추월하더니 곧장 본관 입구 앞에 멈춰 섰다.

선우의 손이 핸들을 세게 움켜쥐었다.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작은 아버지…”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신현진. 선우의 작은 아버지이자 할아버지 신중범의 막내아들. 나이 차는 6살뿐이지만, 선우는 늘 그를 어려워했다.

가업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거절하고 스스로 회사를 세운 남자. 그리고 그 회사는 지금 신씨 가문이 운영하는 신가 그룹보다 다섯 배는 더 큰 가치를 자랑했다.

천재적이고 냉혹하며, 뒤끝까지 무섭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작년, 선우가 사업 만찬 자리에서 그를 험담하는 걸 우연히 듣고는, 수십조 원 규모의 협업 제안을 단번에 거절해버렸었다.

선우는 롤스로이스 뒤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던 사라의 하이힐이 자갈길에 걸렸다.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질 뻔한 순간, 강한 두 손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단단한 가슴에 등이 닿으며 몸이 멈춰 섰다.

사라는 고개를 들어 짙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키가 크고 존재감이 압도적인 남자. 29살쯤 되어 보였다. 날카롭게 다듬어진 이목구비, 높은 광대, 곧은 콧대, 단단한 턱선. 맞춤 제작한 짙은 회색 수트가 넓은 어깨와 늘씬한 체형을 강조하고 있었다.

신현진이었다.

“조심해요.”

낮고 깊은 목소리.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울림 속에 진짜 걱정이 섞여 있었다.

순간, 사라는 그의 시선에 붙잡힌 듯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 선우가 다가와 질투로 상기된 얼굴로 사라의 손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고맙습니다, 작은 아버지.”

이를 악문 채 내뱉는 말투였다.

그는 사라를 저택 입구 쪽으로 끌고 가며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사라, 다른 남자랑 너무 가까이 있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친척이라도 마찬가지야.”

사라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 어젯밤 다른 여자와 뒹군 남자가 지금 질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내가 신씨 가문 저택 앞에서 대자로 넘어지는 건 괜찮고?”

차갑게 받아쳤다.

선우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런 뜻 아니야, 자기. 그냥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

사라는 대꾸하지 않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신씨 가문 저택은 웅장했다. 높은 천장, 화려한 샹들리에가 저택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사라의 마음은 조금도 들뜨지 않았다.

거실에 들어서자 선우의 할머니 복순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라, 선우! 왔구나, 어서 와서 앉아!”

사라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선우와는 별개로, 조부모님들에 대한 존경심만은 진심이었다. 할아버지 중범은 늘 그녀를 따뜻하게 대해줬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할머니.”

복순은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녀는 오랫동안 현진이 장가가길 바라왔다.

“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라.”

소파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현진이 거실로 들어왔다. 복순의 표정이 즉시 못마땅하게 변했다.

“선우 좀 봐라.”

그녀가 현진을 향해 말했다.

“회사도 잘 굴리고, 아내도 저렇게 예쁘고. 조만간 증손주를 안겨줄지도 모르지.”

목소리가 엄해졌다.

“그런데, 넌? 서른이 다 돼 가는데 아직도 혼자야. 다음 가족 모임에 여자친구 안 데려오면, 아예 오지도 마라!”

현진의 시선이 선우를 스쳤다가 사라에게 멈췄다. 입가에 반쯤 미소가 걸렸다.

“네, 맞아요.”

현진이 낮게 대답했다.

“정말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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