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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화. 이제 집에 왔으니까

Author: 서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3 17:39:05

이삿날 아침.

하랑의 오피스텔에는 마지막 가방과 메롱이의 이동장만 남아 있었다. 가구가 빠진 자리마다 벽과 바닥이 낯설게 드러났다.

하랑은 빈 서랍을 한 번 더 열어봤다.

“다 챙겼어?”

기태가 현관에서 물었다. 하랑은 어깨에 멘 가방을 꼭 눌렀다. 그 안에는 프러포즈 편지를 따로 넣어뒀다.

“응. 제일 중요한 것도.”

“그럼 가자.”

하랑은 불을 끄기 전 거실을 돌아봤다. 혼자 밥을 먹던 식탁 자리도, 기태를 기다리며 메롱이와 앉아 있던 소파 자리도 비어 있었다.

조금 이상했지만 싫지는 않았다.

기태가 이동장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메롱아, 우리 집에 가자.”

하랑이 웃으며 현관문을 닫았다.

새집에는 기태의 짐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큰 가구는 자리를 잡았고, 마지막 상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하랑은 이동장을 조용한 침실로 옮긴 뒤 문부터 닫았다.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금방 올게.”

모든 짐이 들어오고 이삿짐 직원들이 돌아간 뒤에야 집이 조용해졌다.

하랑은 침실로 가 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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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57화. 우리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토요일 오전.하랑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같은 말을 세 번째 반복했다.“오빠, 진짜 괜찮아?”기태가 주방에서 고개를 들었다.“뭐가.”“사람 너무 많이 오는 거 아니야?”“네가 다 초대했잖아.”“그때는 우리 집 생겨서 신났지.”하랑은 거실을 둘러봤다.오늘 오는 사람은 백금희와 무혁, 무진과 진화, 강진과 강욱.그리고 기태의 부모님 정식과 솔희까지였다.하랑은 손가락을 접어 세다가 눈을 크게 떴다.“와. 진짜 많다.”기태는 앞치마를 두른 채 냄비 뚜껑을 열었다.“그러니까 접시 좀 꺼내줘.”“응!”하랑은 곧장 주방으로 들어갔다.접시를 하나씩 식탁에 놓다가 기태가 만든 음식을 힐끗 봤다.“오빠.”“응.”“나 아무것도 안 해도 돼?”“하고 있잖아.”“접시만.”“그게 네 일이야.”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나도 요리 좀 배워야 하나.”기태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천천히.”“왜 그렇게 빨리 대답해?”“냄비 생각나서.”“오빠!”초인종이 울렸다.하랑은 얼른 현관으로 달려갔다.문을 열자 솔희가 가장 먼저 웃었다.“우리 하랑이!”“엄마!”하랑은 자연스럽게 솔희를 안았다.정식이 뒤에서 웃었다.“집 좋네.”“아버지, 들어오세요!”잠시 뒤 금희와 무혁 일행도 도착했다.“할머니!”“아이고, 우리 하랑이 집 잘 꾸몄네.”하랑은 신이 나서 금희의 손을 잡았다.“할머니, 여기 봐. 이게 우리 소파고 저기가 내 작업실!”그때 무혁 뒤에 서경이 보였다.하랑의 말이 잠시 멈췄다.서경은 여전히 단정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랑은 잠깐 머뭇거렸다.그러다 현관문을 더 활짝 열었다.“상무님도 들어오세요.”서경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졌다.“네.”무혁은 딸을 바라보다 조용히 웃었다.거실은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강욱은 소파에 앉자마자 주변을 둘러봤다.“야, 이하랑. 생각보다 집 멀쩡하다.”하랑이 눈을 흘겼다.“뭐가 생각보다야?”강진이 주방을 가리켰다.“저기는 한 팀장님 영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56화. 질투했어?

    퇴근 후.현관문이 닫히자 하랑은 신발부터 벗고 거실로 들어갔다.기태는 뒤에서 문을 잠그고 재킷을 벗었다.“하랑아.”“응.”대답은 했지만 하랑은 돌아보지 않았다.소파 쿠션을 정리하고, 아침에 두고 간 머리끈을 집어 들고, 멀쩡한 테이블까지 한 번 닦았다.기태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아직 화났어?”하랑의 손이 멈췄다.“아니.”“그런 얼굴 아닌데.”“나 원래 이런 얼굴이거든.”기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하랑이 홱 돌아봤다.“또 웃어!”“응.”“왜 웃어?”기태는 넥타이를 풀며 다가왔다.“귀여워서.”하랑의 눈이 동그래졌다.“내가 지금 귀여워 보여?”“응.”“나 회의 중에 실수했잖아. 오빠라고까지 했어.”“들었어.”하랑은 얼굴을 가렸다.“아, 진짜…….”기태가 손목을 잡아 내려줬다.“괜찮아.”“안 괜찮아. 로로 팀장님이랑 민지 대리님이랑 정훈 대리님 다 봤잖아.”“다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그래도!”하랑은 입술을 삐죽였다.기태는 그 얼굴을 보다가 물었다.“질투했어?”하랑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조금.”“조금?”“……많이.”기태가 웃었다.하랑이 눈을 흘겼다.“좋아?”“응.”“뭐가 좋아!”“네가 질투하는 거.”하랑의 입이 벌어졌다.“오빠 이상해.”“알아.”“나는 진짜 기분 이상했거든.”하랑은 그의 셔츠 소매를 잡았다.“일 이야기하는 건 괜찮아. 당연히 해야 되니까.”“응.”“근데 자꾸 쉬는 날 뭐 하냐고 하고, 밥 먹자고 하고.”“오빠가 잘생겨서 그런가 봐.”기태가 눈썹을 올렸다.“그 결론이 왜 그래.”“맞잖아. 키도 크고, 일도 잘하고.”기태가 낮게 웃었다.“누구 얘기야.”“내 남자친구.”하랑은 그의 왼손을 들어 반지를 보여줬다.“이것도 끼고 있었는데.”“봤겠지.”“그러니까 왜 물어봐.”기태는 하랑의 손가락 사이로 손을 끼웠다.“내가 거절했잖아.”하랑이 고개를 들었다.“응.”“약혼녀랑 시간 보내야 한다고도 했고.”“응.”“그런데도 화나?”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55화. 오빠는 왜 웃어?

    새집에서 함께 출근한 아침, 하랑은 기분이 좋았다.파트너사와의 회의가 시작되고도 마찬가지였다. 수정안을 설명하는 기태 옆에서 자료를 넘기며 고개를 끄덕였다.“한 팀장님 설명이 참 명확하시네요.”맞은편 강유정 팀장이 웃자 하랑도 환하게 웃었다.“맞아요. 어려운 부분도 잘 설명해주세요.”로로가 하랑을 한번 봤다. 남자친구 칭찬에 더 뿌듯한 얼굴이었다.기태는 화면의 연결부를 가리켰다.“이 부분은 제작팀 의견까지 반영했습니다.”“자료도 꼼꼼하시고요.”유정은 도면을 확인하다 기태를 바라봤다.“평소에도 이렇게 세심하세요?”기태가 펜을 내려놓았다.“필요한 부분은 확인합니다.”하랑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침에도 자기 가방을 챙겨준 남자였다.그런데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흘렀다.“쉬는 날에는 뭐 하세요? 일만 하실 것 같은데.”“요즘은 집 정리합니다.”“이사하셨어요?”“네.”하랑은 펜을 멈췄다.자기한테 물어보면 신나게 설명할 이야기였다. 그런데 유정은 계속 기태만 보고 있었다.“그럼 바쁘시겠네요. 정리 끝나면 식사 한번 해요. 일 이야기 말고 편하게요.”하랑의 입술이 조금씩 앞으로 나왔다.기태는 대답하기 전 하랑을 봤다. 아까까지 활짝 웃던 얼굴이 어느새 잔뜩 굳어 있었다.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팀장님.”하랑이 도면을 그의 앞으로 밀었다.“다음 장이요.”“마지막 장입니다.”“……아.”하랑은 다시 자료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정훈이 펜 끝을 내려다봤다. 맞은편 민지는 입술을 꾹 다물었고, 로로는 손등으로 턱을 받쳤다.유정이 기태에게 물었다.“혹시 식사 약속이 부담스러우세요?”기태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하랑이 고개를 들었다.“팀장님 바쁘세요.”잠깐 조용해졌다.“집 정리해야 하거든요. 아직 상자도 남았고.”말을 마친 하랑은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뒤늦게 생각했다.기태가 차분하게 물었다.“제 일정까지 확인하셨습니까?”하랑이 그를 홱 봤다.“알잖아요.”“뭘요.”“바쁘신 거요.”기태의 입꼬리가 다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54화. 이제 집에 왔으니까

    이삿날 아침.하랑의 오피스텔에는 마지막 가방과 메롱이의 이동장만 남아 있었다. 가구가 빠진 자리마다 벽과 바닥이 낯설게 드러났다.하랑은 빈 서랍을 한 번 더 열어봤다.“다 챙겼어?”기태가 현관에서 물었다. 하랑은 어깨에 멘 가방을 꼭 눌렀다. 그 안에는 프러포즈 편지를 따로 넣어뒀다.“응. 제일 중요한 것도.”“그럼 가자.”하랑은 불을 끄기 전 거실을 돌아봤다. 혼자 밥을 먹던 식탁 자리도, 기태를 기다리며 메롱이와 앉아 있던 소파 자리도 비어 있었다.조금 이상했지만 싫지는 않았다.기태가 이동장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메롱아, 우리 집에 가자.”하랑이 웃으며 현관문을 닫았다.새집에는 기태의 짐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큰 가구는 자리를 잡았고, 마지막 상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하랑은 이동장을 조용한 침실로 옮긴 뒤 문부터 닫았다.“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금방 올게.”모든 짐이 들어오고 이삿짐 직원들이 돌아간 뒤에야 집이 조용해졌다.하랑은 침실로 가 이동장 문을 열었다. 메롱이가 코를 내밀더니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섰다.“여기야.”하랑은 낮게 앉아 기다렸다. 메롱이는 침대 다리 냄새를 맡고, 문 앞에 선 기태의 발목에 몸을 비볐다.기태가 손을 내리자 작은 머리가 손바닥에 닿았다.“얘는 벌써 적응했네.”“아니야. 오빠는 아는 사람이잖아.”하랑도 기태에게 손을 내밀었다.“나도.”“뭘.”“일으켜줘.”기태가 손을 잡아 당기자 하랑은 일어나 그대로 그의 허리를 안았다.“이사했다!”“응.”“진짜 우리 집이야!”기태는 하랑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러니까 상자부터 풀자.”하랑이 웃으며 팔을 풀었다.거실에는 함께 고른 회색 소파와 밝은 쿠션이 놓여 있었다. 하랑은 앉아보고 싶었지만, 먼저 메롱이의 밥그릇과 물그릇을 챙겼다.기태는 고양이 화장실을 정해둔 곳으로 옮겼다. 둘이 움직일 때마다 메롱이의 고개도 바쁘게 돌아갔다.각자의 방에 물건을 넣고 나니 오후가 훌쩍 지나 있었다.하랑은 작업대 앞에 앉아 서랍을 열었다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53화. 팀장님은 누가 칭찬해요?

    검토표를 돌려받은 하랑은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 수정할 부분 아래에 오늘 후임을 지도한 과정까지 적혀 있었다. 하랑은 종이를 들고 기태의 책상 앞으로 갔다. “팀장님.” “네.” “이것도 봐주셨어요?” “같은 팀이잖아요.” 하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태가 수첩을 옆으로 옮기자 그 밑에서 다른 검토 자료들이 드러났다. 자기 것보다 훨씬 많았다. 하랑은 잠깐 그 서류들을 봤다. “팀장님은 누가 칭찬해요?” 기태의 펜이 멈췄다. “갑자기요?” “저희 건 다 봐주시잖아요. 잘한 것도 알려주시고.” 옆자리 정훈이 의자를 조금 돌렸다. “상무님께서 평가하시겠죠.” 하랑이 고개를 저었다. “평가 말고요. 잘했다고요.” 기태는 하랑을 올려다봤다. “상무님도 하십니다.” “아, 그러세요?” 하랑이 안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자료를 끌어안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기태의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이하랑 주임도요.” 하랑은 환하게 웃고 돌아갔다. 정훈이 다시 모니터를 보는 동안 기태는 펜을 쥔 손을 천천히 폈다. 퇴근 후 두 사람은 하랑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함께 고른 저녁을 포장해 들어오자 메롱이가 현관으로 다가왔다. 하랑은 고양이를 쓰다듬고 손부터 씻었다. 기태가 음식 포장을 열려는데 하랑이 앞접시를 내밀었다. “내가 할게.” “괜찮아.” “나도 괜찮아. 불 안 쓰잖아.” 기태가 웃으며 젓가락을 건넸다. 하랑은 두 사람 몫을 나눠 담고 물컵도 놓았다. 자기 밥은 조금 덜었다가 기태를 봤다. “더 먹으라고 하기 없기.” “모자라면 더 먹어.” “응!” 식사를 하며 하랑은 유나의 수정안 이야기를 꺼냈다. 어떻게 배치를 바꿨는지 손가락으로 그리다가 문득 말을 멈췄다. “오빠.” “응.” “오늘은 오빠 얘기부터 해.” 기태가 물잔을 내려놓았다. “무슨 얘기.” “오늘 있었던 일.” 그가 잠시 생각하자 하랑은 얌전히 기다렸다. 기태는 그 얼굴을 보고 작게 웃었다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52화. 저도 배웠는데요?

    하랑의 연필이 도면 위에서 멈췄다.유나가 점심시간에 말했던 수정안이었다. 장식의 간격을 넓히는 대신, 위치를 조금씩 엇갈리게 배치했다. 처음 의도했던 곡선은 남아 있는데 답답했던 부분은 훨씬 덜했다.“유나 씨, 이거 직접 그려본 거예요?”“네. 말씀하신 두 안이랑 같이 비교하려고요.”하랑은 도면을 나란히 놓았다.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였다가 바로 세웠다. 입술이 점점 앞으로 나왔다.유나는 펼쳐놓은 수첩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이상한가요?”“아니요.”하랑이 고개를 들었다.“이게 더 좋은데요?”유나의 손이 멈췄다.“정말요?”“네.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보다요.”하랑은 연필로 곡선을 따라갔다.“간격만 벌리면 너무 흩어져 보였거든요. 근데 이렇게 놓으니까 이어지는 느낌이 남잖아요.”유나가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하랑은 종이를 두 사람 사이로 밀어놓고 연결부를 가리켰다.“여기는 실제로 움직일 때 서로 닿는지 확인해야겠어요.”“그럼 제작 쪽에 먼저 물어볼까요?”“팀장님 검토받고요. 비교한 이유도 같이 정리해봐요.”유나가 얼른 메모했다.하랑도 제 수첩을 펼쳐 작은 그림을 그렸다. 유나가 연필을 멈추고 그 손을 바라봤다.“주임님도 적으세요?”“네. 저도 배웠는데요?”하랑이 웃었다.“같은 장식도 놓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네요. 다음에 또 생각해볼 수 있잖아요.”유나의 어깨가 조금 풀렸다.잠시 뒤 두 사람은 기태의 책상 앞으로 갔다. 하랑은 도면을 내려놓고 한 걸음 옆으로 비켰다.“팀장님, 유나 씨 수정안 검토 부탁드립니다.”기태가 자료를 받았다.“설명해보세요.”유나는 숨을 한번 들이마셨다.“기존 안은 간격을 넓히면 곡선의 흐름이 약해져서, 장식 위치를 바꿔봤습니다.”말이 조금 느렸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하랑은 옆에서 기다렸다. 설명 도중 유나가 자신을 보자 고개만 작게 끄덕여줬다.기태는 세 장의 도면을 차례로 살폈다.“변경 이유는 이해했습니다. 연결부는요?”“장식끼리 닿을 가능성이 있어서 제작 담당자와 확인하려고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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