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은호와 함께 경성시로 돌아온 유담은 차에서 내리자, 아내를 데리고 직접 딸을 맞이하러 나온 권씨 가문 부부에게 수줍은 표정으로 다가갔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권은석이 말했다.“어서 인사해야지.”유담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아버지, 어머니.”권은석의 눈가가 붉어졌다.“얘야, 드디어 널 찾았구나.”곧바로 아내를 부축해 유담 앞으로 데려온 그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미영아, 이것 봐. 우리 딸이야...”유담은 김미영을 바라봤다.‘이렇게 예쁜데 바보라고?’순간 표정이 돌변한 김미영이 품에 안고 있던 인형을 그대로 던지며 소리쳤다.“아니야!”갑작스러운 상황에 권은석은 물론 은호까지 그대로 굳어 버렸다.인형에 맞은 유담도 얼떨떨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었다.“미영아!”또 증세가 도진 줄 알고 그녀의 어깨를 붙잡은 권은석이 다정하게 달랬다.“이 아이가 우리 딸이야. 우리 딸이라고.”“아니야!”김미영의 눈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얘는 우리 아가가 아니야! 아니라고! 난 우리 아가를 찾을 거야!”“미영아...”“아버지, 제가 할게요.”뭔가를 눈치챈 듯, 은호는 바닥에 떨어진 인형을 주워 김미영에게 건네주었다.“어머니, 며칠만 기다리세요. 제가 아가를 데리고 올게요.”“그래. 우리 아가 보러 갈래.”김미영은 그제야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은호가 그녀를 달랜 뒤 강준에게 말했다.“어머니 모시고 들어가서 쉬시게 해.”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권은석이 물었다.“은호야, 그게 무슨 말이냐? 유전자 검사 결과도 나왔는데, 쟤가 네 동생이잖아?”방금 벌어진 일에 적잖이 놀라 새하얗게 질려 있던 유담은 속으로 원망을 쏟아냈다.‘내가 권씨 가문 딸이 아니었어? 분명 DNA 검사까지 했잖아.’‘다 저 미친 여자 때문이야!’‘친엄마라는 사람이 왜 하필 저런 사람이야?’은호는 대답 대신 유담을 향해 입을 열었다.“비행기 타고 오느라 피곤했지? 일단 가서 좀 쉬어.”고개를 끄덕인 유담은 기
병실 안에서는 간호사 두 명이 송인성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혈압이 다시 오르게 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잠시 후 밖으로 나온 간호사에게 이담이 물었다.“무슨 일이 있어요?”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쉰 간호사가 대답했다.“따님이 갑자기 찾아와서는 자기가 친딸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환자분 혈압이 크게 오를 뻔했어요.”“병문안도 안 오는 것도 모자라서, 자기는 원래 부잣집 딸이었어야 한다면서요.” “평생 부족한 게 없이 살 수 있었는데, 아버지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숨겨서 고생만 했다고 원망하더라고요.”명월이 놀라 물었다.“정말이에요?”어깨를 으쓱한 간호사가 덧붙였다.“저도 모르죠. 그래도 친딸이 아니더라도 키워주셨잖아요.”“친딸이라면 저런 딸은 차라리 안 낳는 게 나았을 것 같네요.”간호사가 자리를 뜬 뒤에도 명월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 얘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이담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양부모 이야기가 나오자 자연스레 자신의 상황이 떠오른 이담은 속으로 생각했다.‘누군가는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는데, 내 친가족들도 한 번쯤은 나를 찾아본 적이 있었을까?’...점심 무렵.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다가온 진혁이 물었다.“심 과장님 사무실이 어디죠?”고개를 들었다가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간호사가 이내 한쪽을 가리켰다.“저쪽입니다.”“감사합니다.”진혁이 떠나자 금세 모여든 간호사들이 수군거렸다.“세상에, 고 선생님만큼 잘생긴 사람이 또 있었네!”“게다가 심 과장님 찾아온 거래!”“나도 심 과장님 같은 플러팅 능력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이렇게 오래 솔로는 아니었을 텐데.”그때 뒤에서 명월이 말했다.“심 과장님 남편이에요.”간호사들은 동시에 굳어 버렸다.“...”‘심 과장님이 결혼했다고?’‘그럼 고 선생님은...’자료를 넘기며 병실에서 나오던 이담은 사무실로 향하던 발걸음이 문 앞에서 멈췄다.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보온 도시락을 들고 선 진혁의 모습은 어딘가 어색했다.다
손을 가볍게 밀어낸 은호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걱정이 되셨다면 진작 돌아와서 보셨어야죠.”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진 송지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은호가 짧게 인사했다.“전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래.”은호가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면서, 송지현의 입가에서 미소도 서서히 사라졌다.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 송지현이 나직이 물었다.“유전자 검사 결과는 넘겼어요?”상대의 대답을 들은 뒤에야 만족스럽게 전화를 끊은 그녀의 입가에 음산한 미소가 번졌다.“권은석, 네가 진짜 딸을 찾게 둘 순 없지.”예전에 죽은 자신의 아이와 그들의 딸을 바꿔치기한 이상, 이제 와서 다시 찾게 둘 수는 없었다....간호사 스테이션.송인성의 진료 기록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이담의 등 뒤로 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진료 기록이 그렇게 흥미롭습니까?”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담이 돌아보며 물었다.“고 선생님. 퇴근하신 거 아니었어요?”“퇴근한 거지 퇴사한 건 아니잖아요.”진료 기록으로 시선을 돌린 지훈이 물었다.“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아뇨... 송인성 환자분은 일반 병실로 옮기셨어요. 큰 이상은 없고요.”이담이 진료 기록을 덮었는데도 지훈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그럼 뭘 보고 있었던 겁니까?”“환자분께 딸이 있다고 하던데, 병문안도 한 번 안 오길래 그냥 궁금해서요.”이담이 적당히 둘러댔다.“남의 집안일에 관심도 많네요.”“그 정도는 아닌데요?”지훈이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요? 그런데 정우 말로는 저하고 저희 집안 얘기를 이것저것 물어봤다던데.”말문이 턱 막힌 이담은 속으로 생각했다.‘언제? 대체 언제 물어봤다는 거야?’“제가 아니라, 최 선생님이...”그때 마침 정우가 앞에서 부르자, 대답을 한 지훈이 이담을 힐끗 바라봤다.지훈은 입가에 옅은 미소만 남긴 채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담은 결국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한편, 경성시.강준에게서 온 소식을 듣자마자 권은석은 서둘러
다음 날.집을 나서자마자 진혁과 마주친 이담은, 정말 술에 취했던 사람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젯밤 일은 입에도 올리지 않았다.“소연 씨한테 들었어, 어젯밤 데려다줘서 고마워.”짧게 인사를 건넨 뒤 이담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한 걸음 다가와 앞을 막아선 진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그게 끝이야?”이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럼?”“어젯밤 했던 말 기억 안 나?”입술을 살짝 깨문 이담이 받아쳤다.“술 취해서 한 헛소리를 왜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진혁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의 팔을 가볍게 밀면서 이담이 쏘아붙였다.“엘리베이터 탈 거니까 비켜.”이담이 곧장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며 두 사람은 서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진혁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때 안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대표님. 그 두 사람 신원을 확인됐습니다.][문 과장님 쪽도 아니고 진 대표님 쪽 사람도 아닙니다.][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원장인데 이름은 송지현입니다.]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송 씨라고?”[송유담 씨 가족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강성시 상류층과도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잠시 침묵하던 진혁이 지시했다.“계속 지켜봐.”...급행으로 의뢰했던 친자 확인 결과를 받아 민간 감정기관을 나온 강준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은호에게 서류를 건넸다.“도련님, 긴급으로 진행한 결과입니다.”은호는 조용히 봉투를 열었다.일치율 99%라는 결과를 보는 순간 은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강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결과가 어떻습니까?”은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직접 결과지를 집어 든 강준의 입에서 곧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정말 아가씨가 맞네요?”“바로 어르신께 알려드리겠습니다.”강준이 전화를 거는 동안에도 은호는 끝내 아무 말도 없이 결과지만 바라봤다. 그토록 찾던 여동생을 드디어 만났는데도 이상하게
잠시 후, 호텔 앞에 멈춰 선 차에서 내린 진혁이 긴 다리를 뻗으면서 우산을 펼쳤다.식당에서 계산을 마치고 나온 하동규가 한마디 했다.“식사 도중에 말도 없이 나가더니, 이제야 돌아왔구나?”진혁이 담담하게 답했다.“처리할 일이 좀 있었습니다.”계단을 올라오던 진혁의 시선이 이담을 스쳐 지나 곧 마동순에게 닿았다.“할머니, 이담이는 제가 데려다주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마동순이 당부했다.“그래, 가는 길 조심하고.”말없이 진혁의 우산 아래로 들어간 이담의 어깨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으며, 진혁이 걸음을 옮겼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마동순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처음엔 정말 이혼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진혁이 이담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차는 빗길을 조용히 달렸다.시트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으려던 이담은 속이 계속 울렁거리면서, 메스꺼움이 턱밑까지 치밀어 올랐다.십여 분을 겨우 버티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차 세워요.”백미러를 본 안나가 물었다.“사모님, 괜찮으세요?”“토할 것 같아요.”안나가 급히 길가에 차를 세우자, 곧바로 차에서 내린 이담은 비틀거리며 화단 앞으로 달려가서 저녁에 먹은 걸 모두 토해냈다.생수 한 병을 꺼내들면서 안나가 나섰다.“제가 내려가 보겠습니다.”하지만 진혁이 생수를 받아들었다.“줘.”차에서 내려 이담의 뒤로 다가간 진혁이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쓸면서 타일렀다.“술도 약한데 무리해서 마시지 마.”익숙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한꺼번에 감정이 터져 나온 이담이 그의 손을 뿌리치며 쏘아붙였다.“당신이 뭔데 참견해? 예전에 내가 토할 때, 힘들어할 때 신경을 쓴 적이나 있었어?”잠시 당황한 진혁은 말없이 묵묵히 그녀의 화를 받아냈다.“네 눈엔 항상 문초연이랑 그 여자 아들밖에 없었어. 내가 얼마나 억울했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진혁이 조용히 대답했다.“생각해 봤어.”이담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거짓말하지 마.”“네 눈에는 그 여자뿐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눈빛에는 애써 감추려고 했던 간절함이 스며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결국 쓸쓸하게 가라앉고 있었다.예전이었다면 진혁에게서 이런 표정을 본다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시선을 피한 이담이 입을 열었다.“나 화장실 갈 거야.”서둘러 돌아서면서 걸음을 옮긴 이담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또다시 그의 세계로 빠져들까 봐, 차마 뒤를 돌아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화장실 안.이담은 조금이라도 혈색이 도는 것처럼 보이게 세면대 앞에서 립스틱을 살짝 덧바르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자, 이담은 들어온 중년 여성을 바라보았다.고급스러운 차림에 검은 레이스 베레모를 쓰고 화장도 단정하게 한 그녀의 이목구비는 무척 또렷하고 아름다웠다.그런데 어딘가 어색했다.시술을 받은 듯 표정은 약간 굳어 있었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눈매만큼은 이상하게도 낯이 익었다.여자가 먼저 미소를 건네자 이담도 예의 있게 웃어 보였다.곧 시선을 거두고 자리를 뜨려던 순간, 스쳐 지나가던 여자의 손가락에 낀 커다란 다이아 반지가 이담의 머리카락에 걸렸다.“앗...”머리카락이 당겨지면서 두피가 얼얼하게 아팠지만, 여자가 허둥지둥 사과했다.“죄송해요, 머리카락이 걸렸네요!”“어머, 어떡해...”잔뜩 당황한 여자가 어쩔 줄 몰라 했다.“우리 남편도 늘 저보고 덤벙댄다고 해요. 뭘 해도 남한테 폐만 끼친다면서...”“다 제 잘못이에요.”정작 머리카락이 당긴 건 이담인데, 울음은 상대가 먼저 터뜨렸다.괜히 자신이 사람을 울린 것만 같아서 난감해진 이담이 달랬다.“괜찮습니다. 화난 거 아니니까 울지 마세요.”여자는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웃었다.“아가씨는 정말 착하네요.”이담이 휴지를 내밀며 덧붙였다.“머리카락만 조금 걸린 거니 괜찮습니다.”잠시 멈칫하다 휴지를 받아 든 여자가 물었다.“이름이 뭐예요?”“심이담입니다.”“이담...”“참 예쁜 이름이네요.”환하게 웃은 여자가 자신을 소개했다.“전 송지현이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너무나도 갑작스러워 이담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이윤정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제 심민철은 이담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하 서방이랑 이혼하겠다고? 꿈 깨! 어림도 없는 소리!”“하씨 가문 문턱을 아무나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운 좋게 하씨 가문 며느리가 된 건, 하늘이 준 운이야! 주제를 알아야지!”운?‘하긴, 나한테 운이 있기는 할까?’그저 어릴 때 진혁과 함께 어두운 시기를 이겨냈고, 모든 걸 내 걸고 그를 구해줘서 하씨 가문에서 은혜를 갚은 것뿐이다.이담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눈시울을
이담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환자의 상태를 체크했다. 환자의 가족은 그녀가 집도의라는 걸 알자마자 너무 감격해 무릎을 꿇으려고 했고, 깜짝 놀란 이담과 의료진은 얼른 가족을 일으켜 세웠다.“뭐 하시는 거예요? 사람을 살리는 건 저희가 응당 해야 할 일이에요.”“선생님이 아니면 제 아들은 진작 죽었을 거예요. 선생님이 제 아들에게 살 희망을 줬어요. 정말 감사해요.”환자의 연로한 어머니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드디어 살았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의료진은 모두 생사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라, 죽음의 문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