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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Author: 강맹아
금산 요양센터에 머무는 동안 진혁이 억지로 이담을 안았던 그날 밤을 제외하면, 두 사람은 한 방에서 잔 적이 없었다.

이담을 빤히 바라보던 진혁이 입을 열었다.

“잠꼬대했어.”

이담이 멈칫했다.

‘내가 잠꼬대를 했다고? 무슨 말을 했지?’

당황한 이담의 표정을 보던 진혁이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긴장하는 걸 보니, 누구 꿈이라도 꿨어?”

시선을 피한 이담이 대꾸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진혁이 웃음기를 거두고 이담을 빤히 쳐다보았다.

도무지 이담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이담은 등을 돌려 누우며 중얼거렸다.

“잘래.”

진혁이 등 뒤에서 이담을 끌어안으며 목덜미에 얼굴을 기댔다.

“응, 자.”

이담은 몸을 살짝 웅크린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

거실에서 진혁과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도 이담은 어젯밤 꾼 꿈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 꿈은 무슨 뜻일까? 며칠 동안 고 선생님과 자주 마주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그 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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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62화

    유하연은 들고 있던 핸드백에서 세련된 사각 상자 하나를 꺼냈다.상자 자체부터 배나무로 만든 고급 공예품이었다.유하연이 상자를 이담의 앞으로 내밀었다.“원래는 내 딸의 혼수로 남겨두려고 했던 건데, 아쉽게도 나한텐 딸이 없잖아요. 그러니 이담 씨가 받아요.”이담은 화들짝 고개를 들며 다급히 손을 내저었다.“사모님, 이건 못 받아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너무 귀한 물건이에요.”유하연이 웃으며 되물었다.“열어보지도 않았는데 귀한 건 어떻게 알아요?” “이런 상자에 담아둘 정도면 안에 든 것도 분명 귀한 물건이겠죠. 이렇게 비싼 선물은 정말 못 받아요.”“받아요.”유하연의 목소리에는 거절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드러나 있었다.“내가 어머님이랑 절친이었다는 거 알잖아요.”“예전에 우리 둘이 약속도 했어요. 서로 아이들이 부부나 자매, 남매가 되지 못하더라도, 내가 딸처럼 생각하는 아이에게 선물 하나쯤은 꼭 남겨주자고.”유하연이 워낙 강하게 떠미는 바람에 이담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상자가 자신의 손 위에 올라와 있었다.“나한테 다시 돌려줄 생각 하지 말아요.”유하연이 이담의 손을 눌렀다.“내가 이담 씨한테 준 거니까 이제 이담 씨 거예요.”결국 이담은 어쩔 수 없이 선물을 받아들였다.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유하연은 병원에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이담은 유하연을 병원 정문까지 배웅했다.인사를 나눈 뒤 유하연이 차에 올라서 떠나자, 이담은 멀어지는 차를 한동안 바라봤다.그러고는 손에 든 세련되고 묵직한 나무 상자를 내려다봤다.안에 뭐가 들었는지 몰라서 함부로 흔들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저녁 무렵.차를 몰고 남산원으로 돌아온 이담은 막 차에서 내리자마자 진혁에게 온 카톡을 확인했다.[어젯밤 장미 받았어?]이담의 손가락이 빠르게 화면 위를 움직였다.[받았어. 창고에 잘 모셔놨어.][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직접 가져다줄 걸 그랬네.][문도 안 열어줄 거야!]메시지를 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61화

    권주남은 손에 들고 있던 유리컵을 내려놓았다.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은호를 마주 보았다.“너희가 있잖아. 그 정도는 알아서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은호는 강준에게 먼저 나가 있으라는 눈짓을 보냈다.사무실에 두 사람만 남자, 은호는 책상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큰고모 일은 그렇다 쳐도, 어머니한테 그런 일이 생겼는데 별로 신경 쓰이지 않으시나 봅니다.”“엄마는 자업자득이야.”권주남은 한숨을 내쉬며 책장 앞으로 걸어갔다.금융 서적 한 권을 꺼내 들고는 무심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내 말을 안 들었어. 본인이 셋째 형과 몰래 만나는 걸 선택했으니 언젠가는 들킬 일이었지.”마치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듯했다.얼굴에는 감정의 흔들림조차 전혀 없었다.은호는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느릿하게 두드리면서, 권주남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바라봤다.은호 역시 알고 있었다.권주남이 자신과 옛이야기나 나누자고 찾아온 건 아니었다.“저한테 무슨 용건이 있으십니까?”권주남은 들고 있던 책을 다시 책장에 꽂았다.몸을 돌린 얼굴에는 난감하다는 듯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은호야, 오늘은 정말 너랑 속 얘기 좀 하려고 온 거야. 알다시피 우리 둘은 나이 차이도 별로 않나잖아.”“난 널 조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동생처럼 생각하지.”은호는 담담하게 대꾸했다.“제 숙부님을 형제처럼 대할 수는 없죠. 다른 용건이 없으시면 이만 가주시죠.”그러면서 문 쪽으로 손을 내밀어 나가라는 뜻을 보였다.권주남의 난감한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가 이내 씁쓸한 미소로 바뀌었다.“넌 여전히 나한테 여지를 안 주네.”권주남은 천천히 책상 앞으로 걸어왔다.두 손으로 책상 끝을 짚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은호야, 집안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도 나도 잘 알잖아. 그런데 나도 정말 선택지가 없어.”“그리고 내 적은 너도, 네 아버지도 아니야.”“그러니까 나도 너랑 적이 되고 싶진 않아.”그 말을 끝으로 권주남은 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60화

    은호는 진지한 얼굴로 이담을 바라봤다.눈빛이 서서히 부드러워지면서 굳어 있던 미간도 조금씩 풀렸다.잠시 침묵하던 은호가 허리를 숙이면서, 바닥에 놓았던 배드민턴 가방을 다시 집어 들었다.조용한 목소리에는 타협 기색이 묻어 있었다.“지켜보는 거라... 그래. 그것도 나쁘진 않네. 네 결정에 내가 간섭하진 않을게.”“대신에 이거 하나는 약속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반드시 나한테 말해야 해. 또 혼자 숨기면 진짜 너랑 말 안 할 거야.”이담은 얼른 은호의 팔에 팔짱을 꼈다.“그럼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요.”은호가 손가락으로 이담의 이마를 톡 밀면서 말했다.“당분간은 말 안 할게.”...천희의 추문이 터지고 며칠 뒤.나씨 집안은 막대한 돈을 써서 겨우 관련 기사를 내렸다.기사는 사라졌지만, 한번 퍼진 이야기는 몇 년 안에 잊힐 리 없었다.아들 때문에 크게 화가 난 나승준이 천희를 해외로 보내려고 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권씨 집안과의 혼담 역시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되었다.나승준은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자기 아들이 저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이상, 조금이라도 집안 있는 여자가 며느리로 들어올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혼담이 깨지자 가장 기뻐한 사람은 단연 여름이었다.이담이 찾아온 날, 여름은 누가 봐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이담 언니!”이담이 멈칫했다.“언니?”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제가 언니보다 한 살 어리니까 당연히 언니라고 불러야죠.”이제는 진심으로 이담을 언니라고 부르고 싶었다.이담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여름과 함께 거실로 들어갔다.용주시에 온 뒤로 여름과 만난 횟수는 많지 않았다.그런데도 의외로 대화가 잘 통했다.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었다.무엇보다 여름을 통해서, 이담은 권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 되었다.권은상의 남편은 공직자였다.그 때문에 권주혁도 권은상을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권주연이 권은상에게 불만이 많았던 이유 역시 아버지가 늘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9화

    안나는 전화를 끊었다.어딘가로 메시지 하나를 보낸 뒤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마동순은 지분 양도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었다.서명을 마친 뒤 사본을 곁에 있던 변호사에게 건넸다.“이 계약서는 누구에게도 보여줘서는 안 됩니다. 하씨 집안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변호사가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마동순이 다시 말했다.“그리고 이 계약서를 내 유언장에 포함시켜 주세요. 내가 죽은 뒤에야 효력이 생기도록.”안나와 변호사가 동시에 멈칫했다.변호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회장님, 그건...”마동순이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묻지 마세요. 그날이 올 거라는 건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으니까.”그 시각.지연은 꽃다발을 품에 안은 채 병실 문밖에 서 있었다.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안에서 나누는 목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졌다.한마디 한마디가 작은 바늘이 되어 지연의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다.지연은 얼른 옆으로 몸을 숨겼다.차가운 벽에 등을 붙이는 순간 꽃다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꽃다발의 포장지가 심하게 구겨질 정도였다.어머니에게서 진혁이 살아 있고, 이담의 곁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자신은 절대로 진혁을 대신할 수 없었다.사실 대신하고 싶었던 적도 없었다.오히려 지연은 이 사촌 오빠를 꽤나 동경했다.가끔은 이런 생각까지 했다.‘진혁 오빠가 친오빠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런데 지금 마동순은 지분 양도 계약을 유언장에 넣으면서, 하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다른 사람’이란 결국 자신의 부모와 자신을 말하는 게 아니겠는가?지연도 하씨였다.부모가 무능하다고 해서 왜 자신까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단 말인가?지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입안에 옅은 피 맛이 번지고 나서야 겨우 힘을 풀었다.얼마나 세게 주먹을 쥐고 있었는지 손가락 마디마저 하얗게 질려 있었다.꽃줄기의 가시가 손바닥을 파고든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제서야 완전히 깨달았다.자신은 이 집안에서 단 한 번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8화

    이담의 귓불이 살짝 달아올랐다.괜히 바쁜 척 고개를 숙였다.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도시 곳곳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서 거리는 따뜻한 불빛으로 물들었다.두 사람은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밤바람에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얇게 입고 나온 이담은 약간 쌀쌀하다고 느꼈다.진혁이 재킷을 벗어서 이담의 어깨에 걸쳐주었다.“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이담은 재킷 깃을 가볍게 움켜쥐었다.옷에는 아직 진혁 특유의 향이 남아 있었다.우디 계열의 향수와 비슷한 세제 향.한때 너무도 익숙했지만, 나중에는 일부러 잊으려고 했던 냄새였다.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직위를 이용한 초연이 함정을 만들고 이담이 룸에서 몹쓸 일을 당할 뻔했던 날.그때 경훈이 이담을 병원으로 데려갔었다.그날도 병원에서 진혁이 지금처럼 자기 재킷을 이담의 어깨에 덮어주었다.다만 그때의 진혁은 그저 소유욕 때문에 그랬을 뿐이었다.이담이 경훈과 가까이 지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지금처럼 눈에 온통 걱정을 담고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진혁은 이담의 눈빛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은 듯했다.가슴 한구석이 마치 날카로운 것에 찔린 것처럼 아파왔다.미안하다는 말을 꺼내고 싶었다.하지만 그 말은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괜히 예전 일을 들추었다가, 어렵게 이어진 지금의 평온마저 깨뜨릴까 두렵기도 했다.진혁은 알고 있었다.이담에게 완전히 용서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걸.시선을 돌린 진혁이 말했다.“집에 데려다줄게.”이담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나란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 꽃집 앞을 지나는데, 임신한 가게 주인이 손님들에게 꽃을 권하고 있었다.마침 이담을 발견한 여자가 웃으며 불러 세웠다.“아가씨, 오늘 밸런타인데이잖아요. 남자친구한테 꽃 한 다발 사달라고 해요.”“밸런타인데이?”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이담은 당연히 진혁이 알고 데이트 일정을 잡은 줄 알았다.하지만 표정을 보니...진혁은 주먹을 입가에 대면서 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7화

    영화가 끝난 뒤, 이담과 진혁은 나란히 영화관에서 나왔다.진혁은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친 채 이담의 가방까지 대신 들고 있었다.평소의 체면 같은 건 완전히 내려놓은 모습이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모범적인 남자친구로 보일 정도였다.어두웠던 복도의 조명이 점점 밝아졌다.이담은 걸음을 살짝 멈추고 옆에 선 진혁을 바라봤다.몸을 돌리는 순간 긴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부드럽게 흘러내렸다.“당신 코미디 영화 싫어하지 않았어?”이담의 기억 속 진혁은 이런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진혁이 미세하게 멈칫하더니 가방끈을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으로 문질렀다.“요즘 보기 시작했어.”이담은 더 묻지 않았다.영화관 로비까지 나온 순간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걸음을 멈췄다.“맞다. 방준영이 총격을 당했다는 얘기, 지훈 씨한테 들었어.”진혁의 목젖이 살짝 움직이면서 조금 전보다 목소리가 낮아졌다.“응. 지난주 일이야.”하필 이런 날 지훈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었다.이담은 진혁의 미묘한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사람을 시켜서 지원 씨 행방도 좀 알아봐 줄 수 있어?”진혁은 눈을 들어 이담을 바라봤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다른 생각은 전부 사라졌다.“그래.”진혁이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승낙하자 이담이 오히려 살짝 놀랐다.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주변을 둘러보다가 멀지 않은 곳의 디저트 가게를 발견했다.“저 집 밀크레이프 괜찮아 보이는데.”“먹어볼래?”진혁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원래대로라면 민아가 짜준 계획을 따라야 했다.하지만...그냥 이담이 원하는 대로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디저트 가게로 들어갔다.마침 창가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이담이 자리에 앉자마자 진혁이 직원을 불렀다.“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하고 라떼 한 잔 주세요.”“라떼는 덜 달게, 따뜻한 걸로요.”이담이 놀란 얼굴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1화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8화

    너무나도 갑작스러워 이담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이윤정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이제 심민철은 이담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하 서방이랑 이혼하겠다고? 꿈 깨! 어림도 없는 소리!”“하씨 가문 문턱을 아무나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운 좋게 하씨 가문 며느리가 된 건, 하늘이 준 운이야! 주제를 알아야지!”운?‘하긴, 나한테 운이 있기는 할까?’그저 어릴 때 진혁과 함께 어두운 시기를 이겨냈고, 모든 걸 내 걸고 그를 구해줘서 하씨 가문에서 은혜를 갚은 것뿐이다.이담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눈시울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7화

    이담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환자의 상태를 체크했다. 환자의 가족은 그녀가 집도의라는 걸 알자마자 너무 감격해 무릎을 꿇으려고 했고, 깜짝 놀란 이담과 의료진은 얼른 가족을 일으켜 세웠다.“뭐 하시는 거예요? 사람을 살리는 건 저희가 응당 해야 할 일이에요.”“선생님이 아니면 제 아들은 진작 죽었을 거예요. 선생님이 제 아들에게 살 희망을 줬어요. 정말 감사해요.”환자의 연로한 어머니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드디어 살았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의료진은 모두 생사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이라, 죽음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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