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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Author: 강맹아
이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알아요. 제가 진짜 바보도 아닌데, 그렇게 중요한 걸 아무렇게나 방에다 두고 나갔겠어요?”

은호가 멈칫하더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은근히 웃고 있는 이담을 쳐다보았다.

“도련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

“아주머니, 아무 일도 아니에요. 가서 일 보세요.”

이담이 달래듯이 말했다.

고용인은 더 묻지 못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주방으로 돌아갔다.

은호는 양손을 허리에 얹은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오는 내내 다급하게 차를 몰고 돌아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담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권주연과 똑같은 변을 당할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이담은 이제 막 권씨 집안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권서안이 아직 은호를 대놓고 건드릴 수는 없어도, 이담부터 노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이담은 오빠의 걱정을 눈치채고 먼저 손을 잡았다.

“절대 충동적으로 굴지 않을게요. 녹음기 안에 있던 파일은 진작에 다 지웠고, 복구도 못 하게 해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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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50화

    구윤슬이 끌려나간 뒤, 소란스럽던 거실은 순식간에 숨 막힐 듯한 정적에 휩싸였다.남아 있던 세 사람 역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모두 이번 일이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한 모양이었다.권서안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모든 걸 털어놓은 걸까?아니면 처음부터 치밀하게 짜인 함정이었을까?정말 구윤슬이 모든 일의 배후라면, 어떻게 저렇게 쉽게 흥분할 수 있단 말인가?권서안의 말 몇 마디에 이성을 잃고 달려든 탓에 오히려 자신의 혐의만 더 짙어졌다.권주혁의 얼굴은 잿빛으로 굳어 있었다.찻잔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아내와 아들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날카로운 가시처럼 가슴속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 박혀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들었다.평생을 살아오면서 이 집안에서는 자신의 말이 곧 법이었다.그런데 설마 평생 곁을 지킨 아내와 가장 존재감 없던 아들이 자신의 등 뒤에서 이런 추잡한 짓을 벌이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찻잔 안의 찻물이 잔잔히 흔들렸다.찻물 위에 권주혁의 눈에 어린 충격과 분노, 그리고 감추기 힘든 깊은 수치심이 비치는 듯했다.바싹 마른 입술에 힘을 주며 꽉 다물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가슴속에서 들끓는 분노와 실망이 그대로 자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극심한 분노 탓에 혈압까지 치솟은 모양이었다.갑자기 현기증이 밀려오더니,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바닥으로 미끄러지면서 산산조각이 났다.“아버지!”“할아버지!”가장 가까이에 있던 은호가 서둘러 권주혁을 부축했다.곧이어 권회명과 권은석도 다급하게 달려들었다.이담 역시 얼른 다가가서 손을 보탰다.“아빠, 큰삼촌. 먼저 할아버지를 눕혀 주세요. 더 심해지지 않게 반듯하게 누운 자세를 유지해야 해요.”이담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구급차를 불렀다.침착하게 권주혁의 현재 상태를 설명한 뒤 고개를 들었다.“집에 혈압약 있어요? 니페디핀 같은 거요.”곁에 있던 고용인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있어요!”“빨리 가져와 주세요.”고용인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49화

    권주혁이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이냐?”“큰누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서 굴러떨어지게 만든 건 바로 접니다.”권서안이 울음을 터뜨렸다.얼굴에는 후회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전... 큰누나를 죽일 생각은 정말 없었습니다.”“그날 큰누나와 다투다가 겁이 나서... 제가 정말 미쳤습니다. 순간 정신이 나갔어요!”“죽을 죄를 지었습니다!”권서안은 갑자기 자신의 뺨을 후려치기 시작했다.퍽!한 번 칠 때마다 소리가 더 커졌다.권회명이 손을 뻗으면서 권서안을 막았다.“서안아,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해. 네 몸을 상하게 하지 말고.”“제 잘못입니다!”권서안이 울부짖었다.“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아버지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나한테 죄를 지었다고?”권주혁은 권서안의 말을 곱씹다가, 문득 곁에 앉아 있던 구윤슬을 바라보았다.구윤슬은 의자에서 굳은 채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구윤슬하고 그런 관계가 된 것부터 잘못이었습니다. 저 여자 유혹에 넘어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죽일 놈이고, 큰누나를 죽게 만든 것도 접니다!”마치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그 말이 거실 한복판에 떨어졌다.구윤슬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얼굴이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다.권서안을 가리키는 손가락마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너... 지금 무슨 헛소리야!”“권서안, 생사람 잡지 마! 내가 언제 널 유혹했다고 그래? 나까지 끌어들이지 마!”‘미친 거야?’권주혁의 시선이 얼음 칼날처럼 구윤슬에게 꽂혔다.눈빛에 서린 싸늘한 한기는 사람을 그대로 얼려버릴 듯했다.젊은 아내가 자신의 아들과 붙어먹었다니!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자신의 체면을 짓밟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완전히 당황한 구윤슬은 곧바로 권주혁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여보, 아니에요! 저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제가 유혹한 적도 없어요!”“아무 사이도 아니라고?”권서안이 처연하게 웃었다.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얼굴은 처참할 정도로 엉망이었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48화

    잔뜩 흥분해 있던 권서안은 권주남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조금 진정했다.아버지가 요즘 권회명을 얼마나 챙기고 있는지는 권서안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이제 권씨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은 대부분 권회명에게 맡았고, 친아들인 자신조차 함부로 끼어들 수 없었다.권회명은 이미 D국 프로젝트의 대형 계약까지 따낸 상태였다.거기에 권은석의 딸과 주계룡 양아들의 혼사까지 성사되게 놔둔다면, 그동안 자신이 들인 노력은 전부 물거품이 되고 말 터였다.권서안은 마음을 가라앉혔다.이를 악물자 턱 근육이 꿈틀거렸다.“그래서 무슨 방법이 있는데?”[셋째 형이랑 엄마 사이의 일은 이미 숨길 수 없게 됐잖아. 그럼 굳이 숨길 필요도 없지.]권서안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핸드폰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면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너 미쳤어?”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소름 끼칠 만큼 냉정했다.한마디 한마디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권서안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살아남으려면 버릴 건 버려야지. 셋째 형이 원래 제일 잘하던 거잖아. 큰누나한테 그랬던 것처럼.]권서안의 목젖이 크게 오르내렸다.가슴을 뚫고 나올 듯이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자신도 충분히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권주남은 아예 한술 더 떴다.“그래도 네 엄마야. 정말 그렇게까지 할 거야?”권주남이 차갑게 비웃었다.[엄마한테 선택권을 주면 우릴 택할 것 같아? 권씨 집안에서는 정이 제일 쓸모없는 거잖아. 셋째 형이 나보다 더 잘 알 텐데.]통화가 끝난 뒤에도 권서안은 한동안 핸드폰만 매만졌다.얼굴은 음산하게 굳어 있었다.자신이 독한 인간이라는 건 인정할 수 있었다.하지만 권주남은 자신보다도 훨씬 더 지독했다.지금 둘이 같은 편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이었다.만약 적이었다면...다만 앞으로도 계속 적이 아닐지, 같은 편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경찰 수사는 한 단계 더 진전되었다.복원된 CCTV 영상에는 권주연이 몰던 차량에 누군가 손을 대는 듯한 장면이 찍혀 있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47화

    이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알아요. 제가 진짜 바보도 아닌데, 그렇게 중요한 걸 아무렇게나 방에다 두고 나갔겠어요?”은호가 멈칫하더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은근히 웃고 있는 이담을 쳐다보았다.“도련님, 이게... 무슨 일이에요?”“아주머니, 아무 일도 아니에요. 가서 일 보세요.”이담이 달래듯이 말했다.고용인은 더 묻지 못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주방으로 돌아갔다.은호는 양손을 허리에 얹은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오는 내내 다급하게 차를 몰고 돌아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이담이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권주연과 똑같은 변을 당할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이담은 이제 막 권씨 집안으로 돌아온 참이었다.권서안이 아직 은호를 대놓고 건드릴 수는 없어도, 이담부터 노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이담은 오빠의 걱정을 눈치채고 먼저 손을 잡았다.“절대 충동적으로 굴지 않을게요. 녹음기 안에 있던 파일은 진작에 다 지웠고, 복구도 못 하게 해뒀어요.”“게다가 그 녹음기 자체가 미끼였고요.”“미끼?”“둘째 삼촌이 정말 증거 때문에 온 건지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녹음기를 방에 두고, 사람을 시켜서 그 사실을 흘렸어요.”은호는 어이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이제는 대놓고 둘째 삼촌을 도발하기까지 하는 거야?”“오빠랑 큰삼촌도 아주머니와 둘째 삼촌 사이의 일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안 들췄잖아요.”“그걸 폭로해 봤자 경쟁자 둘이 줄어드는 정도밖에 안 된다는 뜻 아닌가요? 아직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막내 삼촌도 있잖아요.”이담은 팔짱을 끼고 은호를 빤히 바라보았다.“권씨 집안에 이렇게 많은 일이 터졌고 작은고모까지 돌아왔어요. 그런데 정작 막내 삼촌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잖아요.”“아무리 권씨 집안사람들 사이가 별로라고 해도 명색이 친누나인데, 겉치레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자기는 권씨 집안 분쟁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쏙 빠져 있잖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46화

    장례가 끝난 뒤 이담은 아버지와 오빠를 따라서 권주혁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안에서는 카렌이 감정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여름을 달래고 있었다.권주혁이 권회명에게 물었다.“의사는 뭐라고 하더냐?”“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은 것 같습니다.”권주혁은 병실 안을 한 번 바라보았다.얼굴에는 묘한 기색이 떠올랐다.“요즘 우리 집안에 골치 아픈 일이 갈수록 많아지는구나. 대체 뒤에서 일을 꾸미는 놈이 누군지.”깊게 숨을 들이마신 권주혁은 병실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 없는 듯 몸을 돌렸다.“아비더러 애 곁에 있게 해. 사람 하나만 여기 남겨 두고. 또 자살 소동 같은 일 벌이지 않게 잘 지켜.”권은석 곁을 지나던 권주혁이 걸음을 멈추었다.“은석아, 너하고 얘기를 좀 해야겠다.”권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권주혁이 떠난 뒤, 권은석은 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담이 꼭 집에 데려다줘.”“알겠습니다.”권은석은 권주혁 일행과 함께 자리를 떴다.복도에는 이담과 은호만 남았다.은호는 병실 안으로 들어가서 여름을 살폈지만, 이담은 들어가지 않고 문밖에서 기다렸다.약 10분이 지나서야 은호가 병실에서 나왔다.두 사람은 병원을 나와서 차에 올라탔다.한참 동안 침묵하던 이담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빠, 둘째 삼촌이랑 아주머니 일... 오빠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요?”핸들을 잡고 있던 은호의 손이 멈칫했다.고개를 돌려서 이담을 바라보았다.“큰고모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녹음이 두 사람... 관계의 증거예요.”은호가 미간을 찌푸렸다.“누가 네가 그 증거 가져가는 거 봤어?”“아마 없을 거예요.”이담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그런데 미용실에서 둘째 삼촌을 만났어요. 거기 나타난 것도 설마...”“녹음기는?”“집에 두고 왔어요.”한편, 남산원.초인종이 울리자 고용인이 문을 열러 나갔다.문밖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권서안이었다.“어쩐 일이세요?”고용인이 멈칫했다.권서안이 웃으며 물었다.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45화

    “예, 예!”운전기사는 연신 대답하면서 앞쪽 교차로에서 다급하게 차를 돌렸다.하지만 권서안 일행이 미용실로 되돌아가서 담당 직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자리를 뜬 뒤였다.권서안은 허리에 손을 짚은 채 복도에 놓인 쓰레기통을 걷어차서 넘어뜨렸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권주연은 자신과 구윤슬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게다가 최근 들어 평소와 달리 노골적으로 자신들을 자극하기까지 했으니, 손에 무언가 확실한 증거를 쥐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미용실은 권주연이 자주 찾던 곳이었다.가장 위험한 곳이 오히려 가장 안전한 법.그런데 하필 한발 늦고 말았다.그 순간 권서안은 미용실에서 이담과 마주쳤던 일을 떠올렸다.‘설마 그 애가?’사실이든 아니든 지금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다.마침 이참에 남매를 한꺼번에 처리할 생각이었다....3일 뒤.권주연의 죽음 소식은 용주시에 퍼질 대로 퍼져 있었다.대외적으로 알려진 사고 원인은 대부분 음주운전이라는 이야기였다.사실 여부는 아직 경찰이 발표하지 않았지만, 다들 속으로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권씨 집안은 권주연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렀다.조문객 중에는 생전에 가까이 지냈던 친구들도 있었고, 권씨 집안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이담은 검은색 롱 카디건 코트에 같은 계열의 벨벳 플리츠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화장 역시 최대한 수수하게 했다.권은석의 곁에 서서 조문객을 상대하던 이담의 눈에 권주연의 전남편 카렌의 모습이 들어왔다.은호에게 들은 바로는, 카렌은 Y국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H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유학을 왔을 때 권주연과 알게 되었다고 했다.당시 권주연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카렌과 결혼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이혼한 건 감정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결혼 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가치관 차이를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카렌은 권주연의 영정사진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아마 카렌 역시 이런 식으로 전처를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5화

    진혁의 안색이 일순 어두워졌다. 초연의 손을 놓으려는 순간, 초연이 그를 꽉 붙잡았다.“진혁 씨, 나 아직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나랑 같이 약 가지러 가줄 수 있어?”여린 이담의 모습이 사라지자, 미간을 찌푸린 진혁은 시선을 거두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동의했다.진혁은 초연과 함께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았다. 진혁에게 고개를 돌린 초연은, 그의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는 걸 발견하고는 싱긋 웃으며 다가갔다.“진혁 씨, 준희가 사립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해. 아직 가족관계기록부가 없어서 그런데, 잠시만 진혁 씨 아들로 올릴 수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화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화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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