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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Autor: 강맹아
어느새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

집에 도착한 이담은 차를 마당에 세운 뒤 현관으로 들어섰다.

고용인이 곧장 다가왔다.

“아가씨, 오셨어요...”

뭔가 말을 하려던 고용인보다 먼저 이담의 시선이 거실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진혁이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이담이 잠시 멈칫하다 다가갔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어?”

진혁은 이담만 바라봤다.

“보고 싶어서 왔어.”

이담은 할 말을 잃었다.

고용인은 눈치껏 더 이상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았다.

“아가씨, 진 선생님이랑 말씀 나누세요. 저는 들어가 볼게요.”

몇 걸음 옮기던 고용인이 갑자기 뒤돌아봤다.

“아, 맞다. 진 선생님은 오늘 여기서 주무시나요?”

이담이 멈칫했다.

진혁도 그녀를 바라봤다.

이담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혁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아직은 예의에 어긋나니까요.”

다른 사람들 눈에 그는 여전히 ‘진 선생님’이었고, 이담과는 이제 막 약혼을 앞둔 사이였다.

약혼 전부터 괜한 소문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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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6화

    오후.진혁의 차는 일찌감치 연구소 정문 앞에 와 있었다.이담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진혁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이담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뜻밖에도 지훈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차 문을 열고 내리려던 순간, 젊은 여자 한 명이 지훈을 뒤쫓아왔다.나비처럼 그의 주변을 맴도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진혁이 미간을 찌푸렸다.남의 일 구경하듯 보고 있다가 갑자기 자신의 집안일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기사가 뒤를 돌아봤다.“대표님, 저분... 민아 아가씨 아닙니까?”시선을 거둔 진혁은 골치가 아픈 듯 콧등을 문질렀다.민아를 용주시에 보낸 건 지훈과 이담 사이를 방해하라는 뜻이 맞았다.그렇다고 이씨 집안의 사윗감까지 구해오라는 뜻은 아니었다.민아는 진혁의 차를 발견하지 못한 채 지훈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그러다 지훈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앞을 바라봤다.민아도 궁금한 듯 고개를 돌렸다.진혁이 느긋하게 차에서 내렸다.민아는 순간 굳어지면서 못 본 척하려고 했지만, 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으셨네요.”진혁이 가볍게 웃었다.“정체까지 다 밝혔으니 더 이상 가릴 필요는 없죠.”“죽은 척하면서 모두를 속이고, 주씨 집안의 양아들 신분으로 용주시에 숨어 계셨다니. 다시 생각해도 꽤 괜찮은 계획이었습니다.”“고지훈 씨도 이제 남 칭찬을 다 하네요?”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어느 쪽도 밀리지 않는 분위기에 주변의 공기까지 묘하게 팽팽해졌다.가운데 낀 민아는 이쪽을 봤다가 저쪽을 봤다가 하며 누구부터 말려야 할지 몰랐다.그때 연구소에서 나온 이담이 세 사람을 발견했다.걸음을 잠시 멈추고 곧바로 민아를 바라봤다.민아는 이담을 보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크게 외쳤다.“새언니!”황급히 달려와서 이담 옆에 붙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오빠 좀 말려봐요...”이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두 남자에게 다가갔다.“두 사람 분위기가 왜 이래요? 설마 여기서 싸우기라도 하려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5화

    하동민의 얼굴이 곧바로 일그러졌다.“네가 왜 왔어?”안나가 찾아왔는데 절대 좋은 일이 있을 리 없었다.하동민은 비서를 흘겨봤다.“아무도 만나지 않겠다고 했잖아.”알아서 돌려보내라는 뜻이었다.비서는 곤란한 표정으로 안나를 막아섰다.“안 비서님, 죄송합니다. 회장님께서 오늘 약속이 있으셔서요.”하동민은 소파에 앉은 채 대놓고 만나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안나는 눈을 내리깔면서 가볍게 웃었다.“회장님, 이번에 찾아온 건 사모님과 관련된 일입니다.”하동민이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나는 옆의 비서를 지나쳐서 곧바로 하동민 앞으로 걸어갔다.“사모님은 요 며칠 용주시에 계셨습니다.”“뭐라고?”하동민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정말 몰랐던 모양이었다.허미란이 왜 용주시에 갔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사모님은 하 대표님이 살아 계시고, 현재 용주시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혼자 그쪽으로 가셨습니다.” “믿기 어려우시면 보름 전 항공편 기록을 직접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하동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안나의 말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항공편 기록은 조작하기 어려운 정보였다.잠시 뒤 차갑게 물었다.“그래서? 그 사람이 용주시에 갔다고 나한테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지?”안나는 서류 봉투에서 계약서 한 부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회장님께서 직접 확인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하동민은 망설이지 않고 서류를 집어 들었다.그러나 서류를 펼치는 순간, ‘분가’라는 두 글자에 눈동자가 흔들렸다.표정도 확 달라졌다.아래쪽 동의란에는 허미란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허미란이 직접 쓴 서명이었다.틀림없는 허미란의 글씨였다.“장난해?”하동민은 서류를 그대로 테이블 위에 내던지고 벌떡 일어났다.“하동규도 감히 이런 말은 못 했는데 하진혁이 뭐라고! 말이 좋아 분가지, 결국 우리를 하씨 집안에서 내쫓겠다는 거 아니야!”하동민이 흥분해서 소리쳤지만, 안나의 태도는 차분했다.“하 대표님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4화

    허미란은 창가에 서서 진혁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러다 평소와 달리 조용히 자리로 돌아와서 기다렸다.경호원이 문을 열었다.잠시 후 진혁이 한 사람만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나머지는 모두 밖에서 대기했다.허미란은 전처럼 날을 세우지 않았다.오히려 며칠 동안 자신을 돌아보기라도 한 듯 차분하게 말했다.“분가하라는 말, 곰곰이 생각해봤어. 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계속 이렇게 싸워봐야 얼마나 더 싸우겠나 싶더라.”“결국 젊은 사람들을 못 이길 텐데. 내가 뭘 해도 너희를 못 이긴다면, 한발 물러나서 편하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잠시 말을 멈췄다.“다만 지연이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난 그냥 내 딸한테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었어. 나중에 기댈 게 있도록.”그러다 쓴웃음을 지었다.“결국 내가 생각을 잘못한 거지.”진혁은 허미란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저 웃기만 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완전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다만 어디까지가 진심인지는 알 수 없었다.허미란도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주저하다가 말했다.“진혁아, 네가 날 못 믿는 거 알아.”“사실 나도 네 손에 이렇게 잡힌 게 억울하긴 해. 그래도 며칠 동안 생각을 많이 했어. 네 작은아버지는 성격도 급하고, 회장님께 몹쓸 짓도 했지.”“그래도 그 사람은 하씨 집안 사람이잖아.”한숨을 내쉬었다.“어쩌면 지금 분가하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일 수도 있겠더라.”한참 뒤 진혁이 입을 열었다.“작은어머니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다행이네요.”“어차피 한 가족인데 이 지경이 된 것도 결국 명예니 이익이니 하는 것 때문이잖아.”허미란이 한숨을 쉬었다.“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조용히 끝낼 수 있다면, 어머님도 마음을 놓으시겠지.”정말 마음을 돌리고 양보하기로 한 사람처럼 보였다.진혁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손끝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무언가 생각하는 듯했다.그때 허미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진혁아, 분가하는 건 받아들일게. 그럼 너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3화

    진혁은 이담을 한번 바라보고 가볍게 웃었다.“어르신 일도 여러 가지가 얽혀 있으니, 지금 약혼식을 치르는 건 적절하지 않겠죠. 아버님 말씀대로 미뤄도 괜찮습니다.”권은석이 진혁을 바라봤다.“약혼식을 미루자고 하면 자네가 좀 싫어할 줄 알았는데.”진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농담도 잘하십니다. 저는 그렇게 성격 급한 사람은 아닙니다.”이담은 얼른 고개를 숙이면서 국을 떠먹었다.‘저런 말을 뻔뻔하게 자기 입으로 하다니.’은호가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자 살짝 소리가 났다.“잘 먹었습니다.”그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식탁을 떠났다.이담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은호의 뒷모습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권은석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네 오빠는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아직 일이 벌어진 지 얼마 안 됐잖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진혁은 껍질을 벗겨둔 새우를 이담의 그릇에 올려줬다.“은호 씨는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저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지금 우리가 해야 할 건 억지로 위로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받아들일 때까지 곁에 있어주는 겁니다.”이담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맞는 말이었다.지금 이담이 가서 아무리 위로한다 해도, 오빠의 성격이라면 괜찮은 척하면서 자신을 안심시킬 뿐이었다.정작 속으로는 혼자 삼키면서.“그럴 수밖에 없겠네.”이담이 살짝 웃었다.진혁은 시선을 거두고 권은석을 바라봤다.“아버님도 요 며칠 어르신 일로 바쁘실 텐데, 집안까지 다 챙기시는 게 힘드실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한가하니 필요하신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권은석이 손을 내저었다.“자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사양 안 하지. 마침 며칠 동안 집을 비울 일이 있으니까, 우리 딸이랑 아들 좀 잘 돌봐 주게.”진혁이 웃었다.“영광입니다.”권은석이 헛기침을 했다.“그래도 머물라고 했다고 해서...”말끝을 흐렸다.“둘이 적당히 해.”이담은 사레라도 들릴 것처럼 표정이 굳었다.잔뜩 난처한 얼굴로 겨우 고개를 들면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2화

    이담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그럼 어느 정도까지 해야 되는데?”진혁이 조용히 웃었다.목소리는 위험할 정도로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이담아, 일부러 이러는 거야?”이담은 애써 모르는 척했다.“내가 뭘?”진혁의 손끝이 입꼬리를 천천히 쓸었다.“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면서.”이담은 두 팔을 들고 진혁의 목을 감쌌다.귓가에 가까이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참고 있었구나.”잠깐 뜸을 들인 뒤 다시 말을 이었다.“난 또 당신이 안 되는 줄 알았...”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혁이 고개를 숙이면서 입술을 막았다.조심스럽게 떠보던 이담의 입맞춤과는 전혀 달랐다.거칠게 파고든 입맞춤이 점점 깊어졌다.숨소리가 흐트러지면서 손끝이 셔츠 자락을 꽉 움켜쥘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이담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진혁은 그녀를 안아들고 침실로 향했다.푹신한 침대가 두 사람의 무게에 눌려서 깊이 내려앉았다.진혁은 그녀 위로 몸을 기울인 채 한 손으로 셔츠 단추를 풀었다.어딘가 승부욕까지 느껴지는 표정이었다.“내가 안 될 것 같아?”이담은 할 말을 잃었다.“...”커튼이 천천히 닫혔다.방 안은 한여름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한참 뒤, 이담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채 진혁의 단단한 팔을 베고 누워 있었다.남자의 품에 꼭 안긴 채 몸을 붙이고 있었다.진혁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뒤에서 이담을 끌어안았다.살짝 젖은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손끝을 조금 움직이던 이담이 몸을 돌려서 마주 봤다.“주원한테 사진 받은 거 알면서 왜 나한테 전화 안 했어?”진혁은 잠시 침묵했다.이내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신 마음을 느껴보려고.”“내 마음?”이담이 이해하지 못한 듯한 얼굴로 바라봤다.진혁은 여전히 서운한 표정이었다.“예전에 당신이 나한테 무시당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이담이 잠시 멍해졌다가 웃었다.“어때? 좋았어?”“안 좋았어.”진혁은 부드럽게 이담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줬다.“그래도 난 그냥 이렇게 서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1화

    이담과 민아, 여름은 같은 텐트를 썼다.텐트 안이 넓어서 두 명쯤 더 들어와도 될 정도였다.여름이 잠든 뒤, 민아와 이담만 깨어 있었다.민아가 갑자기 몸을 돌리면서 이담을 바라봤다.“새언니.”이담도 고개를 돌렸다.“왜요?”“만약에요. 그냥 만약인데... 새언니가 우리 오빠를 용서하지 않았다면, 지훈 씨랑 만났을 것 같아요?”이담은 아예 몸을 돌려 민아를 바라봤다.“민아 씨가 요즘 지훈 씨 얘기를 꽤 자주 하네요?”“제... 제가요?”민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반듯하게 누웠다.시선은 텐트 밖으로 향한 채.“몇 번 안 했는데요.”이담은 그저 웃기만 했다.눈치를 챘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하진혁이랑 다시 만나지 않았어도 지훈 씨랑은 안 만났을 거예요.”“왜요?”민아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지훈 씨 괜찮은 사람이잖아요.”“사람마다 좋은 사람의 기준은 다르니까요.”이담이 담담하게 말했다.“나한테 지훈 씨는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남자로서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친구에 가까운 사람이죠.”“좋은 사람이라고 무조건 사귀어야 한다면,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전부 연애 상대로 생각해야 하잖아요.”말문이 막힌 민아는 입술을 삐죽거렸다.“그건... 생각을 못 해봤네요.”이담이 물었다.“그럼 민아 씨가 보기엔 지훈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뭐... 괜찮죠.”민아가 머뭇거렸다.“나쁜 사람은 아니고요.”이담은 그저 웃기만 했지만 민아는 괜히 찔렸다.“왜 웃어요?”“힘내봐요.”이담은 머리맡의 작은 등을 껐다.“난 먼저 잘게요.”그때 민아의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겉옷은 언제 돌려줄 겁니까?]메시지를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 긴장한 것도 처음이었다.민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한참을 고민한 뒤 겨우 답장을 보냈다.[내일요.]지훈에게서 더 이상 답장은 오지 않았다.그제야 민아도 잠이 들었다....다음 날.일행은 챙겨온 짐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쓰레기까지 모두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화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화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1화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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