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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Author: 강맹아
맞는 말이었다.

민아가 얌전히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이씨 집안 아가씨로 살겠다고만 하면, 원하는 건 뭐든 다 가질 수 있었다.

지금처럼 빠듯하게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애초에 고생을 잘 견디는 성격도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보름밖에 안 됐는데 벌써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버티는 건...

민아는 찔린 듯 지훈의 시선을 피했다.

“저도... 언젠가는 제 힘으로 살아야 하잖아요.”

“혼자 살아갈 능력도 없으면서 굳이 밖에서 사서 고생하는 걸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지, 안쓰럽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훈의 비꼬는 말투는 너무도 담담했다.

그 차분함이 민아에게는 오히려 조롱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정말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믿지 않는 것 같았고.

물론 민아 자신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빴다.

하필 좋아하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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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42화

    “임수영 씨가 새언니 큰삼촌의 여자였다고요? 아들까지 있고?”연구실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한 민아의 놀라움은 이담 못지않았다.이담은 큰삼촌에게 여자 연예인과의 사이에서 아들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는 몰랐는데 오늘 처음 알게 된 셈이었다.임수영은 16살에 연예계에 데뷔했다.8년 동안 단역만 전전하다 24살이 되던 해 영화 ‘데이지’로 비로소 이름을 알렸다.하지만 그 작품을 계기로 가장 논란이 많은 여배우 중 한 명이 되기도 했다.영화 속 노출 수위가 상당히 높았고, 이후 각종 선정적인 화보와 기사에 이름이 오르내렸다.남성들 사이에서는 첫사랑으로 불렸지만 여성들에게는 미움을 사게 된 것이다.결국 3년 동안 활동을 중단했다가 다시 복귀했다.복귀 후 다시 톱스타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노출 배우’라는 꼬리표를 비롯한 논란은 여전히 따라다녔다.“새언니, 제 얘기 안 듣고 있죠?”민아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이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었다.“안 들은 거 아니에요. 나도 오늘 처음 알았으니까 민아 씨랑 똑같이 놀란 거예요.”민아는 책상에 엎드렸다.“큰삼촌이 새언니한테도 말 안 했어요?”이담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내가 큰삼촌이랑 이런 사생활까지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잖아요.”“그렇긴 하네요...”민아는 두 손으로 턱을 받쳤다.“그런데 큰삼촌이 지금까지 그분한테 정식으로 아내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은 건, 권씨 집안에서 연예인이라고 싫어해서 그런 거죠?”이담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런 것까지 알아요?”“그럼요.”민아가 진지하게 말했다.“제가 아는 아저씨 아들도 연예인이랑 만났거든요. 차도 사주고 집도 사주고, 1년에 수십억씩 썼는데 결국 헤어졌어요.”“아버지가 연예계 여자랑 결혼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했대요. 그런 재벌 2세들 저 많이 봤어요.”이담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권주혁이 임수영을 받아들이지 않는 건 연예계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그녀를 따라다니는 온갖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41화

    맞는 말이었다.민아가 얌전히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이씨 집안 아가씨로 살겠다고만 하면, 원하는 건 뭐든 다 가질 수 있었다.지금처럼 빠듯하게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애초에 고생을 잘 견디는 성격도 아니었다.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보름밖에 안 됐는데 벌써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그런데도 버티는 건...민아는 찔린 듯 지훈의 시선을 피했다.“저도... 언젠가는 제 힘으로 살아야 하잖아요.”“혼자 살아갈 능력도 없으면서 굳이 밖에서 사서 고생하는 걸 두고 자업자득이라고 해야 할지, 안쓰럽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지훈의 비꼬는 말투는 너무도 담담했다.그 차분함이 민아에게는 오히려 조롱처럼 느껴졌다.자신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 것 같았다.정말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믿지 않는 것 같았고.물론 민아 자신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는 못했다.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빴다.하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시당해서 더 견디기 힘들었다.민아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지훈을 똑바로 바라봤다.“저 안 불쌍하게 여겨도 돼요! 알아요. 다들 제가 그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목소리에는 억울함이 그대로 드러났다.“제가 이씨 집안 딸이라서, 어릴 때부터 식구들이 저를 떠받드는 가운데 자랐으니까요.” “커서도 집에서 정해준 길만 따라가면 평생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는 있겠죠.”“하지만 그건 제가 원하는 삶이 아니에요!”민아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저도 아무 생각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아니에요. 저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요.” “저를 우습게 보든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제가 못 할 거라고 멋대로 단정 짓지는 마세요!”결국 거의 외치듯 말을 쏟아낸 민아는 지훈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돌아서더니 그대로 달려가 버렸다.지훈은 문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다가, 한참 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자신의 말이 민아의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40화

    민아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지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핑계가 필요하긴 했다.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는데, 이담이 먼저 방법까지 알려준 셈이었다.민아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면서 짐짓 생각하는 척했다.“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요. 그럼 나중에 한번 물어볼게요.”몸을 돌려 가려던 민아는 결국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다시 돌아와서 이담의 손을 붙잡고 호들갑을 떨었다.“새언니! 오늘부터 새언니는 제 은인이에요!”말을 마친 뒤에는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떠났다.이담은 멀어지는 민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조금 놀랐다.그냥 한번 떠봤을 뿐인데 정말 티가 났다.그래도 지훈처럼 괜찮은 남자를 보고 민아가 마음이 가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두 사람 모두 각자 장점이 있었고 성격도 서로 보완되는 편이었다.정말 잘된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권주혁은 본가로 돌아온 뒤에도 따로 사람을 불러서 식사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평소와 다를 것 없이 조용했다.권은석과 권은상은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권회명만 위층에서 내려왔다.권은상이 물었다.“아버지는?”“쉬신대. 가족끼리 따로 밥 먹는 자리도 필요 없다고 하셨어.”“그게...”권은상은 원래 간단하게라도 자리를 마련해서 액운을 털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그래. 애초에 좋은 일도 아닌데 굳이 자리를 만들 필요는 없겠지.”권은상이 돌아간 뒤 권은석과 권회명은 함께 마당으로 나왔다.권은석이 말했다.“그동안 아버지 일 챙기느라 형도 고생이 많았잖아. 우리 집에 가서 밥이나 먹고 갈래?”그러자 권회명이 웃었다.“오늘은 승관이랑 밥 먹기로 해서 못 갈 것 같아.”권은석이 놀랐다.“승관이 데려왔어?”“며칠만 있다가 갈 거야.”“그래?”권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 삼촌도 며칠 안에 승관이한테 할 선물을 골라야겠네.”그는 두 손을 뒤로 모은 채 먼저 걸어갔다.권회명은 그대로 선 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9화

    보름 뒤.원래라면 이담과 진혁의 약혼식이 열릴 날이었다.하지만 권주혁의 재판 때문에 약혼식은 뒤로 미뤄졌다.권회명이 꾸린 변호인단은 재판과 항소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고, 권주남이 생전에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증거까지 확보했다.그 결과 원래 징역 6년이던 형량이 3년으로 줄었다.권주혁이 고령인 데다가 조사에 계속 성실하게 협조한 점도 고려되어, 최종적으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법원 앞은 한산했다.권씨 집안에서 재판 관련 소식이 퍼지는 걸 미리 막아둔 덕분에 기자들도 나타나지 않았다.권주혁은 가족들과 함께 차에 올라서 그곳을 떠났다.차 안에서 권주혁이 몇 차례 기침을 하자, 권회명이 준비해둔 생수를 건네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아버지, 주남이 일은 너무 성급하게 처리하셨어요.”생수를 받은 권주혁이 뚜껑을 열고 물을 마셨다.“그 애가 살아 있었으면 권씨 집안은 언젠가 걔 손에 망가졌을 거다.”잠시 뒤 덧붙였다.“그래도 이 일은 네 작은누나랑 은석이한테 너무 자세히 알리지는 마라.”권회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권주혁이 물었다.“집안은 별일 없지?”“네. 별일 없습니다.”권회명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소식도 크게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완전히 막지는 못해서 조금씩 새어 나간 얘기는 있습니다.”권주혁이 웃었다.“상관없어. 그 정도 소문은 다른 이슈가 생기면 금방 묻히게 돼. 권씨 집안의 기반만 흔들리지 않으면 그다지 큰일도 아니야.”권주혁은 물병을 팔걸이 컵홀더에 내려놓았다.“집안의 일에 네 작은 매형도 많이 도왔어. 네가 자주 들리면서 인사하도록 해라. 이번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권회명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차창에 비친 얼굴에는 복잡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이담은 오전 내내 실험실에 있었다.원래는 권주혁의 재판에도 참석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말렸다.은호도 가지 못하게 했다.한참 일하다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자, 격리창 밖에서 민아가 손을 흔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8화

    허미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하지만 곧 시선을 피하면서 부드럽게 웃었다.“용주시라니요? 강성시로 출장 갔죠.”“아직도 날 속여!”하동민이 갑자기 테이블 위 찻잔을 쓸어서 바닥으로 떨어뜨렸다.그리고 벌떡 일어나더니 허미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용주시에 가서 하진혁 만났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허미란은 완전히 당황했다.어떻게 알았는지 따져봐야 이미 늦었다.어차피 들킨 이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요! 용주시에 가서 하진혁 만났어요. 하지만 그것도 걔가 경성시로 돌아오는 걸 막으려고 그런 거예요!”“경성시에 못 오게 하려고?”하동민은 손가락을 코앞까지 들이밀었다.“분가하자는 하진혁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간 게 아니고?”“무슨 분가예요!”허미란이 바로 반박했다.“그건 하진혁을 속이려고 대충 맞장구친 거지, 내가 진짜 분가에 동의할 리가...”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동민이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허미란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뭔가 떠오른 듯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진혁이 녹음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이... 이거 하진혁이 당신한테 준 거예요?”그제야 다급해져서 황급히 설명하려고 했다.“여보, 그런 게 아니에요. 내 말 좀 들어봐...”손을 뻗기도 전에 하동민이 거칠게 밀쳤다.허미란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마침 소리를 듣고 위층에서 내려오던 지연이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곧장 계단을 뛰어내려왔다.“아빠,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지연은 얼른 허미란의 곁으로 달려가서 부축했다.허미란은 멍하니 하동민을 바라봤다.결혼한 뒤 남편이 자신에게 손을 댄 건 처음이었다.“당신... 나를 못 믿어요?”“뭘 믿어?”하동민이 분노에 차 외쳤다.“당신이 날 배신하고, 하진혁한테 굴복해서 분가합의서에까지 서명했는데 믿으라고?”“분가합의서요?”지연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아버지를 바라봤다.“무슨 합의서요?”“네 엄마한테 물어봐!”허미란 역시 멍한 얼굴이었다.“아니... 무슨 분가합의서요? 난 몰라요!”“아직도 발뺌을 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637화

    이담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렇게 확신해?”진혁이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어릴 때부터 내가 지켜본 애야. 그 성격을 모를 수가 없지.”“민아가 지금까지 겪은 고생이라고 해봐야, 사람 너무 쉽게 믿어서 돈 몇 번 뜯긴 게 전부야. 지나치게 순진한 것도 좋은 건 아니잖아.”진혁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자기 힘으로 돈 벌겠다고 나한테까지 큰소리를 쳤으니 기회는 한번 줘 봐야지.”“어차피 이씨 집안도 민아 하나뿐인데, 진짜 자기 힘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면 나야 오히려 좋지. 며칠 고생하다 다시 나를 찾아올까 봐 그렇지.”이담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이씨 집안은 딸을 예뻐하는 걸로 유명하다던데. 외동딸을 이렇게 밖에 내보내도 걱정 안 돼?”“새도 다 크면 둥지를 떠나야지.”진혁이 웃었다.“아무리 아낀다 해도 세상 경험은 해야 하니까.”...안나는 하동민이 서명한 합의서를 마동순에게 건넸다.안경을 쓰고 서류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던 마동순이 감탄하듯 말했다.“진혁이도 꽤 머리를 썼구나.”“대표님께서는 허미란 사모님이 분명 마음을 바꾸실 거라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래서 미리 대비해두셨고요.”허미란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자신이 그 조건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이미 진혁이 쳐놓은 덫에 걸려들었다는 걸.허미란은 말로 한 약속쯤은 나중에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녹음도 하동민을 속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허미란의 서명이 들어간 합의서도 가짜였다.진짜는 하동민이 직접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한 한 부뿐이었다.설사 나중에 마음을 바꾼다 해도 강제로 서명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마동순은 합의서를 다시 파일에 넣었다.“분가하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겠지.”아들이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래도 결국 자신이 낳은 자식이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데에는 자신의 책임도 있었다.아들과 완전히 원수가 되는 데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다.분가는 둘째 아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4화

    이담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무안을 줬다고?”‘그러니까 지금 문초연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문초연은 네 상사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앞에서 무안을 주면 안 되지.”진혁은 업무를 처리하는 듯 공적인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부부의 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이담은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피식 웃었다.“집도의가 나라는 거 잊지 마. 나한테 그럴 권리도 없어?”“그러는 너야말로 잊었나 본데.”진혁은 조롱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집도의를 교체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3화

    진혁은 이담이 이혼을 언급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이혼은 안 돼.”이담은 잠시 멍해졌다.‘이혼하기 싫어하는 게 설마...’미처 희망을 품기도 전에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할머니도 동의 안 하실 거야.”곧이어 쾅 하는 문소리가 이담을 현실로 끌어당겼다.이담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 순간 솜뭉치가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이 답답했고, 자기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하진혁이 나 때문에 이혼을 거절할 리 없지...’진혁은 단지 마동순이 동의하지 않을까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2화

    너무 놀라서 잠시 멍하니 있던 마동순이 이담과 눈을 마주쳤다.“애초에 나와 거래할 때 이런 말은 없었잖니. 왜? 후회하는 거니?”맞다. 이담은 후회하는 중이다.이담은 시큰거리는 눈을 내리깔면서 애써 눈물을 참았다.“제가 실망을 안겨드렸어요.”마동순은 깊은 눈동자로 이담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어. 이혼하고 싶으면 이혼해. 난 기회를 줬어. 네가 진혁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니, 이제 하씨 가문은 너한테 빚진 거 없다.”순간 처연한 미소를 지은 이담이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

  •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제1화

    “심 선생, 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정말 강성병원으로 가려고?”병원장 주원식은 심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보고는 의아한 듯 물었다.그 순간 이담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이미 결정했어요.”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이담을 보자, 주원식은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전근 신청서에 사인했다.병원장 사무실에서 나오기 무섭게, 이담은 하진혁과 의사 가운을 입은 문초연 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우뚝 멈췄다.세 사람은 마치 화기애애한 가족 같았다.초연은 어린 남자애의 손을 잡고 진혁과 나란히 걷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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