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폰 케이스에 자꾸만 기름기가 묻어나와 절친에게 하소연하자 인간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날 밤 누군가가 나의 얼굴 가죽을 벗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가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 걸로 해.” 가죽이 벗겨진 썩은 시체와 서로 비난하는 룸메이트, 그리고 둘도 없는 사이인 절친 중에 진짜 귀신은 과연 누구일까?
View More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룸메이트들을 쳐다보았다. 웃고 있긴 했지만 입가가 찢어질 것처럼 괴이했다.그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오늘 너무 늦었으니까 이만 올라가서 잘게.]나는 웃으면서 일어나 침대 위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박예은이 나를 꾹 눌러 자리에 앉혔다.하얗고 매끈하던 손가락이 점점 썩어들어갔고 손톱이 검푸르게 변하면서 길어졌다.“다연아, 어디 가려고?”이민주와 유하늘도 다가와 나를 둘러쌌다.“그래. 다연아. 어디 가?”“여기 남아서 우리랑 같이 살자. 우리 엄청 친하잖아.”세 사람의 얼굴 가죽이 다 벗겨졌다. 목소리도 이상할 정도로 날카롭게 변했다.나에게 빌려줬던 스탠드마저 장명등으로 변했다.이젠 모든 사실이 밝혀졌다. 전희진의 부적이 진짜 소용이 있었고 침대 위에서 봤던 귀신은 그저 속임수일 뿐이었다. 만약 계속 침대에 있었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그들이 나를 놀라게 한 다음 침대에서 끌어 내리려고 꾸민 일이었다.‘엉엉. 미안해, 희진아. 내가 널 의심했어.’나는 숨을 죽이고 풍겨오는 악취를 참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정말 피곤해서 그래. 올라가서 잘 테니까 너희들도 올라가서 자. 내일 수업도 있단 말이야.”나는 최선을 다해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두어 걸음 올라가기도 전에 발이 잡히고 말았다.이민주와 유하늘이 나를 바닥에 꾹 눌렀고 박예은이 검푸른 손톱으로 나의 얼굴을 만졌다.“우리 가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 걸로 해. 이렇게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로 만든 폰 케이스라면 엄청 좋을 거야.”나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지만 벗어날 수가 없었다.얼굴에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고 극심한 두려움에 결국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내가 다시 깨어났을 땐 모든 게 사라지고 없었다.전희진이 밖에서 들어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녀에게 와락 안겨 손을 놓지 않았다.“네가 날 구하러 올 줄 알았어.”너무 감동하여 울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전희진이 냉랭
한잠 푹 잔 바람에 정신이 너무도 맑았다. 부적이 있으니 귀신이 직접 찾아오길 기다렸다.박예은은 내가 놀라서 자지 못하는 걸 알고 스탠드를 빌려주었다.그녀가 사람인지 귀신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작 스태드일 뿐이라 별일이 없을 거로 생각하여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였다.기숙사가 다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룸메이트들의 숨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나는 한 손에는 휴대폰을, 다른 한 손에는 비수를 든 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앞을 주시했다.침대 모퉁이에 스탠드를 놓아 대낮처럼 환했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나는 멍하니 앉아 기다렸다. 그런데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기 시작했고 머릿속에 무서운 장면이 계속 스쳐 지나갔다.결국 그 생각을 잊으려고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안 그러면 귀신이 오기 전에 내가 먼저 놀라서 죽게 생겼다.전희진은 나에게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고 했다.휴대폰을 잠깐 들여다보다가 목이 뻐근하여 자세를 고쳤다. 그런데 그 순간 스탠드가 스스로 꺼졌다.온몸이 갑자기 굳어졌고 등골이 오싹했다.“뭐야? 배터리가 다 나갔나?”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런데 스탠드가 꺼진 이유를 바로 알게 되었다.미약한 휴대폰의 불빛으로 비춰보았는데 가죽이 벗겨진 귀신의 얼굴이 나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그녀는 나를 쳐다보면서 검푸른 손가락으로 스탠드 스위치를 누르고 있었다.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계속 내 뒤에 있었던 거야? 부적이 있으면 들어오지 못한다며. 저 귀신은 어디서 나타난 거지?’손을 떨면서 떨어뜨린 비수를 다시 주웠다. 나는 귀신에게 비수를 겨눈 채 전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통화연결음이 울리긴 했지만 받질 않았다.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내가 널 얼마나 믿었는데 날 속인 사람은 결국 너였어? 어떻게 날 속일 수가 있어?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몇 년인데...’나는 울면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설마 예은이도 이민주가 귀신인 걸 아나?’박예은은 일부러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서 나에게 말했다.사실 우리 기숙사 동에 계속 귀신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신입생을 모집하려고 다들 수군거리기만 할 뿐 대놓고 말하진 않았다.박예은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만난 선배에게서 들었다고 했다.어느 날 소등 전에 돌아오다가 그 귀신을 만났는데 한바탕 심한 욕설을 퍼붓자 그냥 가버렸다고 했다.박예은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이것만 명심해. 그 귀신을 만나면 귀신이라고 소리를 질러. 그럼 모든 게 떠올라서 다신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왜 희진이가 얘기한 거랑 다르지? 희진이는 귀신인 걸 모르는 척하라고 했는데 예은이는 귀신이라고 소리를 지르라고 했어. 완전히 다르잖아.’나는 박예은의 옷소매를 잡고 다급하게 물었다.“만약 계속 얘기하지 않으면?”박예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럼 계속 널 귀찮게 할 거야. 죽을 때까지.”내가 소스라치게 놀라자 박예은이 웃음을 터트렸다.“장난이야, 장난. 뭘 그렇게 놀라? 얼굴이 다 하얘졌어.”나는 더는 박예은을 신경 쓰지 않고 수심에 찬 얼굴로 기숙사로 돌아왔다. 나와 전희진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사이라 나를 해칠 리 없다고 믿었다.이민주와 유하늘은 다시 화해하고 함께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내가 들어온 걸 보더니 그 귀신에게 당한 거라면서 다 오해라고 했다.박예은의 말을 듣고서야 나는 진실을 알았다. 학교에서 죽은 학생을 받을 리가 없었다.기숙사마다 고정 자리가 있다. 만약 룸메이트가 귀신이라면 나머지 그 학생은 어디서 잔단 말인가?나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귀신이 사람에게 장난치기를 좋아한다고 했다.지난번에 서로의 얼굴로 변하여 한꺼번에 두 사람에게 장난을 친 다음 비난하게 했다. 이젠 그 사실을 알았으니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그들은 또 나에게 참지만 말고 귀신과 용감하게 맞서 싸워야
기숙사가 갑자기 대낮처럼 밝아졌다. 박예은이 스탠드를 켠 것이었다.그녀가 나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다연아, 왜 소리를 질러? 옆방에서 와서 시끄럽다고 욕하겠어.”산 사람의 온기에 나는 재빨리 박예은의 옆에 바짝 붙었다.“여기 귀신 있어. 얼른 도망치자.”박예은이 스탠드로 나의 침대를 비췄다. 텅 빈 게 아무것도 없었다.“귀신이라니? 아무것도 없어. 다연이 너 요즘 공포 영화 많이 봐서 꿈꾼 거 아니야?”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쳐다보았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분명 내 두 눈으로 귀신을 봤어. 그리고 나한테 내 얼굴 가죽을 벗기겠다고 말도 했어...”박예은은 어이없어하며 내 얼굴을 가리켰다.“얼굴에 아무 상처도 없어.”나는 거울을 비춰보았다. 여전히 부드럽고 하얬고 벌건 자국도 없었다. 나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악몽을 꿨나? 근데 아까 그 고통이 엄청 생생했는데 그게 다 꿈이라고?’나는 여전히 귀신이 있다고 믿었다. 달리 방법이 없었던 박예은은 나에게 귀신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었다.“가죽이 없고 온몸이 피범벅인 데다가 흑갈색의 기름이 나오고 있었어. 그리고 눈동자가 하나였는데 고개를 숙이면 툭 떨어지더라고. 몸에서 썩은 냄새가 났고 말을 할 땐 입이 귀에까지 째졌어...”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계속 말했다.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이젠 내 말 믿겠어? 직접 본 적이 없으면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을 리도 없잖아.”박예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그렇게 생긴 거 맞아?”내가 대답하려는데 박예은의 얼굴 가죽이 벗겨지더니 떨어진 눈동자가 내 발 옆을 스쳐 침대 밑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나처럼 이렇게 생겼어?”순간 겁에 질린 나는 계속 소리를 지르다가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다.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 룸메이트 세 명이 옆에서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다연아, 방금 악몽 꿨어? 계속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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