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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화. 내부 사람이 사라졌다

Author: 갱구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7 18:30:07

새벽 2시 40분.

대통령 집무궁 지하 출동 구역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했고, 경호 인력은 실시간 위치 추적 장비를 점검 중이었다.

방탄 조끼와 통신 장비를 나르는 요원들이 바쁘게 오갔다.

평소라면 조용했을 공간이 완전히 전쟁 준비 구역처럼 변해 있었다.

강시온이 급하게 뛰어왔다.

“저 진짜 가는 거죠?”

한채린은 태블릿을 보며 답했다.

“이미 출발 30초 전입니다.”

“국가 위기입니다.”

“또 그 말씀…”

오민석이 작은 가방을 들고 헐레벌떡 달려왔다.

“각하! 비상 간식 챙겼습니다!”

“뭡니까?”

“초코바, 에너지 젤, 멀미약입니다.”

“왜 멀미약이 있습니까?”

“제가 필요합니다…”

임태건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차량 탑승하십시오.”

“팀장님은 농담 안 하시죠?”

“…지금은 아닙니다.”

“그 말이 더 무섭네요.”

차량 문이 닫히고 행렬이 출발했다.

서울 새벽 도로 위로 경호 차량들이 빠르게 미끄러졌다.

한채린이 바로 상황을 정리했다.

“삭제된 출입 기록은 서유진 수석 계정으로 확인됐습니다.”

“계정 도용 가능성은요?”

“충분히 있습니다.”

“그럼 아직 범인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한채린은 잠시 시온을 바라봤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 미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시온은 눈치챘다.

“가까운 분입니까?”

잠시 침묵.

“…친구입니다.”

차 안이 조용해졌다.

오민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 분위기 무겁다…”

서유진.

대한민국 홍보수석.

빠른 판단력과 뛰어난 대중 감각으로 정부 메시지를 총괄하는 핵심 참모.

그리고 한채린의 오래된 친구.

시온은 아직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름은 여러 번 들었다.

‘말 많고 눈치 빠르고, 쓸데없이 장난치는 사람.’

‘한 실장님을 유일하게 놀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연락 두절.

그리고 내부 협조자 의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시온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래된 친구입니까?”

한채린은 창밖을 바라본 채 답했다.

“…대학 시절부터였습니다.”

“한 실장님도 대학 다니셨군요.”

“당연한 말씀 하지 마십시오.”

“아니, 너무 완벽해서 인간 같지 않아서요.”

오민석이 작게 웃음을 참았다.

한채린은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유진이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잠시 후 그녀가 낮게 덧붙였다.

“그래서 홍보수석이 잘 어울렸고요.”

시온은 처음으로 느꼈다.

한채린이 지금 꽤 흔들리고 있다는 걸.

겉은 여전히 차가웠다.

하지만 말투 끝이 아주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차량은 서울 중심부의 한 고급 오피스텔 앞에 멈췄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고 거리는 조용했다.

“서유진 수석 개인 거주지입니다.”

임태건이 먼저 하차해 주변을 살폈다.

“외부 침입 흔적 없습니다.”

시온도 내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고급 오피스텔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

하지만 이상하게 공기가 무거웠다.

누군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것 같은 느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띵.

문이 열렸다.

복도 끝 집 앞에는 선발 경호 인력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문은 잠겨 있었고, 강제 개방 대기 중입니다.”

한채린이 짧게 말했다.

“개방하십시오.”

철컥.

문이 열리자 모두가 긴장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소파 위엔 담요가 널려 있었고, 탁자엔 먹다 남은 과자 봉지와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TV는 켜진 채 무음으로 뉴스 화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온은 눈을 깜빡였다.

“생각보다… 인간적이네요.”

“무슨 뜻입니까?”

“한 실장님 친구라 엄청 각 잡고 살 줄 알았습니다.”

“편견입니다.”

오민석도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 근데 진짜 사람 사는 집 같다.”

“그럼 뭐라고 생각했습니까?”

“홍보수석이면 막 집에 모니터 여섯 개 있고 24시간 뉴스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건 방송국입니다.”

시온은 냉장고에 붙은 메모지를 발견했다.

[채린아 밥 좀 먹고 살아]

[일하다 죽으면 장례식 안 감]

시온은 피식 웃었다.

“진짜 친구 맞네요.”

한채린은 메모지를 잠깐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쓸데없는 소리만 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말 속엔 미세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집 안 곳곳엔 생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읽다 만 책.

대충 벗어둔 슬리퍼.

반쯤 마신 커피.

누가 봐도 급하게 사라진 집이었다.

침실, 서재, 주방.

하지만 사람은 없었다.

오민석이 소파 밑을 들여다보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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