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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하나를 버리라고 했다

Author: 갱구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3 18:30:13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예전 같으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몰라서.

그런데 지금은 이상하게 머릿속이 차분했다.

기계와 시스템은 전문가들이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선택은 자신이 해야 했다.

시온은 곧바로 무전을 잡았다.

“한 실장님.”

“네!”

“전력 문제는 맡겨주십시오.”

“…….”

“대신 사람들 전부 대피시키고, 현장 책임자들 모아주십시오.”

짧은 침묵.

“각하는요?”

시온은 모니터 속 엘리아나를 바라봤다.

그녀 역시 말없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전 사람 찾으러 갑니다.”

한채린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온은 보지 못했지만, 그녀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어졌다.

그는 또 위험한 쪽을 선택했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결국 그럴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졌다.

“…알겠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평소보다 아주 조금 낮은 목소리였다.

스피커 속 남자가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시스템보다 사람을 택했군.”

시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

“사람이 시스템을 고치는 겁니다.”

그리고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갔다.

“당신도 결국 누군가 자기 말을 들어주길 바라는 겁니다.”

잠시 정적.

스피커 너머 웃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

시온은 컨테이너 내부를 다시 둘러봤다.

억지로 끌려온 사람이라면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테이블.

의자.

바닥.

그리고 창가.

작은 금속 조각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귀걸이였다.

엘리아나가 일부러 떨어뜨린 것처럼 난간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시온 눈빛이 바뀌었다.

“여기입니다.”

그는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민석 씨, 따라오십시오!”

“저요?! 왜 항상 저도 포함됩니까!”

난간 아래로 이어지는 비상 사다리가 보였다.

그 아래.

강 위로 작업용 바지선 하나가 떠 있었다.

시온은 확신했다.

“저 아래입니다.”

오민석은 거의 울상이 됐다.

“전 물도 무섭고 높이도 무섭습니다…”

“오늘 성장합시다.”

“저는 원치 않았습니다!”

동시에 메인 무대 쪽.

한채린은 공사 인원들을 빠르게 통제하고 있었다.

“전원 즉시 철수!”

“책임자 세 명 앞으로!”

당황한 관리자들이 허둥지둥 모여들었다.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아는 사람은 말씀하십시오. 숨기면 다칩니다.”

전산팀이 장비를 붙잡고 씨름하는 사이,

한채린은 진술과 도면을 동시에 확인하며 숨겨진 차단 장치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기계를 직접 고치는 건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답을 찾게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었다.

그 순간 한 직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며칠 전부터 외부 용역팀이 하나 추가됐습니다…”

한채린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명단 가져오십시오.”

“예, 예!”

그녀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면서도 문득 강 쪽을 바라봤다.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철제 통로.

그리고 그 아래로 내려갔을 강시온.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자꾸 사람을 구하려고 한다.

망설임 없이.

그리고 그런 모습이 자꾸 눈에 남았다.

“…무사해야 할 텐데.”

아주 작고 낮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서유진은 놓치지 않았다.

“오.”

한채린이 차갑게 돌아봤다.

“왜 그런 반응이야.”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표정이 시끄러워.”

서유진은 작게 웃었다.

“채린아.”

“왜.”

“너 진짜 많이 흔들린다.”

한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태블릿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손끝은 이전보다 조금 느려져 있었다.

강 위 바지선.

시온이 사다리를 내려가자 녹슨 철문 하나가 보였다.

안쪽에서 누군가 발로 두드리는 소리.

탕! 탕!

시온이 즉시 외쳤다.

“엘리아나!”

안쪽에서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드디어 왔네요!”

안도의 숨이 새어나왔다.

살아 있었다.

시온은 철문 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겼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

그 순간.

스피커에서 마지막 목소리가 울렸다.

“좋아.”

낮은 웃음.

“이제 보여줘.”

잠시 정적.

그리고 천천히 이어진 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통령이 어떤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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