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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

Autor: 갱구네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7-31 18:30:52

하지만 발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무대 중앙에 섰다.

앞에 놓인 프롬프터에는 준비된 원고가 떠 있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평화와 화합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시온은 첫 문장을 읽기 시작하려다 멈췄다.

너무 완벽했다.

그래서 이상했다.

지금 사람들은 완벽한 말을 듣고 싶은 걸까.

아니면 진짜 말을 듣고 싶은 걸까.

이어폰으로 한채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고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시온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프롬프터에서 시선을 뗐다.

대기실 쪽에서 누군가 낮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관객들이 조용해졌다.

“솔직히 이런 자리는 아직도 어색합니다.”

작은 웃음이 퍼졌다.

시온은 조금 긴장이 풀렸다.

“오늘 많은 분들이 불안하실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번엔 더 큰 집중이 모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까지만 해도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몇몇 관객이 웃었다.

“하지만 불안하다고 멈출 수는 없습니다.”

시온은 관객들을 천천히 바라봤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위기를 넘었습니다. 이번에도 함께 넘을 겁니다.”

잠시 정적.

그리고 박수가 터졌다.

처음엔 작았다.

그러나 곧 객석 전체로 퍼졌다.

무대 뒤.

한채린은 팔짱을 낀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원고를 안 지켰군요.”

오민석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혼내실 겁니까?”

“끝나고 생각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이어 사회자가 외쳤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글로벌 슈퍼스타— 루카!”

폭발적인 함성이 밤하늘을 흔들었다.

루카가 무대에 등장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조명이 바뀌고, 음악이 시작됐다.

압도적인 퍼포먼스.

흔들림 없는 라이브.

무대를 장악하는 존재감.

시온은 무대 옆에서 넋을 놓고 바라봤다.

“와… 진짜 다르다.”

오민석은 이미 울먹이고 있었다.

“저 같은 시대에 태어나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카는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그는 분명 화려했다.

하지만 시온은 이상하게도 조금 전 회의실에서 루카가 보였던 표정을 떠올렸다.

엘리아나의 이름을 봤을 때.

잠깐이지만 웃음이 사라졌던 얼굴.

‘예전에 조금 안다고 했지.’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공연이 끝난 뒤.

예정에 없던 순서가 시작됐다.

현장 기자 질의응답.

시온의 표정이 굳었다.

“이건 없던 거잖아요?”

이어폰 속 한채린의 목소리도 낮아졌다.

“언론 요청이 급히 들어왔습니다.”

“거절하면 안 됩니까?”

“생중계 중입니다.”

“…오늘도 망했네.”

기자석 중앙에서 한 여성이 일어났다.

단정한 수트.

날카로운 눈빛.

흔들림 없는 자세.

마이크를 잡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사회자가 소개했다.

“뉴스원 메인 앵커, 유세라 기자입니다.”

시온은 괜히 자세를 바로 했다.

유세라는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통령님께 묻겠습니다.”

카메라가 시온을 비췄다.

“엘리아나 실종 사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정적.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 축제를 홍보하고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국민 불안을 외면하는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장이 술렁였다.

오민석은 뒤에서 거의 쓰러질 듯했다.

“너무 셉니다…”

한채린의 시선도 날카로워졌다.

쉬운 질문이 아니었다.

도망치면 무능.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실수.

원고대로 답하면 진정성이 없어 보일 수 있었다.

모두가 강시온의 입을 바라봤다.

시온은 잠시 유세라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공격적이었지만, 악의적이진 않았다.

진짜 답을 듣고 싶은 사람의 눈이었다.

시온은 천천히 마이크를 들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순간 현장이 조용해졌다.

“저도 오늘 이 무대가 맞는 선택인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유세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시온은 이어 말했다.

“하지만 국민이 불안할 때 지도자가 숨어버리면, 그건 더 큰 불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숨죽인 침묵.

“축제는 놀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는 주변 무대를 가리켰다.

“우리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명입니다.”

정적.

그리고 다시 박수가 터졌다.

이번에는 훨씬 컸다.

와아아아!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유세라도 잠시 말없이 시온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온은 안도하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무대 뒤 대형 전광판이 지지직거리기 시작했다.

화면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처음엔 단순한 기술 오류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모든 조명이 한 번에 깜빡였다.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채린이 즉시 외쳤다.

“전산팀! 화면 차단하십시오!”

하지만 화면은 멈추지 않았다.

검은 배경 위에 붉은 문장이 떠올랐다.

[축제는 시작되지 않는다.]

관객석이 술렁였다.

오민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각하…”

문장은 다시 바뀌었다.

[엘리아나는 우리와 함께 있다.]

시온의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다음 무대는 대통령, 당신 차례다.]

순간 시온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문장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명백한 선언이었다.

누군가 이 무대를 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노리고 있다.

한채린이 무전으로 외쳤다.

“전원 경호 태세 전환! 관객 대피 준비!”

임태건이 이미 무대 위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각하, 내려오십시오!”

시온이 움직이려던 바로 그때.

콰앙!

어딘가에서 폭발음이 터졌다.

비명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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