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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잡힐 줄 알았는데 더 큰 게 있었다

Author: 갱구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2 18:30:40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외부 침입 경로가 일반망이 아닙니다. 내부 행사망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한채린의 표정이 굳었다.

“내부 협조자.”

조용하지만 무거운 말이었다.

오민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안에 스파이가 있다는 겁니까?”

임태건은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

공기가 달라졌다.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공간이 갑자기 낯설어졌다.

몇몇 직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시온은 스크린을 바라보다 물었다.

“엘리아나 관련 새 단서는 없습니까?”

“없습니다.” 한채린이 답했다.

“하지만 메시지를 남긴 이상, 아직 협상이나 게임을 원한다는 뜻입니다.”

“게임…”

시온은 이를 악물었다.

누군가는 사람을 납치하고, 국민을 겁주고, 나라 전체를 흔드는 걸 놀이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건 참을 수 없었다.

그때였다.

통제실 모니터 한쪽이 지지직거리더니 자동으로 켜졌다.

“뭐야?”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화면이 바뀌었다.

검은 배경.

그리고 가면을 쓴 인물이 나타났다.

변조된 목소리가 울렸다.

“대한민국 대통령.”

모두가 긴장했다.

임태건은 즉시 총을 뽑아 들었고, 전산팀은 접속 차단을 시도했다.

“차단 안 됩니다!”

가면 인물이 비웃듯 말했다.

“오늘은 인사만 하지.”

시온은 앞으로 나섰다.

“엘리아나는 어디 있지?”

“성급하군.”

“장난치지 마.”

순간 통제실이 조용해졌다.

시온 자신도 놀랐다.

처음이었다.

무서움보다 화가 먼저 나온 건.

가면 인물은 잠시 침묵하다 웃었다.

“좋아. 그 눈빛은 마음에 든다.”

화면 뒤쪽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금발이 스쳤다.

엘리아나였다.

입은 천으로 막혀 있었지만 살아 있었다.

시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 풀어줘.”

“그러면 재미없지.”

가면 인물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다.

“24시간 중 남은 시간은 15시간.”

화면에 타이머가 떴다.

14:59:59

“다음엔 네가 선택하게 될 거다.”

“무슨 뜻이지?”

“한 사람을 구할지.”

가면 인물이 낮게 웃었다.

“모두를 지킬지.”

지지직—

화면이 꺼졌다.

통제실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오민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방금 되게 무서운 예고 아닙니까?”

아무도 부정하지 못했다.

한채린은 빠르게 명령했다.

“영상 분석. 배경 소음, 조명, 프레임 단위 추적하십시오.”

“네!”

“전 직원 출입 기록 재검토. 행사 관련 외부 인력 전수 조사.”

“네!”

“폭발물 반입 경로 확인. 오늘 현장 접근한 차량 전부 다시 확인하십시오.”

“알겠습니다!”

통제실 분위기가 급격히 바빠졌다.

그때 한 요원이 급히 외쳤다.

“잠깐… 영상 마지막 프레임 확대됩니다!”

모니터에 흐릿한 장면 하나가 확대됐다.

철제 벽.

낡은 형광등.

그리고 벽면 한쪽에 희미하게 적힌 숫자.

B-27

한채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저거…”

전산 요원이 빠르게 검색했다.

“서해 항만 구역 폐시설 코드와 일치합니다!”

임태건이 바로 말했다.

“미끼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한채린이 답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합니다.”

시온이 물었다.

“바로 출동합니까?”

“특수부대 먼저 투입합니다.”

“저도 갑니다.”

순간 모두가 동시에 그를 봤다.

오민석은 거의 절규했다.

“안 됩니다! 각하 오늘만 벌써 두 번 터졌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대통령은 원래 가만히 있는 직업 아닙니까?!”

“그건 저도 오늘 처음 듣는데요.”

임태건이 낮게 말했다.

“각하가 직접 움직이면 적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시온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그럼 더더욱 알아야죠.”

“네?”

“상대가 왜 저를 끌어내려고 하는지.”

한채린이 조용히 시온을 바라봤다.

아침까지만 해도 허둥대던 백수 같던 남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겁먹고 있었다.

분명 무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망치진 않았다.

한채린이 입을 열었다.

“각하.”

“네.”

“지금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시온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두렵다.

그래도 도망칠 수는 없다.

“회의실 갑시다.”

한채린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좋습니다.”

강시온은 처음으로 스스로 걸었다.

누가 떠밀어서가 아니라, 직접 선택해서.

그리고 그 밤.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첫 전시 체제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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