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하아.”
하지만 나는 들었다.
내 손가락이 발등을 지나 발목으로 올라가자, 그녀의 시선이 결국 물속으로 떨어졌다. 흔들리는 물결 아래로 내 손이 보였다 사라졌다. 그녀는 그 움직임을 따라보다가, 천천히 내 얼굴을 보았다.
“어머님.”
“왜.”
“첫경험 이야기 해줘요.”
“실례야, 그거.”
말은 차갑게 나왔지만, 목소리 끝은 와인처럼 조금 풀려 있었다.
나는 그녀의 발목을 살며시 잡았다.
도망칠 수 없을 만큼 세게는 아니었다.
하지만 모르는 척 빠져나가기에는 분명한 힘이었다.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하는 거야.”
“궁금해서요.”
“궁금해하지 마.”
“장인어른이 처음이에요?”
그 말이 나오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그 사람 얘기는 그만.”
그녀는 내 손에 잡힌 발목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완전히 빼지는 않았다.
그 작은 망설임이 오히려 더 선명한 대답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발목을 조금 더 끌어당겼다.
동시에 나도 물속에서 조금 앞으로 다가갔다.
우리 사이의 거리가 줄었다.
그녀의 발끝이 내 허벅지 위에 닿았다. 미끄러지듯, 그러나 분명히. 그리고 곧 더 위태로운 곳 가까이 멈췄다.
장모님이 낮게 숨을 삼켰다.
“하…”
그 숨이 와인 향처럼 물 위에 번졌다.
나 역시 발끝을 움직였다.
그녀의 무릎 안쪽을 지나, 허벅지 안쪽을 아주 천천히 스쳤다. 그녀는 순간 몸을 뒤로 물리려 했지만, 자쿠지의 둥근 벽이 더 이상 물러날 자리를 주지 않았다.
“자네…”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만 장난쳐.”
“장난 아닌데요.”
나는 그녀의 발목을 놓지 않은 채 말했다.
“말해줘요. 궁금해요. 어머님 이야기.”
그녀는 나를 노려보려 했다.
하지만 물속에서 이어진 접촉이 계속 그녀의 표정을 흐트러뜨렸다. 말로는 밀어내면서도, 발끝은 내게서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내 다리가 그녀의 안쪽을 스칠 때마다, 그녀의 잔잔하던 물결이 조금씩 크게 흔들렸다.
“정말…”
그녀는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못 살아.”
나는 그녀의 발목을 조금 더 끌어당겼다.
이번에는 그녀도 저항하지 않았다.
물 아래에서 그녀의 다리가 느슨하게 풀렸다. 그 움직임만으로도 자쿠지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뜨거운 물은 이미 충분히 뜨거웠는데, 이상하게 더 숨이 막혔다.
“장인어른이 처음이었어요?”
나는 다시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입술을 깨물었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발목을 천천히 감싸 쥐었다. 발등, 복사뼈, 종아리 아래쪽까지. 그녀는 그 감각을 따라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사람 얘기는 하지 말라니까.”
“그럼 다른 사람 얘기요.”
“없어.”
“정말요?”
장모님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피곤한 듯, 부끄러운 듯, 아주 작게 웃었다.
“처음이라고 할 만한 게…”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물결이 그녀의 가슴께에서 작게 흔들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발목은 아직 내 손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발끝은 여전히, 물속에서 나를 모르는 척 건드리고 있었다.
**
장모님의 과거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별것 없었다.
아니, 별것 없었다는 말이 오히려 더 잔인할지도 몰랐다.
내가 알고 있던 그대로였다. 장인어른과의 이른 만남. 너무 빠른 결혼. 곧이어 태어난 두 딸. 그리고 그 뒤로는 거의 끊어지다시피 한 부부 사이.
장인어른은 완전한 옛날 사람이었다.
다정한 말도, 긴 입맞춤도, 기다림도 없었다고 했다. 아내의 몸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그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장모님은 장인어른과의 관계가 아무 느낌도 없었던 것이 아니라, 아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로맨스가 없으면 열리지 않는 몸.
마음이 먼저 풀리지 않으면,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일 자체가 상처가 되는 몸.
장모님은 그런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관계만을 견디기에는 지나치게 예민했고, 지나치게 연약했다.
“자네랑…”
장모님은 물결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기분이 들 줄은 정말 몰랐어.”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다.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것 같기도 했다.
“방문을 열어뒀을 때부터…”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와인잔을 들었다.
한 모금 마신 뒤에야 겨우 다시 말했다.
“이미 내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어.”
나는 숨을 죽였다.
“자네가 손을 댔을 때는…”
그녀의 얼굴이 물의 열기 때문인지, 고백 때문인지 더 붉어졌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어. 몸이 먼저 알아버린 것처럼.”
그 고백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입꼬리가 올라갔다.
뿌듯했다.
미안할 만큼.
그녀가 평생 모르고 살았던 문 하나를, 내가 열어버렸다는 생각이 죄책감과 함께 이상한 우월감처럼 가슴을 채웠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물속의 우리는 얌전하지 않았다.
뜨거운 물결 아래에서 서로의 발끝은 계속 닿았다가 떨어졌다. 처음에는 우연처럼 스쳤고, 그다음에는 모르는 척 머물렀다. 장모님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와인잔을 들고 있었지만, 물속에서 그녀의 발끝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
내 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발목을 잡고, 복사뼈를 지나, 종아리 안쪽을 천천히 쓸어올렸다. 그녀는 그때마다 와인잔을 입술에 가져갔지만, 마시지는 못했다. 잔 끝에 입술만 댄 채 숨을 삼켰다.
물은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흐릿하다고 해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발바닥은 내 물건의 기둥에 완전히 밀착된채로 아래위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장모님은 모르는 척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미 물속을 보고 있었다.
나는 낮게 웃었다.
“그럼…”
그녀가 나를 보았다.
“우리 장모님이 지금도 젖었겠네요?”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손으로 물을 퍼 내 얼굴에 뿌렸다.
— 촤악.
“짓궂어, 정말.”
“맞잖아요.”
“몰라.”
“모르는 얼굴이 아닌데요.”
그녀는 나를 흘겨보았다. 하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나는 물속에서 그녀의 발목을 조금 더 단단히 잡았다. 그녀가 뺄 수 없을 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빠져나가려면 분명히 의지를 보여야 하는 정도의 힘이었다.
장모님은 발목을 빼지 않았다.
오히려 물속에서 발끝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도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이리 와요.”
내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번에는 그녀가 곧바로 고개를 젓지 않았다.
와인잔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망설임.
그리고 아주 작은 한숨.
“정말…”
그녀는 물속에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가까워질수록 물결이 더 크게 흔들렸다. 그녀의 무릎이 내 허벅지에 닿고, 가슴 아래까지 차오른 물이 출렁였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겼고, 그녀는 이번에도 밀어내지 않았다.
“자네한테는…”
장모님이 내 앞까지 다가와 낮게 말했다.
“이기질 못하겠어.”
그 말은 항복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항복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의 것이었다.
**
자쿠지 안에서 우리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서로 마주 앉아 있지 않았다.
나는 장모님을 뒤에서 안고 있었고, 그녀는 내 품에 몸을 기댄 채 와인잔을 홀짝이고 있었다. 뜨거운 물은 가슴께까지 차올라 있었고, 물결이 흔들릴 때마다 서로의 맨살이 미끄럽게 스쳤다.
내 손은 그녀의 몸 어디든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가슴을 움켜쥘 수 있었고, 조금만 더 내려가면 허벅지 안쪽을 지나 그녀가 숨을 삼킬 곳까지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긴장으로 굳어 있던 어깨가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와인이 한 모금씩 넘어갈 때마다 그녀의 몸은 내 품 안에서 더 느슨해졌다. 더 깊이 기대왔고, 더 오래 머물렀다.
이번에는 내 이야기가 시작됐다.
“지혜 만나는 동안…”
장모님이 와인잔 너머로 물었다.
“한 번도 바람피운 적 없어?”
“없어요.”
나는 바로 대답했다.
“정말?”
“네.”
“솔직하게 말해.”
“정말 없어요.”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아주 낮게 중얼거렸다.
“착한 사위가…”
말끝에는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것이 묻어 있었다.
“어쩌다가 이런 장모를 만나서.”
나는 그녀의 젖은 어깨에 턱을 가까이 가져갔다.
“장모님 같은 여자가 없었으니까요.”
“치…”
그녀는 작게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대답이 마음에 든 사람처럼, 잔을 든 손끝이 조금 느슨해졌다.
“말은 잘해.”
“진심인데요.”
“그래서 더 문제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와인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살짝 돌렸다.
“한 모금 줄까?”
와인잔이 내 입술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잔을 보다가, 그녀의 젖은 입술을 보았다.
“입에 있는 걸로 주세요.”
장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품 안의 몸이 아주 작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뒤, 그녀는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녀를 더 가까이 안았다.
입술이 닿았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곧 그녀의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와인이 내게로 흘러들어왔다. 떫고 달콤한 맛, 뜨거운 물의 김, 그녀의 숨이 한꺼번에 섞였다.
와인잔이 자쿠지 가장자리에 내려졌다.
그다음, 장모님의 손이 물속에서 내 손을 찾았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내 손가락을 붙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가슴 위로 가져갔다.
내 손바닥 아래에서 그녀의 몸이 출렁이는 물결과 함께 부드럽게 눌렸다. 그녀의 숨이 입술 사이로 흔들렸다. 그래도 그녀는 내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힘을 주어, 내 손이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감싸도록 이끌었다.
키스는 계속되고 있었다.
와인의 맛이 입 안에서 사라질 때쯤, 그녀의 손은 다시 내 손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아래로 내려갔다.
물속이라 모든 움직임이 느렸다. 하지만 그 느림 때문에 더 선명했다.
그녀의 아랫배를 지나, 허벅지 안쪽으로.
나는 숨을 삼켰다.
장모님은 눈을 감은 채 내 손을 더 아래로 이끌었다. 말로는 도저히 꺼낼 수 없는 부탁을, 손끝으로 대신 말하는 사람처럼.
그녀의 다리가 아주 조금 벌어졌다.
그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자쿠지 안의 물결이 달라졌다.
나는 키스를 멈추지 않은 채 그녀를 더 단단히 안았다.
장모님은 내 입술에 와인의 마지막 맛을 남긴 채, 아주 작게 숨을 흘렸다.
그녀는 더 이상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
자신이 어디로 내 손을 이끌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우리 둘 다 더는 숨기지 않았다.
“하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