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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ผู้แต่ง: 네입클로버

제1화

ผู้เขียน: 네입클로버
욕실 안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온하준이 샤워를 하고 있었다.

새벽 세 시, 그는 막 돌아온 참이었다.

강지연은 욕실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에게 상의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조금 긴장했다. 이제 막 그에게 말하려는 이 일을, 그가 듣고 과연 동의해 줄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하던 찰나,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강지연은 귀를 기울여 한참을 듣고서야 그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챘다. 그가 스스로 욕구를 해결하고 있는 소리였다...

거칠게 섞인 숨소리와 억눌린 신음이 한 번 한 번, 무수한 망치질처럼 그녀 가슴을 촘촘하고도 강하게 내려쳤다.

아려 오는 통증이 파도처럼 번져 나갔고, 그녀는 그 아픔 속에 잠겨 허우적거리면서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사실 오늘은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강지연과 온하준이 결혼한 지 다섯 해째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단 한 번도 부부 사이의 관계가 없었다. 알고 보니 그는 이렇게 혼자 해결할망정 그녀에게는 손가락 하나 대고 싶지 않았던 걸까?

온하준의 숨소리가 점점 더 가빠질수록, 그는 마치 극도로 억누르다 못해 터져 나오는 듯 낮게 소리를 뱉었다.

“하나야...”

그 한마디가 그녀에게 마지막 일격이 되어 내리꽂혔다.

강지연의 가슴속에서 쿵 하는 소리가 울렸고, 무언가가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아 울음을 터뜨리지 않도록 버텼다.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듯 뛰어가려 했다.

하지만 첫걸음을 내딛자마자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세면대에 부딪혔고,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강지연?”

욕실 안에서 온하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숨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탓에 애써 목소리를 고르려 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거친 숨소리는 여전히 짙게 배어 있었다.

“나... 나 화장실 가려고 했어. 네가 샤워 중인 줄은 몰랐어...”

그녀는 서툰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허둥지둥 세면대를 붙잡고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애썼다. 하지만 마음이 급할수록 꼴은 더 우스꽝스러워졌다.

바닥에도, 세면대 위에도 물이 흥건했다. 그녀는 겨우 몸을 일으켰지만, 그 순간 온하준이 이미 나와 있었다. 서둘러 걸친 흰색 목욕가운은 제대로 여며지지도 않았고, 그럼에도 허리끈만은 단단히 동여맨 상태였다.

“넘어졌어? 내가 안아 줄게.”

온하준은 그녀를 안아 올리려는 듯 손을 뻗었다.

그녀는 통증 때문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지만, 그럼에도 그의 손을 밀어냈다.

초라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나왔다.

“괜찮아, 나 혼자 일어날 수 있어.”

그 말 이후, 강지연은 또 한 번 미끄러질 뻔하며 비틀거리다가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겨우 침실 쪽으로 도망치듯 돌아갔다.

그래, ‘도망치다’는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온하준과 결혼한 이 5년 내내, 그녀는 늘 도망치고 있었다.

바깥 세계를 피해 도망치고,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피해 도망치고, 그리고 무엇보다 온하준의 동정과 연민을 피해 도망쳤다.

온하준의 아내가 절름발이라니...

절름발이가 어떻게 구름 위를 걷는 듯 반듯하고 빛나는, 커리어도 성공한 온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에게도 원래는 곧고 아름다운 다리가 있었다.

온하준도 곧바로 그녀를 따라 나왔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

“많이 다쳤어? 어디 좀 보자.”

“아니, 괜찮아.”

그녀는 이불을 바짝 끌어당겨 몸을 감쌌다.

그 안에 조금 전 자신의 초라함까지 함께 꾹꾹 숨겨 넣었다.

“정말 괜찮아?”

온하준의 걱정은 진심처럼 들렸다.

“응.”

그녀는 그를 등진 채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그럼 자는 거야? 아까 화장실 간다고 하지 않았어?”

“이제는 또 안 가고 싶어졌어. 그냥 자자.”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맞다, 오늘 우리 기념일이잖아. 선물 하나 사 왔어. 내일 일어나서 열어 보고 마음에 드는지 봐.”

“응.”

선물은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이미 힐끗 본 터였다.

하지만 굳이 포장을 뜯어보지 않아도 알았다.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해마다 크기가 똑같은 상자,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도 늘 똑같은 시계 한 개였다.

서랍 속에는 생일 선물을 합쳐 이미 똑같은 시계가 아홉 개나 파묻혀 있었다. 이건 열 번째였다.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그는 불을 끄고 누웠다.

공기 속에는 샤워 후의 축축한 바디워시 향이 번져 있었지만, 그녀는 침대가 어느 쪽으로 꺼지는지조차 거의 느끼지 못했다.

2m짜리 큰 침대 위에서 그녀는 이쪽 끝에, 그는 저쪽 끝 가장자리에 누워 있었다. 둘 사이에는 사람을 세 명쯤 더 눕혀도 될 만큼의 거리가 있었다.

둘 중 누구도 “하나”라는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욕실에서 그가 방금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단 한마디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강지연은 꼼짝 없이 똑바로 누운 채 눈가가 화끈거릴 만큼 아려 왔다.

하나, 본명은 이하나. 그녀는 온하준의 대학 동기였고, 그의 첫사랑이자 여신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 이하나는 해외로 떠났고 둘은 결국 헤어졌다. 그때 온하준은 한동안 완전히 무너져 매일 술에만 기대어 살았다.

강지연과 그는 중학교 동창이었다.

그녀는 인정한다. 중학교 때부터 이미 그녀는 몰래 그를 좋아했었다.

그때 온하준은 학교에서 가장 잘생긴 남학생이었고, 차갑고 도도한 수재였다.

반면 그녀는 예체능 쪽이었다. 예쁘기는 했지만, 예쁜 아이는 어디에나 있었다.

성적이 전부인 고등학교 시절에 예체능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 부류였고, 심지어 편견 어린 시선까지 따라붙었다.

그래서 그 마음은 언제나 그녀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남았다. 언젠가 자신의 발로 그 앞에 당당히 서게 될 줄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무용학원에서 집으로 방학을 보내러 돌아왔던 그녀는 마침 완전히 무너진 상태의 그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날 밤, 온하준 역시 잔뜩 취해 있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길 위를 S자 모양으로 헤매다가 신호를 보지도 않고 그대로 길을 건너려 했다.

마침 쏜살같이 달려오던 차 한 대가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했고, 강지연은 불안한 마음에 그의 뒤를 따라가다 마지막 순간 그를 밀쳐냈다.

밀려난 쪽은 그였고, 차에 치인 쪽은 그녀였다.

강지연은 무용 전공생이었다. 이미 대학교 진학이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 한 번의 교통사고로 그녀는 다리를 절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는 춤을 출 수 없게 되었다.

그 후로 온하준은 술을 끊고 그녀와 결혼했다.

그는 언제나 그녀에게 미안해했고, 언제나 그녀에게 감사해했고, 언제나 낮은 목소리로 다정하게 대했다.

하지만 동시에 언제나 물처럼 차갑고 담담했다.

온하준은 강지연에게 수없이 많은 선물을 안겼고 넉넉한 돈도 쥐여 주었다. 하지만 오직 하나 사랑만은 주지 않았다.

그녀는 시간이 모든 것을 덮어 주리라 믿었다. 시간이 모든 상처를 둥글게 깎아 줄 거라고도 믿었다.

하지만 상상도 하지 못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는 여전히 ‘이하나’라는 이름을 그렇게 깊이 새기고 있었을 줄은. 심지어 스스로를 위로하는 그 순간에도 부르던 이름이 여전히 그 이름일 줄은...

결국 바보 같고 순진한 쪽은 언제나 그녀였다.

강지연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휴대폰 속 메일 한 통을 이 긴 밤 동안 백 번은 넘게 열어본 것 같았다.

해외의 한 대학교에서 보내온, 그녀의 합격 통지 메일이었다. 그리고 그 메일이야말로, 오늘 밤 원래라면 그와 상의하려 했던 일이었다.

그녀가 해외로 유학을 가도 되는지, 가도 괜찮은지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굳이 그와 상의할 필요도 없게 된 것 같았다.

5년의 결혼 생활.

수없이 뒤척이며 보냈던 밤들.

마침내 이 순간부터 하나하나 끝을 세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온하준이 일어났을 때 강지연은 여전히 자는 척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바깥에서 그가 가정부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밤 약속이 있어서 늦을 거예요. 지연이한테는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라고 해 주세요.”

당부를 마친 그는 다시 침실로 돌아와 한 번 더 그녀를 살폈다.

강지연은 여전히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린 채 누워 있었고 눈물은 이미 베개를 흠뻑 적신 뒤였다.

평소 같으면 그가 회사에 나갈 때마다, 그녀는 미리 그가 입을 옷을 챙겨 두고 옆에 잘 정리해 두고는 했다. 그는 늘 그대로 입고 나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오늘, 강지연은 그러지 않았다.

온하준은 혼자서 옷방에 들어가 양복을 골라 입고, 그대로 회사를 향해 떠났다.

그제야 그녀는 눈을 떴다. 눈이 퉁퉁 부은 느낌이었다.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그녀가 스스로 맞춰 둔 시간이었다. 일어나 영어를 공부해야 할 시간.

결혼 이후, 다리 때문에 그녀는 하루의 90%를 집 안에서만 보냈다.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았고, 그저 하루를 잘게 잘라 매 시간마다 할 일을 억지로 만들어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알람을 끄고, 휴대폰을 들고 이것저것 앱을 무의미하게 넘겨 보기만 했다.

머릿속은 웅웅거리는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서 무엇을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SNS에서 문득 어떤 영상을 스치듯 보게 되었다.

화면 속 인물이 너무 익숙해 보였다.

계정을 다시 확인해 본 순간 적혀 있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HN]

‘이 빌어먹을 빅데이터...’

게시 시간은 바로 어젯밤이었다.

강지연은 그 영상을 눌러 재생했다.

경쾌한 음악이 먼저 들려왔고, 곧이어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셋! 하나야, 돌아온 거 환영해!”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온하준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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ความคิดเห็น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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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이
결혼기념일라면 결혼은잘했다고 말을한다 결혼은상대방이랑같이는겠 결혼생활이야 부부는 서로가 사랑을하는거야 이겠 이게 바로 부부라는거야꼭 결혼은하면 서로가 축하만해주는거야 마음이마져야지 결혼을 이어가는거야 이겠바로부부야함께사는게 좋은거야
goodnovel comment avatar
천하수
그냥은 안넘어 가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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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46화

    지난 며칠 동안 벌어진 모든 일은 모두가 그녀를 위해 짜맞춘 하나의 꿈 같았다.그 아름다운 꿈속에서 강지연은 병든 식물이 햇빛과 비를 맞으며 다시 꽃을 피워 가듯 서서히 숨을 되찾고 있었다.그 모두 속에는 온하준도 포함돼 있었다. 어쩌면 그는 그 중심에 있었을지도 모른다.강지연은 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대신 살짝 방향을 틀어 돌아 나왔다.잠에서 깬 홍순자는 강지연이 방에 없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밖으로 뛰쳐나왔다.사람들은 강지연과 홍순자가 아직 자고 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강지연이 사라졌다는 말에 목장 전체가 순식간에 술렁였다.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찾던 끝에 번식 구역에서 송아지를 받는 아저씨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 강지연을 발견했다.막 떠오른 햇살이 목장을 비추고 있었고 초록빛 풀밭은 금을 입힌 듯 반짝이고 있었다. 그 황금빛 속에서 강지연은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었다.“할머니, 고모, 오빠! 빨리 와 봐요. 젖소가 송아지를 낳았어요!”세 사람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며 조용히 눈시울을 적셨다.평소엔 좀처럼 오지 않는 목장이기도 했고 강지연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어서 모두 이곳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뜻을 모았다.그래서 오전에는 강시우가 그녀를 데리고 말을 탔고 오후에는 목장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치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버터는 또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하나하나 직접 보여주었다.저녁이 되자 온종일 지칠 정도로 돌아다닌 강지연은 가족들과 함께 다시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둥근 달이 높이 떠 있는 밤하늘 아래, 그녀는 할머니의 어깨에 기대어 목장에서 만든 시원한 요구르트를 마시며 고소한 바비큐를 먹었다.지금 이 순간이 꿈인지, 아니면 지난 모든 일들이 꿈이었는지 현실감이 뒤섞이는 기분이었다.강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기 접시 하나를 들고 뒤쪽 숙소로 향했다.“오빠.”강지연이 불렀다.“누구 주려고요?”가로등 불빛 아래, 누군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45화

    그 뒤 며칠 동안 강지연은 계속 바빴다. 홍순자가 이곳에서 이렇게 다채로운 생활을 하고 계실 줄은 몰랐다.물 만난 물고기처럼 할머니는 이곳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고 있었고 아직 언어가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만 빼면 삶은 아주 풍성해 보였다.강지연은 홍순자와 함께 강희라 회사의 상품 쇼에 참석한 적도 있었다. 그 쇼에는 홍순자의 디자인이 반영된 작품이 있었기 때문이다.홍순자는 전문적인 디자인 이론을 알지는 못했지만 해성에서 오래 살아오며 자수와 옛 장신구에 대한 지식과 감각이 몸에 배어 있었고 아이디어도 많았다.강희라는 그 생각들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 주곤 했다. 그래서 그날 쇼에서는 홍순자가 무대에 올라야 했는데 강희라는 쇼 전체를 챙기느라 바빴고 자연스럽게 강지연이 홍순자의 의상과 메이크업을 맡게 되었다.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강지연은 홍순자의 드레스를 고르고 화장을 해드리고 머리를 손질했다.본인 준비까지 마친 뒤 오후에는 쇼를 보고 저녁에는 만찬까지 이어졌다. 하이힐을 하루 종일 신고 있었더니 발이 말을 듣지 않을 지경이었고 그날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었다.또 하루는 강시우가 국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 설명회를 준비하던 중, 예약해 두었던 사회자가 항공편 문제로 오지 못하게 되었다.결국 강시우는 급하게 그 일을 강지연에게 맡겼다. 그녀는 원고를 외우고 사전을 찾고 챗지피티까지 뒤졌다.전문 용어가 너무 많아 현국어로 번역해도 뜻이 잡히지 않는 말투성이였고 강시우가 바쁘다 보니 단어 하나하나를 전부 물어볼 수도 없었다.그날 밤 그녀는 꿈속에서도 번역하고 있었고 전문 용어와 멘트를 외우고 있었다.방 안에 퍼진 치자꽃 향기 속에서 나뭇잎 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긴장한 정도는 수능을 앞두었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다음 날 무대에 올라서자 더 긴장됐다. 외국어로 하는 사회는 처음이었기에 오빠에게 누가 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그날 밤에도 강지연은 집에 돌아와 머리를 대자마자 깊이 잠들었다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44화

    온하준은 밤새 한숨도 자지 않았다. 강희라와 강시우에게서 오는 신호를 놓칠까 봐서였다.강지연의 방에 치자꽃 향 디퓨저를 둔 것도 그의 제안이었고 효과는 확실했다.이제 다음 단계는 낮이었다. 강지연을 더 이상 방 안에만 두지 말고 밖으로 나가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해야 했다.그래야 밤에 깊이 잠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처음에는 춤을 추게 할 생각이었지만 강시우가 반대했다. 괜히 불편한 기억을 건드릴 수 있으니 당분간은 춤을 피하자는 거였다. 그렇게 해서 나선 사람이 홍순자였다.홍순자는 방문 앞에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가 머뭇거리며 바로 사라졌다.“할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강시우가 먼저 묻고는 강지연을 향해 말했다.“내가 나가서 보고 올게.”강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강시우가 돌아오자 그녀가 물었다.“할머니 왜 그러신데요?”강시우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아, 사과할 일이 있는데 영어로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시더라.”강지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할머니가 왜 사과를 해요? 누구한테 하는 건데요?”“오늘 원래 할머니가 여기 현지 가족 몇 분이랑 약속이 있었거든.”강시우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그런데 못 가게 돼서 디저트랑 사과 편지를 보내려고 하시는 거야.”“왜 못 가시는데요?”외국에 와서라도 할머니가 친구를 사귀고 즐겁게 지내길, 강지연은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강시우가 잠시 말을 멈추는 순간 그녀는 모든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할머니한테 가시라고 해요. 나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강시우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아니야. 너 때문이 아니라 할머니가 아직 혼자 나가는 걸 불편해하시거든. 원래는 엄마가 같이 가기로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겼고 나도 곧 회사에 가 봐야 해서... 그래서 그냥 취소하신 거야.”강지연은 금세 상황을 정리했다. 고모도 오빠도 바빴고 할머니는 그녀를 혼자 두고 나가는 게 마음에 걸렸던 거였다.그동안 자신 때문에 집 안의 세 사람이 번갈아 곁을 지켰고 그사이 미뤄진 일들이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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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42화

    “알고 있어요. 저는 다시 강지연을 붙잡으려 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이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아요.”온하준은 강시우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스스로 선을 그었다.“그 정도 분별은 있어서 다행이네. 우리 집으로 와.”강시우는 결국 온하준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온하준은 강시우가 보낸 운전기사의 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고 문 앞에서 근심이 가득한 홍순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시큰하게 저렸다.한때 자신을 누구보다 많이 아껴 주던 할머니였다. 정말 오랜만에 마주한 얼굴 앞에서 진심으로 잘 모시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마음이 불쑥 떠올랐다.“할머니, 저 지연이 보러 왔어요.”홍순자 앞에 쪼그려 앉는 순간 온하준은 눈시울이 붉어졌다.이미 강시우에게서 그의 사정을 들어 알고 있었던 홍순자는 지금의 온하준을 보며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한때는 모든 기대를 이 아이에게 걸었고 강지연을 행복하게 해줄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가 봐라.”짧은 말 속에 쓰림과 원망이 함께 얽혀 있었다. 강지연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지고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강지연을 다시 온하준에게 맡겨야 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홍순자의 마음을 괴롭혔다.온하준은 강시우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우리 엄마가 안에 같이 있어. 사람 없으면 안 돼. 그리고 문도 안 열려고 해.”강시우는 이미 강지연의 상태를 어느 정도 설명해 둔 뒤였다. 온하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너만 들어가. 나는 안 들어가는 게 나을 거야. 사람 많으면 더 안 좋아.”방문이 열리고 작은 거실을 지나 안쪽으로 침실이 이어져 있었다.온하준은 깔끔한 차림이었고 이마 앞으로 살짝 흐트러진 짧은 머리칼 사이로 차분하면서도 서늘한 눈빛이 비쳤다.침대 머리에 반쯤 기대앉아 있는 강지연이 보였다. 눈빛은 텅 비어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얼마 전 예술제 무대에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41화

    이 시점에 온하준의 전화가 반가울 리 없었던 강시우는 미간을 찡그리며 전화받았다.“저기... 강시우 씨.”머뭇거리며 내뱉는 온하준의 호칭에 강시우의 미간이 더 깊게 접혔다.“강시우 씨, 갑작스럽게 전화해 죄송한데 혹시 강지연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건지 여쭤보고 싶어서요.”“네가 어떻게 알아?”강시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추측해 본 거예요.”온하준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며칠째 한의원에도 안 가고 연습에도 안 나갔다고 들었어요. 무용단 단원들도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모르고 있고요. 강지연 성격에 공연이 그렇게 성공했으면 보통은 더 열심히 연습에 매달렸을 텐데. 그래서 아픈 건지 아니면...”온하준의 말을 듣는 동안 강시우의 머릿속에 문득 한 생각이 스쳤다.“너, 지연이에 대해 잘 알고 있지?”강지연의 성장 과정에서 그는 사실상 부재한 오빠였다.온하준이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는 건 분명했지만 강지연과 십여 년을 알고 지낸 사이이기도 했다.학창 시절 삼 년, 부부로 산 세월이 오 년.어쩌면 온하준이 그녀 마음속 매듭을 풀 실마리를 쥐고 있을지도 몰랐다.“그렇죠. 이 세상에서 강지연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라고는 할 수 있겠죠. 최소한 장시범보다는요.”강시우는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온하준의 목소리에 잠깐의 망설임이 스쳤다.“그래요. 제가 쓰레기같이 굴었던 건 사실이죠.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나니 여전히 강지연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지연, 마음이 많이 다친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것도 가벼운 상처는 아닌 것 같고요.”온하준이 이렇게 확신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강지연은 어릴 때부터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라면서도 거센 바람 속의 풀처럼 쉽게 꺾이지 않았다.상처를 논하자면 지난 오 년의 결혼 생활에서 자신이 준 상처가 가장 컸을 것이다.그럼에도 그녀는 한 번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잃지 않았다.그랬던 그녀가 장시범 때문에 지금은 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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