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rtir

제549화

Autor: 네입클로버
온하준은 강지연의 말을 끝까지 조용히 듣다가 그녀가 말을 마치자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봐.”

“뭘 보라는 거야?”

강지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말했잖아.”

온하준은 그녀의 말을 그대로 되짚었다.

“결혼은 은혜를 갚는 게 아니고 억지도 아니고 속박도 아니라고.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강지연은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

“강지연.”

온하준은 천천히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

“너 자신을 믿어. 네 말이 맞아. 너는 누구와 결혼하든 오직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하는 사람이야. 만약 행복하지 않다면 누구에게나 관계를 끝낼 권리가 있어.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상대의 문제지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틀리지 않았어.”

그제야 강지연은 온하준이 빙빙 돌려 말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강지연.”

온하준의 눈빛이 밤빛 속에서 은은히 흔들렸다.

“누군가를 진짜로 사랑한다는 건 내가 줄 수 있는 걸 전부 주고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Continúa leyendo este libro gratis
Escanea el código para descargar la App
Capítulo bloqueado

Último capítulo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53화

    강지연은 액자 하나를 골라 그 스케치를 끼워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연습복 차림에 머리를 높게 묶은 자기 모습이었고 눈매와 표정에 깃든 기운까지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담겨 있었다.그녀는 그 스케치를 사진으로 찍어 해성에 있는 최아현에게 보내며 누구누구인지 맞혀 보라고 했다.최아현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화면 너머로 비명에 가까운 울부짖음이 쏟아져 들어왔다.강지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혼자 웃음을 삼켰다. 그녀는 유리창 옆에 놓인 리클라이너에 몸을 눕히고 최아현과 문자를 주고받았다.온하준의 편지에는 ‘큰비가 지나간 뒤에’라고 적혀 있었지만 지금 베르덴의 날씨는 유난히 맑았다.햇빛이 통유리 너머로 쏟아져 들어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온하준이 말한 차유준처럼 어딘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빛이었다.[강지연, 우리 그때는 정말 단순하고 행복했지.]최아현의 문자를 보며 강지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시절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는 솔직히 잘 떠오르지 않았다.그때의 삶은 공부와 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전부였다.아마 이후에 너무 깊은 상처를 받아서 그 시절의 기쁨과 추억까지 함께 옅어졌을지도 몰랐다.[강지연, 이 스케치 어디서 난 거야?]최아현의 질문에 강지연은 느긋하게 답장을 보냈다.[차유준이 그린 건데 온하준이 보내줬어. 엘리에 있는 한 시골 마을인데 차유준이 묵었던 민박집 벽에 걸려 있던 거래. 신기하지?]최아현은 매우 놀랐다.[온하준은 뭐 하자는 거야? 너희 화해한 거야?]강지연은 온하준이 차유준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그녀는 최아현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결국 자신과 온하준의 관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최아현.]온하준과의 이혼은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었고 그 뒤 장시범과의 일은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를 남겼다.‘최아현’이라는 이름을 보내 놓고 나니 수많은 말들이 가슴안에서 밀려왔지만 손끝으로는 도무지 찍어 낼 수가 없었다.[강지연, 왜?]최아현이 다음 말을 기다렸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52화

    짧은 여행 일기였다. 하지만 이 글씨는 분명 온하준 것이 아니었다.강지연은 그의 필체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이것은 분명 복사본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차유준의 여행 일기일 테고 온하준이 그곳에 가서 그의 일기를 복사해 엽서 뒤에 붙여 보낸 것일 수도 있었다.사실 강지연은 차유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사람들은 흔히 글씨에 성격이 담긴다고 말하는데 그의 필체는 곧고 단정했다.군더더기 없이 짧고 간결한 문장에서는 무뚝뚝하고 직설적인 성격과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강지연은 그 엽서를 서랍 안에 조심스레 넣어 두었다.두 번째 편지는 일주일 뒤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엽서가 아니라 A4 용지에 인쇄된 손 그림 한 장이었다.정확히 말하면 손으로 그린 스케치를 출력한 것이었다. 스케치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 처음에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그리고 이번에는 온하준의 장문 편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강지연, 이 편지를 열어 보길 바라며.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건 호숫가를 떠난 뒤 뜻밖에 차유준이 머물렀던 이 민박을 찾게 되었기 때문이야. 호숫가를 벗어나 조금 달리면 나오는 길목이 있는데 백 년이 넘은 집이야. 전형적인 외국 시골집인데 정말 귀여워. 사진을 찍어 보내고 싶었어. 너라면 분명 좋아했을 거야. 안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가득했는데 그것들도 네 취향일 것 같더라. 특히 벽에 걸린 그림들이 인상적이었어. 집주인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것들도 있고 여행객들이 남긴 그림들도 있었지. 네가 보고 있는 이 그림도 그중 하나야. 차유준이 남긴 거더라. 무슨 그림인지 기억나? 기억이 안 나면 그림 뒷면을 한 번 봐.]강지연은 참지 못하고 서둘러 그림을 뒤집었다. 이제 이 글씨는 알아볼 수 있었다. 힘 있고 반듯한 필체. 차유준의 글씨였다.[내 친구들을 그들이 좋아하는 시골집으로 데려왔다. 누가 이렇게 낮고 작고 통통한 집을 좋아했었지?]그의 친구들. 강지연은 다시 그림의 앞면을 바라보았다.대략 짐작되는 얼굴들이 있었기에 이제는 몇몇 인물을 자연스럽게 알아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51화

    강지연도 이 관계에 더 이상 어떤 기대도 품고 있지 않았다.이별은 이미 정해진 결말이었지만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아팠다.장시범에게 그녀 역시 진심을 건넸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그 말을 꺼내는 순간 눈앞의 잔과 접시가 모두 허상처럼 흐려졌다.“아저씨, 아주머니 그리고 장시범, 앞으로 모든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요.”붙잡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녀를 바라보던 장시범의 눈가에 마침내 눈물이 차올랐다.강희라와 강시우는 이런 자리에서의 의례적인 말에 익숙했다.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끝나자 이후로는 양가 어른들이 시시한 안부와 뜬금없는 화제로 말을 주고받을 뿐이었다.서로 예의는 지켰지만 그 친절함은 차라리 비즈니스 미팅보다도 덜 진실해 보였다. 적어도 거래는 협력의 의지를 전제로 하니까.강지연은 장시범의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어쩌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 편을 들기 마련이니까.모두가 애써 평온을 유지한 끝에 식사는 마침내 끝이 났다. 장희연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 일도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 같네요. 앞으로도 인연이 닿으면 종종 뵈어요.”그저 형식적인 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수가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양가 모두 체면은 지킨 셈이었다.장시범의 가족이 먼저 식당을 나섰다. 강지연 일행이 밖으로 나왔을 때 길가에는 장시범 혼자 서있었고 부모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잠깐만 다녀올게요. 금방요.”강지연은 작은 목소리로 강시우에게 말했다. 강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있는 이상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터였다.강지연은 장시범 앞에 섰다.“장시범.”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고통이 스민 시선이 강지연에게 닿았다.“미안해.”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메말라 사포에 긁힌 듯했다. 강지연은 그 사과에 답하지 않았다.한때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50화

    홍순자는 마치 맹수를 막듯 강지연 앞을 가로막으며 편지를 보지 못하게 했다.“할머니, 저 이제 괜찮아요. 제가 직접 제대로 마주해야 진짜로 나아갈 수 있는 거잖아요.”강지연이 손을 내밀어 편지를 달라고 하자 홍순자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끝내 긴장한 얼굴로 편지를 건넸다.강지연은 봉투를 열어 모든 글자를 빠뜨리지 않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장시범은 편지 속에서 사과를 전했고 함께했던 좋았던 기억을 길게 되짚었다.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지, 자신이 치른 희생이 아직도 부족한 것인지 묻고 있었다.‘희생’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강지연의 속은 여전히 울렁거렸다. 그녀는 앞에 놓인 얼음물을 집어 들어 단숨에 마셔 치밀어 오르려는 감각을 억지로 눌러 담았다.모든 편지를 다 읽고 나서야 숨죽여 지켜보던 홍순자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할머니, 저 괜찮다니까요.”강지연은 웃으며 할머니를 안심시켰다. 그때 강시우에게서 전화가 왔다.장시범의 부모가 이곳으로 왔는데 두 집안 식구끼리 함께 식사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였다. 강시우는 먼저 그녀의 의사를 물었다.강지연은 장시범의 부모에 대해서는 원래 좋은 인상을 느끼고 있었다.다만 이번 만남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 생각한 끝에 그녀는 마주하기로 했다.어떤 형태로든 정리는 필요했고 무엇보다 강시우가 그녀를 위험한 상황에 두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강시우 역시 만남을 권했고 강희라와 동참 하겠다고 했다.그날 저녁, 강지연은 오빠와 고모의 동행 속에 약속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장시범과 그의 부모는 이미 자리에 와 있었다.장희연은 여전히 단정하고 우아했다. 그녀는 강지연을 보고 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었다.장시범은 부모 사이에 앉아 있었다. 살이 조금 빠진 듯했고 얼굴빛도 창백했다.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마주치지 않는 모습은 한결 순해 보이면서도 낯설었다.“왔어, 어서 앉아.”장희연이 상냥하게 말했다.“고마워요, 아주머니. 아저씨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49화

    온하준은 강지연의 말을 끝까지 조용히 듣다가 그녀가 말을 마치자 비로소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봐.”“뭘 보라는 거야?”강지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말했잖아.”온하준은 그녀의 말을 그대로 되짚었다.“결혼은 은혜를 갚는 게 아니고 억지도 아니고 속박도 아니라고.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강지연은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강지연.”온하준은 천천히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너 자신을 믿어. 네 말이 맞아. 너는 누구와 결혼하든 오직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하는 사람이야. 만약 행복하지 않다면 누구에게나 관계를 끝낼 권리가 있어.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상대의 문제지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틀리지 않았어.”그제야 강지연은 온하준이 빙빙 돌려 말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강지연.”온하준의 눈빛이 밤빛 속에서 은은히 흔들렸다.“누군가를 진짜로 사랑한다는 건 내가 줄 수 있는 걸 전부 주고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 거야. 그런데 내가 이만큼 줬으니 넌 뭐로 갚을 거냐고 묻는 건 사랑이 아니라 거래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그 말은 원래 내가 사업할 때 협력사에 하던 말이야. 이렇게 투자했는데 결과가 이거뿐이냐고. 하지만 결혼은 사업이 아니잖아.”이 말은 사실 강시우도 했었다. 다만 그때의 강지연은 머릿속이 너무 어지러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지금 다시 들으니 유난히 또렷하게 박히는 것 같았다.“온하준.”강지연은 그의 목덜미에 붙은 모기를 보며 물었다.“너, 이혼하면서 재산 다 날린 거 후회는 안 해?”온하준은 대답 대신 살짝 웃었다.“뭐야, 설마 후회하는 거야?”강지연이 다시 물었다.“요 며칠 그렇게 애쓴 이유가 재산을 다시 가져가기 위해서야?”“후회한다고 하면 다시 줄 거야?”그가 되물었다.“너한테 줄 거는...”강지연은 그의 목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찰싹!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이것뿐이야!”강지연은 때

  •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제548화

    강지연은 참지 못하고 비웃듯 말했다.“이러는 거 안나도 알아? 너 참 이상하다. 전 와이프한테 무슨 미련이라도 남아 있는 거야?”온하준은 그녀를 한 번 바라보다가 쓴웃음을 지었다.“안나는 다 알아. 난 안나한테 아무것도 숨긴 적 없어.”“그건 늘 그랬지. 너는 원래 바람도 대놓고 당당하게 피우는 사람이잖아. 예전에 이하나랑 사귈 때도 나한테 숨기지는 않았어.”강지연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강지연.”온하준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또 뭐야?”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강지연, 아직도 내가 원망스러워?”가볍게 던진 한마디가 갑자기 불어온 회오리처럼 깊숙이 묻혀 있던 과거를 한꺼번에 끌어올렸고 십이 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겹치며 달콤함과 씁쓸함이 뒤엉켰다.예전의 강지연이라면 눈에 힘을 주고 굳은 표정으로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것이다. 남남이 된 지금 진짜 내려놓음이란 사랑도 미움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고 자신을 스스로 다잡으면서.필경 미워하는 데에도 힘이 필요한 법이니까.하지만 지금의 강지연은 돌아서서 이 여름밤 목장을 스치는 바람처럼 담담하고 맑은 얼굴로 말했다.“아니.”이제는 정말로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고 아무 마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애써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상태였고 과거 역시 이제는 연기처럼 흩어져 있었다.온하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예전엔 원망하긴 했다는 거지?”강지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놓아버렸기에 이제야 비로소 인정할 수 있었다. 원망했던 시간이 있었다는 걸.그때는 차마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그 원망이라는 감정조차 자신의 약점이 될까 봐, 한밤중에 감정이 폭풍처럼 다시 밀려올까 봐.“강지연, 너는 나를 구하느라 네 젊음과 꿈을 잃었는데 내가 그에 걸맞은 사랑을 주지 않아서 나를 원망한 거야?”강지연은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그날 그를 구했을 때 자신에게 있던 건 그저 무모한 용기 하나뿐이었다.다친 뒤 다시는

Más capítulo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