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589화

作者: 무안안
심미연은 순간 얼어붙었지만 이내 조은하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좋은 마음으로 알려줬더니 되레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세요? 저를 비난하기 전에 서연이가 최근에 무슨 일을 했고 누구를 만났는지나 제대로 생각해보시죠.”

이게 바로 그녀의 어머니였다.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사랑해준 적 없는 사람.

조은하의 눈과 마음에는 오직 심서연만이 존재했다.

어릴 때부터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애지중지하던 보물같은 존재.

심서연이 사라졌을 때 조은하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깊은 상처이자 후회로 남았고 심미연은 그 상처의 원흉으로 낙인찍혔다. 마치 심서연의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존재처럼.

그러다 심서연을 다시 찾은 날부터 그녀는 그 집에서 완전히 외면당한 타인이 되었다.

결혼 후 강지한이 집에 돈을 보내준 덕분에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서려 있었다.

어릴 때부터 그녀가 살아온 것은 삶이 아니라 끝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예전엔 상처받고 눈물 흘렸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조차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들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녀도 그들을 낯선 사람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낯선 사람에게 마음 아파할 이유는 없으니까.

조은하는 심미연의 차가운 표정에 압도당해 순간 얼어붙었다.

“분명히 심동현이야.”

그녀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얼마 전 심서연이 심동현에게 칼을 휘두른 일이 있었다.

심동현은 그 일로 심서연을 증오했고 그가 심서연에게 손을 썼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심미연은 미묘하게 눈썹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확실해요?”

심동현이 밖에서 내연녀와 아들을 키우며 심서연을 눈엣가시처럼 여긴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말 서연이를 죽일 만큼 잔인할까?’

“확실해...”

조은하는 말끝을 흐리며 눈앞에 서 있는 심미연을 의식하곤 입을 닫아버렸다.

“내가 왜 너한테 이런 걸 말해야 하지? 심미연, 이 못된 것아. 내 손 놔.”

조은하는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ロックされたチャプター

関連チャプタ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90화

    “심미연 씨, 살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남자가 한 걸음 다가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때 심미연이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심미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살리고 치료하는 건 의사의 본분이에요. 그날 다른 의사라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찌됐든 심미연 씨가 저를 살려주셨으니 감사한 건 당연한 일이죠.” 남자는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니 앉아서 편히 얘기하죠.” 여자가 다가와 심미연의 손을 잡았다. “심미연 씨, 그날 제가 오해한 거 정말 죄송해요. 진심으로 사과드려요.” 그날 그녀가 심미연이 남편을 구하는 것을 막았다면 지금쯤 그녀는 홀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그날의 일을 계속 떠올리며 왜 그렇게 남의 말에 휘둘렸을까 고민해왔다. “그때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심미연은 예의 바르게 답했다. “자, 먼저 앉으세요. 밥 먹으면서 계속 이야기 나누죠.” 남자는 신사답게 심미연의 의자까지 당겨주며 말했다. “심미연 씨, 앉으세요.” 심미연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조용히 앉았다. 남자는 아내를 데리고 심미연의 맞은편에 앉았다. “곧 음식이 나옵니다.”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심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답했다. “먼저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오태진입니다. 이분은 제 아내 장혜윤입니다.” “심미연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오태진이 심미연에게 물었다. “심미연 씨는 지금 어디 병원에서 일하고 계신가요?” 심미연은 웃으며 답했다. “저는 변호사로 천성 로펌에서 일하고 있어요. 병원에서는 일하지 않아요.” “아! 맞아요. 어제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온 그 심 변호사님 맞죠?” 장혜윤이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정말 대단하세요.” 심미연은 부끄러워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91화

    “오늘 너무 늦었어요. 집에 어린 아이도 있고 먼저 가봐야 해요. 내일 전화 주세요. 그때 자세히 검사해드릴게요.” 심미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그녀는 누군가가 장혜윤에게 독을 타서 주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 목적이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혜윤은 심미연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긴장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알겠어요. 내일 전화할게요.” “여보, 내일 출근 안 하면 나랑 같이 가자.” 오태진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일 휴가 낼게.” 그는 항상 딸을 원했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병원 검사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그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보니 누군가가 장혜윤이 임신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되면 꼭 연락 주세요. 먼저 가볼게요.” 심미연은 급하게 돌아가야 했다. 그녀는 이미 박유진에게 강상미가 집에 올 거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래서 박유진이 집에 있는지, 강지한이 떠났는지 걱정이 되었다. 두 남자가 마주치면 일이 커질까 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심미연 씨, 안녕히 가세요.” 장혜윤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심미연도 손을 흔들며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장혜윤은 심미연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심미연 씨의 의술이 정말 경지에 달한 건가?” 그저 맥을 짚어본 것뿐인데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정확히 알았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 없다고 했는데 그게 너무 이상했다. “왜 이렇게 멍하니 있어? 집에 가자.” 오태진은 장혜윤의 허리를 감싸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의 목숨을 구한 사람이 심미연이었기에 그는 심미연의 의술을 전적으로 믿고 있었다.“내 친구가 아까 전화로 헤어졌다고 해서 위로하러 가야 해. 잠깐 가서 얘기 좀 하고 올게. 여보, 먼저 집에 가도 괜찮아?” 장혜윤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얼굴은 이미 평소의 차분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92화

    장혜윤의 가슴 속 불안은 마치 밀려오는 파도처럼 요동쳤다. 그녀는 텅 빈 거실을 급히 훑어보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의도적으로 시선을 내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윤미는 어디 있어요?” 남자는 소파에 앉아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 리듬이 고요한 공기 속에서 유난히 거슬리게 들렸다. 그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리며 깊고 복잡한 눈빛으로 장혜윤을 바라보았다. 마치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 순간 장혜윤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며 알 수 없는 공포가 가슴 속에서 솟구쳐 올라 전신을 타고 퍼져 나갔다. “위층에 있어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하나하나의 단어가 의도적으로 무게를 두고 내뱉어지며 저항할 수 없는 권위가 담겨 있었다. “위로 가서 잘 위로해 주세요.” 장혜윤은 등줄기가 차갑게 느껴지며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얼굴의 긴장은 감추기 어려웠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가방 안으로 넣었다. 손끝이 차가운 핸드폰을 만지자 그것이 지금 그녀의 유일한 의지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핸드폰을 꽉 쥐고 손톱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힘을 주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첫 번째로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청할 것이다. “빨리 올라가세요.”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장혜윤은 간신히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어요.”장혜윤은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올라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솜털 위를 걷는 듯 부드럽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지는 걸 느꼈다. 자신에게 침착하라고 다짐했지만 내면의 두려움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그녀의 목을 꽉 조여왔다. 마침내 2층에 도착한 장혜윤은 떨리는 손끝으로 문을 밀어 열었다. 문이 열리며 삐걱거리는 소리가 공기 중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이 조용한 공간에서는 유난히 거슬리게 들렸다. 문이 열리자 눈앞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93화

    나윤미는 마침내 붉게 부은 눈을 들어올렸다. 그 시선은 공허하고 혼란스러워 마치 끝없는 악몽에서 이제 막 깨어난 사람 같았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목구멍 깊숙한 곳에서 힘겹게 단어를 짜내듯 말했다. “그... 그 사람은 악마야. 나를 두렵게 만들고 살아 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느껴지게 했어...” 말을 마치자마자 나윤미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고 몸은 두려움과 슬픔에 심하게 떨렸다. 장혜윤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차가운 한기가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밀려왔다. 그녀는 나윤미의 손을 꼭 잡으며 자신의 온기를 전하려 애썼지만 나윤미의 눈에 서린 공포는 끝없는 심연과 같았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깊은 절망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장혜윤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윤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말하면 안 돼.” 그녀의 목소리에는 절박함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마치 무언가를 입 밖에 내는 순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장혜윤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내가 정말 유능한 변호사를 알고 있어. 그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해보자.” 그러나 ‘변호사’라는 단어를 듣자 나윤미의 몸은 더욱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변호사는 그녀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악몽이었다. “안 돼! 절대 변호사한테는 안 돼!” 나윤미는 절규하듯 외치며 더욱 깊은 공포에 빠졌다. “윤미야, 도대체 왜 그래? 네가 아무 말도 안 하면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잖아.” 장혜윤은 초조함에 목소리가 떨렸다. 나윤미는 이제 조금 진정된 상태였다. 감정도 가라앉았고 머리도 어느 정도 맑아진 듯했다. “혜윤아, 그냥 가.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 나윤미는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인생은 이미 끝났어. 너한테 진 빚은 다음 생에 갚을게. 앞으로 내가 전화하더라도 무슨 말을 하든 절대 날 찾지 마. 알겠지?” 그 말은 마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94화

    장혜윤은 진심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거 아니야. 너 먼저 집에 가.” 나윤미는 장혜윤을 살짝 밀어내며 재촉했다. 장혜윤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 먼저 갈게.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 ‘윤미가 날 돌려보내려는 건 분명 아래층에 있는 남자 때문이야.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거나.’ 장혜윤은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장혜윤이 문 쪽으로 향하자 나윤미는 아래층 남자가 떠올라 서둘러 그녀를 불러 세웠다. “혜윤아, 나 좀 부축해줘. 같이 내려가자.” 장혜윤은 멈춰서 나윤미에게 다가가 그녀를 침대에서 일으켰다. 두 사람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보였다. 나윤미는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장혜윤은 그녀의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벌써 가려고?” 남자는 무심한 목소리로 고개를 들어 나윤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윤미는 통제할 수 없이 몸을 떨며 답했다. “응. 혜윤이 남편이 집에 빨리 오라고 전화왔어.” 장혜윤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그런 게 아닌데... 왜 윤미는 거짓말을 하는 거지?’“내가 사람을 시켜 바래다줄까?” 남자가 다시 물었다. “아니야. 밖에 기사님이 기다리고 있어.” 나윤미는 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 “그래. 너가 배웅해. 난 위층에 올라간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나윤미는 마치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주저앉을 뻔했다. “윤미야, 너 괜찮아?” 장혜윤은 그녀의 상태를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까 두 사람의 대화는 너무 이상했다. 나윤미는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었고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현관에 도착하자 나윤미는 장혜윤을 문 밖으로 밀어내듯 말했다. “혜윤아, 빨리 가. 다시는 오지 마.” 장혜윤이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나윤미는 문을 꽝 닫아버렸다. 그녀는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95화

    [구체적인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었는지. 그리고 친구분이 납치되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심미연은 차분히 한 번에 많은 말을 쏟아냈다. 장혜윤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말을 마친 후 심미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씀하신 상황은 가정폭력일 가능성도 있고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있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분의 감정이 흔들리며 상황이 복잡해진 거죠. 결국 그분들이 집 안에 있었으니 이를 납치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장혜윤은 또 다시 흐느껴 울었다. [하지만 그때 친구가 너무 불쌍해 보였어요. 정말 마음이 찢어지더라고요.] 심미연은 문득 신하린이 떠올랐다. 만약 신하린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자신도 그녀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팠을 것이다. [혜윤 씨는 먼저 집에 가세요. 지금 혼자 계시고 밤늦게 여성분이 이렇게 외출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심미연은 조용히 그녀에게 충고했다. [우리 윤미 불쌍해서 어떡해...] 장혜원이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심미연의 목소리가 급하게 들려왔다. [친구분 이름이 윤미라고 하셨죠? 제가 아는 사람이랑 이름이 같네요.] 심미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혜윤 씨가 말한 윤미가 예전에 스승님을 죽인 그 사람일까?’ 나윤미는 중요한 인물이었고 이번에 경성으로 돌아오기 전에 몇 가지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나윤미를 빨리 찾아내면 스승님이 뛰어내린 진짜 이유를 세상에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스승님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나면 아이와 박유진과 함께 이곳을 떠날 계획이었다.[그럼 기회가 되면 윤미와 한번 만나보죠. 친구분과 같은 사람인지 확인해 보세요.] 장혜윤은 갑자기 기분이 나아진 듯했다. 심미연은 전문 변호사인 만큼 나윤미가 납치되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일 거라고 믿었다. 심미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심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96화

    심미연의 가슴속에 불안감이 스쳤다. “근데 엄마는 예전에 그런 얘기 한 적 없잖아. 넌 어떻게 알았어?” 이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아이는 강지한에 대한 미움만 키울 테고 그런 감정이 자라게 해선 안 됐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강 대표님이 엄마한테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글이 엄청 많아요.”심태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비록 직접 강지한이 엄마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인터넷에 글들만 봐도 강지한이 엄마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는지, 얼마나 고통을 주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는 다 사실은 아니야. 사람들 관심 끌려고 과장된 것도 많거든. 그런 글에 너무 휘둘리지 마.” 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아들을 품에 안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아이가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게 안타까웠다. 심미연은 앞으로는 아이 앞에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엄마, 저 이제 다 컸어요.”심태하는 의젓하게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엄마, 드레스는 상미한테 줬어요. 상미가 제 생일 파티에 오기로 했거든요. 다른 친구들도 몇 명 초대해도 되요?” 심미연은 아들의 얼굴에서 순수한 기쁨이 묻어나는 걸 보고 마음이 흐뭇해졌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친구들을 초대하고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예전처럼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길 꺼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럼. 네가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 다 불러도 돼.”심미연은 따뜻하게 말했다.“근데 몇몇 친구들은 별로 안 좋아요. 자꾸 울고 떼쓰는 애들도 있어서 귀찮아요.” 심태하는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심미연은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만 초대해.” 심태하는 심미연의 목에 팔을 두르고 볼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엄마,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심미연은 품에 안긴 작은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97화

    박유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심태하의 얼굴을 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해?” ‘이 아이, 너무 똑똑한 거 아닌가?’ ‘회사에 문제가 생긴 걸 어떻게 알아챈 거지?’ “아빠, 예전엔 집에서 저랑 놀 때 핸드폰도 무음으로 해놓고 저랑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아침 일찍 나가고 밤늦게 들어오고 저랑 놀 때도 자꾸 전화받고... 게다가 전화를 받을 때마다 얼굴이 엄청 심각해 보여요.”아이의 논리 정연한 말에 박유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심미연도 옆에서 얼어붙었다. ‘이게 정말 세 살짜리 입에서 나올 말인가?’ ‘이 녀석, 천재 아냐?’ 박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우리 태하, 관찰력 하나는 끝내주네?” 심태하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누구 아들이에요?” 너무도 당당한 모습에 심미연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우리 태하, 정말 최고다.” ‘이제 말까지 이렇게 능청스럽다니.’ 그때 심태하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엄마, 아빠 밥 해준다면서요? 얼른 가서 해 주세요. 저랑 아빠는 남자들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까요.” 작은 손으로 심미연의 어깨를 토닥이는 모습이 영락없는 꼬마 어른이었다. 심미연은 어이가 없어 웃으면서도 그를 흘겨보았다. “엄마한테 버릇없이 굴지 마.” ‘이 녀석 너무 버릇없어졌네.’ ‘근데 어쩜 이렇게 귀엽냐고.’“엄마, 미안해요. 다음엔 안 그럴게요.” 심태하는 급하게 사과했다. 아빠가 그랬다. 엄마가 화났을 땐 잘못이 있든 없든 무조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아빠 말이라면 믿어야지.’ 심미연은 아들의 귀여운 모습에 마음이 살짝 풀렸다. 그녀는 아이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뭐 먹고 싶어? 엄마가 만들어 줄게.” 심태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밤에 많이 먹으면 살쪄서 멋지지 않아요.” 심미연은 순간 벙찼다. ‘이 녀석,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운 거야?’

最新チャプタ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40화

    심미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기색을 담아 물었다.“무슨 일이길래 그래요?”이지연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일부러 속도를 늦추며 차분하게 말했다.“온지유 씨가 도망쳤어요.”“언제요?”심미연의 눈빛이 반짝이며 날카로워졌다. 누가 이 일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스쳤다.“어젯밤에요.”이지연의 목소리는 한껏 가라앉아 있었고 자책감이 가득 배어 있었다.“죄송해요. 제가 방심했어요.”심미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미안해하지 마요. 이건 지연 씨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이지연은 입술을 꼭 깨문 채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제가 당장 찾아올까요?”심미연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손끝으로 휴대폰을 천천히 만지며 생각했다.“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요.”어젯밤 강지한이 교통사고를 당한 장면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혹시 온지유의 실종과 강지한이 관련 있는 걸까? 만약 강지한이 온지유를 구한 거라면 도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은 거지?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의문들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참, 보스. 어젯밤에 스승님 못 보셨어요?”이지연이 물었다.심미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사실은 봤었다. 그녀는 진운혁이 차를 몰고 떠나는 걸 보고 따라붙었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제가 분명히 확인했는데... 스승님께서 이진영 씨랑 같이 식사하고 계셨어요!”이지연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심미연은 다시 한번 미간을 찌푸렸다.문득 이전에 마주쳤던 진운혁의 모습들이 떠올랐고 그 순간 한 가지 의심이 그녀의 마음속을 훑고 지나갔다.‘그때 내가 본 스승님은... 정말 스승님이 맞았을까? 만약 누군가가 스승님을 사칭하고 있었다면 그 목적은 대체 뭘까?’그때 이지연의 흥분한 목소리가 심미연의 생각을 끊어냈다.“보스! 새로운 정보를 발견했어요!”“무슨 정보예요?”심미연은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귀를 기울이자 이지연의 들뜬 목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9화

    백선영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진은숙의 팔을 살짝 끌어당기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제 가요.”진은숙은 손바닥 위에 놓인 봉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망설이면서 입을 열었다.“이건... 어쩌죠?”백선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 난처한 상황을 심미연에게 넘기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봉투를 조심스럽게 심미연 앞에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마음은 충분히 받았지만... 이 돈은 받을 수가 없어요.”심미연은 미소를 지으며 눈길을 봉투 위로 흘렸다.“오빠가 직접 드린 건데 마음 편히 받으세요. 저한테 돌려주실 필요는 없어요. 자, 얼른 가서 일 보세요. 저 벌써 배가 고파졌는걸요.”그러나 말하다가 알 수 없는 서운함이 스르르 마음 한쪽에 올라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박유진은 예전에 밤하늘을 보며 수없이 약속했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그녀와 아이를 평생 지키겠다고. 그런데 지금 그 약속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금세 꺼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오빠, 나랑 약속한 거 잊은 거야?’“정말 감사합니다, 사모님! 사모님과 사장님 두 분 다 참 요즘 보기 드물게 좋은 분들이세요. 두 분, 좋은 일만 가득하시고 영원히 행복하시길 빌게요!”진은숙은 기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백선영의 팔을 붙잡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오늘 정말 행운이 따랐다 싶었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다니.심미연도 가볍게 한숨을 쉬고 나서 주방으로 들어가 컵에 따뜻한 물을 따라 목을 축였다. 어쩐지 목이 바싹 마른 게, 감정이 몰려서 그런 걸까.막 물을 다 마셨을 무렵 문밖에서 귀엽고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어디 있어요?”그 소리는 마치 봄날에 막 피어난 꽃처럼 듣는 사람 마음을 몽글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심미연은 표정이 풀렸고 얼른 얼굴을 내밀며 따뜻하게 웃었다.“우리 태하, 엄마 여기 있어!”심태하는 쏜살같이 달려와 그녀 품에 안겼다.“엄마, 아빠가 나 버렸어요!”심미연은 깜짝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8화

    백선영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모깃소리만큼이나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장님께서 떠나시기 전에... 집에 안 계시는 동안 꼭 사모님과 도련님을 잘 챙기라고 당부하셨습니다.”진은숙도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맞아요, 맞아요! 사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바로 캐리어 들고 곧장 나가셨거든요.”심미연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박유진의 말뜻을 곱씹어 보았지만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 선명하게 와닿지 않았다.“그런데요, 사모님...”진은숙이 심미연을 흘끗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눈빛에는 망설임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왜 그러세요?”심미연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지만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언제나 그래왔듯 도우미 아주머니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고 태도가 마치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너그러웠다.진은숙은 잠시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마음을 굳힌 듯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어젯밤에 제가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나왔는데 계단 모퉁이에서 사장님을 마주쳤었어요. 사장님도 물 마시러 나오신 것 같았어요.”곁에 서 있던 백선영도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저도요!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길래 문 열고 나왔더니 사장님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계셨습니다.”심미연은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어젯밤에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진은숙은 마음을 가다듬고 이어서 말했다.“불빛이 비쳐서 얼핏 봤는데 사장님 눈가가 벌겋게 부어 있더라고요. 꼭 방금 울기라도 한 사람처럼요. 아마 제가 눈치챌까 봐 인사만 툭 하고는 곧장 자리를 피하셨어요. 전 그냥 물만 마시고 방으로 돌아갔는데 보니까 사장님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멍하니 서 계셨어요. 제가 방에 들어간 뒤에도 안 들어오시더라고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덧붙였다.“오늘 아침에 사장님께서 나가신 뒤에 서재를 청소하러 들어갔는데 휴지통에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었어요. 어젯밤 내내 잠도 못 주무시고 담배만 피우셨던 것 같아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7화

    휴대폰 화면이 켜지고 그 익숙하면서도 가슴을 죄는 번호가 뜨는 순간, 박유진의 심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움켜잡힌 듯 조여들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일렁이며 축축한 솜처럼 뭉쳐져 목덜미를 틀어막았고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말은 더더욱 나올 리 없었다.그 번호는 마치 꿈결 속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유령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 그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의 고통과 갈등을 다시 불러냈다.박유진은 손을 떨며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결국 전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공기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긴장감과 묘한 압박이 가득했다. 박유진은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고 손끝으로 천천히 휴대폰 키보드를 두드려 문장을 써 내려갔다.[진성에 가서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돌아가면 다시 이야기하자. 그래도 되지?]그 메시지엔 그의 복잡한 심경이 담겨 있었다. 현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언젠가 다시 마주하길 바라는 희미한 기대도 모두 그 짧은 문장 안에 섞여 있었다.메시지 전송을 마친 박유진은 망설임 없이 전원을 꺼버렸고 휴대폰을 한쪽으로 툭 던졌다. 마치 그렇게 하면 마음속 어지러운 생각들까지 함께 던져버릴 수 있을 것처럼.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텅 빈 공간엔 그의 심장 뛰는 소리만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규칙적이고도 묵직한 박동이 마치 그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려는 듯했다.박유진은 눈을 감았다. 피로한 몸은 본능적으로 가장 편한 자세를 찾아갔고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찾고자 했다.비록 밤새 한숨도 못 잤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정신만큼은 유난히 또렷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지탱해 주듯 그는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하지만 피하고 싶을수록 심미연의 모습은 그의 머릿속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그녀의 미소는 때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순수하고 따스했으며 때로는 눈빛 하나로도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또 부끄러워하던 그 순간순간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6화

    박유진은 자신의 앞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심미연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언제나 그녀의 편이 될 것이란 사실.만약 그녀가 아이를 데려오겠다고 마음먹는다면 그는 가진 것을 다 내어주어서라도 그녀를 돕고 그 아이를 보살필 것이다. 마치 자신의 친딸인 양 지극정성으로.박유진은 자신의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은 심미연을 사랑하고 그녀의 아이와 그녀가 지닌 모든 것을 함께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음을.심미연의 눈가는 어느새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녀의 두 손은 마치 물에 빠진 이가 살고 싶어서 지푸라기를 붙잡고 있는 것처럼 박유진의 옷깃을 꼭 움켜쥐었다. 수많은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박유진에게 진 빚은 너무나도 많고 무거웠다. 그 빚을 다 갚기 위해서는 평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랐다.“시간이 늦었으니까 이젠 좀 쉬어. 나도 방으로 돌아갈래.”박유진의 목소리엔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한 떨림이 묻어났다. 그는 본능적으로 심미연을 더욱 꼭 안았다. 마치 그녀를 자신 뼛속 깊이까지 끌어안고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이.어쩌면 이 다정함이 그들 사이 마지막 남은 따뜻함이 될지도 모른다...박유진의 마음속은 쓸쓸함으로 가득했다. 머릿속 이성은 매서운 바람처럼 그를 휘감으며 이제는 놓아줄 때라며 끊임없이 속삭였다.하지만 감정은 뿌리 깊은 덩굴처럼 박유진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얼마나 바랐던가. 단 한 순간이라도 더 심미연의 곁에 머물 수 있기를. 이 찰나의 시간이 남은 생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만 있다면...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박유진의 얼굴을 어루만졌고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박유진의 마음속 한기를 모두 녹이는 듯했다.심미연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부드럽게 말했다.“이생에 오빠를 만나 알아가고 수많은 인파를 뚫고 함께 걸을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복이었어. 앞으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우리 손 놓지 말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5화

    박유진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빛이 그녀를 감쌌고 낮지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말해 봐.” 심미연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과 마주친 순간, 마음 한켠에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마치 오래도록 감춰온 비밀이 이제야 드러날 것만 같은 예감처럼. “왜 그래, 미연아?” 박유진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뜻했다. 그녀의 불안을 감싸 안으려는 듯 아주 섬세하게 묻는 말이었다. 심미연은 입을 열 듯 말 듯 망설였다. 떨리는 입술이 달싹이기만 할 뿐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고 있는 건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던 진실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결심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강지한의 딸, 강상미. 들어본 적 있지?” 박유진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 아이가 왜?” 툭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그의 마음속에 조용한 파문이 일었다. ‘미연이랑 강지한의 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지금에서야 그 아이를 말하는 걸까.’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다짐하듯 눈을 감았다가 뜨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사실 예전에 내가 잃어버린 내 딸... 그 애는 세상을 떠난 게 아니었어.” 그 말 한마디를 꺼내기 위해 그녀는 거의 모든 용기를 다 쏟아부었다. “정말이야?” 박유진의 목소리는 놀라움에 젖어 있었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그때 너 분명히 말했잖아. 아이 숨 안 쉬고 있었다고. 직접 확인했었잖아... 확신했었어.” 그 순간, 박유진의 머릿속을 스친 단 하나의 가능성. ‘설마... 지금 미연이가 말하려는 게... 그 아이가 강상미라는 말이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껏 맞춰지지 않던 조각들이 하나로 이어지고 복잡하게 얽혔던 퍼즐이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박유진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손끝이 얼어붙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4화

    박시훈은 눈을 깜빡이며 바로 앞에 있는 얼굴을 바라봤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을 수가 있지?’ 심장이 터질 듯 뛰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심장 박동이 너무 빠른데요? 정상은 아닌 것 같네요.” 심미연은 이마를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시훈은 민망해서 땅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왜 비정상이야... 완전 정상이거든...’ 심미연은 아무렇지 않게 그의 상처를 확인했다. 상처는 붉게 부어 있었고 피도 조금 배어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약을 꺼내 상처 위에 다시 발라주었다. 상처는 쓰라렸지만 박시훈은 이 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곁에 있는 지금이 너무도 소중했다. 심미연은 조심스럽게 상처를 감싸고 도구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마무리를 한 뒤 장갑을 벗으며 병실을 나갈 준비를 했다. “저... 방금 야식 시켜놨는데... 같이 먹고 가주면 안 돼요?” 박시훈은 괜히 목이 메여 말끝이 흐려졌다. 자신이 이렇게 소심한 사람이었다니, 스스로도 놀라웠다. ‘내가 왜 이 사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거야...’ “저는 밤에 야식 먹는 습관 없어요.” 심미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야식 너무 자주 먹지 마요. 건강에 안 좋아요. 전 이만 갈게요. 야식 먹고 푹 쉬세요.” 그녀의 말에 박시훈은 마치 한겨울 찬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얼어붙었다. 심지어 발끝까지 저릿했다. 그녀가 간다. 그를 남겨두고 그냥 떠나버린다. 속이 텅 빈 것처럼 허전했다. 심미연은 이미 등을 돌린 채 병실을 나서고 있었고 박시훈의 낙담한 얼굴은 그녀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병실을 벗어난 심미연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깊게 숨을 들이켰다. 몇 시간째 이어진 수술에, 온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강지한을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로비로 걸어 나왔을 때 문 앞에 서 있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3화

    심미연의 시선이 하얗게 눈처럼 샌 강준형의 머리카락에 머물렀다. 가슴 어딘가가 저릿하게 아려왔다. 만약 시간이 되돌릴 수 있다면. 그저 아무 걱정 없이 웃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땐 주저 없이 말했을 것이다. ‘네. 할게요.’그때 그녀는 강지한을 사랑했고 그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강지한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고 강준형이 걱정된다고 해서 그 바람을 무조건 들어줘야 할 이유도 없었다. 곁에서 조용히 그녀를 훔쳐보던 가정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사모님은 역시 마음이 떠나신 거구나...’ ‘이러다 어르신 또 며칠을 우울하게 보내시겠네...’강준형도 그녀의 침묵에서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다. 인연이란 게 억지로 붙잡는다고 이어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비록 아쉬움은 남지만 그 역시 그녀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할아버지, 사실 저랑...”“딩.” 심미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든 그녀는 곧장 부드러운 눈빛을 머금은 박유진과 눈이 마주쳤고 그 말은 다시 목구멍 깊숙이 삼켜졌다. “오빠, 여긴 어떻게 왔어?”박유진은 따뜻한 미소로 대답했다. “너 데리러 왔어.” 그리고 곧 예의를 갖춰 강준형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강준형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유진아, 너랑 미연이...?” 어딘가 모르게 다정해 보이는 둘의 분위기. 설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심이 스쳤다.“할아버지, 제가 차까지 모셔다드릴게요.” 심미연은 사실 내일 박유진과 혼인신고를 하러 갈 거라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조금 전, 강준형이 ‘강지한과 다시 잘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자 그 말을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말하지 말자. 괜히 말했다가 할아버지 마음만 상할 수도 있어.”그 순간, 박유진의 손이 저절로 움켜쥐어졌다. ‘할아버지한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32화

    하지만 정작 온지유의 칼끝을 막나낸 사람은 그다지 친하다고 할 수 없었던 박시훈이었다. 심미연의 진지한 얼굴을 본 강준형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더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그를 의자에 앉히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만 앉아 계세요. 옷만 갈아입고 금방 나올게요.” “그래. 다녀오너라.” 강준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냈다. 심미연이 등을 돌려 복도로 사라지자 그는 그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곁에 서 있던 가정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요즘 사모님이 예전보다 훨씬 더 예뻐지신 것 같아요. 성격도 훨씬 부드러워지셨고요. 만약 사모님이 도련님과 다시 재결합하신다면 어르신께서도 도련님 혼자 남을까 봐 걱정 안 하셔도 될 텐데요.” 강준형은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다. 미연이가 돌아온다면 지한이도 지금처럼 외롭진 않겠지. 상미도 엄마 손길이 필요하고... 지한이가 아무리 잘 챙긴다 해도 아빠는 아빠일 뿐이지. 엄마처럼 섬세하긴 어렵잖니. 게다가 지한이는 이노하이브를 이끄는 입장이라 상미를 온전히 돌보기엔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고 말이다.” “나중에 사모님께 슬쩍 한번 말씀드려보시는 건 어떠세요?” 가정부는 늘 심미연을 좋게 봐왔다. 도련님과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요즘 세상에 외모, 인품, 성격, 효심까지 갖춘 여자를 다시 만나긴 정말 쉽지 않으니까. 강준형은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분위기 봐서 말해보지. 미연이가 듣기 싫어하면 더는 꺼내지 않을 거다.” “네. 그게 좋을 것 같아요.” 가정부도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은 심미연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다가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가시죠. 할아버지.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