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새로운 세상에서 눈을 뜬 지도 어느덧 반년. 마침내 차가운 서리가 내리는 1953년의 새해가 밝아왔다. 해솔은 이곳에서의 시간을 곱씹으며 매일 많은 고민의 뗏목을 띄웠다.
복학을 준비해야 할까, 아니면 취업을 알아봐야 할까. 나는 도대체 왜, 어떠한 섭리로 이 아득한 시대에 떨어지게 된 걸까. 다시 내가 있던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길은 정녕 없는 걸까.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들이 머릿속을 무겁게 짓누르곤 했다.
오전 내내 홀로 방안에 들어앉아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고 오후가 되면 해솔은 습관처럼 산자락으로 올라가 랑과 석지를 만났다.
울창한 숲속에서 신령한 두 존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해솔을 숨 쉬게 만드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가끔은 150년을 살아온 랑에게 자신이 살던 차원의 이야기와 막막한 심경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지만, 산신이라 한들 그 모든 질문에 정답을 제시해 줄 수는 없었다.
랑과 석지는 생각보다 사람들의 세상에 대해 무지했다. 오랜 세월 오로지 자연의 순리를 지키고 수많은 생명을 보살피는 데에만 몰두해 온 그들에게 인간들의 세상이란 마치 까마득히 먼 다른 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그렇기에 해솔은 종종 자신이 살다 온 미래의 모습과 인간들의 눈부신 문명 발전에 대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차근차근 설명해 주곤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아버지가 너희를 집으로 한번 데려오라고 하셨어. 옛날에 내가 태어날 무렵 랑이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시더라고.”
지난 반년 동안 함께하며 세 사람은 어느덧 서로의 이름을 편하게 부를 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특히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했을 때 또래 청년처럼 보이는 랑과 석지 덕분에 해솔은 산신이라기보다 다정한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네가 민식의 둘째 아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았지. 허나… 인간들의 거처로 들어가는 것은 여전히 조금 불편하구나.”
랑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는 이 일대의 산자락을 수호하고 수많은 목숨을 보살피는 어엿한 산신이었지만, 인간이라는 종족 자체에 대한 애정이 그리 깊지는 않았다.
먼 과거, 사람들과 얽히며 겪어야 했던 고되고 씁쓸했던 기억들이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 숨겨진 상처를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던 해솔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부드럽게 웃어넘기기로 했다.
“그래도 거친 산바람 맞으면서 만나는 것보다 따뜻한 우리 집 거실에서 만나면 훨씬 재밌지 않을까? 맛있는 음식도 가득하고, 춥지도 않고, 여름에 극성인 모기 걱정도 없잖아.”
“맞아, 맞아! 여름에 해솔이 팔다리 울긋불긋했던 거 생각난다! 랑이님, 저도 해솔이네 집 한번 구경 가보고 싶어요!”
석지가 다람쥐의 모습을 변해 랑의 어깨 위에서 꼬리를 팽팽하게 세우며 흥분해서 쫑알거리자, 랑은 잠시 난감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더니 이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나중에 한 번 가보자.”
“약속한 거다?”
해솔은 기분 좋게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쏙 내밀었다. 랑은 생경한 인간의 동작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였다.
“이것은 무엇을 하는 행위이냐?”
“약속을 맹세하는 현대식 표시야. 랑이도 손을 들어서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봐.”
랑이 머뭇거리며 긴 손가락 끝의 새끼손가락을 조심스레 내밀자, 해솔은 망설임 없이 제 손가락을 단단히 고리 걸었다.
“이렇게 손가락을 꼭 걸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하는 거야. 알겠지?”
랑은 자기 손가락에 걸린 해솔의 따스한 체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참지 못하고 피식 나직한 웃음을 터뜨렸다.
“알았다, 알았어. 꼭 약속을 지키마. 허나 이제 날이 저물고 있으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거라.”
“우리 집에 방도 많은데, 같이 살면 이렇게 늦었다고 아쉽게 헤어질 일도 없잖아.”
해솔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짓궂게 입꼬리를 올리며 투정을 부렸다. 그러자 랑은 특유의 신령스럽고 아련한 눈빛으로 해솔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느냐. 또한 그 아쉬운 이별이 있기에 또 다른 반가운 만남이 기약되는 법이지. 그러니 오늘은 이만 내려가거라. 나 역시 밤을 맞아 준비해야 할 산신의 소임이 있단다.”
아직 산자락에 해가 완전히 저물지도 않았건만, 랑은 가볍게 손짓하여 해솔의 발치에 신비로운 빛을 틔워냈다. 희미하지만 눈부시도록 포근한 회색빛 도깨비불이 어둑해지는 숲길을 따라 다정하게 앞장서기 시작했다.
“고마워. 랑아, 석지야. 내일 또 봐”
해솔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돌아섰다. 랑은 서서히 멀어져 가는 그의 아담한 뒷모습을 가만히 황금빛 눈동자에 담아두었다.
해솔은 밤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도깨비불의 온기를 따라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은은한 빛이 길목의 자갈과 흙길을 부드럽게 비추는 동안, 그를 짓누르던 가슴도 따스하게 물들어 갔다.
집에 도착한 해솔은 빠르게 씻고 침대에 누웠다. 멍하니 누워 있던 해솔은 문득 마주 잡았던 랑의 커다란 손길을 가만히 떠올렸다.
그의 손은 일반적인 인간의 손이라 하기엔 감싸 쥐는 두께감부터가 압도적이었다. 인간으로 모습을 바꾸었을 때의 랑은 체격이 놀랄 만큼 우람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190cm에 육박하는 훤칠한 키에 선이 굵고 뚜렷한 이목구비, 한복 너머로도 여실히 느껴지는 탄탄한 체격. 은빛 늑대 모습일 때도 압도적이던 그의 덩치가 인간의 모습에서도 여전히 선명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만큼 사람을 은근히 압도하는 그 오묘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라니. 랑이 걸치고 있던 한복조차 마치 그의 존엄을 위해 태초부터 정성껏 지어진 옷처럼 착 들어맞았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더니, 랑이야말로 그 속설에 정확히 부합하는 존재였다.
해솔은 머리를 털어내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환경에서 동성끼리의 로맨스를 꿈꾼다는 건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불만스럽게 웅얼거렸다.
“아니, 이 시대 게이들은 대체 연애를 어떻게 하는 거야…? 이러다 남친은커녕 평생 연애 한 번 못 해보고 혼자 늙어 죽는 거 아니야?”
현대처럼 손가락 몇 번 튕겨서 데이팅 앱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인터넷은커녕 스마트폰도 없는 시대였으니 답답함은 배가 되었다.
“강원도 어딘가에 음지에서 성소수자 모임 같은 건 없으려나… 그래, 가만히 방구석에 누워 있어 봤자 답도 안 나오지. 일단 내일 시내로 나가서 알바라도 찾아보자. 사람을 좀 만나고 부대껴야 뭐라도 시작하지.”
솔직히 말해서 저렇게 아득히 아름다운 산신을 매일 마주하면서 헛된 딴마음을 품는 건 자신을 괴롭히는 일일 뿐이었다. 해솔은 지극히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당분간 랑과 적당히 거리를 두자고 몇 번이고 마음을 다잡았다.
52.해솔뿐만 아니라 세 산신과 지호 역시 촌놈처럼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저마다 나지막한 감탄사를 내뱉었다.“랑아, 너는 서울 와본 적 있어?”해솔이 곁에 서서 제 손을 꼭 잡아 오는 랑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랑은 잠시 옛 기억을 더듬듯 묵직하게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도 자주 오진 않았다. 옛날에 왜놈들이 이 땅을 짓밟고 쳐들어왔을 때, 부탁을 받고 서너 번 정도 와서 정세를 살폈을 뿐이다.”“지호는?”“난 서울은 완전히 처음이야. 보통 따뜻한 아랫지방에서 터를 잡고 살아서 와볼 일이 없었거든.”지호가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응수하자, 옆에 있던 도웅이 신나서 거들었다.“난 저번에 설범님이랑 한 번 와봤는데… 그땐 밤중에 몰래 온 거라 어두워서 제대로 못 봤어. 낮에 보니까 진짜 넓다!”서울에 여러 번 발을 들여본 랑을 제외하면, 모두가 이 거대 도시의 역동적인 규모와 빽빽한 사람들의 활기에 압도되어 두리번거리기 바빴다.사실 랑 역시 복잡하고 시끄러운 인간 사회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과거에는 할 일만 빠르게 끝내고 산으로 돌아가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제 손을 꼭 쥐고 눈을 반짝이는 해솔의 곁에서 그가 바라보는 풍경을 함께 차분히 눈에 담고 있었다.“내가 왔을 때는 식민지 시절이라 사람들의 표정에 그늘이 깊었는데, 지금은 다들 한결 행복해 보이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인간들의 세상은 참으로 빠르구나. 그때만 해도 이렇
51.여행 날짜는 해솔의 휴가에 맞춰 차곡차곡 정해졌다. 둔갑이 자유로운 세 산신에게는 딱히 챙길 짐이 없었기에, 해솔의 옷가지 몇 점을 나누어 가방에 채워 넣었다. 저마다 작은 가방을 하나씩 멘 다섯 명은 기차역에 일렬로 서서, 쿠르르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거대한 철마를 바라보았다.“와, 기차라니! 나 기차 처음 타 봐!”“난 그래도 설범님과 서울에 갈 때 두 번 타 봤지.”석지와 도웅이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거대한 기차를 올려다보는 동안, 해솔은 입술을 다물고 몰래 웃음을 참아야 했다. 다름 아닌, 제 옆에 딱 붙어 서서 껌딱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지호 때문이었다.옆에 바짝 붙어 선 지호가 귀를 쫑긋거리며 해솔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고 있었기에, 해솔은 내심 튀어나오려던 ‘KTX’ 자랑을 꾹 눌러 담아야 했다.부산까지 세 시간도 걸리지 않는 매끈한 고속 열차가 지금도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해솔은 속으로만 아쉬움을 삼키며, 강릉에서 서울까지 한 시간이면 시원하게 쏘아버리던 현실 세계의 현대식 기차를 머릿속으로 떠올렸다.“근데, 서울에 정말 볼 게 있어?”석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해솔은 햇살처럼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강원도 시골보다는 먹을 것도 훨씬 많고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것도 많지. 멋진 극장도 있고 말이야. 아마 너희가 보면 신기해서 입이 떡 벌어질걸?”전쟁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시대였지만, 수도 서울은 분명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
평화는 깨지기 마련이다.답답한 고구마 전개 없이 사이다만 가득한 소설 속 사랑 이야기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자각하는 속도조차 시원시원했다. 첫 만남의 설렘부터 가슴 몽글해지는 데이트 이야기까지 듣고 있노라면, 해솔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설악산에 머물고 싶어 할 정도였다.“해솔아, 이제 가야 한다. 너무 늦었어.”랑이 해솔의 옷자락을 살짝 끌어당기며 재촉하자, 해솔은 아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에이, 조금만 더 듣고 싶은데!”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는 해솔의 모습에 설범은 참지 못하고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어서 돌아가 보세요. 저도 잠시 숨 좀 돌렸다가 새벽에는 서울로 올라가야 하거든요.”“헉, 오늘도 만나요? 와, 좋겠다! 그럼, 다음에 만나면 오늘 만난 이야기도 꼭 해주셔야 해요, 아셨죠?”“알았어요. 조심히 가세요. 랑이님도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음.”사실 랑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해솔을 데리고 설악산까지 찾아오는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해솔을 원래 그가 살던 세계로 안전하게 돌려보내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려 함이었다.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해솔은 이 세계에 오래 머물게 된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설범의 달콤한 연애 이야기에 온 정신을 빼앗겨 있었다. 랑의 눈에는 그런 해솔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숲길, 랑은 해솔을 자신의 등에 온순히 태운 채 조용히
49.랑과 석지는 영물답게 찬사가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은 낯빛을 유지했고, 도웅은 머쓱한 듯 껄껄 웃었다. 반면 지호는 이 상황이 그저 신나는지 꼬리를 치듯 맞장구를 쳤다.“그죠, 아주머니? 우리 얼굴들이 좀 잘생기긴 했죠?”“네놈은 어디 감히 조동아리를 밀어 넣느냐?”랑이 서늘한 눈빛으로 가차 없이 차갑게 쏘아붙였지만, 지호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사뿐히 걸음을 물렸다.그렇게 소란스럽게 웃고 떠드는 사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빨간 떡볶이가 큰 대접에 가득 차려져 나왔다.“오, 은근히 맵다!”평소 집에서 해솔의 취향을 가득 반영해 만들던 떡볶이는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편이었다. 생각보다 붉고 알싸한 장터 떡볶이의 맛에 석지가 붉은 혀를 슬그머니 내밀며 입김을 내뿜었다. 지호는 오물오물 떡을 씹더니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형! 우리 더 시켜 먹자!”해솔은 떡볶이를 우물거리다 말고 기겁을 하며 지호를 돌아보았다.“이모님이 이렇게 푸짐하게 주셨는데… 이걸 다 먹고 또 먹겠다고?”“에이, 아직 배고프단 말이야!”해솔이 기가 차서 한숨을 내쉬려던 순간, 옆에 앉아 있던 도웅이 은근슬쩍 거들고 나섰다.“해솔아, 나도 조금만 더 먹고 싶긴 하구나.”“아니, 점심 먹은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어휴.”
48.저녁까지 거르고 다음 날 아침 해가 어스름히 떠오를 때까지 두 사람은 굴 안에서 밤새도록 서로의 몸을 진득하게 탐했다.정사가 끝난 후, 랑의 신력 덕분에 해솔의 몸에 남았던 정사의 흔적은 깨끗하게 씻겨 나갔고 근육통도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밤새 사정없이 몸을 뒤흔들린 탓에 아랫도리와 허리께로 찌릿하게 밀려드는 특유의 뻐근한 피로감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결국 해가 산꼭대기에 높이 뜬 점심때가 되어서야 어슬렁어슬렁 일어난 해솔과 랑은 저택으로 돌아왔다.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은 그들은 지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을 장터로 내려갈 채비를 마쳤다.집을 나서기 전, 랑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걱정스러운 듯 해솔의 허리춤을 다정하게 쓸어내리고 토닥였다. 그 은밀하고 달콤한 애정 표현을 가만히 지켜보던 지호의 주홍색 여우 눈빛이 오묘하게 반짝거렸다.마을 사람들의 경계심을 피하고자 머리카락 색까지 어두운 검은빛으로 둔갑한 네 사람과 마을로 내려간 해솔은 시장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시선 세례에 제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해야 했다.“…아, 진짜 눈에 띄어도 너무 눈에 띄잖아.”해솔은 머리 위로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 햇살보다도 길거리 사람들이 꽂아대는 매서운 시선이 훨씬 더 부담스러웠다.시장 상인들과 길을 가던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나가는 자신들을 힐끔거리며 소곤소곤 수군거리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아무리 소란스럽고 활기차게 북적거리는 시골 장터라 해도 그들 다섯이 한데 모여 걷는 모습은 1953년 아늑한 시골 마을의 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47.그 자리에는 위압적인 크기로 단단히 부풀어 올라 두꺼운 핏줄이 기괴하게 불거진 랑의 성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랑은 손가락을 툭 빼내자마자, 채 숨을 돌릴 틈도 없이 그 거대한 성기 끝을 해솔의 젖은 구멍 입구에 맞대고 망설임 없이 단숨에 쑥 삽입했다.“아아아윽!”찢어질 듯한 충격과 뒤이어 밀려드는 압도적인 팽창감에 해솔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비명을 내질렀다. 랑의 기다란 성기가 좁은 내벽을 헤집고 들어와 끝까지 꽉 들어찼다.“하아… 하… 해솔아, 오늘따라 왜 이리 음란해 보이는 게냐. 내가 참을 수가 없잖느냐.”랑은 낮게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해솔의 떨리는 허벅지를 단단히 잡아 제 허리춤에 바짝 밀착시키고는 무섭게 허리 짓을 시작했다.“아읏, 앙! 하아, 랑, 랑아…! 너무, 너무 깊어… 아응!”해솔의 입에서 이성이 모조리 날아간 음란한 신음이 끊임없이 마구 흘러나왔다. 내벽을 무자비하게 헤집으며 들어오는 랑의 거대한 성기에 몸 전체가 흔들릴 때마다, 뇌수가 녹아내릴 듯한 쾌감이 전신을 타고 짜릿하게 퍼져나갔다. 해솔은 완전히 홀린 듯 랑의 단단한 목을 끌어안고 눈물이 고인 채 중얼거렸다.“더, 더 깊게… 랑아, 더 깊이 넣어줘… 아응!”해솔의 자극적인 애원에 랑의 황금빛 눈동자가 짐승처럼 번뜩였다. 랑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해솔의 젖은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낮게 중얼거렸다.“뒤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