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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해솔의 머릿속은 요즘 온통 단 하나의 세계로 가득 차 있었다.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선 웹소설이 선사하는 판타지의 깊이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1950년대 특유의 고즈넉하고 쓸쓸한 공기 감, 그 뒤편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산신과 요물들의 이야기는 기존의 소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인 매력을 풍겼다. 글귀를 따라갈 때마다 해솔은 매일 밤 몽환적인 꿈길을 거니는 듯한 아찔한 설렘에 젖어 들었다.
산의 주인인 호랑이 산신과 여주인공 사이에 흐르는 애틋하고 아련한 로맨스, 그리고 산신이 동료들과 합을 맞춰 요물을 사냥할 때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은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평소 웹소설을 즐기지 않는 해솔조차 이 작품만큼은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묵직한 현실감과 환상적인 아우라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소설 속 세계관은 그의 상상력을 사정없이 자극했다.
“아, 진짜 미쳤다… 범이님은 어쩜 이렇게 매력적이지?”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침대 헤드에 푹 기댄 해솔의 입가에서 깊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고단했던 하루의 끝에서 오롯이 소설 속 세계에 몰입하는 이 짧은 시간이야말로 그에게는 유일하고도 달콤한 숨구멍이었다.
하지만 눈을 돌린 현실은 전혀 녹록지 않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전문대 2학년. 본격적인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는 당장 내일,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 온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늘만큼은 머릿속을 가득 채운 중압감을 내려놓고 자신만을 위한 안식에 빠져들고 싶었다.
“어휴, 이제 진짜 자야지. 내일 면접인데 이러다 못 일어날라.”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핸드폰을 엎어놓은 해솔은 냉장고로 걸어가 어머니가 차곡차곡 모아두신 마스크팩 하나를 꺼냈다. 시원한 팩을 얼굴에 얹고 침대에 눕자 금세 기분 좋은 한기가 전신으로 퍼졌다. 하지만 깊은 잠에 빠져든 그의 밤은 소설의 여운으로 다시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귀를 찌르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뜬 해솔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이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 진짜 말도 안 돼… 꿈에까지 나올 건 뭐람.”
꿈속에 나타난 건 호랑이 산신이 아닌 다른 산신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야릇하고 달콤한 분위기가 감돌던 장면들만 잇따라 펼쳐졌다. 깨어나자마자 대부분의 잔상은 안개처럼 희미해졌지만,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자신을 향해 짓던 남자의 따뜻한 미소만큼은 잔향처럼 남아 가슴을 간질였다.
“정신 차리자, 박해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해솔은 볼을 살짝 꼬집어 얼얼한 감각으로 잡념을 털어냈다. 오늘은 그 오랫동안 꿈꿔왔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지가 결정되는 운명의 날이었다. 쿵쾅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는 현실의 전장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 * *
“25번 강수호 님, 26번 김은우 님, 27번 박해솔 님. 면접실로 들어가세요.”
“네!”
이름이 차례로 불리자, 해솔은 조여드는 긴장감을 누르며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일렬로 선 면접관들과 차례로 눈을 맞추며 부드럽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마지막 자리에 앉아 있는 면접관과 시선이 닿는 순간, 해솔의 발걸음이 멈칫거렸다.
‘어… 잠깐만, 이 사람…?’
분명 익숙한 얼굴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틀림없는데도 가슴 깊은 곳에서 익숙함이 몰려왔다. 무엇보다 해솔을 바라보는 그 남자의 눈빛에는 마치 그를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한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해솔은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졌지만, 입술을 짓씹으며 가까스로 자리에 앉았다.
그 남자는 한참이나 해솔을 그윽하게 응시하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면접 질문을 써 내려갔다.
해솔은 자신이 그저 어젯밤 꿈의 여운과 피로 때문에 착각한 것이라 자신을 다독이며 질문에 집중하려 애썼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묻고 답하는 소리가 이어졌고 면접은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
면접이 모두 끝나고 엘리베이터 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해솔은 가슴 한구석이 유독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네. 꿈에서 본 사람이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해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잡념을 떨쳐내려 했지만, 자신을 향해 살포시 짓던 남자의 미소가 환영처럼 잔상에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웹소설 속 환상의 한 페이지에 가볍게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현실과 비현실을 나누던 아슬아슬한 경계가 차츰 흐릿해지는 기분이었다.
“소설에 너무 심취했나…”
해솔은 실소 섞인 혼잣말을 읊조리며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걸린 엘리베이터 앞은 직원들로 빽빽했다. 해솔은 잠시 망설이다 짧은 한숨과 함께 발걸음을 돌렸다.
“2층인데 그냥 계단으로 가자.”
곡선을 그리며 늘어선 원형 계단을 따라 차분히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두어 칸쯤 내려갔을까 공기를 가르고 어딘가 익숙한 음성이 귓가를 스쳤다.
“해솔아…”
자신을 부르는 듯한, 다정하면서도 은밀한 울림. 해솔은 흠칫 놀라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계단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묘한 정적이 묵직하게 가라앉은 순간, 발밑에서 차가운 이상 기류가 맴도는가 싶더니 이내 몸 전체가 허공으로 붕 뜨는 듯한 아득한 느낌이 찾아왔다.
“어… 뭐야, 이거…!”
다음 순간, 귓가를 찢는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해솔의 의식이 단숨에 암전되었다. 얼굴에 닿는 희미한 통증에 눈꺼풀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뜬 해솔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빛바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투박한 나무 기둥들, 그리고 창살 너머로 비스듬히 흘러드는 따스한 햇살. 눈앞의 모든 풍경이 또렷한 현실이면서도 동시에 꿈보다 더 비현실적인 오라를 풍겨내고 있었다.
“해솔아, 정신이 좀 들어? 괜찮아?”
귓가를 어지럽히는 걱정 어린 목소리에 해솔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시야에 들어온 건 익숙하지만, 동시에 어딘가 생소한 분위기를 풍기는 얼굴이었다. 형, 찬솔이었다. 하지만 머릿속 톱니바퀴가 겉돌기 시작했다. 형은 지금 해외에서 일하고 있어야 했다.
“으…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형? 아버지? 여기… 도대체 어디예요?”
“해솔아, 우리 제대로 보이느냐? 계단에서 굴러서 반나절이나 정신을 못 차렸어.”
민식과 찬솔의 걱정스러운 얼굴 너머로 낯선 이들이 보였다. 빛바랜 옷을 갖춰 입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람들. 해솔은 멍한 정신을 추스르며 침대 위에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87.그 일주일 동안 해솔은 이랑이 가진 질투심의 깊이와 무게가 일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랜 세월 오롯이 자신만을 기다려 온 72년의 세월 때문인지, 아니면 늑대의 본능 때문인지 몰라도 이랑의 독점욕은 상상을 초월했다.주말을 맞아 함께 나선 데이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걷다 지나가는 사람이 해솔의 얼굴이나 옷차림을 아주 잠시 바라보기만 해도 옆에 서 있던 이랑의 분위기는 금세 차갑게 가라앉았다.눈동자가 순간순간 짙은 황금빛으로 번뜩였고 그럴 때마다 이랑은 해솔의 허리를 부서질 듯 끌어안아 남들의 시선을 가로막거나 표정을 굳혔다.자신은 오직 이랑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이랑은 여전히 자신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깊은 갈증과 불안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어떻게 해야 내가 랑이 너만 바라보고 있다는 걸 완전히 믿게 해줄 수 있을까……?’집으로 돌아온 해솔은 이랑이 잠시 서재에서 업무를 보는 사이,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창을 켜고 망설이듯 손가락을 움직였다.[애인 집착 줄이는 법][질투 많은 애인을 위한 이벤트]몇 가지 검색어를 넘기다 보니, 연인의 독점욕을 채워주고 확실한 확신을 줄 수 있는 온갖 자극적인 후기들과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해솔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단연 은밀하고 야릇한 스킨십 이벤트에 관한 글들이었다.‘…자기 몸에 직접 리본을 묶고 기다리기?’‘애인이 집에 들어왔을 때 애인의 상의만 입고 기다리거나
86.이랑은 해솔의 말을 들으면서도 가쁘게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살결이 마찰하는 질척한 소리가 좁은 현관을 가득 채웠다.“그냥… 이렇게 평생 집에 가둬두고 나만 보게 만들고 싶어. 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집착이 심한 줄 몰랐다, 해솔아.”랑은 낮게 읊조리며 해솔의 허리를 부서질 듯 단단히 끌어안고는 아래에서부터 짓누르듯 깊숙이 허리를 돌려 찔러 넣었다. 예민한 전립선을 정확하게 문지르며 파고드는 묵직한 자극에 해솔은 차가운 현관문을 손톱으로 세차게 긁어내리며 거친 신음을 터뜨렸다.“아앙…! 라, 랑아… 읏, 나한테는… 너뿐이야, 읏……!”해솔의 애원 섞인 고백에 이랑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해솔의 목덜미와 어깨에 깊게 입을 맞추며 허리 짓에 더욱 가속도를 붙였다. 질척이는 마찰음이 침실보다 더 뜨겁고 노골적으로 울려 퍼졌다.“나도… 나도 너밖에 없어, 해솔아. 내가 말했지? 늑대는 평생 단 하나의 반려만을 바라보고 목숨을 바친다는 거.”달콤하고도 과분한 애정이 담긴 속삭임과 함께 이랑은 뿌리 끝까지 묵직하게 밀어 넣었다. 그 순간, 안쪽 깊은 곳을 짓누르는 압도적인 감각에 해솔은 허리를 튕기며 현관 문짝에 얼굴을 묻었다.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내벽이 성기를 짓이기듯 조여들었고 해솔의 성기 끝에서 하얀 액체가 왈칵 쏟아져 나와 차가운 현관 바닥과 바지 자락을 적셨다.“아읏…! 하아,
85.커피를 모두 마신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카페 직원의 시선에 자극받았던 이랑의 질투심은 곧바로 거친 욕망으로 표출되었다.이랑은 문을 닫아걸기가 무섭게 해솔을 끌어안고 침대로 넘어뜨렸다. 밤새도록 멈추지 않는 깊고 짙은 애무와 추삽질이 이어졌고 축축한 마찰음과 신음 소리가 침실 안을 기나긴 시간 동안 메웠다.해솔은 온몸의 기력이 다 빠져 흐물거릴 정도로 이랑의 열기에 젖어 든 채 절정을 거듭하다 겨우 정신을 잃듯 잠에 들었다.다음 날 햇살이 방 안 깊숙이 들어오는 낮이 되어서야 해솔은 겨우 눈을 떴다. 옆자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이랑은 회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해솔은 침대 위에서 뻐근한 허리와 골반을 천천히 비틀며 스트레칭을 했다. 온몸 마디마디에 남아있는 질척한 여운에 몸이 묵직했지만, 시원한 커피가 간절하게 당겼다.해솔은 대충 옷을 걸쳐 입고 어제 방문했던 1층 카페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계산대에 있던 어제의 직원이 반갑게 해솔을 맞이했다.주문을 받는 사장의 눈빛에는 어제보다 한층 더 노골적인 관심이 담겨 있었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사장은 해솔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은근하게 대화를 건넸다.“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를 못 했네요. 제가 여기 사장입니다. 그런데… 혹시 어제 같이 오셨던 그분은 연인이신가요?”질문을 받은 해솔은 어제 이랑이 직원의 눈앞에서 정수리에 뽀뽀하고 허리를 감싸 안았던 기억이 떠올라 순간 볼이 붉게 발그레해졌다. 해솔은 민망함에 시선을 살짝 내리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84.이랑의 상체에 기대어 선 해솔은 연신 허리를 움찔거리며 떨었다. 이랑은 뒤에서 해솔의 가슴과 배를 감싸 쥔 채, 그의 배꼽 아래 볼록하게 도드라진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꾹 눌렀다. 단단한 중심이 내벽을 타고 들어찬 위치가 그대로 느껴지자, 이랑은 슬그머니 손바닥을 위로 올려 배꼽 위쪽을 지그시 짓눌렀다.“여기까지 넣을까?”귓가에 낮게 울리는 물음에 해솔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극심한 자극에 열이 오른 목소리가 잘게 떨려 나왔다.“라, 랑아… 빠, 빨리 넣어줘…….”그 대답에 이랑은 해솔의 목덜미와 어깨선을 따라 치아로 잘게 깨물어 마크를 남기며, 하의 각도를 비틀어 허리를 크게 돌렸다. 닫혀 있던 결장 입구를 거칠게 밀어붙이자 묵직한 성기가 단숨에 뿌리 끝까지 파고들었다.“아윽……!”압도적인 깊이감에 해솔은 온몸을 바르르 떨며 다시 한번 허공으로 액체를 뿜어냈다. 방금 막 절정을 맞이하여 극도로 조여드는 결장 내부의 압박에도 이랑은 쉬지 않고 허리를 쳐올리며 격렬하게 추삽질을 이어갔다.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질척이는 마찰음이 침실 안을 사정없이 울려 퍼졌다.이랑은 빠른 속도로 허리를 쳐올리며 해솔의 성기를 손으로 틀어쥐고 함께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안팎으로 몰아치는 강렬한 자극에 해솔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같이 하면, 또 가, 아읏……!”
83.위쪽으로 옮겨간 이랑의 입술은 이번엔 해솔의 골반 뼈와 아랫배를 향했다. 배꼽 주변을 동그랗게 그리며 축축한 침 자국을 남기더니, 움푹 들어간 배꼽을 혀끝으로 지그시 눌러 들쑤셨다. 예상치 못한 은밀한 자극에 해솔의 허리가 튕기듯 위로 솟구쳤다.“아앙! 거기, 거기는… 하아, 랑아……!”“쉬… 가만히 있어.”이랑의 눈빛은 더욱 짙어졌고 입술은 가슴팍으로 기어올랐다.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분홍빛 돌기를 입안 가득 머금고는 결대로 핥고 빨아당겼다.쭈욱 소리가 날 정도로 가슴을 세게 빨아들이는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는 반대편 돌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지그시 비틀어 문질렀다.양쪽에서 몰아치는 강렬한 애무에 해솔은 신음을 뱉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이랑은 멈추지 않고 목덜미를 거쳐 해솔의 귓바퀴를 통째로 머금었다. 귓구멍 속을 혀끝으로 간질이고 귓불을 살짝 집어 깨물며 가쁜 숨을 귓가에 쏟아냈다.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랑의 침과 열기, 그리고 뜨거운 숨결로 젖어 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온몸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해솔은 시트를 움켜쥐었던 손에 힘을 풀고 이랑의 단단한 어깨에 팔을 감아쥐며 밭은 숨만 내쉬었다.온몸이 이랑의 온기와 침으로 젖어 든 해솔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다, 떨리는 손을 뻗어 이랑의 어깨를 밀어냈다.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해솔이 붉어진 입술을 열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내, 내가… 내가 해줄게.”이랑이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살짝 비키자,
82.해솔은 뜨거워지는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 허리를 감싸 쥔 이랑의 단단한 손길과 어깨에 닿은 온기 때문에 심장이 쿵쿵 소리를 내며 뛰기 시작했다.“나… 짐 정리해야 하는데…….”“응, 해. 난 이렇게 구경할 테니까.”이랑은 태연하게 중얼거리면서도 해솔의 허리 근처를 감싸 안은 팔에 단단히 힘을 줄 뿐 풀어줄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이 상태로 붙어서 어떻게 정리를 해…….”“그냥 움직이면 되지.”해솔은 헛웃음을 지으며 밀어내려 했지만, 이랑은 단단한 몸으로 해솔의 뒤를 틀어막듯 꼭 끌어안았다. 생각해 보면 강원도에 있을 때도 이랑은 틈만 나면 스킨십을 해왔다.둘만 있을 때뿐만 아니라, 일행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을 얽어 잡고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 안거나 무심한 척 허벅지 위를 지분거리곤 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완전히 무시한 채 오롯이 해솔에게만 몰두하는 모습이었다.‘이렇게까지 사람이 달라질 수 있나?’예전에는 그래도 남들 앞에서는 적당히 절제하고 거리를 두는 편이었는데. 해솔은 은근한 열기가 올라오는 얼굴을 한 채 고개를 살짝 돌려 물었다.“너 예전에는 남들 앞에서 지분거리거나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이랑은 해솔의 어깨에 턱을 얹은 채 피식 낮은 웃음을 흘렸다. 그